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8)
제8화.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 (1)
이건의 말에 소년과 황 씨의 얼굴이 볼만했다.
이 자식, 설마 이러려고 집에 데려다주겠단 소리를 꺼낸 건가!
“야, 너!”
“응,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돼. 다 아니까.”
이건의 짓궂은 미소에 황 씨는 이마를 짚었다.
어쩐지 안 그럴 것 같은 놈이 친절하게 배웅 이야기를 하더라니.
‘목적이 있었구나!’
덕분에 황 씨는 다급히 소년에게 속삭일 수밖에 없었다.
“야. 괜찮겠냐? 쟤 좀 위험해보이던데?”
늑대를 상대하던 것도 그렇고. 커플을 상대할 때도 그렇고.
게다가 무슨 기사를 본 건지, 냅다 청와대로 쳐들어가려는 걸 가까스로 말렸다.
“심지어 쟤 노래방에서 자기 이름도 그따위로 말했잖아. 기억 안나?”
“아.”
“쟤 진짜 골 때리는 이건 광신도라고. 유명하잖아. 그런 애들은 언론에서도 주의하라고 했고.”
“하지만….”
소년은 이건을 보았다. 그 와중에 이건은 빌라 입구에 있는 기계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자판기였다.
그리고 그런 이건을 살피던 소년이 난처해했다.
“사실 데려가는 건 상관없는데 룸메가….”
“아! 그랬지!”
황 씨는 되려 안도했다.
“네 룸메 그 유명한 상급 능력자지?”
“아, 네.”
“어쩌면 바로 쫓겨날 수도 있겠다. 네 룸메, 이건이 아니면 상대도 안 해줄 사람이니까.”
황 씨가 소년의 등을 쳤다.
“아무튼 오늘 이건이랑 악마의 탑 때문에 여기저기서 들떠 있으니까 조심하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경찰에 신고해줄게.”
소년은 질색했다.
“에이, 경찰이라니. 그래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쾅!
“악!”
또다시 울리는 굉음에 둘은 기겁했다.
바닥엔 과자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새 발차기를 날린 이건이 짓궂게 웃고 있었다.
이번에 파손한 건, 신궁좌의 과자 자판기.
“아싸. 야식 득템.”
소년과 황 씨는 침묵했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저게?”
“…….”
역시 신고해야 할까 봐요.
* * *
“누구 짓이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병실.
병실 안에서 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음성에 근처에 있던 간호사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1인실 침대 위에는 웬 미이라가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름 아닌 이건에게 담배 길빵을 했다가 졸지에 두들겨 맞았던 재벌 3세.
동시에 그를 보는 노인의 미간에 성난 내 천 자(川)가 잡혔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 아이를 이 꼴로 만들어!”
그 언성에 결국 한 남자가 탄식하며 나섰다.
“회장님. 손자 분은 걱정 마십시오. 저희 성단에서 책임지고 살펴드리겠습니다.”
그는 바로 한국 1위, 쌍아좌 성단의 S급 간부.
사실 연락을 받았던 의 민성훈은 제 귀를 의심했었다.
아니, 다른 누구도 아니고 무려 쌍둥이좌의 직영성단. 그것도 한국 1위 성단의 성도가 한낮에 봉변을 당하다니.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쪽이 아니었다.
“회장님. 이미 들으셨겠지만 손자 분이 빼앗긴 물건 중에 중요한 물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건 A급 성물로 보이나 실제론 S급으로, 일본의 신좌께서 아끼시는 중요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뭐?”
민성훈의 얼굴이 티 나지 않게 꿈틀거렸다.
그래서라니?
지금은 국보보다 귀중한 걸 댁의 손자 놈이 잃어버렸다고 하고 있는데!
‘백양좌의 눈을 피하려고 이런 놈에게 운반책을 맡긴 게 실수였다.’
하지만 그 눈빛을 읽은 건지, 건장한 노인의 입가가 비틀렸다.
“그러니까. 몽타주까지 줬는데 범인 찾기는 뒷전이고, 지금 자기네 물건 찾기가 먼저시다?”
그러자 민성훈은 헛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아니 물론 범인 찾기까지는 해줄 수 있다 쳤다. 어차피 찾아야 했고.
하지만.
“지금 일반 시민한테 딱밤을 쳐맞고 왔다는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아니! CCTV 돌려보라니까!”
결국 손자의 말에 민성훈은 헛웃음을 흘렸다.
돌려보라해도 이놈이 당한 곳은 중국 양자리의 관할구. 제대로 된 목격자도, CCTV 증거물도 없다.
‘뭐 그거는 라이벌 성단이 당하고 있으니까 신바람이 나서 수작을 부린거겠지.’
그러니 손자 놈의 증언을 사실이라고 치자. 하지만 왜 하필 쳐맞아도 이건의 짝퉁인가.
‘오늘도 이건 때문에 우리 성단 뉴스가 묻힌 판국에!’
그러게 왜 이건 짝퉁 따위에서 쳐맞고 오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을 때, 미이라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1위 성단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야. 지금 내 얼굴이랑 다리 안 보여? 니들이 준 보호 성물도 다 쓸모 없던데?”
“정말 성물 쓴거 맞습니까? 기부입단 하시느라 성물 다루는 것도 익숙지 않으실텐데.”
“뭐라는 거야, 제대로 쓰고 있었다니까! 이 사기꾼들아!”
민성훈은 실소했다.
범인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감히 성신들의 성물을 깨트려?
“그건 12성인들도 감히 파괴하지 못하는 보호구입니다. 그런데 그 짝퉁이 성물도 무시하고, 딱밤으로만 뼈를 박살냈다고요? 그 정도면 이미 성물을 만든 성신급이죠!”
“뭐?”
“심지어 그놈한테선 따르는 성신의 기운도 안 느껴졌다면서요. 그깟 일반인이 성물의 효과를 깨는 게 말이 됩니까? 소설도 정도껏 지어내야지.”
“그러니까 니들이 짝퉁을 준 게 아니냐는 거잖아!”
“이게 뭐라는…!”
“둘 다 그만 안 해!”
회장의 노성에 둘은 침묵했다.
“안 그래도 지금 이건이 살아있나, 죽었나 중요한 시국에!”
“!”
회장은 애가 타들어갔다.
전 세계의 성단과 국가. 거기에 대기업의 총수들까지 이건의 소식을 두고 긴장을 하는 판국이었다.
그도 그럴게 12성신의 가호가 없으면 괴수나 재액에 위협받는 위험한 시대.
그런 시대에서 그들의 동료였던 이건은 어떤 키가 될지 모른다.
이건의 존재는 지금 그 정도였다.
그리고 아마 모든 나라가 그리 생각하고 있겠지.
‘살아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장 먼저 데려와야 하고, 가망이 없다면….’
“됐고, 성단에 전해. 성단장급을 풀어서 내 손자를 이리 만든 놈을 당장 처리하라고.”
“네? 성단장급이요? 제정신이십니까?”
민성훈은 정말 놀랐다.
그들은 12성인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능력자들이었다.
비유하자면 교황급인 12성인을 보좌하는 추기경 급의 위치라 보면 되었다.
물론 자신도 같은 S급대이긴 하나, 성단장들은 특별히 성신과 성인들의 총애를 받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뭐?
“아무리 그래도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그동안 받은 후원금을 싹 되돌려주고 싶나보지?”
민성훈의 얼굴이 묘하게 구겨졌다.
‘지금 시대에서 재벌들 따위.’
성신들의 가호를 돈으로 사가며 승승장구 하는 것 뿐이건만.
‘뭐 그래도 거액 기부자에, 성인들의 손님을 무시할 순 없지.’
그 때문에 S급임에도 자신이 온 것이었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알겠습니다. 범인은 저희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어차피 빼앗긴 S급 물건도 되찾아 와야 한다.’
애초에 상대가 이건 짝퉁이었던 시점에서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긴 했다.
원래부터 자신들 쌍아좌는 이건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었으니까.
‘그래봐야 신격화된 구닥다리 주제에.’
어쨌거나 이일은 자신들의 우두머리. 일본의 성인이 알기 전에 빨리 해결해야 했다.
그리 생각한 민성훈이 병원에서 나왔다.
‘뭐, 고작 이건 짝퉁하나 처리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어.’
그야말로 엄청난 착각을 하면서.
* * *
“좋아. 예수님 머리 탈출.”
한편 악마의 탑이 부서지고, 세상이 발칵 뒤집힌 지 반나절 째.
지금 세상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남자는 작은 욕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서걱! 위이잉!
비록 작은 빌라였지만 화장실은 깨끗했고 욕조까지 있어서 딱 이건의 취향이었다.
아니, 사실 그 지옥 같은 탑이 아니라면 어디든 극락이겠지만.
그리고 이발이 끝난 그는 흐뭇하게 제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그건 당연했다.
‘머리숱이 이렇게 빵빵하다니.’
사실 몸의 리스크 때문에 많은 걸(?) 희생해야 했던 그였다.
그중 하나가 탈모.
세상은 모르겠지만, 능력을 쓸 때마다 후두둑 떨어지는 머리털을 보며 얼마나 피눈물을 쏟았던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초재생의 영향으로 원형탈모 및 M자 탈모가 치료되었습니다] [튼튼한 머리카락이 쑥쑥 자라났습니다]“뭔진 몰라도 초재생 스킬 최고.”
동시에 그는 아까부터 자료 조사차 틀어놓았던 핸드폰 영상을 보았다.
아주 오래된 유튜브 영상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죽은 후일까. 나오고 있는 영상은 제 원수들의 영상이었지만, 정작 그걸 보는 이건은 즐거운 듯 아까부터 깔깔 웃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알고 계십니까? 이건이 사라진 이후, 3년 째 참패를 하고 계십니다!] [심지어 얼마 전, 사자좌께서는 칼도 휘둘러보지 못하고 후퇴하셨다고!] [정말 붉은 눈을 잡은 영웅들이 맞냐며, 후원금 반환 여론이 일고 있는데 한 말씀 좀!] [왜 이건도 혼자 잡은 괴수한테 패배하셨는지 답변 좀 해주시ㅈ…] […글쎄, 질문 안 받는다고 했잖소!]이건은 낄낄대며 다시 버튼을 눌렀다.
‘되감기, 되감기.’
하도 사자좌의 표정이 웃겨서 벌써 조회수를 50번은 올려줬을 것이다.
특히 이미 이겨봤던 놈들한테도 꽁무니를 빼고 도망쳤다는 건 아주 가관이었다.
그러니 하는 말이었다.
‘등신새끼들.’
적이 그 붉은 눈 하나뿐이라고 생각했었나.
하지만 그래서 이건은 오히려 즐거운 것이었다.
왜?
놈들이 자신을 팔아 최정상에 올라선 만큼, 그걸 깨부수는 맛도 상당할 테니까.
과연 그 후폭풍을 본인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날 봤을 때 표정이 보고 싶네.’
물론 20년이나 지났으니 놈들도 달라지긴 했겠지.
게다가 놈들에겐 성신의 존재도 있겠다, 견제 겸 좀 특별한 힘을 개발하면 좋겠는데.
‘마력도 아직 덜 찼고.’
새로운 힘을 쓰게 된 탓인지는 몰라도 마력이 차오르는 게 너무 느렸던 것이다.
‘아직 10%도 안 찼어.’
자고 먹는 게 유일한 회복 방법이지만, 효율이 굉장히 낮다.
자판기에서 얻은 신궁좌의 결정석도 수명을 다했는지 도움이 안 됐고 말이다.
‘최소 절반은 차야 좀 수월하게 쳐들어갈 수 있는데.’
그래서 뭔가 방법이 없나 수염까지 밀던 그때였다.
벌컥!
“대박!”
“!”
욕실 문을 열고 들어온 소년이 탄성을 질렀다.
“형 머리 자르셨어요? 와, 미쳤다. 진짜 잘생겼네.”
갈아입을 옷을 가져온 소년은 이건을 보며 감탄을 했다. 심지어 꾀죄죄한 몰골이 사라지고 나니, 시원한 이목구비는 완전 연예인급 얼굴이었다.
“아까는 몰랐는데 진짜 미남이셨네요.”
이건은 웃었다.
뭐, 확실히 그 괴물과 동일 인물로 볼 수는 없지.
그래서 시치미를 떼며 마력 회복을 하려고 하는데 소년이 돌연 새하얗게 질렸다.
“혀, 형! 빨리 피해요!”
“?”
뭔 일인가 했더니, 이건의 뒤에서 흉악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화재 경보 같은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삐-
연기는 척 보기에도 위험하다 싶을 만큼 거대해졌다.
그러자 소년이 다급히 이건을 데리고 나가려 하며 소리쳤다.
“뭘 보고만 있어요! 괴수에요! 빨리 건물 밖으로 도망쳐야 해요! 어제도 저걸로 위층 사람이 죽어나갔…!”
그러나 이건은 소년의 코앞에서 뭔가를 낚아챘다.
팡!
“악!”
압축된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는 덤. 그리고 이건이 움켜쥔 손을 풀자 소년은 기겁했다.
“!”
그의 손에서 파리 크기의 벌레 괴수가 가루가 되어 떨어진 것이다.
얼핏 생김새는 모기.
“이제 이걸로 도망 안 가도 됨.”
“……!”
소년이 고개를 돌리자 놀랍게도 검은 연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소년은 당황스러웠다.
연기가 사라지는 걸 봐선 저게 이번 일의 원흉인 것 같지만.
‘저, 저걸 한 손으로 때려잡았어?’
성신들의 스킬을 쓴 것도 아니다. 오로지 반사신경이었다.
‘전문 퇴치사들도 퇴치 못하겠다며 돌아갔던 건데.’
심지어 보이지도 않는 걸 잡다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데 그때였다.
“됐고, 너.”
이건은 짜증 섞인 얼굴로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소년은 이건의 표정에 기겁했다. 한대 맞을 것 같았다.
“악! 죄송해요! 뭔지 몰라도 때리진 마시…!”
그러나 이건은 뜻밖에도 소년의 머리 위에 있는 물건을 빼앗아갔다.
“이거.”
“아…!”
그건 바로 벽에 걸린 천사조각상이었다. 하지만 그걸 본 소년은 어째서인지 굉장히 난처해했다.
그건 당연했다.
“이런 거 싹 다 버리랬지?”
그랬다.
사실 이건은 아까도 집안 곳곳에 있는 물건에 태클을 걸었었다.
‘야. 이거 뭐야.’
‘네? 아! 역시 알아보시네요! 그거 12성인 분들의 한정판 성물인데, 무려 홈쇼핑 특가로 3만 9천 9백 원에….’
‘버려.’
쨍그랑!
“아악!”
이건은 사정없이 집안 곳곳의 물건들을 박살(?) 냈었다.
척 봐도 온갖 미신과 샤머니즘이 합세한 잡동사니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아깐 좀 미안했는지, 이번엔 물건을 깨버리진 않았다.
“됐으니까 빨리 버려. 오히려 이거 때문에 괴수가 나온 거니까.”
“네, 네?! 하지만 그건 신좌들의 상급 액막이 성물인데요? 심지어 그건 그 절세미녀로 유명한 마법 성인께서 입까지 맞춰주신…!”
“아씨. 더러워.”
쨍그랑!
“아아악!”
소년은 무참하게 던져지는 조각상에 울부짖었다. 이건은 소독제를 찾으며 혀를 찼다.
“내 말 믿고 싹 버려. 순 사기품이니까.”
사실 침입해오는 괴수들은 퇴치방법이 따로 있었다.
그런데 그걸 이딴 샤머니즘 급 물건을 액막이 물건이라고 팔아?
“잘 들어. 이 가면은 구매자의 상태를 감시하는 성물.”
“네, 네?”
“그리고 이 오르골은 구매자의 개인정보를 뜯어가는 스킬이 걸린 성물.”
“네?!”
“심지어 이 시계는 오히려 괴수를 불러내는 성물!”
“지, 진짜요?! 그럼 이 12성인 인형은요?”
“알게 뭐야! 하지만 모델이 거지같으니까 버려!”
“?!”
쨍강!
마침내 이건이 놈들의 해악 성물을 모조리 박살냈을 때였다.
[마력이 일부 회복되었습니다] [만물을 두드리는 자의 특성이 발동되었습니다.] [특성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뭔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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