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283)
제282화. 해보자는 거지? (6)
별칭 의 주인.
물고기 성신은 잘 알았다.
이건이란 놈이 어떤 놈인지.
그리고 그 놈의 성격이 얼마나 지랄 맞고, 또 얼마나 괴팍한지.
그도 그럴 만한 게 이건은 주요 관찰 대상이었다.
‘참을성이라고는 없고, 본능에 따르는 짐승 같은 놈이다.’
말 그대로 본인이 열받는 일이 생기면, 그리고 자신의 것이 망가지면 앞 뒤 생각 안하고 난동을 부리는 놈.
하여 옛날에는 그 독불장군 성격 때문에 골치도 썩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알기 쉬운 놈이지.’
때문에 이번에도 확신했다.
‘도발하면 반드시 넘어온다.’
자신이 관심 없는 일에는 무서울 정도로 개무시하는 인간이었으나, 본인이 소중히 여기는 것과 본인의 기분이 상하는 일이면 절대 타협하지 않는 놈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언론부터 시작해서 연우의 영혼하며, 저열한 모함.
이건의 성미란 성미는 일부러 다 건드려놓았다.
도발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첫 번째는 놈을 둘러싼 신앙심을 뒤흔들기 위해서.
‘신은 숭배될 수록 강해진다.’
아직 새끼 신이라 숭배 받는다고 해서 큰 위협은 되지 않지만, 굳이 내버려둘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놈의 이미지를 깎는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의 계획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아무튼 이건이라면 치를 떨 저열한 언론 플레이도 해놓았고, 하물며 이건이라면 눈이 뒤집힐 연우의 영혼까지 눈앞에 들이밀었다.
반드시 그 성미대로 단죄를 들고 날뛰겠지.
그래. 분명 날 뛸 것이었는데.
“?!”
이건을 본 물고기 성신이 제 눈을 의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거, 건아?!!”
이건은 한쪽 무릎을 꿇고 순진무구하게 웃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단죄를 꺼내기는커녕, 양팔을 활짝 벌린 채 말했다.
“친애하는 성신님! 저 드디어 물고기 산하가 되러 왔어요!”
“……??!!”
이번에는 휴고도 스티븐도 얼어붙었다.
그래서 스티븐이 급히 휴고에게 속삭였다.
“야. 뭐, 뭐야! 이런 계획 있었어?”
“모, 몰라!”
그리고 그들만큼이나 당황한 물고기 성신이 눈을 부릅떴다.
“무슨 꿍꿍이로 이리 나오는 것이냐?”
물고기 성신은 몹시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고 바로 경계했다.
보나마나 이건이 수작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고 덤벼올 걸 모를 것 같은가!’
이건이 천공의 단죄를 내려두지 않는 게 그 증거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쾅!
그 생각을 읽은 듯이 이건이 천공의 단죄를 멀리 던졌다.
“섭섭하네, 정말 싸울 생각 없다니까?”
“?!”
이에 가장 놀란 건 스티븐이었다.
“야, 너 미쳤어! 여긴 이미 마법 성신의 구역 안이야!”
물고기좌는 마법 성신.
모든 걸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마법신좌답게 이곳도 평범한 공간일 리 없었다.
그런 상황에 무기를 버린다는 건, 그야말로 완전한 무방비 상태!
그걸 모를 리도 없을 텐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활짝 웃었다.
“그래도 믿기 어려우면 그거 가져가. 난 여기 가만히 있을 테니까.”
“???!”
그 말에 당황한 스티븐이 급히 천공의 단죄를 회수해오려 했다.
천공의 단죄가 어떤 무기인데!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이라고!’
하지만 이건이 급히 주워오려는 스티븐을 막았다.
스티븐은 기겁해서 되려 이건을 붙잡았다.
“너 미쳤어!”
무엇보다 천공의 단죄에는 아무런 장치도 안 해놨다.
“물고기가 어떤 성신인데! 바로 가져갈….”
그러나 그때였다.
‘!’
물고기 성신을 본 스티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게 물고기 성신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쟤가 도대체 왜 저래???’
물고기 성신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그 성깔머리로 저놈이 이렇게 나올 리가 없는데?’
이건이 연우를 소중하게 여기는 건 알았다. 하물며 장루이에 대한 분노도 알았다.
그래서 기껏 장루이와 빼닮은 을 대령 시켜 뚜껑 열리게 의도한 것이 아닌가.
당장 단죄를 들고 덤벼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물고기 성신은 웃었다.
‘그래, 이건 저놈의 작전이다.’
무엇보다 이건의 무기를 자신에게 넘길 리 없었다.
즉.
‘당연 천공의 단죄에 함정을 파놓았겠지.’
누가 그걸 모를 것 같은가.
물고기는 웃었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인 건 맞았다.
‘곤란하군. 이러면 준비해둔 스킬을 못 쓰는데.’
놈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갖은 도발을 한 건 맞지만, 무엇보다 이건의 분노는 계획을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왜?
‘분노는 원주인을 죽이는 스킬을 쓰기 위한 전제 조건.’
뭐, 아주 못 쓰는 건 아니지만, 상대가 분노 상태인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상태는 여러모로 곤란했다.
때문에 물고기는 웃었다.
“연기 따위 소용없다. 네 더러운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
물고기는 이건을 너무 잘 알았다.
‘수작을 부려도 어차피 오래 가지 못한다.’
이건은 자기 기분에 매우 충실한 녀석이었다.
‘인내심도 짧은 놈이.’
그래서 이건이 가장 열받아 할 만한 부분을 말했다.
“분명 준우였지?”
“!”
“네 남동생 말이다.”
이건은 침묵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뀐 듯했다.
그 모습에 물고기는 성공이라며 웃었고, 기자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동생? 방금 이건의 동생이라고 했어?”
이건의 친인척 관계는 이 세상 그 누구도 잘 알지 못했다.
상대가 이건인 만큼 그의 과거사는 최고 관심사이긴 하지만, 이건은 각성 전의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세상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특종감에 모두가 흥분했고, 물고기가 웃었다.
“참으로 참혹한 죽음이었지. 사지가 잘려나가고, 그 한쪽 눈은 사라졌지.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이건이 침묵했다.
당시는 돔이고 뭐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을 때라 하루에도 수백 명이 괴수들에게 물려가며 죽어나가던 때였다.
기사에 이름 한 줄조차 실리지 못한 준우가 어떤 모습으로 발견되었는지.
그리고 그걸 물고기가 상세히 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물고기는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가 바뀐 이건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 모습에 물고기는 입꼬리를 올렸다.
‘자, 분노해라! 어서 날 죽이려 달려들어!’
그런데 그때였다.
“어, 어어???”
이건을 본 기자들이 술렁거렸다.
그리고 그 술렁거림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스티븐과 휴고도 이건을 보았다.
하지만 이건을 본 그들은 너무 놀라 기절할 뻔했다.
“건, 건아?!”
“맞아, 내 동생은 죽었어.”
이건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이건은 몹시 슬퍼보였다.
“동생이 괴수한테 살해당했으니까. 누구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잘 아니까, 동생 같은 사람이 안 생기게끔 최선을 다해서 괴수를 잡았고 붉은 눈까지 잡았지.”
“……!”
“그런데도 돌아온 건 동료들의 배신에, 빼앗긴 명예에. 이제는 성신들까지 죽였다는 모함이라니…!”
이건의 물기 어린 목소리에 궁전 내부가 크게 술렁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건이…!”
“괴수한테 살이 뜯겨나가도 즐기며 웃는 이건이… 그 이건이!”
하물며 지금의 이건은 어리게 보면 그래봐야 고등학생 소년으로 보였다.
어린애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 더욱 측은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물고기 성신은 멘붕에 빠진 듯 했다.
‘울어? 저놈이 울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놈이??’
그리고 멘붕에 빠진 건 물고기 성신뿐이 아니었다.
“의사!!!!! 아, 아니 휴지이이!”
휴고는 난생 처음 보는 일에 멘붕에 빠졌다.
그리고 새하얗게 질린 건 스티븐 역시 마찬가지.
‘말도 안 돼.’
그도 그럴게 자신들은 성인이었다.
감각이 극도로 발달한 존재들이다보니, 상대의 연기 정도는 한눈에 분간이 가능한 이들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건이 연기로 우는 척 하는 건지, 아닌지는 바로 알았다.
그런데 저 모습은…!
‘뭐, 뭐지? 이건도 알고 보면 인간이었던 건가?’
하지만 곧 스티븐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천하의 이건이다. 당연히 속임수….’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화룡정점을 찍듯 이건이 휴고에게 기대어 울자 결국 신앙심 600% 성도의 눈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살기가 돋았다.
“죽을래! 누가 우리 애 울렸어!! 어떻게 인류가 붉은 눈까지 잡아준 영웅을 이렇게 찬밥 대접할 수가 있지?”
마치 아들이 우는 걸 목격이라도 한 듯, 휴고가 분노하자 기자들이 술렁거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물고기 성신은 분명 이건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아니, 평소 이건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물고기 성신의 주장도 맞겠다고 생각했던 그들이었다.
괴수만 보면 오히려 신이 난 듯 달려가는 모습에 다들 우려의 목소리를 보낸 것도 사실이니까.
실제로 각성자 중에 길을 잘못 드는 이들도 많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저런 사람이 인류를 되려 위험하게 하려 한다고?”
“와, 이건도 사람이었네.”
“에, 에이. 저거 우는 연기 아냐…?”
“야! 저게 연기면 이건은 직업을 바꿔야지!”
궁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심지어 이건이 당연히 습격할 거라고 생각해 물고기가 준비한 인물들.
숨어서 촬영하고 있던 기자들마저도 물고기를 보자, 물고기 성신은 다급히 을 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래라고는 안했잖아!’
* * *
한편 그 무렵.
“뭐야, 저것들. 지금 이건 님 괴롭히는 거야?”
궁전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일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뭐, 쌍아좌로 만든 성물이 쓸모가 있어 다행이군.’
그랬다.
이건은 속으로 낄낄거리고 있었다.
물론 이 상황까지 짐작한 건 아니지만, 애초에 물고기가 자신을 일부러 도발하려 한다는 건 눈치챈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뭐, 나도 내 지랄 맞은 성격은 잘 알고 있지.’
그래서 혹시나 해서 가져온 것이 이 물건.
[희노애락 다이얼 (S)]-제작자 : 이건
-쌍아좌의 마법 데이터(감정변화 마법)를 담아 만듦
-다이얼 버튼에 따라 타겟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다.
원래는 잔소리하는 휴고한테 써먹으려고 만든 건데, 자신에게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도 울 수 있을 줄은 진짜 몰랐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아무리 쥐어 패도 이제는 나오지도 않는 눈물인데.
‘뭐, 이 보여준 게 진짜 미래일지는 모르겠지만, 물고기가 바라는 대로 해줄 수는 없지.’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계속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무튼 동생 같은 사람이 안 생기게끔 최선을 다했어.”
“그래그래. 우리 건이 열심히 했지.”
“그리고 다른 성신들의 권좌가 있으면 미지문명도 처리할 수 있다고 한 게 물고기자리 성신. 나일강의 여신인 당신이잖아?”
“……!”
그 말에 순간 스티븐도, 물고기 성신도 움찔했다.
‘저자식.’
이건은 배신당한 듯 억울하게 물고기 성신을 보았다.
“그거면 군주도 없애준다고 하지 않았어?”
“잠….”
“그런데 왜 나한테 그래? 토사구팽이야? 다른 물고기 성신이랑 성인을 죽인 것처럼 무자비하게 버리려고?”
그 말에 주변이 술렁거렸다.
“성신이랑 성인을 죽여?”
“무슨 소리야?”
동시에 물고기 성신이 이를 갈았다.
‘신앙심이 떨어지고 있다.’
할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원래 계획도 망가질 판이었다.
그래서일까.
‘조건은 충족 못 시켜도 그 스킬을 못 쓰는 건 아니다.’
원주인을 죽였던 바로 그 스킬!
물고기좌가 바로 그 스킬을 발동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이건이 기다린 듯 눈을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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