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27)
제27화. 지금 사기 치려고 했냐?
통합거래소.
그곳은 전 세계의 거래소에서 텔레포트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거대한 상점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텔레포트 이용권.
즉 토큰이 필요했다.
그 토큰을 얻으려면 아무래도 돈이나 공물이 필요한 것 같았고 말이다.
그리고 이건은 감정사를 향해 주먹을 우득거렸다.
“아. 귀찮으니까 그냥 안으로 하자.”
이건은 문을 걸어 잠갔다. 감정사는 당황한 듯 뒷걸음을 쳤다.
“아니 이게 무슨….”
쾅!
“악!”
이건은 책상에 팔을 올리며 뻔뻔하게 웃었다.
“왜 이래, 사장님. 방금 나한테 사기 치려고 했잖아.”
“뭐? 사기? 어이가 없어서. 내가 언제….”
그때였다.
콰직!
테이블에 있던 사이다 페트병이 수직으로 찌그러졌다.
“……!”
심지어 검지로 지그시 뚜껑을 눌렀을 뿐인데, 무슨 압축기로 누른 것 마냥 껌딱지가 되어 감정사는 기겁했다.
“분명 내가 시세를 모른다고, 억대 시세의 물건을 똥값으로 속이려고 하셨지.”
감정사의 얼굴에 땀이 흘렀다.
“새,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짧았던 말꼬리도 길어졌다.
“거기에 리콜폰을 얹혀 팔려고 했으면서 선심 쓰는 척까지 했고.”
“네, 네. 그랬습니다.”
“심지어 내가 만든 물건까지 반푼이 취급하셨겠다.”
마지막 사유는 어째 그냥 가져다가 붙인 것 같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아무리 장사꾼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지만, 정도가 있어야 하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이건은 활짝 웃었다.
“그런 의미로 토큰 하나만 공짜로 빌리자?”
빌리긴 뭘 빌려!
감정사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이쿠, 여기 쓸 만한 공예 재료가.”
드드득!
“……!”
페트병을 껌딱지로 만든 걸로는 모자랐던 건지. 이건은 버려진 쇠젓가락으로 금속공예를 시작했다.
드득, 드득!
엄청난 괴력이었다. 마치 실가락 꼬듯, 딱딱한 쇠젓가락이 꽃으로 변해가자 감정사는 절망했다.
본인의 창작물을 팔려고 하길래 별 힘도 없는 생산계라고 생각했지만 글쎄.
‘젠장, 분명 전투 신좌 소속이야!’
잘못했다간 자기 몸이 저 젓가락처럼 휘게 되리라.
덕분에 감정사의 태세전환은 번개 같았다.
“아, 아니 사기를 치려 한 건 죄송합니다. 그런데 고객님. 토큰은 저희 같은 일개 상인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입주 상인들은 거래소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걸로 아는데요. 모았다가 파는 경우도 많아서 꽤 많이들 가지고 있을 듯.”
“!”
감정사는 이건을 보았다.
이건은 제 구형 핸드폰으로 댓글을 그대로 읽고 있었다.
그 사이 공신력 있는 커뮤니티를 검색한 건지, 자랑스럽게 검색 결과 내용을 흔들어보였다.
“암. 사람이 신식 문물을 써야지. 정보화 시대인걸.”
감정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속도도 안 나올 구형 핸드폰으로 뭐라는 건지!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방긋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아무튼 토큰 하나만 빌려주시고, 기왕 빌려주는 김에 핸드폰도 하나 공짜로 빌립시다. 2년 뒤에 돌려줄게.”
이젠 하다하다 폰팔이에게 폰까지 뜯어가냐!
감정사의 표정이 볼만했지만, 이건은 얄밉게 웃었다.
사기 치려고 하다가 걸렸으니 대박 건수를 잡았다는 표정이다.
“어차피 여기 있는 핸드폰도 다 신좌들한테 지원 받는 거라며. 하나쯤은 괜찮지 않나?”
또 검색 결과를 흔드는 이건을 보며 감정사는 심호흡을 했다.
“뭐, 싫으면 할 수 없고.”
이건이 또 금속공예를 시작하자, 결국 감정사가 외쳤다.
“알았어요. 드릴게요. 드릴 테니까!”
감정사는 재빨리 토큰을 가져와 테이블에 얹었다.
얼핏 ㅍ 자음과 비슷한 문양. 쌍아좌의 문양이 그려진 동전모양의 주조물이었다.
그리고 적당한 핸드폰도 함께였다.
“이거면 쓰는 데 불편한 건 없으실….”
그러나 또 검색질을 하던 이건이 쯧 혀를 찼다.
“이 제품 넘버 3년 전 모델이잖아. 핸드폰은 제일 최신 기종이어야지.”
“…#$*&!”
감정사는 속이 터졌다.
결국 최근에 나온 모델을 꺼내주자, 이건은 그럭저럭 만족해했다.
잘 모르겠지만, 대충 검색해보니 몇 달 전 나온 최신기종은 맞다.
‘뭐, 사실 쓰는 데만 지장 없으면 되지만.’
그러나 그 광경에 감정사는 코웃음을 쳤다.
‘촌놈. 그래봐야 벽돌폰 회사 거다.’
자신의 매장에서 제일 좋은 핸드폰인 건 맞지만, IT 덕후들 사이에선 개적화 폰인 TKBM사 제품이었다.
‘저거 쥐어주고 넘어가면 오히려 땡 잡은 거지.’
젊은 감정사가 웃었다.
“그럼 고객님, 그걸로 드리겠….”
그런데 그럴 때였다.
“에이, 프리미엄 폰이라도 그 제조사는 피하지.”
“!”
감정사는 깜짝 놀랐다. 이건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을 보자 여자는 사라지고, 대신 낯익은 소년이 청년과 함께 서 있었다.
“핸드폰 사고 있었어요? 사려면 좃소 TKBM 말고 이게 더 좋은데.”
유명한 얼굴에 감정사는 기겁했다.
‘천성재!’
고작 중3이지만 천재적인 재능으로 이름을 날리는 아주 유명한 성도였다.
그리고 그를 본 이건은 잘됐다는 듯 천성재를 반겼다.
“너 왜 여기에 있냐?”
“여기에 있는 SS급 감정사한테 볼일이 있거든요.”
“!”
그 말에 이건은 어째서인지 씨익 웃었다.
동시에 물었다.
“너 폰 좀 잘 아냐?”
“꽤요?”
“그럼 여기서 제일 좋은 걸로 하나 골라줘.”
“가격은 상관없이요?”
“어. 상관없어. 그치?”
이건의 미소에 감정사는 속으로 웃었다.
“아, 네. 그러세요. 그래봐야 저희가게는 여기 전시된 보급형 라인이 다지만….”
그러나 그때였다.
“에이 왜 거짓말? 여기 더 좋은 거 있는데?”
천성재가 서랍에서 박스 하나를 꺼내자 감정사가 비명을 질렀다.
“악, 그건 안 돼!”
“???”
천성재는 황당하게 감정사를 보았지만, 이건은 씨익 웃었다.
“오케이. 그럼 그걸로.”
“아, 안 됩니다! 그건 선약이…!”
“왜. 똑같은 거 또 구하면 그만이지.”
“하지만…!”
“싫으면 말고. 아아 이런 곳에 또 고철이.”
또 시작된 고철공예에 감정사는 좌절했다.
* * *
“오, 상당히 넓네.”
눈앞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건이 도착한 곳은 바로 그가 가고 싶어 했던 .
텔레포트 존을 통해서만 올 수 있는 장소로, 한마디로 전 세계가 연결된 통합 지구였다.
그리고 깎아내릴 듯한 절벽 밑으로는 층층의 광장들과 네온사인들이 보였다.
거기에 절벽과 절벽 사이를 연결하는 움직이는 계단까지.
멋있는 광경이었지만 이건은 좀 빡쳐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전 텔레포트 존에서 겪은 일 때문이었다.
[여기서부터 대기시간 3시간 40분입니다]상상을 초월하는 대기줄이었다.
하지만 이건이 열 받는 건 단순히 대기줄 때문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정도 대기줄이면 직원 수라도 늘리면 좋으련만.
[추가 요금 1,000만 원을 내시면 익스프레스(급행) 가능합니다]그 돈독 오른 것들을 콱.
물론 그 문제는 함께 있던 천성재가 도움을 주었었다.
텔레포트 존은 쌍아좌 기물이기 때문에, 사용료 DC 혜택에 추가 요금도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사히 통합 거래소에 온 이건이 말했다.
“소속 성도들은 편하긴 편하겠네. 좋겠다.”
그리고 그 말에 천성재가 이건의 눈치를 살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부르르.
[너 지금 거미여왕 잡은 남자애 만났지?]눈치 백단의 성단장이 몇 분전 문자를 날려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자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 남자애, 오늘 꼭 우리 성단에 스카우트해와라]성단장은 계속 지시를 보내댔지만, 이건을 보는 천성재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이상하게 여긴 걸까.
“뭐야. 왜 똥 참고 있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어?”
“!”
“네 단골 SS급 감정사를 소개해준다며. 가다 말고 왜?”
“아… 그….”
천성재는 뭐라 하려 했지만, 곧 엄청난 진동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르르. 부르르. 부르르.
[우리 성단에 오면 1초 만에 블랙카드 만들어준다고 해] [텔레포트 평생 공짜] [계약 조건도 최상] [쌍아좌 성인께는 내가 잘 말해둘게]어디서 자기들을 보고 있기라도 한 건지. 문자를 확인한 천성재는 탄식했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의 성단장은 거미여왕을 잡은 소년을 영입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인재의 영입. 즉 포교는 신좌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니까.
그리고 얼마 전 이건의 귀환이야기 때문에 이렇게 더 열을 올리는 것이었다.
왜?
‘잘됐다. 이건이 정말 살아 있다면. 어느 쪽이 우위인지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지.’
분명 성단장은 그렇게 말했었다.
아무래도 성단장들은 ‘이건이 성단장들보다 강하다.’ 고 주장하는 팬들 때문에 심기가 거슬린 모양이었다.
실제로 콧대 높은 성단장들은 이건의 활약 영상을 보며, ‘자신들도 저정도는 할 수 있다’ 무시했었고 말이다.
‘뭐, 인재도 영입하고 영향력도 키우고 싶은 거겠지.’
때문에 몇 번이나 마트의 상황을 묻더니, 지금도 이 모양이었다.
[반드시 영입해. 그 아이는 최소 S급이야!] [뭐든 다 맞춰준다고 하고!]아무튼 그런 상황인지라, 천성재는 긴장하며 이건을 보았다.
물론 자신의 경우, 처음엔 이 형을 이건이라고도 의심했었지만 글쎄.
-헛소리나 할 거면 집에나 돌아오렴.
용기내어 물어봤던 아버지는 차가운 핀잔만 던졌을 뿐.
S급인 누나하고도 상의했지만, 성인조차도 그 탑에선 살아나올 수 없다며 웃었다.
게다가 자신의 성단장도 이렇게 말했고 말이다.
-잘 들어. 마트에 다시 나왔던 거미여왕은 그래… 성인도 못 잡은 걸 일개 성도가 잡을 리도 없고. 분명 기존 봉인의 여파로 등급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던 거겠지만….
신입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S급인 민성훈이 잡아먹혔을 정도의 괴수였다. 최소 S급 이상이란 의미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은?
-이건은 그래봐야 지금의 B급 각성자 수준이라 했으니까. 12성인 중 하나인 물병좌 성녀께서도 증언하셨고. 절대 동일 인물일리 없어.
결국 천성재는 상관의 말을 떠올리며 기가 팍 죽고 말았다.
자신 역시 아버지의 무용담과 영상을 보며 이건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신화는 원래 과장된다.
곧 문자는 계속 이어졌다.
[아무튼 그 남자애. 막 각성한 S급일수도 있어. 네가 접점이 있으니 꼭 영입해와.] [그 아이를 쌍아좌 성인께 데려가면 몹시 좋아하실 거다.]실제론 기절이나 안 하면 다행이겠지만, 그걸 알 턱 없는 천성재가 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형은 성신과 성인을 모실 생각 없으세요? 쌍아좌에 들어오면 텔레포트도 무한 공짜인데.”
그 말에 천성재와 함께 왔던 호위가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천성재는 죽어도 성단의 포교활동은 안 하기 때문이었다.
‘도리어 이건 팬카페에 가입시키면 가입시켰지.’
덕분에 필수인 포교 활동 점수가 너무 낮아 늘 페널티.
그래서일까, 호위가 수상한 듯 속삭였다.
“어쩐 일이세요? 성단 영업 같은 거 안 하시잖아요?”
젠장, 왜긴 왜겠냐.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르르!
그 엄청난 소리에 이건이 하하 웃었다.
“윗사람이 아주 애가 타는 모양이구나.”
그러자 천성재는 흠칫 놀랐다.
설마 무슨 연락인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건이 웃었다.
“뭐, 괜찮아. 텔레포트 존 같은 거야 내가 만들면 그만이고.”
“네? 뭘 만들어요?”
“애초에. 만들 필요도 없이 곧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되겠지만.”
“네??”
천성재와 호위는 당황했지만, 이건의 눈이 위험천만하게 번득였다.
“됐고, 이거나 받아라.”
“!”
천성재는 이건이 던진 물건을 받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다름 아닌 마트에서 거미들을 잡을 때 이건이 멋대로 빌려갔던 검이었다.
하지만 천성재는 그 검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그 고철이…!’
“잘 썼고, 하는 김에 싹 고쳤다.”
“새로 산 게 아니고요?!”
“왜 사.”
그러나 천성재는 당황했다.
이 검은 당시 괴수의 독을 완전히 뒤집어써서 가망이 없겠구나 생각했었거늘.
‘미지 문명의 독에 당한 물건을 이렇게 깔끔하게…!’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좋아했다. 덕분에 창조공방 스킬 중, 수리 스킬인 을 테스트 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쏠쏠했다.
너무 등급이 낮은 물건은 수리 스킬이 다 발동하기도 전에 고쳐지니, 테스트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등급이 꽤 되는 물건이라 경험치도 상당했고.’
제작공방의 특성이 였다면 수리강화 공방의 특성은 이었다.
“뭐, 내 손을 탄 성물들은 특징이 살짝 이상하게 바뀌니까. 나중에 놀라진 말고.”
“네, 네?”
무슨 말이냐는 듯 보자 이건은 대답대신 검을 힐끗 보았다.
– 특징: 두 얼굴 병사(A급) 소환
– 붉은 병사, 파란 병사 소환
▶
– 특징: 두 얼굴 병사(S급) 소환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맞기 좋아하는(M), 공격하기 좋아하는 병사(S) 소환 (변경)
– 랜덤 스킬을 발동한다 (추가)
“뭐 난 미리 말해 놨다. 뭐가 나오든 내 탓 아님.”
“???”
천성재와 호위는 황당해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터널로 들어갔다.
그 사이 천성재의 단골집에 도착했다.
한편 비슷한 시각.
“세상에, 저분이 여기에…!”
도박구역.
SS급 성도들의 호위를 받으며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났다.
“성녀님이시다.”
“왜 여기에 오셨지?”
그러나 성녀는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에 들은 기가 막힌 소식 때문이었다.
“정말 우리 성단 성물의 감정가가 1달러라고요?”
경매 때문에 이곳에서도 가장 유명한 감정사를 찾아왔던 그녀였다.
이곳의 감정사는 무려 성신들도 인정하는 SS급 감정사인데, 그 감정사의 인증이 있어야 경매에 출품을 해도 좋은 몸값을 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뭐?
‘고작 1달러?’
안 그래도 이곳에 온 뒤, 이건의 이름 때문에 머리가 아팠던 그녀였다.
거기에 이건의 성물 때문에 다른 성인들도 경매에 몰려온다는 상황. 급히 밑천을 불려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라니.
아니, 실은 제 성물이 그딴 취급을 받은 게 가소로울 뿐이다.
결국 성녀가 말했다.
“그 감정사가 있다는 가게가 저곳인가요?”
그녀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이건이 들어간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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