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457
455화 입원 중입니다만 (2)
“사이비 종교라고 하면요, 길에서 붙잡고 도를 아십니까나 기가 맑아 보이시네요밖에 안 떠올라요.”
오늘 내 경호를 맡아 주기로 한 예림이가 햄버거 포장을 뜯으며 말했다. 테이블 위에는 콜라와 감자튀김, 윙봉도 있었다. 슬프게도 나는 금식을 해야 했다. 병원에는 S급들이 차례로, 오늘 밤에는 노아가, 내일은 유현이가, 내일 밤은 문현아, 마지막 날은 성현제가 와주기로 하였다. 일정이 틀어질 경우 대타로는 김성한과 에블린이 있었다.
정말이지 호화로운 경호 명단이었다.
“회귀 전에는, 역시 옆방에서 먹고 올까요?”
“아냐, 괜찮아. 여기서 먹어.”
무심코 빤히 쳐다봐 버렸나 보다.
“그냥 그걸로 끼니 때워도 되겠나 싶어서. 병원 식사 주문해도 될 텐데.”
“햄버거는 의외로 완전식품이라고요. 그리고 맛있죠. 보기보다 비싸기도 비싸고요.”
“그렇다곤 하지만 말이다. 얼만데?”
“세트 만이천오백 원이요.”
헐. 던전 생기고 나서 음식값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비싼 거 아니냐. 반찬 깔끔하고 찌개도 주는 보쌈정식이 만원밖에 안 하는데. 만이천오백 원이면 옛날 같으면 국밥 두 그릇이잖아.
“사먹을 일이 딱히 없었다 보니. 비싸네. 싼 줄 알았는데. 패스트푸드잖아.”
편의점 햄버거는 삼사천 원쯤 했던 거 같은데. 감자튀김이랑 콜라 해봤자 사천 원쯤 하나? 그럼 햄버거 단품이 팔천 원이라는 거 아니냐. 편의점 거보다 더 커 보이긴 하지만. 예림이가 햄버거를 크게 베어 물었다.
– 맛있어, 고모?
“먹어 볼래?”
결이가 고민하다가 테이블 위로 내려갔다. 그리곤 감자튀김을 하나 집어 들었다.
– 이거 먹어도 돼?
“응, 돼.”
요정용이 작다 보니 손에 들린 감자튀김이 큼직한 바게트 같았다. 결이가 입을 벌려 감자튀김 끝을 앙 베어 물었다.
– 짜!
“케첩 줄까?”
– 하지만 괜찮은 거 같아.
예림이가 뜯어서 짜준 케첩에 감자튀김을 찍어먹어 본 결이가 별로였는지 그냥 생으로 야금야금 마저 먹어치웠다. 꽤 마음에 들었는지 아예 자리 잡고 앉아서 두 번째 감자튀김을 쏙 빼들었다.
태어난 날짜로 치면 아직 너무 어린데 벌써부터 패스트푸드 먹여도 되나. 애기들은 조심하는 게 좋다던데. 인간은 아니지만.
“나도 던전을 숭배하는 종교에 대해서는 잘 몰라. 전에는 자잘하게 여러 종류가 있었거든. 던전이 터지는 게 옳다부터 해서 몬스터 권리를 주장하기도 하고, 종말론자들도 여럿이었고. 구원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물론 많았지.”
“그냥 지금 있는 사이비들이 던전 관련으로 교리만 바꾼 거 아니에요? 종말이니 구원이니 하는 건 지금도 있잖아요. 몬스터 말고 외계인 같은 걸 믿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세력이 약했으니까 비슷했을지도. 테러는 했지만.”
문제는 지금은 S급 헌터도 가담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믿는 신이라는 존재가, 실재하며 직접 간섭해 온다는 것도. 진짜 신은 아니지만 신으로 느껴지겠지.
“세상에는 참 이상한 사람이 많다니까요. 다른 것도 아니고요, 던전 터지면 사람이 다치는데 왜 그러는 걸까요?”
“사람 목숨보다 자기들 믿음이 더 중요해서겠지. 꼭 그런 광신도들만이 아니더라도 전쟁도 많이 일어났잖아.”
자기 이득을 위해 사람 해치는 인간들이야 널리고 널렸지. 반대로 타인을 위해서 목숨 거는 사람들도 있고.
“아무튼 문제는 맹목적인 일반인들이야. S급쯤 되면 효도 녀석들과 연관이 있을 테니 한동안은 얌전하겠지. 기껏해야 저번에 총 쏜 것 정도?”
“그것도 얌전한 건 아니죠.”
“목숨에 지장 갈 짓은 못 하니까. 하지만 초월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신도들은 제약이 없을 거거든.”
생각하면 골치 아팠다. 그나마 한국은 총화기 반입이 쉽지 않아서 다행이지, 해외였으면 이미 사육소에 기관총 난사며 폭탄 몇 번 던져졌을지도. 건물만 상하면 그나마 낫지, 사육소에도 빌딩에도 비각성자들이 있었다. 그걸 생각하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방탄복에 하급 방어막 아이템 지급하긴 했지만.”
사육소와 빌딩엔 중상급 헌터이 여럿 머물고 있었다. 노려질 게 분명한 석하얀 팀에는 아예 A급 헌터 한 명 이상 상주시키기로 했고. 그래도 걱정은 들었다.
“던전만 막으면 될 줄 알았지, 이게 뭐람.”
“사서 걱정은 그쯤 하세요. 아저씨 수술이 내일인데.”
– 삐약!
삐약이가 대답하듯 울며 테이블 위로 둥실 날아왔다. 그리곤 체인질링 앞으로 가 빤히 쳐다보았다. 결이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 먹을래?
– 삐약
– 자.
결이가 감자튀김을 하나 더 빼내서 삐약이에게 내밀었다. 삐약이가 조그만 날개를 뻗어서 감자튀김을 잡으려고…….
– 삐이.
잡으려고 허우적거렸지만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삐약삐약!
억울하다는 듯 삐약이가 파닥거렸다. 삐약아… 새는 부리와 발을 손 대신 쓰잖니. 너도 평소에는 그랬으면서.
“손가락이 없으면 불편하긴 하죠.”
예림이가 햄버거를 마저 먹으며 말했다. 삐약이가 계속 삑삑대자 벨라레도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 시잇.
– 뺙!
둘이 사이는 참 좋단 말이야.
그때 벨소리가 들려왔다. 리모컨으로 문을 열어 주자 흰 가운을 걸친 호연 선생님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의사로 보이는 중년 남성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 안녕.”
…응? 방금 저 말.
“한국어 할 줄 아세요?”
“조금. 어색해.”
예전에 배운 적 있다며 호연이 중국말을 섞어가며 대답했다.
“이쪽은 강경호 정형외과 과장.”
“처음 뵙겠습니다, 한 소장님.”
의사선생님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니 뭔가 송구스러워졌다. 마주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각성자이신가요?”
“예. 직접적인 치유 스킬보다는 보조스킬 위주지만요.”
수술할 때 도움이 되는 스킬을 얻었다고 했다. 들어 보니 현직 의사 중에선 그런 사람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해외에는 CT촬영 비슷한 스킬을 지닌 사람도 있다나. 시간 나면 길거리에 나가서 지나다니는 사람 스캔하곤 병증 발견하고 알려 주는 게 취미가 되었단다. 훌륭한 취미구만.
“포션과 치유 스킬을 최소화하려면 강 선생이 제격이라더라.”
“과찬이십니다.”
“…방금 중국말인 거 같았는데, 중국어도 할 줄 아세요?”
“듣는 것 정도는요.”
능력들이 좋으시네. 게다가 두 사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사이가 퍽 좋아 보였다.
“각성자가 나타난 후로 한의학에 관심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기라는 것이 마력과 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호연 선생님도 내 상태를 보고 맥이 어쩌고 기혈이 저쩌고 하셨지.
“내가 마취를 담당하고 수술은 강 선생이 맡을 예정이다. 나도 보조는 하겠지만. 속만 치유 스킬을 좀 쓰고 겉은 평범하게 봉합할 거니 잠시 목발 신세는 져야겠지.”
흉터도 남을 거라며 호연이 말했다. 흉터야 뭐. 이제는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고. 그래도 뼈는 바로 치료될 테니 후유증은 없을 거라 하였다. 스킬이 좋긴 좋다니까. 예전 같았으면 뼈까지 엉망으로 다친 걸 완벽하게 고치긴 불가능했을 텐데.
내일 일정을 말해 주고 두 사람이 병실을 떠났다. 흉터가 남을 거라는 내 말에 예림이가 안타까워했다.
“아저씬 계속 포션 쓰면 안 되는 거예요?”
“마나각인이 안정화되어서 전보단 나아진 거 같은데. 그래도 최대한 안 쓰는 편이 낫다더라. 흉터 좀 생기면 어때. 던전 생기기 전엔 흔한 일이었잖아.”
“그래도요.”
– 맞아, 아빠. 나도 속상해.
이런. 내가 최대한 안 다쳐야 하는데 그게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저녁에는 노아 씨가 명우와 함께 왔다. 명우는 어째 눈 밑이 퀭했다.
“입원한 건 난데 왜 네 얼굴이 더 안 좋냐.”
“저번 던전에서, 흐아함, 많은 일이 있었잖아.”
최근에 통 안 보인다 했더니 밤새우며 대장간에 들어박혀 있었구만.
“던전 제작자의 영역에 대해서, 조금 감이 잡히긴 하더라고. 그래서 대장간이라도 완전히 내 영역으로 다룰 수 있게 하려는데, 쉽지가 않아.”
“어, 음. 응.”
“내가 주인이긴 해도 그걸 만든 건 다른 사람이니까. 우선 공간에 대한 이해를 완벽히 끝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막혀서……. 결국 조금씩 분해 복구를 하고 있지. 한참 걸릴 거 같아.”
그… 단순히 건물 분해가 아니라 공간 자체를, 뭐, 그런다는 거겠지.
“그래도 신입 도움으로 대장간 공간 장악력이 좀 늘어나긴 해서, 얼음나무 창은 SS급 상급으로 업그레이드될 거 같아.”
“진짜?”
SSS급 마석을 재료로 쓰는 만큼 SS급 무기로 완성될 예정이긴 했었다. 하지만 잘해야 중급이고 하급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상급 SS급이라니.
“예림이가 엄청 좋아하겠다!”
“혹시 모르니까 아직은 말하지 마. 일본에서 가져온 SS급 마석들도 잘하면 SS급 무기 외 아이템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거고.”
와, 이래서 선임의 교육이 중요한 거구나. 비록 명우가 고생 많이 하긴 했지만…….
“내일 수술한다고 했지요? 무사히 잘 회복되시길 바랄게요.”
노아 씨가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목숨엔 전혀 지장 없는 부위잖아요. 걱정 마세요.”
“배 많이 고프신 듯한데…….”
어, 꼬르륵 소리가 들렸나. 노아의 말에 명우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마취도 안 한다며. 먹어도 되는 거 아냐?”
“나도 잘 모르지만 마취한 것과 비슷한 효과라니까. 게다가 뭐라더라? 마력 흐름이 어쩌고 하면서 하루는 굶어두는 게 좋대.”
“아, 식사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흐름이 약간 다르긴 해.”
침술이 일종의 스킬이라서인가. 그래도 배고프다.
“참, 얘는 체인질링, 요정용인 한결이야.”
명우는 본 적 없었지, 아마? 말 못 하는 척하고 있던 결이가 내 말에 몸을 일으키며 꾸벅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명우 아저씨. 한결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노아 아저씨.
“그래, 안녕.”
“나도 잘 부탁해, 한결아.”
“은혜처럼, 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만들어 낸 셈인 마수인데.”
“그럼 둘이나 더 태어나겠네.”
잘도 아는구만. 어쩌다 보니 연애도 한번 못 해 본 채 애만 셋이 되게 생겼다.
노아 씨는 날 지켜 주기 위해 남고 명우는 먼저 돌아갔다. 잠은 제대로 자면서 하라고 해도 씨익 웃고만 마는 게 살짝 걱정되었다. 나한테는 몸조심해라, 좀 쉬어라 툭 하면 잔소리면서.
다음 날 아침에는 유현이가 방문했다.
“형…….”
어제부터 내내 굶은 나를 보는 눈빛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수술 끝나면 하루는 형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어.”
“고맙다.”
“그리고 운동하자. 꼭.”
하루 사이에 더 마른 거 같다며 동생이 내 손목을 잡아 보였다. 아무 차이 없구만.
“기초체력이 중요하대. 이십대 때부터 관리 잘해야 하고.”
“나 서른까지 아무 문제 없었어.”
“나랑 같이 오래 살아야지.”
– 맞아요, 형! 유현이랑 같이 오래 사세요! 린이 많이 안 바라고요, 딱 천 년만!
내 손등 위로 기어 올라온 린이가 빙그르 돌다가 딱 멈추며 내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체인질링을 바라보았다. 결이가 눈을 깜박깜박하다가 손을 들어 올려 흔들었다.
– 안녕.
– 나는 네 삼촌 아니야!
…갑자기 무슨 소리냐. 린이가 나한테도 형 소리 하긴 하지만. 결이가 귀를 뒤로 확 젖히더니 콧등을 찌푸렸다.
– 나도 너 삼촌이라고 생각 안 해. 삼촌은 한 명뿐이야.
– 하지만 유현이가 삼촌이면 린이도 같은데!
– 안 같아. 바보.
– 같아!
– 아니거든. 그리고 넌 어리잖아.
– 알까지 치면 엄청 오래됐어!
– 나도 마석으로 치면 훨씬 오래됐어.
정령의 알과 디아르마 중에선, 역시 디아르마가 더 오래 살았으려나. 그 용인종도 적은 나이는 아닐 테고 성현제도 과거까지 치면 상당하겠지. 린이가 분해하며 씩씩거리다가 유현이에게로 쪼르르 돌아갔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유현이 눈치를 살피던 결이가 별 반응을 안 한다 싶자 다시 당당하게 머리를 치켜들었다.
– 아빠, 저 도마뱀 좀 시끄러워. 그치.
뭐, 조금은.
자기도 같이 굶겠다는 동생을 달래 점심을 먹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연과 강경호가 병실을 찾아왔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유현이가 더없이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결이도 말은 못 하지만 따라서 꾸벅거렸다. 누가 보면 목숨 오가는 수술 하는 줄 알겠다. 그냥 다리라니까.
“S급 헌터들이란 하나같이 뻣뻣한 줄만 알았더니.”
호연 선생님이 유현이를 보며 말했다.
“상급만 되어도 말이야. 가족 치료해 달라면서도 목에 철심 박아 놓은 듯 굴었지. 동생이 참 착해.”
“그쵸. 제 동생이 정말 착하긴 해요. 어릴 때부터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기특했다고요.”
“잠깐 눈 감고 있으면 끝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전 걱정 안 합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살짝 두근거리긴 했다. 공포 저항 없으면 조금 무서웠을지도. 마취와 비슷하다고 해도 그래도 마취 없이 수술을… 음, 비위가 상하는 소리긴 하네.
이내 수술실로 옮겨지고 호연 선생님 말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깐 의식이 흐려졌다가 눈을 뜨자 다시 병실이었다. 와. 정말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