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452
450화 이름(1)
“테러범과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협박범은 얼굴을 감추고 목소리 또한 변조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동 경로 추적은요?”
“최소 중급에서 아마도 상급 각성자입니다.”
송 실장님이 대답했다. 그럼 찾아내기 불가능에 가깝겠구만.
서울에 깔린 게 CCTV며 자동차 블랙박스라 사각을 피하기 힘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하게 도보로 다니는 사람에 한해서였다. 비행 스킬만 써도 카메라로부터 가볍게 벗어날 수 있으며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짓도 전투계 상급 각성자라면 가능했다. 나만 해도 살쾡이 부츠로 벽을 타고 다닐 수 있었으니까.
“사실상 테러범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송 실장님이 피로가 약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은 섬에 가깝다 하나 상급 각성자에게 밀입국은 어렵지 않습니다.”
삼면은 바다요, 위쪽으로는 북한이 있었다. 현재는 정전 상태이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말이다.
“비행 스킬이 없다 해도 단순하게 육로로도 넘어올 수 있으며, 중국이나 일본에서 헤엄쳐 오는 것조차도 가능합니다.”
시간은 꽤 걸리겠지만 대신 흔적은 전혀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로서는 대응방법이 전무합니다.”
기껏해야 수상한 상급 헌터를 보셨다면 제보를 부탁드려요, 정도일까. 하지만 수배를 하려고 해도 정보가 없었다.
“송 실장님 팬이라던데 혹시 생각나는 사람 없으세요?”
내 물음에 송 실장님이 미간을 좁히고, 성현제가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좀 많지.”
“많습니까?”
“여러모로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상대니 말이야.”
그건 동감이었다. 벽이 두껍고 높을수록 불타오르는 사람도 많겠지. 특히나 자기 잘난 줄 아는 상급 헌터들이라면.
“범위를 좁힌다면, S급 헌터일 가능성이 높을 거네.”
“송 실장님, 유력한 용의자로 성현제 씨를 추천합니다. 특히 꽃다발이 수상쩍습니다.”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어서 안 됩니다.”
“내 옆에 없었으면 백 퍼센튼데. 그래서 송 실장님의 팬인 S급 헌터 목록은요?”
“없습니다. 성현제 헌터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이번 일 또한 수사의 혼선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송 실장님이 단호하게 말했다. 신뢰할 만한 분이지만 저 말만큼은 영 믿음이 가질 않았다.
“어차피 나와 송태원 실장이 알고 있는 S급 헌터가 대놓고 움직였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네. 직접 움직인 사람은 십중팔구 모르는 얼굴이겠지.”
“저격수도요? 그쪽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 거죠?”
내 말에 묵묵히 듣고만 있던 유현이가 조금 못마땅하다는 듯 입매를 굳혔다. 날 공격한 헌터를 놓쳤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직격당했다 해도 한유진 군이 즉사할 수준은 아니었지. 그래서 더 알아채기 힘들었고.”
“예. 위협적이지 않기에 감지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은 무슨요.”
차라리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입을 정도의 공격이었다면 빠르게 눈치챘을 거라 하였다.
“스킬이나 아이템이 아닌, 평범한 탄환에 인식 저하 스킬이 덧붙여진 것이었겠지. 그러다 보니 직접적인 시각으로나 감지가 가능했어.”
…그걸 그 짧은 사이에 봤냐.
“두 발이었고 간격이 거의 없었습니다. 연사라기보다는 두 자루로 쏜 것에 가깝겠지요.”
“머리와 팔. 둘의 위력 또한 달랐지. 양쪽 모두─.”
“잠깐만요!”
“형?”
유현이가 역시 괜히 카디건을 꺼내 입은 게 아니구나, 하는 시선을 보내왔다.
“보여 줘.”
“치료했어, 멀쩡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온 동생이 기어이 팔을 확인했다. 상처의 흔적이 없는 것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린다.
“포션 쓰면 몸에 안 좋다고 했잖아.”
“그게, 팔이잖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팔은 쓸 수 있어야지. 그래서 얼굴은 놔뒀잖냐.”
뺨의 상처는 평범하게 소독하고 연고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유현이가 한숨을 삼키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성현제가 끊어진 말을 이었다.
“양쪽 모두 스쳤지만 팔의 상처는 상대적으로 컸었고. 그러니 같은 총으로 연사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네.”
그럼 양손으로 들고 쏜 건가. 저격용 라이플이 아니거나, 라이플을 한 손으로도 정확히 쏠 수 있거나. 상급 헌터라면 후자겠지. 혹은 두 사람일 수도 있었다.
“탄환의 경로를 조절 가능한 능력자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어땠습니까?”
송 실장님의 물음에 성현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담을 사이에 두고 쏜 것이라기에는 각도가 이상하더군. 한유진 군의 키와 담의 높이, 거리를 생각해 보았을 때 팔을 그런 방향으로 노리는 건 불가능해.”
“역시 그렇군요. 어쩐지 저격수의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쏘아진 무기의 방향 조절이 가능하며 인식저하를 붙일 수 있는 각성자라는 뜻인가. 원거리 전투계인 건 확실한 듯했다.
“한유진 씨, 한동안은 야외에서는 항상 피해보호 아이템을 사용하십시오.”
“어차피 절 죽이지는 못할 텐데요.”
라고 말하자마자 못마땅해하는 시선들이 쏟아졌다.
“…은혜가 마나보충이 거의 필요 없게 되었다곤 해도 계속 사용하는 건 좀. 마나가 무한히 나오는 건 아니라서요.”
그러다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못 쓰면 곤란하잖아.
“D급 정도로도 충분할 겁니다. 물론 A급 이상, 가능하다면 S급 이상 헌터와 동행한다는 전제하에서입니다.”
D급으로 치명성을 막지 못할 정도의 공격이라면 S급 헌터가 알아서 막아 줄 것이라며 송 실장님이 말했다. D급이면 오래 사용해도 괜찮겠지.
“절대 혼자 다니지 마십시오.”
“걱정 마세요. 박하율 때문에라도 혼자 집 밖으론 못 나갑니다.”
언제 어디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은. 공포저항 스킬을 껐다. 성현제와 송태원의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지며 피부가 살짝 서늘해졌다. 동시에 마음속에 깔려 있던 박하율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만약 박하율을 찾아내게 된다면, 누가 죽였는지 알 수 없도록 처리해 주세요.”
“한유진 군이 모르도록, 말인가.”
“네. 박하율이 사망한다고 해도 스킬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럼 저는 박하율을 해친 사람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품게 되겠지요.”
하지만 누가 죽였는지 모른다면, 상관없다. 박하율을 믿어 주고 그의 말에 따라 주고 싶기는 하지만 복수까지 해 줄 정도는 아닌 모양이니까. 그 정도였으면 실종된 지금 박하율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었겠지.
“스킬이 해제되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지금으로서는 괜찮은 거 같아. 도망치지 말라고 한 것도 노산도에 남아난 게 없어서인지 따를 생각이 전혀 안 들고. 그 밖의 헛소리들도 영향력이 옅어졌거든.”
박하율의 능력은 외모로 호감도를 높여 주고 자신의 행동에 강한 영향을 받게 만드는 스킬이다. 그래서인지 눈에 안 보이고 곁에서 멀어지면 약화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사람은 계속해서 주위에 다른 영향을 받게 되니까.
확실하게 세뇌시키려면 아예 외부의 접촉 없이 가둬 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줘야겠지.
“그러니 부작용이 좀 남는다 해도 처리해 버리는 편이 나아. 채터박스가 개입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내 안전을 장담할 수도 없으니까.”
예전이라면 내 쓸모가 워낙 많다 보니 목숨을 부지할 걱정이야 할 필요가 없었다. 기껏해야 중국에서 대접받은 정도가 최악일 것이다. 하지만 효도중독자들은 내 능력을 이용할 목적이 아니었다.
“발견한다면 즉각 처리하겠습니다.”
송 실장님이 담담하게 말했다.
“즉각 말고요. 저 몰래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씀이시래.
“저는 상관 많거든요. 남 때문에 송 실장님을 꺼리게 되고 싶진 않아요.”
“한유진 씨의 안전이 더 중요합니다.”
“몸만 안 다치면 다예요? 마음의 상처도 상처입니다. 그리고 송이는요. 송이까지 꺼림칙해지면 어쩌려고요.”
새끼 양 이야기가 나오자 송 실장님이 흠칫 입을 다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위급 시에는 제가 나서겠습니다. 다른 S급 헌터들보다는 저와 거리가 멀어지는 편이 나을 겁니다.”
“낫기는 뭐가 나아요.”
하나도 안 낫다고. 처음보다야 조금쯤 물러지긴 했어도 변치 않는 고집에 한숨을 삼키며 주제를 바꾸었다. 공포저항 스킬도 다시 켰다.
“역시 해외 S급 헌터들 한번 불러들이죠.”
귀국 전 중국에서 공개적으로 했던 말이었다. 내 말에 성현제가 호기심을 보였다.
“기승수 관련 모임이라고 했었지. 크리스마스 파티라도 할 건가.”
“크리스마스는 한참 남았잖습니까. 그리고 그날은 유현이한테 예약되어 있고요. 말 그대로 기승수 관련, 기승수에 대한 정보를 풀 예정입니다.”
내 무릎 위에 늘어져 있는 피스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새끼 몬스터를 성장시키는 방법 말입니다. 물론 안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피스, 화염뿔사자의 경우에는 성체의 도움이 있어야만 성장이 가능합니다.”
“사실상 한유진 군 외에는 성장시키기 불가능하겠군.”
“네. 소록이의 경우는 애매해요. 무리의 리더의 보호 하에 성장한다고 되어 있었거든요. 리더가 동족이 아니어도 된다면, 의외로 쉬울지도 모르죠.”
설원순록 새끼에게 리더로서 인정만 받으면 누구나 키워낼 수 있을지도.
“그리고 블루, 그리폰은 특정 몬스터를 섭취 시, 정확히는 일정 등급 이상의 마수마를 섭취 시 성장합니다.”
현아 씨가 잡아다 준 마수마로 확인해 보았다. S급 마수마의 고기를 먹이자 훈련 없이도 성장을 하였다. 반면에 A급 마수마는 아무 효과가 없었다.
“S급 마수마가 얼마나 필요한 것 같아?”
“음, 내 스킬의 영향도 있었다고 치면… 최소 오백 마리 이상?”
“황금 그리폰도 형 아니면 성장시키기 힘들겠네.”
그건 그랬다. 보스로 S급 마수마가 서넛 등장한다고 쳐도 S급 던전을 백 번 이상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한 달에 한 번 돈다고 해도 근 십 년이다. 전 세계에서 S급 마수마 고기를 사들이면 빨라지겠지만, 그것도 경쟁이 붙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가능성이 없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까요. A급 몬스터들은 상대적으로 조건 맞추기가 쉽고요.”
“그럼 한유진 군은 유일한 S급 기승수 사육사가 되는 건가.”
“제 부담도 조금 덜어지겠죠.”
아주 조금. A급들도 쉬운 조건은 아니라. 그래도 S급 거대 길드라면 가능한 만큼 매력적인 정보일 것이다.
“이 건은 역시 성현제 씨와 의논하고 싶습니다만.”
“언제든지 환영하지.”
성현제가 즐거워하고, 송 실장님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국내에서 열 예정입니까?”
“해외로 나갈 순 없으니까요. 음, 크루즈 한 대 구해 볼까요?”
“그렇게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S급 헌터들의 입국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육지를 벗어나면 그나마 낫겠지. 크루즈… 얼마 하냐. 박살 날 각오를 해야 할 거 같은데.
별 소용은 없겠지만 테러범에 대한 수색은 계속하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림이는 아직 학교에 있겠지. 유현이 넌 피스랑 같이 먼저 돌아가.”
“형은?”
“페가수스 값 받아 내고 집에 가마.”
“그 정도야 기다릴 수 있어.”
“너 일 많은 거 뻔히 아는데 무슨. 얼른 회사 갔다가 일찍 퇴근하세요, 해연 길드장님.”
중국에서 온 헌터에 몬스터에 아이템에 자리 비운 사이에 쌓인 일거리에. 나 못지않게 바쁠 거 훤했다. 동생을 다독여 보내곤 성현제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갔다. 헌터 협회 주차장은 물론 그 부근도 엉망이라 아직 통제 중이기 때문이었다.
“세성 길드장님도 슬슬 기승수 한 마리 들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 유현이는 피스가 있어서 바로 돌아갔는데.”
나 데려다주고 곧장 돌아간 에블린 씨의 차야 무사했지만 세성 길드장님 차는 당연히 박살 났다. 몇 대째지.
“댁네 차가 남아나질 않겠어요.”
“보험료가 또 오르겠군.”
“그런 것도 신경 쓰세요?”
“이래 봬도 알뜰한 편이라.”
올해 들은 개소리 중에서도 순위권에 들 만한 개소리였다. 옥상에서는 이미 헬기가 대기 중이었다. 정말 알뜰도 하시네.
“알뜰하신 성현제 씨를 위해 내려가서 택시 탈까요. 버스나 지하철은 어떻습니까. 교통카드 되긴 하려나.”
“…카드면 다 되는 거 아닌가?”
헐, 진짜 안 써 봤나 봐.
“타 본 적 없어요? 진짜로? 없을 거 같지만 정말로? 한 번도?”
“택시야 타 봤네만. 버스는, 지붕에는 올라간 적 있지.”
무임승차냐. 카드를 찍으며 버스에 타는 성현제는 상상이 안 가긴 했다. 버스에 한 번 태워 보고 싶긴 했지만, 나란히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오를 듯해 그냥 헬기에 올랐다. 세성 길드까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사치라니까.
“아까 말한 이름 말입니다.”
요란한 헬기의 소음 속에서 말했다.
“저한테 맞추지 말고요, 좀 도와주세요.”
체인질링에게는 여러모로 미안하기도 하니까, 가능한 좋은 이름을 지어 주고 싶었다. 내 센스가 사실은 별로 나쁘지 않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