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54)
제54화.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냐 (2)
방금 밑에서 뭐가 날아온 거지?
천유하는 당황한 듯 물체가 날아간 쪽을 관찰했다.
하지만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다.
확실한 건 이건이 방금 그걸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 까마득한 밑바닥에서 지붕까지 날려 보내다니.
그래서 경악하고 있는데, 정작 장본인은 태연하게 외쳤다.
“같이 있던 거 친구야?”
“!”
이건은 저 밑에서 곤란하다는 듯 외쳤다.
아무리 그래도 조카 친구를 날려버린 거면 미안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 정도의 양심(?)은 있는 듯했다.
“결계 때문에 제대로 못 들었지만, 둘이 뭔 대화 하지 않았어?”
그 말에 천유하는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 게, 이건이 있는 위치가 위치였다.
저 까마득한 아래에서 지붕 위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고?
‘도대체 신체감각이 어느 정도로 발달해 계신 거지?’
그래서 놀라고 있는데, 이건이 말했다.
“아무튼 네 친구 날린 거 아니야? 그럼 미안하잖아.”
그러자 천유하는 대수롭지 않게 눈을 깜빡였다.
“아. 친구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유하야.”
“네?”
“너 왜 여기에 있냐?”
“!”
삼촌의 말에 천유하는 흠칫 놀랐다.
그도 그럴게 사실 청와대에는 이건 혼자 오기로 되어 있던 것이다.
그리고 천유하는 그런 이건을 몰래 따라온 것이고 말이다.
물론 성재가 진작 회담장에 같이 가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이건이 둘 다 집이나 보라고 거절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쌍아좌의 마법이 걸린 곳에 조카들을 데려갈 수 없단 이유였다.
쌍아좌의 마법은 이건도 경계할 수준이었으니까.
귀여운 조카들에게 작은 불똥이라도 튈까 봐 그런 것이리라.
물론 진짜 큰 이유는 그 이유가 아니었지만.
‘대화를 하러 가는 게 아니니까.’
세상에 어느 삼촌이 깽판을 치러 가는데, 조카들한테 삼촌이 사람 쥐어 패는 걸 구경하러 오라고 하겠는가.
교육상(?) 안 좋았다.
그래서 솔직히 놀랐다.
‘어떻게 된 게 기척을 숨기는 수준이 야생동물 급이지.’
날아간 여자애와 유하가 대화라도 하지 않았으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눈알을 또르륵 굴리던 천유하가 슬쩍 몸을 틀었다.
그리고 슬금슬금 다른 쪽으로 기어서 도망가려하자, 이건이 같잖듯 웃었다.
“도망칠 생각 말고 얼른 내려와라?”
삐질 땀을 흘리던 천유하는 할 수 없다는 듯 구멍으로 뛰어내렸다.
쉬익!
떨어지는 소리조차 거의 안 들릴 정도로 완벽한 착지 실력.
전투신좌의 신체능력을 뽐내며 내려오자 회담장이 보였다.
책상과 문은 이미 박살난 지 오래였고, 정치인들의 3분의 1이 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었다.
일본정부 측도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뚫려버린 천장 위였다.
필시 이건이 날려 보낸 뭔가 때문이리라.
그래서 물었다.
“삼촌, 방금 전엔 뭘 날리신….”
“헤, 헤이지 님!”
“…설마 성인을 날리신 거예요?”
그 질문에 이건은 쯧 혀를 찼다.
한쪽 어깨를 주무르는 건 덤이었다.
“새끼가. 영령 꺼내려고 하잖아. 짜증나게.”
천유하는 알만하다 싶었다.
안 그래도 성신의 힘에 초혼해서 불러내는 영령들까지.
쌍아좌는 두 인격을 가진 탓에 힘이 쉽게 바닥이 안 나는 까다로운 신좌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쌍둥이자리. 쌍아좌 성도들은 불러낸 영령의 힘으로 마법에 눈을 뜨게 되지만, 평소에도 그들의 힘을 쓰는 건 아니었다.
평소 땐 성신의 힘을 주로 쓰고, 각성기라 불리는 을 쓸 땐 영령의 힘을 100% 이용한다.
‘하물며 쌍아좌 성인이 가진 영령은 요정왕.’
초혼으로 불러내는 영령들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였다.
급으로 따지면 성신급이다.
즉, 쌍아좌 성인은 성신을 두 명이나 데리고 있는 셈이었다.
이건이 짜증낼 만도 했다.
하지만.
“아 그 요정왕 새끼. 툭하면 사람이 먹지도 못할 걸 퍼 먹이려고 하고, 쓸모도 없는 걸 주면서 사람 미치게 한단 말이야.”
그 말에 천유하가 흠칫 놀랐다.
뭐야. 그거.
관심 있는 거 아니야?
“아무튼 그 뒤에 정신교육을 시키긴 했는데….”
순간 이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하야? 갑자기 요정왕은 왜 검색해보는 거니?”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요.”
천유하의 눈빛이 묘하게 살벌했다.
그럴 때였다.
성인이 날아가자 정치인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뚫려버린 천장에서 떨어지지 못했다.
“서, 성인을 날렸어!”
“저, 정말로? 그 이건이?”
그들은 믿었던 모든 것을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헤이지 님!”
뒤늦게 들어온 젊은 남자가 기겁을 하고 천장을 보았다.
그는 한국측 정부인사였다.
남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건가 싶어 휘청거렸지만, 곧바로 자신의 본분을 깨달았다.
그 증거로 그가 이건을 쏘아보았다.
“도대체 성인께 지금 무슨 짓을…!”
하지만 정작 남자를 보는 이건이 활짝 웃는 것이었다.
“너구나?”
“뭐?”
남자를 바라보는 이건의 눈매가 험악해졌다.
“아침에 나랑 통화한 싸가지. 너지?”
“뭐? 지금 무슨 소릴….”
남자가 어처구니 없어했지만, 이건은 확신하듯 웃었다.
“목소리 들으니 맞네. 아침부터 전화해서 내 물건 돌려줄 수 없다고 지랄한 새끼.”
“……?!”
그제야 남자도 깨달은 모양이었다. 분명 이건의 물건을 돌려줄 수 없다 휴고한테 전화를 했을 때 들었던 그 목소리!
동시에 어떻게 된 건가 싶어 옆을 보자, 보좌관들이 ‘이건! 이건!’ 하고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남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굳었다. 하지만 남자가 놀라거나 말거나 이건이 살벌하게 웃었다.
“뭐? 내 물건이 일본정부 소유야?”
“예? 아, 아니…!”
“그리고 신궁좌가 빈곤해서 이건 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거냐고?”
“…아니 그!”
“이게 뚫린 입이라고 아무거나 막 싸서 던져도 되는 줄 알아. 넌 뒤졌어.”
“아악! 죄송… 오지ㅁ…아악!”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건이 주먹을 날렸다.
“내 친구한테 사과해. 그리고 내 물건 내놔! 새끼야!”
“허억! 사과드릴게요! 물건도 드릴게요! 드릴 테니… 아악!”
피가 터지고, 이빨이 날아갔다.
관료들은 그 광경을 벌벌 떨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20년 전. 왜 과거 정부가 이건만 떴다하면 더 묻지도 제시하지도 말고 일단 피신부터 하란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은 광경이었다.
‘어차피 이건하고는 말이 안 통한다고 하더니…!’
“아악!”
결국 이건이 관료들을 처리한 후, 이런저런 물건을 털어냈을 때였다.
“자 그럼.”
이건이 천장에서 떨어진 쌍아좌 성인을 보았다.
그리고 이건이 그녀를 보며 험악하게 웃자, 최성혁이 기겁했다.
“이건 님! 기다려주세요! 그 사람은…!”
동시에 쓰러져 있던 쌍아좌 성인이 눈을 번득였다.
그리고 이건을 죽일 듯한 기세로 이건에게 달려갔다.
“!”
이건의 목을 치려는 걸까.
‘그래, 역시 성인이다.’
마침내 관료들의 얼굴에 희망의 미소가 돋는 그 순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건 님!”
쌍아좌 성인이 넙죽 무릎을 꿇었다. 심지어 머리까지 땅에 박았다.
그 광경에 모두가 놀랐다.
“헤이지 님?!”
그러나 놀라는 것도 잠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쌍아좌의 모습이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젊은 여자가 급하게 외쳤다.
“이건님! 살려주십시오! 전 성주님이 아닙니다! 성인께서 아무리 찾아도 안 나타나셔서 제가 대리로 온 것뿐입니다!”
“……!”
최성혁은 머저리를 보듯 이마를 짚었다.
그랬다.
그녀는 사실 쌍아좌 성인 헤이지의 사촌이었다.
쌍아좌가 행방불명 된 탓에 대리를 내세운 것이다.
“성주님은 이건 님이 돌아오신 이후로 행방불명 상태십니다! 오히려 댁이 무슨 짓을 한 게 아닌지 묻고 싶을 지경이라니까요!”
“서, 성인께서 행방불명이라고?”
관료들의 반응에 최성혁은 혀를 찼다.
물론 쌍아좌의 성인이 이건의 등장과 함께 행방불명 된 건 사실이었다.
물론 제 대리로 요정왕의 영령을 두고 사라졌지만 말이다.
그래서 평소처럼 빙의마법이라도 써서 세상을 돌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글쎄.
‘성역이 초토화되어도 나타나지 않으셨다.’
그래서 대타를 내세운 모양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스스로 정체를 밝히다니!
‘현재 쌍아좌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뿐이다.’
최악이었다.
성안의 경비가 텅 비었다고, 외세에게 광고하는 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출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왔던 기자들이 술렁거렸다.
이건의 난장판도 난장판이었지만 뭐?
“싸, 쌍아좌 성인이 가짜라고?”
“가짜가 지금 국제 회담장에 들어온 거야? 정부를 속이고?”
최성혁은 헤이지의 친척을 노려보았다.
물론 이쪽도 처음부터 정체를 밝히려던 건 아니었다.
누가 성인이 없다고, 쌍아좌의 약점을 누설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누가 이건이 약하다고 했어!’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이건한테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아무튼! 저 헤이지 님 아닙니다! 성주께서 영령만 두시고 행방불명 되셔서, 그나마 그분의 스킬을 흉내낼 수 있는 제가 대타로 온 것 뿐…!”
“응. 아는데?”
“예?”
이건은 아까부터 뭔 개소리를 그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느냐는 듯 웃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 크레이지 아닌 거 알았는데?”
“……!”
최성혁과 친척은 얼이 빠졌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심지어 요정왕의 영령까지 데리고 있었는데.
“권속신도 속일 정도의 변신마법을…!”
무려 물고기, 쌍어좌(雙魚座)에게 비싸게 대여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건은 뭐라는 거냐는 듯, 비웃었다.
자신이 괜히 세밀한 물건을 만드는 장인이 아니었다.
“내 눈엔 얼굴도 골격도 완전히 다른데?”
“어, 어어? 그, 그럼….”
“그런데 그게 뭐?”
“예? 아니 성인이 아니니까….”
“아닌 건 아는데, 그냥 죽어.”
“네?!”
“왜. 친척이라며. 혈육 잘못 둔 죄.”
말이 나오기 무섭게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좌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데이터를 획득했습니다] [요정왕을 포획할 수 있습니다] [요정왕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합니다]그리고 상황이 그렇게 되자, 정치인들이 창백하게 얼어붙었다.
그도 그럴 게, 그제야 상황파악이 된 것이다.
자신들을 지켜줄 쌍아좌 성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성인이 문제가 아니다.’
‘친척까지 그냥 날려버렸어…!’
아무리 성인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성단장 급일 텐데!
그리고 그럴 때 이건이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에 정치인들은 공포에 질렸다.
죽는다.
그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돌려드리겠습니다!”
“저희 재산을 전부 긁어서라도 원금, 아니 이자까지 채워드리겠습니다!”
“뭐래. 내가 니들 세치 혀를 믿을 것 같냐. 피해보상비까지 내놔야지!”
“커허억!”
이건이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 한때, 그를 팔아먹은 정치인들이 그의 손에 가루가 되었다.
“제, 제발 용서를… 컥!!”
거침없는 행각에 최성혁은 얼어붙었다.
‘미친놈.’
몰려와 있는 기자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게 분명했다.
* * *
세상이 다른 의미로 충격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세상을 충격에 빠지게 한 장본인은 태연했다.
“좋아. 일단 찾아야 할 내 물건은 찾았군.”
인근 브런치 카페.
이건은 제 재산담당자한테서 뜯어낸 박스를 보며 좋아했다.
보관 박스 안에는 웬 낡은 만화책과 신분증, 금고 열쇠가 있었다.
‘중요한 물건은 금고에 있겠지.’
그리고 천유하는 그런 삼촌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제 재산은 물론, 일본으로부터 피해보상금까지 제대로 받아내기로 한 이건은 역시 대단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메뉴판을 펼쳤다.
“오늘 저녁은 삼촌이 사줄게. 성재는 뭐 좋아해?”
“아, 저는 햄버거만 아니면 돼요.”
거, 햄버거를 싫어하는 중딩도 있구나 싶었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좋아. 성재는 페퍼로니 피자… 유하는 뭐 먹고 싶은데?”
“삼촌이요.”
“…컥! 콜록!”
물을 마시던 이건은 사레 걸려 죽을 뻔했다.
“유하 너…!”
“아아 그게 아니라! 삼촌이 좋아하시는 거요!”
드물게 당황한 이건은 깊이 안도했다.
곧 천유하가 걱정스레 물었다. 이건이 꼭 찾는 게 있다고 해서였다.
“쌍아좌 성인이 행방불명이라니 어떡하죠? 분명 삼촌이 찾으시는 게 쌍아좌 성인한테 있다고….”
그 말에 이건은 천성재를 보았다. 성재에게 따로 시킨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누나랑 쌍아좌 성인의 위치를 알아내긴 알아냈는데 그게 좀 이상해서요.”
“이상해?”
“네. 육신은 일본인데, 영혼은 한국에서 발견되었어요.”
천성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삼촌. 이거 상당히 위험할지도 몰라요, 한국에서 삼촌 뒤를 몰래 노리고 있을….”
“아니, 그건 아냐.”
“!”
이건은 꽤나 흥미로워했다.
쌍아좌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높은 확률로 어딘가에 갇혀 나오지 못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놈들의 부하들의 행태를 보고 더욱 확신했다.
하지만 그 말에 천성재는 당황스러워했다.
“갇혀 있다니, 도대체 어디에….”
그런데 그때였다.
뭔가 떠오른 듯 이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재야.”
“응?”
“잠깐 너네 집 좀 가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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