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벌집 제거 (2)
“아주 귀한… 아이템 같은 거 말입니다. SSS급쯤 되는 무기라거나요.”
따끔따끔한 눈길 속에서 설명을 덧붙였다. 스며드는 약탈 스킬을 아이템화하면 그 정도 가치쯤 되지 않을까. 지금도 S급은 될 거고 송태원이 사망할 시점이면 SS급으로 올랐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내 추측으론, 스킬을 선물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SS급 약탈 스킬의 효과이지 싶었다. 지금은 상대의 스킬 등급을 하락시키는 데 그쳤지만, 성장하면 말 그대로 약탈, 빼앗는 것도 가능해질 듯했다. 그걸 스스로에게 적용한다면 반대로 타인에게 건네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선물해 줬다는 말이 사실이겠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지만.
“세성 길드장이 탐낼 만한 물건은 제게 없습니다.”
“생기게 될 수도 있잖습니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국가에 소속된 헌터는 던전 공략 시 획득한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이 없습니다. 원할 시 우선권은 가질 수 있지만 말씀하신 수준의 아이템이라면 제 능력으로는 구매가 불가능합니다.”
“네? 아니 왜 소유권이 없어요? 보통 인벤토리에 바로 들어오는 보상 아이템은 자기가 가져가지 않습니까?”
단체 보상은 물론 마석이나 기타 부산물은 민간 팀들도 합산 후 미리 약속한 비율로 나누지만 개인 보상은 다르다. 자기 건 자기가 다 챙겼다. 애초에 인벤토리로 바로 들어가는 건 누가 뭘 얻었는지 알아내는 것부터가 힘들다.
질 나쁜 길드나 팀에 잘못 들어가면 협박해서 인벤토리 털어내게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건 범죄 행위고. 그런데 국가 소속이라고 아이템 소유권이 없다니.
“전에 듣기론 던전 수익 배분율도 낮다고 하던데,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각성자 관리실 소속 헌터는 몇 없습니다. 각성자 관리 주요 업무가 헌터협회로 넘어간 것도 그 이유가 큽니다.”
송태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협회도 길드에 비하면 조건이 짜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은 맞춰 주었다. 상급 헌터라면 더 올려 주기도 했고.
“명색이 국가 기관인데… 아니, 국가 기관이라서 그런 겁니까. 그래도 개인 보상 정도는 먹게 해 줘야지, 장비값이 제일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문득 어젯밤 송태원이 급에 맞는 무기를 꺼내 든 적 없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중하급 무기로도 잘 싸우긴 했는데, 그래도 설마 진짜 없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 그냥 중하급으로도 충분해서 그런 거였겠지.
“송 실장님 소유 S급 무기가 하나 정도는 있지요?”
“A급은 있습니다.”
…아, 젠장.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만 같다. 그나마 A급은 있구나. S급 무기, 뭐 아직 국내에는 몇 없긴 하지. 그래도 S급 헌터도 국내에 여덟 명뿐인데. 그 귀한 S급 각성자 싼값에 부려먹으면서 S급 무기 하나 못 구해 주나. 예산 좀 넉넉히 책정해 줘라, 정부.
“갑자기 애국심이 하락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제가 모난 돌인 탓입니다.”
송태원이 남 일 대하듯 말을 이었다. 급히 만들어진 각성자 관리실의 주인 자리는 원래 예정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S급 각성자가 공직에 그대로 머무는 바람에 일이 틀어지게 된 것이었다.
S급 각성자를 푸대접할 수는 없다. 국가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것은 물론이요, 타국과 헌터들의 시선도 신경 써야만 했다. 게다가 한창 혼란스러울 시기에 국가 소속 S급 헌터다. 탑 꼭대기에 세워 놓고 여기 보세요, 우리나라가 이처럼 든든합니다~ 광고하지 않으면 바보지.
그렇기에 실장 자리를 내주었지만 학연이고 지연이고 아무런 끈도 없는 젊디젊은 애송이가 고위직을 차지한 모습이 여러 사람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하긴 송태원의 위치라면 평균 연령이 오십은 넘어갈 뿐더러 하나같이 경력들도 화려하겠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다. 심지어 송태원이 실장이 된 이유는 그들이 보기엔 단순한 운이었을 터다.
운 좋게 S급으로 각성해 평범하게 기반 쌓아 올라온 어른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은 젊은 놈. …이거 높으신 분들 공공의 적이 되어도 이상할 거 없겠구만.
‘욕심이 없어서 푸대접받는 걸 참는 줄 알았는데.’
아 물론 송태원이 제대로 욕심을 냈더라면 뒤에서나 수군거릴 뿐 대놓고 찬물 끼얹는 짓거리는 못 하겠지만. 이렇게 현장에 나와 있을 일도 없었을 거고.
“현 정부에서는 각성자 관리실에 힘을 더 실어주고 싶어 했지만, 협회 쪽이 흔히 말하는 줄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협회가 실질적인 각성자 관리를 맡게 되었고 송태원은 상급 헌터들 뒤처리나 하는 말로 쓰이는 중이라 이건가. 정치는 잘 모르겠지만 이래저래 힘겨루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협회 고위층이 물갈이된 것도 관련 있으려나.’
현 정부는 일 잘하긴 했지. 3년 만에 이만큼 안정된 것만 봐도 초기 대응이 장난 아니게 좋았다는 뜻이다. 해외에는 여전히 개판인 곳도 많다고 하니까. 그런데 사태 잘 진정시키고 나자 바로 이득 쫓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뭐 이하 생략 뻔한 이야기 등등 이었을 터다.
“여러모로 고생이 많으시네요.”
역시나 어린놈이 건방지다고 치였을 동생을 둔 입장으로선 공감 가지 않을 수 없다. 슬쩍 유현이를 바라보자 우리 이야기에는 별 관심 없는 듯 비닐도 안 뜯은 빨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커피에는 입도 안 댔다.
“다른 거 사 줄, 사 드려요?”
“아뇨, 괜찮습니다.”
커피 싫어하는 거 아니라면서 고개를 젓는다. 둘에게는 카페인 효과도 별로 없을 텐데 다른 걸 가지고 올 걸 그랬나. 업무 중에는 역시 커피라는 생각이 못 박혀 있어서 그만.
“아무튼 가정이니까요. 송 실장님께서 세성 길드장에게 선물을 주게 되신다면 말입니다.”
“…머잖아 생일이기는 하죠.”
송태원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성현제의 생일 따위 전혀 신경 안 쓸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이다.
“그거 말고요. 어차피 생일 같은 거 안 챙기실 텐데.”
“귀찮아지지 않기 위해서 챙깁니다.”
…성현제 뭔데. 자기 생일 안 챙기면 귀찮게 구나.
“괜한 빌미 잡히지 않으려면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옆에서 유현이가 역시나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뭔데.
“너도, 아니, 해연 길드에서도─”
“그냥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모르는 척해 드리겠습니다.”
송태원이 말했다. 김민의가 유현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나 보다. 하긴 S급 헌터들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니 사소한 태도나 버릇 같은 것도 꿰고 있겠지.
“그 인간이 자기 생일 안 챙기면 앙심이라도 품어? 애도 아니고?”
“그건 아닌데, 뜬금없이 꼬투리 잡을 때가 있으니까.”
“별 상관도 없는 일에 저번 생일 때의 서운함이 아직 남아 있어서, 라며 어깃장 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당해 본 거 같은 말이었다. 유현이와 송태원이 동시에 비슷한,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뭐냐 싶었지만 나도 챙겨 줘야 하나. 설마 약탈을 생일 선물로 준 건 아니겠지.
어쨌든 대놓고 송 실장님이 성현제한테 자기 스킬을 줬다는데 왜 그랬을까요, 물어봤자 저도 모르겠고 헛소리는 적당히 해 주십시오, 라는 눈빛만 돌아올 듯했다. 대체 어떤 상황이었을까. 왜 준 거야. 몇 년 새 미운 정이라도 들었나.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혹시 약탈 스킬 스스로에게도 적용이 가능합니까?”
“사용해 본 적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적용이 된다면 직접 줬을 가능성이 높고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혹은 아이템의 도움을 받았을 텐데. 지금 써 봐 달라고 하는 건 좀 그렇겠지. 스킬 등급 떨어지는 거고.
“되는군요.”
썼냐!
“이걸로 S급 대상 시 지속 시간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아… 예.”
뭐… 크게 필요 없는 스킬이 하나쯤 있었겠지. 자기 자신에게 쓸 수 있다는 건 역시 직접 건네준 것일까.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혹시 스킬 취소는 안 됩니까? 여러모로 불편해서요.”
“안 됩니다. 불편함을 느끼시는 게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그런 것치고는 전과 별 차이 없이 움직이시는 듯합니다만.”
송태원이 내 눈을, 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요, 안 해도 될 고생 했는데요. 취소 안 된다면 앞으로 못해도 사나흘은 더 이래야 할 텐데, 슬프다 정말.
송태원과 이후의 행동에 대해 간략하게 논의 후 찾아간 곳은 도하민의 행복한 햄스터네였다. 예전 가게에서 떼 온 간판이 출입문 옆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층층이 쌓인 택배 상자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헉, 주님은 멀리 있을수록 좋은 건데!”
상품 정리 중이던 도하민이 대놓고 싫은 티를 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건물주든 진짜 주님이든 멀리 계셔야지. 특히 후자는 만났다 하면 즉 이승 탈출이라는 소리다.
“하민 씨, 이번에도 수고 좀 부탁해.”
“애들 키우느라 바빠.”
도하민이 지푸라기 같은 게 잔뜩 든 봉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햄스터가 풀 먹고 사는 동물이었나.
“에이, 그러지 말고. 필요할 때 도와주기로 계약했잖아. 한 대여섯 명 정도 위치 추적 한 시간 간격 정도로 해 주면 되는데.”
그보다 많을 수도 있고. 내 말에 도하민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한 명도 힘들다고.”
도하민의 스킬, 이어진 실타래는 사용하면 바로 위치가 탁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특정한 법칙이 있고 대상자가 1년 이상 사용한 물건의 고유번호를 넣어 법칙에 따라 계산해 찾아가는 방식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단기간에 여러 번 사용하면 며칠 과로한 것처럼 피곤해졌다. 또한 그 물건의 실물이 있다면 좀 더 찾기 편해진다고도 했다. 흥신소야 실종된 사람 의뢰가 주로 들어와 물건 받기가 어려워 번호만으로 찾았다나.
“계약서에 제한 횟수와 명수도 넣었어야 하는 건데!”
“최대한 실물 물건 구해다 줄게.”
“대여섯 명에 한 시간 간격이면 며칠 앓아누울 텐데.”
“알바비 당연히 다 대주고 앞으로도 협조 잘 해 주면…….”
그래, 그게 있었지. 책상에 엎어져 비비적대는 도하민에게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골드 햄스터 한 마리 구해다 주마.”
“골든 햄스터 여기도 많거든요.”
“골든 말고 골드. 진짜 황금색 털을 지닌 햄스터. 중앙아프리카 쪽 D급 던전 보스인데 일반 햄스터보다 두세 배쯤 크고 반짝거리는 금색 털의 햄스터야. 목덜미에 은빛도 섞였고 눈은 파란 보석 같은 데다가 영리하기까지 하지.”
다만 크기가 작고 방어력이 약한 반면 공격성과 공격 스킬 위력이 강해 등급 대비 사로잡기 무척이나 힘든 몬스터였다. 그래서 아직은 털가죽만 비싸게 거래되고 있을 터였다. 이 년쯤 뒤엔 애완동물로 인기가 많아졌고. 물론 더럽게 비싼 펫이었다.
“…황금색 햄스터? 근데 그거 몬스터잖아.”
“D급이니 테이밍 가능해. 구하는 데 드는 비용 장난 아니겠지만, 도하민 씨에겐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 어때? 구해 볼까?”
“야생 햄스터는 자기 사는 곳에 머무는 게 행복할 텐데.”
“보스 몬스터니까 당연히 사냥당할 거다만.”
“…콜!”
“좋아, 그럼 앞으론 군말 없이 도와주기다?”
“살려는 주세요.”
당연히 건강은 지켜 드려야지. 성한 씨에게 보약 어디서 지었는지 물어볼까. 석하얀 팀에도 돌릴 겸.
중앙아프리카 던전에서 햄스터 생포해 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중앙아프리카는 던전 생기기 전에도 막장인 지역이다 보니 해당 던전 공략권 구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게다가 보스 몬스터면 공략을 위해 테이머가 직접 던전에 들어가 테이밍해야 한다. 그냥 사로잡기만 하면 던전 공략이 불가능하니까.
‘해외 첫 기승수 사육은 살아 있는 골드 햄스터를 대가로 넣어야겠군.’
그래도 상급 기승수 맡길 정도의 길드라면 어떻게든 잘 구해 오겠지. 어느 길드일진 몰라도 파이팅.
석시명에게도 연락해 놓고 블루 훈련시키다 보니 금방 저녁 무렵이 되었다. 도중에 노아가 유현이를 김민의로 알고 이 드러내는 일이 있었지만 정체를 알고는 금방 진정했다. 이참에 노아에게 같이 저녁 먹자고 하였다.
“그래서 던전 공략 끝날 때까진 김민의 씨로 있을 거예요.”
“유진 씨와 같이 지내고요?”
“자기 집에 갈 순 없잖아요.”
김민의가 길드장 집에 머무는 건 이상하니까. 나야 스탯 F니 B급 보조계라도 경호원 노릇을 할 수 있지만 S급 길드장 상대로는 뭐 하는 짓인가 싶겠지.
저녁 초대받은 노아에게는 미안했지만 명우가 만든 음식은 꺼내지 않았다. 대신 내가 간단하게 요리했다. 둘 다 도와주려고 했지만 오늘은 손님이니 가만히들 있으라고 했다.
“노아 씨 정식으로 한국 소속 헌터 되려면 S급 던전 공략 한 번 해야 할 텐데, 유현이랑 같이 가는 게 어때요?”
호수 던전은 A급이라 S급 헌터 인정은 받지 못한다. 해외 헌터가 길드 연계 없이 개인적으로 한국으로 소속을 옮기려면 원하는 등급과 동일한 던전을 자신이 주축이 되어 공략해야만 했다. 노아는 S급이라 해도 보조계고 현재는 팀원도 없으니 혼자 S급 던전을 공략하는 건 힘들었다. 하위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아뇨, 괜찮습니다. 당장 S급 인정받을 필요도 없고요.”
떨떠름하게 유현이를 바라본 노아가 젓가락 끝을 입에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젓가락질 잘하네. 둘이 같이 던전 돌면 피스처럼 좀 더 친해질 거 같은데. 독이랑 불이라 상성은 안 좋지만. …그래서 잘 안 친해지는 건가.
저녁을 먹고 별다른 소식 없이 밤이 되었다. 삐약이를 데리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영 눈 감기가 껄끄러웠다. 피스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삐약이는 너무 작아. 게다가 안경을 벗으니 시야도 흐려져서 더더욱 속이 싱숭생숭해졌다.
‘공포 저항 진짜로 돌려줘…….’
한참을 뒤척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도 바쁠 텐데 자긴 자야 하건만. 고민 끝에 한 손엔 삐약이, 다른 손엔 베개를 들고 동생 놈이 있는 손님방으로 향했다.
“같이 자자.”
“응?”
“앞이 잘 안보여서 잠이 잘 안 와.”
그거랑 뭔 상관있겠냐마는 대충 변명을 던졌다. 너 죽은 거 생각나고 꿈에서 또 나올까 봐 못 자겠다곤 할 수 없잖아. 옆에 살아 있는 동생이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확실히 효과가 있었는지 쓸데없는 꿈은 꾸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세성에서 벌꿀 판매 관련 자료와 함께 시체의 정보를 읽을 수 있는 헌터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