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7)
제7화. 이런 미친놈을 봤나 (3)
“그러니까 지금 뭐?”
분위기는 매우 심각했다.
이건은 드물게 험악한 얼굴로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마치 부모의 원수라도 보는 듯한 표정.
이건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말해봐. 뭐라고?”
그러자 상대는 대단히 의연하게 말했다.
[레벨이 너무 낮아 해당 자판기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이용해주십시오. 대단히 감사합니다.]이건은 결국 폭발했다.
“야! 죽을래! 너 방금 내 돈 먹었잖아! 빨리 고른 거 안 내놔?”
“혀, 형! 진정해요!”
“그래! 기물 파손은 안 돼!”
그랬다.
이건의 앞에 있는 건 자판기.
그는 지금 음료수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때는 15분 전. 길빵 사건 직후였을까.
‘그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성인은 인천이랑, 중국이랑 일본이라고?’
‘네. 맞아요.’
정보를 알려주던 소년이 손부채질을 하며 헥헥거린 게 모든 일의 시초였다.
‘뭐야. 덥냐?’
‘네? 아니 저기 그게….’
‘하긴. 슬슬 반팔을 입어야 할 날씨긴 하구나.’
‘……?!’
소년과 황씨는 이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었다.
저 인간은 지금이 40도에 임박하는 한여름날씨란 걸 망각한 걸까.
물론 이해 못할 것도 없었다.
상급 능력자쯤 되면 더위를 잘 안타기도 한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그건 바로 열과 불에 대한 저항력. 화염내성 수치 탓이었다.
하지만 세계에서 물고 빨아주는 최상급 성도 중에서도 저리 땀 한 방울 안 흘리는 놈이 있었나?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화염 내성이 얼마나 되길래?’
그러나 괴물 취급당하는 것도 잠시.
‘좋아. 음료수는 내가 쏠게.’
이건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쿨하게 자판기로 향했다.
심지어 본인의 돈을 꽂아 넣는 걸 본 둘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야야. 쟤 왜 저래! 저거 설마 우리 음료수에 독약 타려는 거 아냐?’
‘그, 그래서 설마 우리 지갑까지?’
앞서 기절한 남녀한테 한 짓을 떠올리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만 원짜리를 넣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사용자의 레벨이 너무 낮습니다.
-사회 기여도를 더 올리시고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자판기가 헛소리를 지껄였다. 심지어 돈까지 먹혔다.
그러니 열 받을 수밖에.
그리고 현재.
“야. 빨리 내 돈 안 뱉어?”
-사용하실 수 없는 구 지폐입니다. 다른 화폐를 사용해주십시오.
“내놓고 이야기 하라고.”
-두드리지 마십시오. 나쁜 짓을 하시면 안 됩니다.
“닥치고, 먹은 돈!”
-레벨이나 더 올리고 오십시오.
이건이 기어이 자판기 가까이 다가가자 황씨가 기겁했다.
“야야! 그거 부수지 말고! 사줄게, 우리가 사줄 테니까!”
“일단 먹힌 돈은 담당 성단에 연락해볼게요!”
이건은 빡친 듯 자판기를 노려보았다.
기여도.
그러니까 자신이 없던 20년 사이에 세상이 꽤 많이 바뀐 모양이었다.
‘돈을 많이 내든가, 아니면 성신을 위한 활동을 하든가 인가.’
어쨌든 세상을 구한 12영웅들은 성신을 앞세워 다양한 돈벌이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자판기 역시 그 산물 중 하나였다.
특별해 보이지만 요즘엔 이딴 게 평범한 자판기인 모양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국방력, 농업시설, 대중교통, 편의시설, 교육시설, 자원시설 등등. 현대시설의 대다수가 황도12궁의 관리를 받는다고 했다.
‘이 버러지들을 콱.’
그리고 놈들은 자신이 없는 사이에 정부 위에 서고, 덩치 불리기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로 소년이 핸드폰으로 보여준 설명 자료를 보니 더욱 가증스러웠다.
장문의 글이었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이랬다.
[신좌(神座): 일종의 세계적인 거대문파로 백양좌, 사자좌 등 12개가 있음. 신좌는 로 이루어진 군세.] [성신(聖神): 성신은 인간에게 힘과 마력을 주는 주체. 신이다. 인간 영역을 지켜주고 있음.] [성인(聖人): 성인은 신의 직계약자로, 성신과 성도를 연결해주는 사도이자 교황. 신과 일심동체라고 보면 됨.] [성도: 성도는 성인을 매개로 각성한 각성자들. 신좌에 소속되어 치안 유지 및 성신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함.]‘뭐, 대충 전 세계에 큰 길드를 만든 거군.’
신을 따르는 대기업형 길드 말이다. 물론 그 영향력은 국가와 인류단위 급.
놈들은 신과 인간을 계약시켜 거대한 권솔을 꾸린 것이다. 각성자들은 성인을 통해 신의 힘을 빌려 쓰는 것이고 말이다.
‘어쨌거나 일반인들은 이 신좌라는 것들의 활동비를 댄다고 했나.’
그게 바로 .
헌금으로 교회를 움직이듯, 돈으로 방위비를 갖추듯, 자금을 충당하는 것이다.
물론 그 양아치들이 하는 짓이었다.
그동안 성인군자인 척 연기한 모양이지만 대부분이 사리사욕으로 쓰였을 터.
‘뭐 자판기 수준이면 아직 귀엽지만….’
이건은 헛소리를 하는 자판기를 부술 듯 쏘아보았다.
놈들이 그간 해둔 짓이 가증스러워 노려본 건데, 그걸 뭐라 생각한 건지.
소년은 이건의 눈치를 보며 반환 레버를 열심히 돌렸다.
그리고 자판기에 적힌 번호를 보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던 황씨가 말했다.
“아, 담당 성단은 하필 이럴 때 전화를 안 받네. 할 수 없지, 일단 민원 넣었으니 천천히 기다려보….”
기다리긴 개뿔.
콰앙!
시원하게 들리는 굉음에 두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말리기가 무색하게 들려오는 기물파손 소리.
삑, 삐삐-
덜컹, 끼기긱-
댕그랑 댕그랑!
소년과 황씨는 새하얗게 질렸다.
자판기에서 와르르 쏟아진 건 음료수 캔들.
“오. 음료수가 13개나.”
역시 모든 기계는 때리는 게 직빵이다.
이건은 씨익 웃었다.
그러나 남은 두 사람은 아니었다.
“야! 난데없이 발차기를 날리면 어떡해!”
“맞아요, 이러면 잡혀가요! 경찰서가 바로 이 근처인데!”
하지만 음료수를 확인하던 이건은 자판기를 되려 노려 보았다.
“이자식이 콜라를 안 뱉었네.”
이건이 몸을 풀자 황씨가 비명을 질렀다.
“한번만 하라고!”
황씨는 다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야, 알고는 있는 거야? 심지어 이거 12신좌의 직영 자판기라고! 잡혀가는 걸로는 안 끝나!”
그러자 음료수를 마시던 이건은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신궁좌 거라며.”
“뭐?”
“그럼 괜찮잖아?”
“네?”
네??
그게 왜 괜찮은 거죠?
그들은 매우 당황해서 이건을 보았다.
아니, 애초에 신좌의 자판기가 이리 쉽게 털린 것부터가 당황스럽긴 하지만.
‘공산품이라 의외로 대충 만들었나?’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박살낸 친구의 자판기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다름 아닌 자판기를 보호하고 있던 신의 결정석!
홍색의 돌을 꺼낸 이건은 씨익 웃었다.
평소에도 마력이 부족해지면 친구의 물건을 박살내 이 신의 결정석을 조금씩 훔쳐가곤 했다. 마력을 뽑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 남몰래 슬쩍하는 그때였다.
“아 저기!”
소년이 난처해진 듯 갑자기 이건을 붙잡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까부터 계속 이 번호로 전화가 오고 있는데요.”
소년이 핸드폰 액정 화면을 보여주었다.
번호 상대는 아까 분식집에서 이건이 전화를 걸었던 사람.
“오택수인가, 아는 분 번호 아니세요?”
방금 파손 피해를 입은 자판기의 업주였다.
“받지 말라고 하셔서 일단 무시하고는 있는데….”
“그래. 잘하고 있어. 계속 받지 마.”
소년은 눈알을 굴렸다.
“그래도 벌써 20통째인데… 제발 주인분이면 연락 부탁드린다고, 문자도 오고 엄청 다급하게 오고 있는데.”
“무시해. 무시해. 전화한 사람 이미 죽었다고 하고 쌍욕하고 끊어버려도 돼.”
“네?”
소년은 정말 괜찮은가 싶었지만 이건은 코웃음을 쳤다.
기껏 자신이 옛정을 생각해서 음료수나 사 먹어주려고 했더니 활잡이 신좌 주제에 똥이나 먹이고.
물론 애타게 전화를 걸어오는 건 조금 의외긴 했다.
친구이긴 했으나, 20년이나 지났다길래 자신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헛된 우정은 아닌 모양이었다.
뭐, 지나간 세월이 세월인 만큼 다른 목적이 있는 걸 수도 있지만.
그리 생각한 이건은 그새 다 비운 음료캔 13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됐으니까 그 전화는 무시하고.”
“네. 알겠습… 어? 그런데 저희 음료수는요? 저희 것도 사주신다고….”
“자 그만 가자.”
“?!”
이건은 낄낄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소년이 놀랐다.
“어? 형! 어디가요?”
어디긴.
버스 노선표를 훑는 이건의 눈매가 짓궂게 휘었다.
무능한 자판기 업주 놈.
어디 속이나 좀 썩어봐라.
* * *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매정할 정도로 한결 같은 목소리.
문제의 자판기 업주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그 앓는 소리에 통화 상대가 혀를 찼다.
-아직도 연락이 안 되시나요?
부하 직원의 말에 금발의 남자, 신궁좌 성인은 가볍게 탄식했다.
앞으로 한국까지는 약 11시간.
부하를 통해 어떤 조사를 맡겼던 휴고 오터스는 초조한 듯 탑승소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국에서는 최대한 몰래 빠져나가는 터라 영국이 내준 비행기는 탈 수도 없었다.
덕분에 눈에 띄는 비싼 단벌 브리오니 수트도 서류 가방 안에 구겨 넣은 상태.
‘젠장. 몇 년 만의 공짜 퍼스트 클래스였는데.’
콱 한국에 도착하기만 해봐라.
“그래서 핸드폰 소유주는 중학생이라고?”
– 네. 작은 성단의 하급 능력자입니다. 위치까지는 아직 못 알아냈으나, 성주님께서 원하시면 당장 고소 절차를 밟고 성단 차원에서 인터폴에 정식 수사요청을….
순간 휴고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그리 크게 벌일 일은 아냐!”
목소리가 좀 컸다. 상대는 좀 당황한 듯했다.
– 아…! 하긴, 고작 장난 전화에 경찰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겠죠. 죄송합니다.
휴고는 이마를 짚었다.
‘경찰은 안 돼. 경찰은….’
경찰은 어느 나라든 12명의 숨결이 닿을 수 있는 곳.
이건과 연관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놈들의 시야에서 움직여줄 필요는 없었다.
아니 그보다 전화 상대가 어느 누구인데 감히 고소 따위를.
‘잘못하면 내 목이 날아간다.’
휴고는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었다.
음성메시지에 남아 있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했다.
어찌나 강렬한지, 아주 소름이 빡빡 돋아 다시 듣는 것도 힘들었다.
‘젠장. 그딴 메시지를 남길 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잖아.’
이건.
20년 만이지만 제 친구의 성질머리는 여전한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잊고 있었어.’
녀석은 생방송 중에 미국 대통령에게 레슬링 드롭킥을 날린 괴팍한 놈이었는데.
휴고는 울 것처럼 얼굴을 짚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한국 정부는 이건에게 걸려온 것 같은 전화를 장난인줄 알고 무시했다가 난리가 난 것 같고.
물론 듣자하니 관리중인 고위 간부의 실수였다지만, 회선 관리가 미숙했던 건 사실.
‘그녀석이 그런 걸 그냥 봐줄 리가 없는데.’
그러나 그 침묵을 뭐라 받아들인 건지, 부하가 말해왔다.
–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선에서 그 고약한 범인의 처리를…!
휴고는 바로 잘라냈다.
“아니. 바쁜 시기인데 그럴 거 없어.”
– 하지만 성주께서 이런 하찮은 일에….
“아니야. 원래 하찮은 일 일수록 직접 나서서 인생을 조져놔야 해. 그래야 세상 무서운 줄 안다고.”
부하는 입을 떡 벌렸다.
– 저기, 상대는 중학생… 아니, 아닙니다.
부하는 커흠 기침을 했다.
‘하긴 요즘 미성년자 보호법 때문에 성단에서도 문제가 많았지.’
물론 괜히 부하들이 나설까, 일단 되는대로 둘러댔던 휴고는 라운지 TV를 보았다.
TV화면을 보는 휴고의 시선은 좋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랜만이다. 그런데 전화는 좀 받으시지?]그랬다.
휴고를 불안하게 하는 건 바로 이딴 문자를 보내오는 놈들 때문이었다.
‘12성인.’
한때의 동료이자, 아마도 이건을 탑에 가두었을 장본인들.
그리고 이 뻔뻔한 것들이 10년 만에 연락을 해오는 건 딱 한 가지 이유이리라.
‘이건.’
물론 놈들은 이건이 살아있다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자신조차 반신반의하고 있는 중인만큼.
하지만 정말로 그게 이건이라면.
정말로 그가 죽지 않고 20년간 살아 있었던 거라면.
‘건이가 위험해.’
휴고가 마른 침을 삼켰다.
그야 이건이 13명중 가장 뛰어나고 강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후반기엔 본인의 몸 때문에 자신들의 무기 정비공으로 활동했었다.
그만큼 얼굴이며, 몸이며. 모든 신체가 늙고 망가져 있었는데, 그 상태로 20년이나 더 버텼다?
휴고의 눈이 질끈 감겼다.
비주얼조차 감히 상상하기 무서웠다.
‘전성기 때라면 또 모를까…!’
어쩌면 지금도 웬 노인이 수저만 겨우 달달거리며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 탑의 괴수들을 전부 죽이고 나왔을 리도 없을 터. 괴수한테 쫓기는 상황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성신의 천리안이나 추적 계통 스킬도 안 먹히고.’
이건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휴고는 안절부절 못했다.
‘아무튼, 다른 놈들보다 빨리 찾아서 보호해야 해.’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니, 왜.
이 싸가지 없는 놈아.
휴고는 애타게 발만 동동 굴렸다.
* * *
그리고 문제의 싸가지 없는 놈은 메로나만 물고 있었다.
“좋은 유흥이었다.”
밤 8시.
남이야 발을 동동 굴리든 말든, 신나게 게임을 즐기고 온 이건은 행복해보였다.
할 일이야 정해져 있지만, 지금은 회복을 위해서 쉬어줘야했다.
‘아직 생각보다 마력이 덜 차서 위험하기도 하고.’
위험하니 놈들을 만나기 전까진 마력은 다 채우는게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있던 소년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제 룸메가 성인과 굉장히 가까운 상급 성도에요.’
단순한 친구자랑이었지만, 이건은 딱 걸렸다는 듯 웃었다. 지금 상황에선 제 친구보단 훨씬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지금 그 녀석을 만나면 너무 티나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5층짜리 신축빌라 앞.
“오늘 집까지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기 불 꺼진 1층이에요.”
소년이 자신의 빌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자 황씨가 손짓했다.
“그래. 어서 들어가. 요즘엔 서울 한복판에도 재액이 발생한다니까. 나참 요즘은 신좌의 가호를 받는 데도 왜 이러는 지 원.”
소년이 알겠다며, 재빨리 이건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형! 오늘 목숨까지 구해주셨는데, 이렇게 데려다주기까지 하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이 주변은 위험했는데…집이 어디신지 모르겠지만 부디 조심해서 들어가시고, 이 은혜는 언젠간 꼭 다 갚…어, 어?”
고개를 든 소년은 당황했다.
“어? 어디로 사라졌지?”
이건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어딘가를 본 소년이 기겁을 했다.
그건 당연했다. 이건은 제 집 앞에서 귀를 파고 있었던 것이다.
“안 들어가냐? 나 엄청 졸린데.”
“네?”
심지어 살짝 뻔뻔하게 웃었다.
“뭐, 신세지는 입장이긴 한데, 네 생명의 은인이니까. 당분간 네 침대 정도로 참아줄게.”
“…네?”
“아, 그래도 베개는 메모리폼이면 좋겠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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