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6)
제6화. 이런 미친놈을 봤나 (2)
세상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게 있다.
물론 거기서 뭘 가르치는지는 집집마다 다를 것이다. 그거야 부모님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큰 문제니.
하지만.
“아, 저 오타쿠 새끼들. 한방 더 먹일 걸 그랬네.”
“어휴 자기야. 그만해. 오빠 입만 더러워져.”
최소한 그 두 분께서 주둥이를 저따위로 쓰라고 가르치진 않으셨을 텐데.
이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커플은 이건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악마의 탑도 분명 저것들 짓이야. 그 때문에 괜히 뭣도 아닌 이건이 주목받고.”
“괜찮아, 자기야. 내가 오늘 자기 기분 다 풀어줄게. 저런 놈 신경 쓰지 마.”
“그래. 내가 참는다. 저 거지새끼.”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한테 거지새끼란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10초는 보고 개새끼라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사실 계속 궁금하긴 했었다.
왜 자신을 두고 짝퉁이라고 부르는 건지.
분명 탑 밖에서 만난 40대 사내 황씨도 계속 자신을 두고 이건의 사생팬이라고 했었다.
‘최소한 얼굴로 짝퉁 취급하는 건 아닐 테고.’
그나마 세상이 자신이라 알아볼만한 가죽 갑주는 탑을 나올 때 걸리적거려 던진 지 오래.
그러니 도대체 뭘로 짝퉁이라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건 아무래야 좋았다.
“야. 거기 바퀴벌레 두 마리.”
이건이 버릇없는 남녀를 불렀다. 그러자 깜짝 놀란 둘이 뒤를 돌아보았다.
“야? 바퀴벌레?”
“설마 지금 우리 부른 거냐?”
“그래, 거기 원숭이 둘. 니들 말이야.”
마치 멍멍이라도 부르는 듯한 손짓.
둘은 어처구니없어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저 또라이가.”
그리고 그들이 가까워지자 되려 기겁한건 소년과 황씨였다.
그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미친, 저건 쌍아좌 성단이잖아!’
‘왜 하필 저 사람들이!’
은 한마디로 전투집단.
12성신과 12성인을 따르며 도시를 방어하는 각성자 집단이었다.
하지만 둘은 몸을 떨면서 남자의 파란 카디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겉보기엔 특이한 엠블럼이 박혀 있을 뿐, 평범한 카디건이었지만 달랐다.
저건 분명히 옆 나라 성신의 힘을 받는 걸로 유명한 물건!
‘젠장, 왜 하필 건드려도 한국 1위 성단 놈을!’
하지만 남녀 둘은 오히려 즐거워했다. 불린 건 좀 의외긴 했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고운 마음을 품은 것도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오늘이 날이라는 듯 이건에게 가까워졌다. 담배를 쭉 빠는 입술이 기괴하게 올라갔다.
“왜, 이 오타쿠 새끼야. 이건 짝퉁이라고 하니까 찔리냐?”
사내는 담배로 이건의 얼굴을 지질 기세였다.
“아니면 니들이 물고 빠는 이건을 욕하니까 눈이 돌아갔… 큭?!”
사내는 혀를 씹을 뻔했다.
“으, 우으!”
마치 정강이가 타오르는 듯한 고통. 발로 까여도 제대로 까였다. 그야말로 비명도 못 지를 수준.
사내가 입만 벙긋거리며 고개를 들자, 이건이 웃고 있었다.
아니 짝퉁이고 나발이고.
“길빵을 했으면 사과부터 하셔야지?”
“!”
“아니 애초에.”
“?”
이건의 검지가 사내의 눈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빠각!
“아악!”
이건이 손가락을 튕기자 엄청난 힘이 사내의 턱을 후려쳤다.
그야말로 뼈가 박살나는 소리.
이건은 비뚜름하게 웃었다.
“길빵은 하면 안 되는 거고.”
사내가 뒤로 넘어가면서 함께 날아갔던 담배가 후두둑 떨어졌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특히 이건을 도망치게 하려 했던 소년은 아예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상대는 분명 해외에서도 날고 기며 아시아 일대를 크게 먹고 있는 쌍아좌 성단.
그래서 믿을 수 없었다.
‘거기엔 최소 A급 이상 괴물들만 있을 텐데…!’
그런데 딱밤 하나로 저 덩치가 넘어갔다고? 포크레인으로 밀어도 꿈쩍도 안할 인간들이?
하지만 놀라거나 말거나, 이건은 느긋하게 자신이 날린 담배를 주웠다. 그리고 향한 곳은 사내가 쓰러진 곳.
이건은 사내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잡았다.
“말해봐. 사람 얼굴이 재떨이야? 어?”
“……!”
머리를 잡힌 사내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이건 뭐, 손가락이 흉기 수준도 아니고!
자신을 잡은 소년의 악력이 상식을 초월했던 것이다.
심지어 이 주변은 다른 성신의 권능 탓에 힘이 억눌리는 비전투구역. 어지간한 상급 능력자들도 이정도 힘을 쓰진 못했다.
‘뭐지? 따르는 성신도 안 느껴지는 걸 보면 분명 일개미인데…!’
개미는 한마디로 일반시민.
매달 보호세를 내며, 12성인들이 운영하는 성단의 세수를 담당하는 일반인들이었다. 다시 말해 신의 힘을 받지 않은 비각성자들로, 보통 평신도라고 불렀다.
그러니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젠장, 뭐가 어떻게…!’
어쨌거나 마냥 당하고만 있기엔 제 여자 앞에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상대는 그래봐야 자기보다 체급도 훨씬 작은 고딩 꼬마. 힘이 반쯤 억눌러지긴 하나, 제약당하는 건 아니다.
사내는 깨진 턱을 붙잡고 일어나려 했다.
“이 새ㄲ…컥!”
그러나 사내는 토할 뻔했다. 목구멍을 쑤시고 들어오는 담뱃재와 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내의 입에 담배를 거꾸로 물린 이건이 웃었다.
“간접흡연이 안 좋은 건 잘 아시지?”
“!”
열 받은 사내는 뭐라 하려고 했지만, 다시 가까워지는 손가락에 질겁했다. 잘 모르겠지만, 또 저걸로 맞았다간 얼굴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우아랐쓰니까! 알아따고! 그마해!”
이건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사람 얼굴에 연기나 짝짝 뿜어대면 안되겠지?”
“으읍!”
“이제 안 할 거지? 그지?”
“읍, 으으읍!”
“그래. 알아들었으면 됐어.”
이건이 손을 치웠다.
사내는 안도했지만, 이건은 사납게 웃으며 또 손을 움직였다.
빠각!
“커헉!”
이번엔 주먹이었다.
결국 코까지 박살난 사내가 쓰러졌다.
이건은 입꼬리를 올렸다.
“말로 통할 놈이었으면 진즉에 안 했겠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야. 여자 바퀴벌레.”
“!”
“손모가지 날리기 전에 그 이상한 거 치우시지?”
“?!”
몰래 이건의 뒤를 노리던 여자는 식겁했다.
성신의 스킬로 기척까지 지웠는데 어떻게.
심지어 이건은 뒤를 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황급히 뒷걸음을 치려는 순간.
“경고하는데.”
이건이 손을 들었다.
“남의 뒤에서 수작부리다간 진짜 죽는 수가 있다.”
여자는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건이 더 빨랐다.
빠각!
엄청난 굉음과 함께 여자가 뒤로 넘어갔다.
“…허헉!”
이번 딱밤은 미간 공격이었다. 충격으로 목뼈가 나가지나 않으면 다행이리라.
결국 공격을 받은 여자는 침을 물며 쓰러졌다. 그녀가 뿌리려고 했던 괴이한 스프레이도 데구르르 굴러갔다.
그리고 정작 이 상황에서 태연한 건 귀나 후비는 이건 한 명뿐.
“자식들이 이정도면 알아먹었겠지.”
하지만 주변은 난리가 났다.
“야! 이게 무슨 짓이야! 아무리 그래도 상가 한복판에서 능력을 사용하다니…!”
그러나 이건은 되려 어처구니없어했다.
“뭔 소리야? 능력을 썼으면 쟤들 죽었어.”
“뭐, 뭐?”
황씨와 소년은 기어이 경악했다.
‘그럼 지금, 맨 손으로 1위 성단의 성도를 이 꼴로 만든 거야?’
아니 변종 늑대를 때려잡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놈이라 생각은 했다만!
‘도대체 어느 성신의 세례를 받았길래…!’
그들은 입을 다물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사실 아까부터 놀라고 있는 건 되려 이건 쪽이었다.
왜?
‘역시 그 자식들 물건이잖아.’
이건은 코끝을 찡그리며 스프레이와 뜯어낸 목걸이를 들어 올려보았다. 마치 똥 묻은 휴지라도 집는 얼굴.
틀림없었다.
‘놈들이 쓰던 성물.’
은 쉽게 말해 신의 힘이 담긴 물건이었다. 성스러운 신의 힘이 깃들었다 하여 성물(聖物).
12명은 각자의 신들에게 공물을 바치고 특별한 아티팩트를 받아 썼다.
그리고 자신의 감각이 맞다면 이 스프레이며, 옷이며, 틀림없이 일본쪽 . 그 쌍둥이자리 여자의 기운.
‘그런데 이걸 일반인들이?’
아니 마력을 쓸 수 있는 것 같으니 일반인은 아닌가.
어쨌든 그뿐이 아니었다.
[, 재물을 탐욕하는 황금양털의 권속들이 이 상황을 즐거워합니다] [어서 남녀 둘을 처리하라고 합니다] [양의 권속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어서 신음소리를 들려달라고 아우성칩니다] [보는 눈은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둘을 처리하면 유용한 재물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이건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폈다.
반경 10km 정도일까. 한 행정구역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기운.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12명의 성신 중 재물 성신, 백양좌의 기운이었다. 그래서 이상했다.
‘쌍둥이에 이어서 이번엔 양?’
어쨌거나 지들끼리 땅따먹기라도 한 듯, 사방에서 여러나라 성신의 결계가 느껴졌다.
특히 지하철 출구 쪽에서는 미국 성신의 힘이 물씬 풍겨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열 받는 것이었다.
‘이 새끼들이. 내가 분명 한국 쪽엔 얼씬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었을 텐데.’
감히 자신이 없는 사이에 멍멍이 마냥 영역표시를 해놔?
괜히 자신이 12성인들과 그들이 섬기는 성신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놈들은 자애로운 신이 아니다.’
12성신들은 비유하자면 인간들의 피를 빨아먹는 벼룩이나 모기. 아니 거머리 이상.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관심이 많은 놈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해충들이 아무 목적 없이 나타나?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해충도 먹이가 없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뜯어먹을 먹이가 있으니까 꼬여드는 것이었다.
그러니 놈들이 영역표시를 하는 게 반가울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정도로 영역표시를 해놨다면, 분명 자신이 만들어 설치한 보호 아티팩트를 죄다 건드려 놓은 것일 터.
‘내가 설치해둔 물건이 저절로 사라질 리도 없고.’
어쩐지 제 물건의 기운이 하나도 안 느껴진다 싶었더니.
이건은 같잖다는 듯, 비뚜름하게 웃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경고. 재물을 탐욕하는 양자리, 의 권속들이 노려옵니다]‘!’
이건의 발밑에서 붉은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그들은 이 상황을 즐겁게 주시하며 인파까지 막은 놈들. 모두 중국 측 백양좌 성신의 들이었다.
그리고 권속신들은 성신이 부리는 하수인들.
그들은 이건을 잡아먹을 듯 꿈틀거렸다.
이건에게서 성신이 안 느껴지니 만만하게 본 것이 틀림없었다.
[의 권속들이 권능을 사용해 제 욕구를 충족시키려 합니다]곧 낄낄대는 붉은 그림자들이 이건의 몸에 손을 대려는 그 순간.
“따까리들 주제에 어디서 개수작이야?”
이건의 살의에 그림자들이 우뚝 멈췄다.
그림자들은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장 안 꺼져?”
뱀의 눈을 한 그 눈빛에 권속신들이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걸 보는 이건은 같잖다는 듯 웃었다.
‘성신들 엉덩이나 빠는 것들이.’
동시에 결계가 사라지자 멀리 있던 소년과 황씨가 놀랐다.
“뭐야, 갑자기 결계가 왜!”
그러자 이쪽으로 꽤 짬밥이 있는 듯한 소년도 얼떨떨해했다.
“결계를 맡던 권속신들이 사라졌어요! 뭐… 어차피 이 근방에 있던 건 세금 징수용 결계라, 사라지면 오히려 저희에겐 좋긴 하지만….”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그들은 이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비명을 질렀다.
“아차차!”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이건이 급히 다가왔다.
“꼬마야. 이놈이 입고 있는 거.”
이건이 쓰러진 사내의 옷을 가리키자, 소년과 황씨가 이제 깨달은 거냐는 듯 탄식했다.
“일찍도 눈치챈다!”
“맞아요. 이 엠블럼! 분명 한국 1위 쌍아좌 성단이에요.”
“그러니까 왜 하필 일본계 직속 성단을…!”
“아니, 아니.”
“네?”
“이것들 명품 맞지?”
황씨와 소년은 황당해하다가 옷과 소품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옷이며, 가방이며 신발… 죄다 에르메스에 샤넬… 어우 이게 다 얼마야!”
“…속옷까지 명품인데요?”
“아무튼 이런 걸로 떡칠 한 걸 보면, 얘네 부자 맞지?”
“네? 그거야 당연하죠! 애초에 쌍아좌 성단이면 정재계 거물에 그 3세까지 가득….”
“어쨌든 싹 벗겨도 생활엔 지장 없는 애들인 거지?”
“…네?”
네?
소년과 황씨는 뭔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은 엉큼하게 웃었다.
어쩌면 탑 밖에 나와 가장 음흉한 시선일지도 몰랐다.
“잘됐네. 안 그래도 갈아입을 옷이 필요했는데.”
“네?!”
“정신적 피해보상금도 톡톡히 챙겨야지.”
“잠ㄲ….”
“아, 물론 속옷은 빼고.”
굶주린 영웅의 손은 빛보다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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