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80)
제80화. 수상하기 짝이 없다
천성재가 이건이 던진 물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건 이건이 성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었다.
하지만 정작 천성재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듯했다.
그건 당연했다.
‘삼촌. 하필 주셔도 왜 이딴 걸….’
그랬다. 제 손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신궁좌 피규어였던 것이다.
테리우스 시절의 20대 버전과 현재의 40대 버전이었다. 신궁좌의 성인답게 활시위를 당긴 모습이 굉장히 멋졌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왜 하필 신궁좌의 피규어를?’
성도들도 괴이해했다. 물론 그들 중에서 감격한 건 휴고 하나 뿐이었다.
‘건이 녀석. 그래도 친구라고…!’
필시 자식들이 아버지를 사랑하게끔 협조하라는 제 부탁을 들어준 것이겠지.
그러나 아버지 피규어를 빤히 보던 천성재는 잘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괴수한테 먹히는 디오라마로 쓰라는 거죠? 감사합니다!”
“콜ㄹ…야! 천성재! 너 아무리 그래도 아빠의 피규어를 가지고!”
너무 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려 할 때, 이건이 깔깔 웃어댔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허접한 신궁좌 따위를 조카 선물이라고 주겠냐.”
“야!”
“진짜 선물은 거기에 담은 내용물.”
“내용물?”
이건은 대답대신 천성재가 쥔 피규어를 보았다.
[이재원] [천지우]그걸 보는 이건이 씨익 웃었다.
“그 안엔 영혼이 담겨 있어. 한 명은 이재원, 한 명은 천지우.”
“……?!”
낯익은 이름에 전원이 놀랐다.
성도들은 물론, 천성재와 휴고의 표정도 완전히 변했다.
특히 병원에서 연락을 받았던 휴고는 손까지 떨렸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었으니까.
이름을 들은 천성재도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손이 떨렸다.
“어, 엄마랑 지우 형이요?”
그 반응에 이건은 흡족하게 웃었다.
그랬다.
이건이 처음부터 두꺼비를 무기로 공격 안 한 이유는 영혼들 때문이었다.
마력을 빼앗기는 터라 맨 처음에 놈을 봤을 때 딱 한 번 밖에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양웨이나 헤이지 때의 일이 있었기에 영혼의 기척은 이제 나름 금방 파악했다.
그리고 거기엔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있었지만, 유독 신궁좌의 기운을 강하게 띄는 게 있었다.
2개였다.
그리고 솔직히 둘의 이름은 몰랐지만, 고트가 했던 이야기와 맞물려 추론을 했을 뿐이다.
혹시 그 2개가 잡아먹혔다는 휴고의 아내와 부하가 아닐까 하는.
그렇게 이건은 영혼에 상처가 안 가게끔 공격하고, 몸속에서 둘의 영혼을 끄집어낸 것이다.
물론 영혼이라 해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왜?
[영혼의 상태가 다소 온전하지 못합니다]신궁좌의 기운이 배어 있어서 그랬던 것인가. 양분으로 빨아먹힌 흔적이 있었다.
그 증거로 다른 사람들의 영혼은 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 두개는 들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영혼이 알아서 몸을 찾아간 것과도 대조되었다.
“그래도 그게 두 사람의 영혼은 맞아. 확실해.”
“……!”
전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특히 신궁좌 성도들이 술렁거렸다.
“영혼 뽑아내는 건 쌍아좌나 물고기좌 마법으로도 못하는 거잖아요?”
“성신급은 되어야 하지 않아?”
“누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고트도 경악한 듯 이건을 보았다.
도대체 저 사람은 어느 능력까지 쓸 수 있는 것일까.
반면 그 영혼을 보는 천성재의 손이 떨렸다.
정말로 이게 두 사람의 영혼이라면.
천성재는 분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역시 그 불탄 마도서 페이지가 있어야 했는데…!!”
그 페이지만 있으면 영혼을 실체화하거나 빙의시킬 수 있는 마법을 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하필 그 개새끼가 불태워 가지고…!”
“그 개새끼?”
이건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아무래야 좋다는 듯 말했다.
“뭘 안타까워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쓸데없는 짓 할 필요 없어.”
영혼이 손상되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돼지저금통의 입에 물려놨었다.
피슈는 제 권속신이라 하급 초재생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돼지저금통의 체내에 든 물건들은 조금씩 재생됩니다] [성도가 생기면 뱀주인좌 기본특성 을 성역에 활성화 할 수 있습니다]“아무튼 두 사람의 육신에 그 영혼을 넣어봐. 분명 되살아날 테니까.”
그러나 천성재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육신이라니요…! 두 사람은 이미 10년 전에 화장을 해버렸는데…!”
그랬다.
영혼이 있어도 이미 돌아갈 육신이 없다. 괜히 자신이 3년간 쌍아좌에서 강령술 같은 걸 연구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납골당에….”
그 표정에 이건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휴고를 노려보았다.
“얼씨구. 이게 아주 지 자식들까지 속였네?”
“……!”
휴고는 당황한 듯 이건을 보았다. 그러나 이건이 날카롭게 웃었다.
“납골당은 개뿔. 네 와이프랑 부하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있잖아.”
“?!”
가장 놀란 건 천성재였다. 휴고의 반응에 이건이 비웃었다.
“왜. 나까지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냐? 그 오줌싸개가 그랬잖아.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라고. 그럼 대충 각 나오지?”
결국 휴고가 이마를 짚었다.
감히 누굴 속이겠냐는 것이었다.
“그래 맞아. 둘 다 병원에 있어.”
“아빠!!!”
“성주님!!”
특히 천성재는 울기 직전이었다. 배신이라도 당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깨어날 가능성이 제로였어.”
그 뿐이 아니었다.
[자 휴고, 골라. 양자택일이야.]다시금 떠오르는 어떤 여자의 미소에 휴고는 이가 갈렸다.
천성재가 됐다는 듯 외쳤다.
“누나는요! 누나는 알아요?”
“…….”
휴고가 시선을 피하자 천성재는 빡친 듯 제 핸드폰을 꺼냈다.
“와, 최소한 누나한테는 말했어야ㅈ… 뭐야, 이거!”
부재중 전화가 무려 10통.
그것도 전부 누나였다.
이정도로 전화를 걸 누나 성격도 아니라 당황스러웠지만, 곧 뭔가를 본 천성재가 공포에 질렸다.
[너 삼촌한테 성단 스카웃 받았지?]평범한 질문이었지만, 왠지 먼저 들어가면 죽는다는 협박으로 보이는 건 착각일까.
“이씨, 어떻게 알았지? 나중에 자랑하려 했는데….”
물론 지금 이건 아무래야 좋았다.
“아무튼, 그 병원 어딘데요! 당장 가서…!”
“넌 안 돼! 그건 아빠가 나중에 할 테니… 컥!”
휴고는 이건에게 걷어 차였다.
그리고는 휴고한테서 주소를 뜯어내 천성재에게 던졌다.
“가면 그 허접한 피규어 모가지 콱 비틀어버려. 그럼 영혼을 넣을 수 있을 거야.”
땅에 쳐 박혀 있는 휴고가 화를 냈다.
“너… 일부러 내 피규어에 넣은 거지!”
이건은 개무시했다.
그리고 천성재와 신궁좌 성도들이 텔레포트로 이동하려는 순간.
“성재야.”
“!”
이건이 천성재를 향해 뭔가를 튕겨주었다.
코인이었다.
천성재는 깜짝 놀랐다.
“필요할 때 써. 언제 쓰면 되는지는 때가 되면 알 거고.”
“?”
천성재는 정체 모를 코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인에 생전 처음 보는 뱀 문양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12성신의 느낌은 아닌데.’
아무래야 좋았다.
“꽃이라도 사가. 10년 만에 엄마 본다고 다 큰 놈이 질질 짜지 말고.”
“……!”
천성재는 순간 울컥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신앙심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광신도급 행적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렇게 천성재가 사라지자, 모래를 뱉던 휴고가 화를 냈다.
“넌 또 내 아들한테 뭔 수상한 걸 준거니?”
“니 새낀 알거 없고.”
이건은 주머니 속에 가득한 코인을 만지며 흡족하게 웃었다.
그랬다.
사실 그건 바로 이건이 힘의 시련이 끝난 뒤, 명예의 시련을 위해 개방한 스킬.
스킬로 만들어낸 물건이다.
[포인트 5가 차감되었습니다] [포교스킬을 개방했습니다] [종속(포교)] (M)– 인간 1명을 뱀주인좌의 직속 권속으로 각성시킨다
– 특별한 미션포교 코인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걸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대상의 신앙심은 300% 입니다] [조건 만족. 포교가능 대상입니다] [천성재: 특A+] [2가지 방법을 택할 수 있습니다] [,] [대상의 능력치가 높고, 신앙심도 더욱 올랐습니다] [이번 일로 권속의 가치가 전에 비해 더 올라갔습니다] [일반포교시, 즉시 권속으로 들일 수 있으며 A랭크만큼의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미션포교시 실패확률이 존재하지만 S랭크만큼의 업과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이건은 웃었다.
‘이왕이면 좋은 게 좋은 거지.’
이건이 처녀좌의 도시 쪽으로 향하면서 물었다.
“넌 왜 안 따라가고 남았냐?”
“난 그 두 사람 얼굴을 볼 자격 없어. 그리고.”
휴고의 눈빛이 살벌해졌다.
“아직 처녀좌가 남았잖아. 네 일이 먼저야. 개인적인 일로 이탈할 생각은 없어.”
하물며 처녀좌는 성인 중 이건과 쌍벽을 이루는 천하의 괴짜다.
지랄 맞은 것들끼리 조용히 대면할 리가 없었다. 이건 혼자 보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문양.’
휴고 역시 상당히 열받아 있는 상태였다.
이건을 습격한 범인과, 제 아내와 부하를 습격한 범인은 동일 인물이다.
쳐들어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일단 만나면 목부터 따자.”
“콜.”
20년 만에 이건과 휴고 콤비가 손을 잡았다.
* * *
한편 그 무렵, 처녀좌의 성역 .
마치 베르사유 궁전을 보는 듯한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공간이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금색 일색.
하물며 성역을 관리하는 상위 성도들은 전원 여자다.
하지만 처녀좌는 아주 막강한 전투신좌. 성도들의 미모가 뛰어나 모델로 착각할 수 있지만 전원이 뛰어난 방위군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아주 화려한 사람이 들어섰다.
“성주님!”
“케빈 님!”
피묻은 갑주와 망토를 휘날리며 들어오는 건 금발의 젊은 미남이었다.
세계 절세미녀로 전갈좌 성인과 쌍아좌 성인을 꼽는다면, 남중일색으로는 처녀좌 성인을 꼽을 정도였다.
[아도니스도 울고갈 이 시대 제일의 아름다운 CG 미남] [헐리웃 배우들도 투샷 거부]실제로 여성팬이 가장 많은 신좌이자, 남자들에겐 지가 나르시즘 술탄인 줄 아느냐며 질타받는 신좌였다.
그리고 왕자나 귀족 같은 외모지만 약간 신경질적인 인상의 그가 바로 처녀좌의 성인.
케빈 아자르.
전투신좌이자 인류 최강의 검사로 유명한 서쪽의 패왕(霸王)이다.
하지만 최전방 토벌 후. 모처럼 성역에 돌아온 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 이건이 내 땅에 들어와?”
“예. 그렇습니다.”
“하물며 내가 없는 사이에 이건이 3돔에서 괴수까지 잡았다고?”
“예! 예의 공략불가 종입니다. 성주님께서 저희와는 상성이 맞지 않다며 이건에게 의뢰하셨다고….”
그 말에 팔을 벌려주던 처녀좌가 눈을 번쩍 떴다.
“미쳤어? 내가 왜 그놈한테 우리 땅의 수호를 맡기는데!”
그 눈빛에 갑옷을 벗기던 처녀좌 성도들도 침묵했다.
사실 이번 토벌을 처녀좌가 이건에게 맡겼다는 말은 절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미쳤다고 내가 이건이 주목 받을 짓을 할 것 같아!”
그랬다.
처녀좌는 이건을 몹시 싫어했다.
“이건…! 그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그가 그 정도로 이건에게 치를 떠는 이유는 간단했다.
매번 이건 놈이 자신보다 주목을 받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건! 영웅으로 죽고 20년 간 신격화 되어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았으면 됐지! 20년 만에 난데없이 튀어나와서는 또 세상의 이목을 다 가져가!”
참다못한 처녀좌가 칼을 뽑아 들자 주변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서, 성주님!”
“진정을… 꺅!”
“죽어라 이건!”
쾅!
처녀좌는 이건의 사진에 칼을 꼽았다.
안 그래도 처녀좌는 악마의 탑 붕괴 사건 당시, 가장 펄펄 날뛴 성인이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내 위대한 레드존 토벌이 고작 2면이라니! 고작 이딴 악마의 탑이 붕괴된 사건 때문에??’
그랬다. 그 당시 무려 최초로 레드존을 토벌했음에도 이건의 귀환설에 밀렸다! 심지어 기네스북에도 올라갈 만한 내용인데!
어디 그뿐인가.
처녀좌는 20년 전부터 단 한 번도 이건에게 이긴 적이 없었다.
뛰어난 문무로 온갖 공적을 세우면 뭘 하나.
<이건, 괴수토벌에서 최단 기록으로 1위?
그렇다고 사람들의 이슈를 끌만한 신기록을 세우면 뭘 하나!
일부러 그러는 건지, 이건의 저주라도 걸린 건지!
신문 1면부터 시작해, 뉴스 톱 타이틀에 심지어 뽑기 순번에 하다못해 화장실 순서까지!
뭘로든 그의 앞에 서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모든 부문에서 이건에게 1위를 빼앗겼다.
“지금 유튜브 영상도 그러해! 이 몸의 위대한 공략 영상이 20년간 2위라고! 2위! 이건 그놈한테 매번 근소한 차이로 밀려서!! 2위!!”
쾅!
이쯤 되니 저주를 받은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다.
물론 그나마 케빈이 이건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있었다.
바로 얼굴이다.
이건은 솔직히 말해 오크에 비유하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의 괴물이니까.
하지만 그것마저도 이번 소피의 기자회견 이후로 완전히 뒤집혔다.
“악!”
“성주님!”
처녀좌는 피 섞인 기염을 토했다.
“이건 그 자식이 기어이 또…!!”
“지, 진정하십시오! 가십지의 조회수 올리기 수법일 뿐입니다! 실물은 오징어일 게 분명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케빈 님을 이길 수 있는 분은 없습니다! 저희가 보증합니다!”
뭐 아무래야 좋았다.
왜 자신이 의뢰한 적도 없는 토벌 의뢰서가 이건에게 갔으며, 4돔과 5돔이 왜 그리 허망하게 파괴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건이 내 땅에 와 있다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그러자 처녀좌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잘됐군. 20년 전엔 허망하게 죽어서 실로 안타까웠는데.”
처녀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엔 직접 죽여서 이번에야 말로 1면을 차지해주마!”
분노에 가득 찬 그가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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