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1
1화 회귀 (1)
“…형, 괜찮아?”
녀석이 말했다. 옆구리를 베어 먹힌 듯 뜯겨 나가 내장이 비집어 나오고 있는 주제에 괜찮냐고 물어왔다.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조금 창백해졌을 뿐 태연한 녀석의 낯짝이 짜증 났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아무 말 없이 동생을 올려다보았다.
사사건건 내 일을 방해하던 녀석이다. 잘나긴 더럽게 잘나서, 그 잘난 동생 발목 붙잡지 말고 얌전히 있으란 소리를 귀 따갑게 들어 왔다. 결국 이렇게 거하게 발목을 잡다 못해 부러뜨려 놓았으니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말이다.
“…너, 여기 왜 왔냐.”
구해진 주제에 퉁명스런 목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냥 주제 모르는 짓을 한 대가로 뒈지게 놔두지 왜 찾아와서 이 지랄이냐. 사이좋기는커녕 얼굴 마주쳤다 하면 찬바람만 쌩쌩 불었는데.
내 다리뼈가 산산조각 났을 때 병문안 한 번 오지 않았다. 평생 절룩거리게 된 다리를 고치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차갑게 거절하고 끌어낸 그날, 나대지 말고 주는 돈이나 받아먹으라며 날 내팽개친 뒤로는 말도 제대로 섞어 본 적 없었는데.
내 물음에 녀석이 쓰게 웃었다.
“왜 왔냐고, 시발.”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욕이 튀어나왔다. 제 어깨에 걸린 기대가 얼만데 쓸모없는 핏줄 하나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놔. 미친 새끼.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다고. 네놈이 죽어서 뉴스에 나오면, 빌어먹을, 난 욕이나 몇 마디 지껄이고 잊을 건데.
근데 넌 뭐라고 날 구하냐.
화가 났다. 녀석이 아닌 내 한심함에 화가 나고 짜증이 치솟았다.
그래, 나는 항상 못난 형이지. 이런 상황에도 열등감에 가득 차 철없는 불만이나 뇌까리는 쓰레기지.
그러니까 그냥, 던전 구석에서 뒈지게 내버려두지 왜 찾아와!
“잘 들어, 형.”
녀석이 내 물음을 씹고 말했다.
“라우치타스는 다섯 시간을 주기로 잠에 빠져들어. 앞으로 딱 한 시간만 숨어 있으면 수면 상태에 들어갈 거야. 그때 입구로 빠져나가면 돼. 자잘한 몬스터는 내가 전부 처리했으니까 라우치타스만 건드리지 않으면 무사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 녀석이 푸른색 작은 돌을 내게 내밀었다. 닫힌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구를 만들어 주는 게이트석이었다. 입구 근처에서만 쓸 수 있으며 1인용에 1회용이기까지 한 무척이나 귀한 아이템이다.
나는 게이트석을 받지 않고 호기로운 척 말했다.
“됐어. 너나 써.”
내 말이 녀석이 웃었다.
“내 것도 있어. 쓸 일은 없겠지만.”
…한국 최강의 헌터쯤 되니까 그 귀한 게이트석도 몇 개씩 들고 다니는구나. 나는 마지못한 듯 게이트석을 받아 들었다.
녀석은 그제야 내게서 시선을 떼고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스킬의 힘이 없었다면 진작 쓰러져 숨이 넘어가고 있을 중상이다.
“…게이트석도 있으면서 엘릭서 같은 건 없냐.”
“응, 없네. 자잘한 포션은 있는데 그걸론 안 될 거 같아. 라우치타스의 발톱에는 강력한 저주도 깃들어 있거든.”
녀석이 또 웃었다.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태연한 모습도 곧 한계에 다다랐다. 녀석의 무릎이 구부러지고 몸뚱이가 앞으로 쓰러진다. 반사적으로 녀석의 상반신을 받아 안았다.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피 냄새가 코를 콱 찌른다. 지독했다.
던전을 돌면서 피 냄새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토기가 쏠렸다. 구역질이 나왔다.
부둥켜안은 몸뚱이를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야.”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답도 없다.
웃지도 않는다.
“…죽었냐?”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딴 새끼, 죽든 말든 나랑 상관없는 일인데.
“한유현, 죽었냐?”
젠장, 이 멍청한 새끼가. 나 혼자 살아 나가 봐야 욕이나 뒤지게 얻어먹을 텐데. 잘난 동생 잡아먹은 쓰레기 새끼 불태워 버리겠다고 나설 놈들도 득시글할 텐데.
“끝까지 나 물먹이는 거냐.”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여태까지도 사사건건 나서지 못하게 방해해 놓고선. 이젠 아예 숨어 다녀야 할 판이다. 끝까지 더럽다, 진짜.
[칭호 ‘양육자’의 효과가 발휘됩니다.양육자 부가 스킬 – 마지막 보답
각성자 ‘한유현’의 스킬과 능력치가 두 배의 효율로 전이됩니다.
지속 시간 – 01:00]
녀석의 죽음을 확인사살시켜 주는 안내창이 떴다. 내 칭호의 부가 스킬 중 하나로, 성장 버프를 걸어 준 적 있는 상대가 사망 시 상대의 스킬과 능력치를 한 시간 동안 전이받을 수 있었다.
그것도 두 배로 뻥튀기되어서.
전신에 힘이 솟구침과 동시에 녀석의 기억 일부 또한 전해져 왔다.
‘내 형은 F등급 각성자다.’
이 새끼, 진짜 마지막까지—
‘그러니 나와 엮여선 안 돼.’
유현이가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었다. 조금 슬픈 듯이.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진 사이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멀리해야 해. 헌터 자격이 되는 각성자는 일반인에 비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니까.’
‘형이 내 약점이 된다면 틀림없이 그놈들이 노리겠지.’
…그놈들이 대체 누군데.
‘젠장, 그 자식들 전부 처리해!’
내 다리가 망가졌을 때였다. 녀석은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슬퍼하고 있었다.
‘아니. 힐러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전해. 차라리 그편이 나을 거다. 일단 쫓아내고… 그래도 형제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도움을…….’
‘형, 미안해.’
‘미안해…….’
‘제발 던전에 들어가지 마.’
‘형.’
동생의 기억이 내 목을 조였다. 주위는 고요했지만 그놈의 형 소리로 귀가 아팠다. 부둥켜안은 몸뚱이는 차갑고 딱딱했다.
미칠 것 같았다.
역시 이 녀석은 끝까지 날 물먹였다. 네가 뭔데 날 보호해. 형은 나다. 부모를 일찍 잃어 학교를 중퇴해 가며 어린 동생을 돌보고 키운 건 형인 나란 말이다.
“빌어먹을 놈. 이런다고 내가 후회라도 할 줄 아나.”
말 한 마디 안 한 네놈 잘못이다.
온기를 잃은 동생의 몸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혔다. 녀석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저 혼자 맘 편히 떠나면 단가.
“울어 주지도 않을 거다.”
끝까지 제멋대로 군 놈을 위해서 뭐 하러 울어. 눈물 낭비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상태창을 보자 빼곡히 늘어난 스킬들이 보였다. 모두 최상급에 심지어 두 배 버프까지 걸려 있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단 한 시간. 동생의 목숨값으로 단 한 시간 동안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강해졌다.
“젠장, 고작 한 시간 가지고 뭐 하라고.”
흑혈염제 한유현이 사십 년, 오십 년 더 살아 있는 편이 훨씬 낫지. 유현이 놈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도 나보단 몇 배나 더 강할 텐데. 한 시간짜리 1회용과 어디 비교나 되냐고.
“멍청한 놈, 빌어먹게 멍청한 놈.”
동생의 멍청함에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다. 천하의 멍청한 놈.
“기간트 실드.”
스킬 사용과 동시에 희미한 황금빛이 내 몸을 감쌌다. 원래는 라우치타스의 발톱도 막아 내지 못한 실드지만, 두 배 버프를 받은 지금은 정통으로 깨물려도 버텨낼 것이다.
“이거, 다 니 꺼니까. 그러니까 내가 복수는 해 준다.”
숨어 있던 벽의 틈새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너른 공동 저 끝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괴수가 눈에 들어왔다.
라우치타스. 1급 용종. 독과 저주의 용왕. 이제껏 단 두 번 등장했으며 두 번 모두 시간 끌기로 버텨서 던전 문을 닫아 처리한 퇴치 불가 판정 몬스터.
세 개의 머리를 가진 붉은 드래곤이 내 쪽을 바라봐 왔다.
– 그르르르.
나직한 목울림 소리가 동굴 벽을 두드리며 무겁게 퍼져나간다. 세 머리 중 가운데 머리는 두 눈이 불타 없어진 채였다. 엄청난 회복력을 지닌 라우치타스였지만 유현이의 혈염에 의한 상처까지는 단시간에 회복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 내 동생이 대단하기는 하지. 그 대단한 동생의 두 배다.
시발. 넌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