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42
42화 내 동생이… (2)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각성자 감정 스킬을 가졌을 남자가 내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나도 여기 있는 사람들 상태창 살펴보고 싶은데, 지금 떡잎을 쓰면 너무 눈에 띄겠지.
S급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허공 향해 눈알 굴렸다간 대번에 수상한 짓 한다고 뒷덜미 붙잡힐 터였다.
– 크르르.
품에 얌전히 안겨 있던 피스가 돌연 송곳니를 드러냈다. 직후 감정사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평균 스탯 F급, 민첩 업과 정신력 업 스킬 둘 다 E급입니다.”
“감정 스킬 사용하는 것을 느낀 건가? 예민하군.”
한신 길드장이 감탄을 담아 말했다.
한신 길드장, 박민규. 방어 특화 S급 헌터로 올해로 딱 서른이던가. 원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국내 S급 중에서는 존재감이 약한 무난한 남자였다. 한신 길드 자체도 크게 튀는 일 없이 무난한 상위권이었고.
특이 사항이라면 김성한과 사이가 나빴다. 정확히는 박민규가 김성한을 일방적으로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본능적으로 김성한의 자질을 눈치챈 것이었을까. 만약 김성한이 S급이 되면 국내 유일 방어 특화 S급 헌터라는 프리미엄이 떨어지게 될 테니.
“아직 미성숙한 C급 수준이? 한수 씨, 다시 한 번 스킬 써 보세요.”
브레이커 길드장이 감정사에게 말했다. 아까 손짓해 부르던 것도 그렇고, 그녀가 감정사를 데리고 온 건가. 아니면 브레이커 길드원일지도.
3대 길드 중 하나인 브레이커. 그 길드장은 국내 유일의 여성 S급 헌터인 문현아였다. 이제는 유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스물 후반의 전직 테니스 선수로 주 무기가 거창이라 기승수에 가장 관심이 많을 사람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승수를 보유한 길드도 브레이커였고. 다시 말해 우량 고객님 예정되시겠다.
– 캬앙!
감정사가 다시 스킬을 사용하자, 피스가 크게 짖었다. 이번에는 거리도 더 떨어져 있는데 진짜 감지하는 건가?
“괜찮아, 피스야.”
흥분한 피스를 달래는 사이 우리를 향한 눈길들이 노골적으로 뜨끈해졌다.
“이거 정말인 것 같군.”
헌터협회장이 놀라며 감탄했다.
“화염 뿔사자라면 S급 던전 보스급이었지?”
문현아가 유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7살 연하라지만 같은 길드장에 S급인데 왜 말 놓냐.
“단일 개체가 아닌 유체 제외 성체만 세 마리였습니다. 전체적인 능력치는 단독 보스보다 떨어지지만 S급 수준인 건 확실합니다.”
“두 달 전이 첫 공략이었으니까 두 번째 공략은 한 달 뒤로군. 어때, 도련님. 유체가 또 나오면 우리 쪽에 넘겨주는 게.”
“냉기 저항 지닌 최상급 기승수 유체와의 교환은 가능합니다.”
유현이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문현아도 마주 입술 끝을 올린다.
“그러고 보니 사랑스러운 꼬마 후배님 10레벨 스킬이 빙 계열이라 했지. 정확히 어떤 스킬일까. 궁금하네.”
“박예림 헌터가 과도한 관심은 부담스럽다고 전해달라더군요.”
“국내에 단둘뿐인 여자 S급 헌터로서 친하게 지내자는 거지. 길드장이 같은 성별인 것이 예림 양에게도 더 편할 테고. 물론 계약 무시하고 빼오겠다는 건 아니야. 3년 금방이지.”
그러면서 웃는다. 와, 대놓고 예림이를 탐내고 있네. 물론 3년 후 어느 길드와 계약하느냐는 예림이 마음이고 미리 접근해 꼬셔 두는 것도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에 안 들었다. 내 동생 무시하지 말고 상호 존대하라고.
“해연에서 이미 여러 마리의 새끼 몬스터를 구매하였다고 알고 있는데, 욕심이 과한 거 아닙니까.”
MKC의 길드장 최석원이 말했다. 저놈은 또 왜 시비야.
최석원은 전직 축구 선수로 국가대표 주장까지 맡았었다. 나도 좋아했었는데 지금 보니 재수 없다. 그래도 경어니까 플러스 1점.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도 않았건만 소식이 빠르군요.”
“공개적으로 구매 의향까지 밝혔는데 모를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상급 일곱에 최상급 하나. 죄다 쓸어 모았더군요.”
최석원이 약간 흥분하며 말했다. 여덟 마리라니. 유현아, 이 형을 말려 죽일 생각이니. 물론 한 번에 다 맡기진 않겠지만.
그보다 벌써 새로운 최상급 몬스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악성 재고인 덕인가.
“최상급 유체는 냉기 저항 지닌 최상급, 또는 냉기 저항 상급 포함 상급 유체 열 마리와 교환 가능합니다. 언제든지 연락 주시지요.”
유현이가 여유롭게 말했다. 이번에 구매한 최상급 몬스터는 냉기 저항을 지니진 못한 듯했다. 어떤 녀석일지 궁금하구만.
“해연 도련님께서 형님 덕분에 이득 톡톡히 보시네.”
문현아가 빙글빙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쪽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발걸음에 느긋하던 유현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티 내지 마라, 이놈아. 얌전히 있어.
“귀하신 분을 너무 오래 세워 두었네. 자자, 앉아요.”
문현아가 몸소 의자를 당겨 빼며 말했다. 미소 짓는 얼굴만 보면 정말 상냥하고 다정했다. 어딜 봐도 모자람 없는 대단한 미인인데, 대단히 키도 크다. 언뜻 봐도 180이 넘어 보였다.
스탯 S급들은 이래서 싫어. 예림이도 나보다 더 커지려나. 슬프다.
“감사합니다.”
순순히 의자에 앉자 문현아가 상체를 기울여 왔다. 비율이 워낙 좋아서 TV로 볼 때는 몰랐는데, 덩치도 나보다 훨씬 좋은 거 같았다. 회귀 전에는 나도 몸 좀 만들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뭐… 던전 딱 한 번 돌아 본 F급이니.
…소올직히 회귀 전이라고 해도 비교가 안 될 거 같지만. 정장으로 감싸져 있음에도 딱 벌어진 어깨며 팔뚝이 보통이 아니었다.
“해연 도련님 형에, 슈퍼루키 후견인에, 귀여운 고양이까지 키우고 있으니. 한유진 씨 데리고 가면 다 딸려 오나?”
“그럴 리가요.”
마주 웃어 주며 대답했다.
“사은품도 증정품도 없는 단품입니다.”
“아쉽지만 본품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데, 어때?”
“죄송하지만 비매품이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슬쩍 돌렸다. 유현이가 걱정되어 확인해 봤더니 아예 이쪽을 쳐다보지 않고 있었다. 그래, 표정 관리 안 될 거면 그냥 보지를 마라.
“동생한테도?”
기다란 손가락이 내 뺨을 쿡, 가볍게 찔렀다. 무릎 위에 엎드려 있던 피스가 경계하듯 귀를 세운다. 유현이의 고개가 이쪽으로 돌려지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참에 확실히 말해 두는 것도 괜찮겠지.
“비매품에 예외가 있겠습니까. 다만.”
“다만?”
“국내 최고가 된다면 예외를 두기로 했습니다.”
“재미있네.”
문현아가 낮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럼 세성 길드라면 지금 당장 사 갈 수 있다는 건가?”
그녀의 말에 시선을 옮겼다. 여태껏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남자에게로.
세성 길드장 성현제. 길드는 물론이고 그 자신도 국내 최강이라 불리는 헌터. 그가 약간의 흥미를 담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을 바라시는 듯하니 해 드려야지.
“국내 최고는 친동생 할인이고요.”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분들은 세계 최고쯤은 되어야 예외로 인정해 드린답니다.”
“자신만만하구나!”
문현아가 즐겁게 외쳤다. 내 어깨 그만 두드려라, 이 여자야. 아프다. 피스도 이 드러내잖아.
“그 동생에 그 형이라더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제 길드 만들겠다고 설치던 때가 생각나네. 그래도 나잇값 하는지 형은 동생보다 훨씬 온건하지만.”
…아니 내 동생이 어디가 어때서? 여기 모인 인간들 중에선 제일 온건한 거 같은데 평이 너무 짜다.
“저보단 제 동생이 더 온건하죠.”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했다. 문현아가 눈을 과장되게 동그라니 뜬다.
“그 농담 진심이야?”
“당연히 진심—”
“세상에, 형님! 너무 귀엽다!”
그러더니 깔깔깔 웃는다. 아니 왜…….
‘…잠깐만.’
다른 인간들도 웃고 있잖아. 점잔 빼고 앉아 있는 유현이만 제외하고. 심지어 세성 길드장까지 어이없다는 웃음을 흘리고 있다.
설마 이 사람들이 나를 상대로 몰래카메라 찍을 만큼 한가하진 않을 테고……. 유, 유현아? 네 평판이 좀 이상한 거 같다만…….
“와, 저 미친 새끼가 형님 앞이라고 내숭을—”
“브레이커 길드장님.”
유현이가 문현아의 말을 끊었다.
“말씀이 좀 심하신 듯합니다만.”
“진짜 미친! 어쩐지 오늘따라 더럽게 공손하더라! 갑자기 철들었나 했더니, 아하하—”
그러곤 또 웃기 시작한다. 아예 바닥을 뒹굴 기세였다. 뭐가 그리 우스운지 나도 알고 싶다만…….
‘내숭이라니.’
대체 뭔 소리야. 우리 유현이는 어릴 때부터 착하고 얌전했는데. 말도 잘 듣고 속 썩인 적도 별로 없었다.
물론 어린 나이에 길드장씩이나 하려면 계속해서 착하고 얌전할 순 없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만. 그래도 미친 새끼는 너무 심하잖아.
“형제간이 원만한 거야 좋은 일이지.”
한신 길드장이 말했다. 네놈이 두 번째로 크게 웃어 놓고선 할 소리냐.
젠장, 네놈들이 미쳤으니까 내 동생도 상대에 맞게 행동한 거겠지. 보나마나 어린애가 굽힐 줄 모른다고 죽어라 괴롭혀 댔을 게 뻔하다. 유현이가 내 안전 걱정하는 것만 봐도 속 시커먼 새끼들뿐일 텐데, 굶주린 늑대 상대로 총 쏘지 강아지풀 흔들겠냐.
“아이고, 형님! 그래, 잘해 주면 됐지. 좋은 동생 뒀네.”
허리를 굽히고 쪼그리고 있던 문현아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 여자 정말 싫다.
“그래도 세계 최고는 되어야 한다니, 말은 들었지만 진짜 계속 소속 없이 남아 있을 건가?”
“예. 그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곳에 속하는 것보단 뒤로 한 발 물러나 기승수 생산, 관리직 정도로 공평하게 영업하는 것이 여러 길드분들에게도 좋을 테니까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연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닌가.”
MKC 길드장이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물어 왔다.
“어디까지나 협력 상대입니다. 저 혼자서는 감당키 힘든 일이기에 도움은 불가피합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지금 여기 계신 분들께서도 해연과 마찬가지로 협상의 대가로 특혜를 받게 되실 것이고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기승수를 필요로 하는 길드는 많습니다. 그들보다 훨씬 유리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지요.”
여기 모인 다섯 길드는 앞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타 길드에 비해서도 확실하게 우위를 다지게 될 것이다. 내가 키울 수 있는 최대 수인 다섯 마리를 각각 한 자리씩 우선적으로 차지할 수 있다는 게 협상의 조건 중 하나였으니까.
기승수를 갖춘 S급 공략 팀을 남들보다 빠르게 만들 수 있음은 물론이요, 빈자리를 놓고 타 길드와 거래하는 것도 가능하다.
석시명이 너무 잘해 주는 거 같다고 투덜거릴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다.
“또한 제 가치는 지금이 최고조고 앞으로 계속 떨어지게 될 테니 해연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상급, 최상급 기승수는 소모품이 아니잖습니까.”
몬스터의 수명이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나 결코 짧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용으로 사육된 하급 몬스터도 칠 년 넘게 멀쩡했으니 상급이면 수명이 더 길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앞으로 사오 년 정도만 지나도 나를 찾아오는 발길은 줄어들기 시작할 게 분명했다. 수요가 아주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해에 서너 마리 정도 보충해 주기만 하면 될 것이다. 만약 S급 이상 테이머나 그 비슷한 스킬 소유자가 나타난다면 더욱 빨리 일을 쉬게 될 수도 있을 거고.
“사육 의뢰가 줄어들어 몇 년 내로 반쯤 은퇴해서 여유롭게 지내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새끼 몬스터 한 마리 안아들고 건물 관리나 하며 살아야지. 아, 생각만 해도 좋아. 완벽한 인생이다.
키워드가 안 먹히거나 동네 오빠를 양육자로 생각하는 연인만 생기면 딱인데.
“형님 말 잘하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계약 조율을 마무리해 보자구.”
문현아가 제자리로 돌아가며 미소 지었다.
* * *
이미 뼈대는 물론이고 살도 거의 다 붙은 협상안이었기에 마지막 조율은 순조로웠다.
협상안의 골자는 이러했다.
다섯 길드는 나와 내 소유 건물의 안전을 보장한다.
나는 다섯 길드의 사육 의뢰를 우선으로 받는다. 단, 선점 가능 수는 각 길드당 2개월에 1마리로 제한한다.
사육 시설이 들어갈 건물의 건설은 해연을 제외한 네 길드의 투자로 이루어진다.
완공된 건물의 소유권은 내게 있다.
그 밖의 자잘한 사항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 네 가지였다.
그리고 내게 가장 득이 되는 것은 내 소유 건물의 안전을 보장한다, 바로 이 부분이었다.
물론 이번에 짓는 한곳에 한정이고 기간도 정해져 있었다. 하나 이 건물에 나만 들어가야 한다는 조항은 없었다.
즉, 유명우든 석하얀이든 그 밖의 누구든 건물주인 내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국내 최상위권 다섯 길드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유현이는 물론이고 다른 길드장들도 내가 벌일 일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겠지. 그래도 기승수 사육처럼 우선권 같은 거 주면 되니까 그들로서도 절대 손해는 아닐 것이다.
나야 놀면서 임대료나 받으면 되고.
그렇게 계약서에 도장 찍고 피스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이 조금 오가다가 금방 끝났다. 곤란한 질문도 딱히 없었을 뿐더러 길드장들은 물론 협회장까지도 미묘하게 나한테 친절했다.
아니 뭐, 친절할 만한 상황이고 잘 대해 주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뭔가 기분이 찜찜했다.
특히 문현아의 귀여워 죽겠다는 눈길이. 회귀한 거 빼면 내가 연하긴 한데, 무슨 막냇동생 대하듯 쳐다봐 왔다.
건물 짓는 데 돈 많이 대준다니까 내가 참아야지.
“형님 덕분에 오랜만에 재밌었어.”
문현아가 내게 윙크를 던지며 문을 빠져나갔다. 아, 네. 그리 말씀해 주시니 참으로 보람차네요.
별로 한 것도 없이 피곤하다.
“피스야, 의자 그만 깨물고 내려와.”
쟤가 가구 부수는 데 취미 들렸나. 저 의자, 비싼 걸 텐데.
직접 가서 데리고 오려는데 내 앞을 누군가 가로막았다. 세성 길드장 성현제였다.
“예외 조건은 기억해 두겠네.”
그가 웃음기를 담아 말했다. 무슨 예외… 아니, 잠깐만. 그냥 잊어 주시죠.
“그럼 조만간 다시 보지.”
그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곤 지나쳐 갔다. 아, 뭐. 세계 최고 길드 되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5년 후에도 못 되었고. 신경 쓸 필요 없겠지.
아무튼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