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141
ⓒ 목마
입산-12
광폭. 폭혈에 붙어 있는 특수 스킬이다. 광란 5 중첩 전부와 체력 절반으로 소모하고서 추가 스탯과 외형의 변화를 얻는다. 라덴의 손톱과 발톱, 이빨이 길게 자라나고서 골격이 뒤틀렸다. 기다란 꼬리가 라덴의 뒤에서 흔들거린다.
“저건 또 뭐야”
비틀거리며 물러 선 에클레어의 눈가가 일그러진다. 라덴이 가진 외형적 변화는 못알아 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라덴은 거친 숨을 토하며 몸을 낮추었다. 양 손이 바닥을 짚는다.
에클레어가 가진 가장 강력한 방어 스킬인 생크추어리는 백색거울로 무력화 시켰다. 생크추어리의 쿨타임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런 성능 좋은 방어 스킬의 쿨타임이 짧을 리가 없다. 아무리 짧아도 백색거울의 쿨타임과 비슷할 테고, 어쩌면 그보다 길지도 모른다.
‘반사 데미지로 타격을 주기는 했지만…’
생크추어리의 반사 데미지를 다시 반사한 것이라, 에클레어에게 입힌 데미지는 얕다. 게다가 홀리데이의 길드원들이 킬러 앤트를 상대하고는 있어도 전원이 그쪽으로 빠진 것도 아니다. 아직도 상당한 숫자의 사제들이 에클레어에게 붙어 그녀를 보조하고 있었다.
‘죽일 수는 없어.’
우선, 라덴은 그것을 생각했다. 광폭을 쓰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에클레어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몰아쳐도 저만한 숫자가 체력 회복 마법을 걸어준다면 거의 불사신에 가깝게 되니까. 그렇다고 라덴이 가진 화력으로는 버프 마법을 둘둘 만 에클레어를 일격에 죽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번에도 자카이드 때와 똑같았다. 일단 싸우다가 도망친다. 킬러 앤트로 홀리데이의 발을 묶고서, 그 사이에 라덴은 최대한 빠르게 홀리데이의 영역을 벗어난다. 헌터즈 때처럼 게릴라 전을 펼칠 수는 없었다. 이미 헌터즈라는 전례가 있는 한, 에클레어가 라덴의 생각처럼 길드원들을 움직여 주지는 않을 것이다.
‘두들겨 패고서 도망치는 것이 나아.’
죽일 수 없다. 다시 한 번, 라덴은 그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대충 싸울 수는 없었다. 애초에 죽일 수 없음을 알았고, 도망을 생각했지만.
얌전히 도망칠 것이라면 개미 둥지에 직접 들어가지도 않았을 테니까.
라덴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사람이 아닌 짐승처럼 네 발을 써서. 에클레어는 자신 쪽으로 튀어 오른 라덴을 보면서 표정을 굳혔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에클레어가 아닌 그녀가 강신시킨 전투의 신, 아딤이다.
아딤은 물러서지 않았다. 정면으로 받아 낸다. 꽈앙! 휘두른 스태프와 라덴의 주먹이 부딪힌다. 힘에서 밀린 것은 에클레어 쪽이었다. 스태프가 뒤로 휘청거리면서 물러난다. 라덴은 기세 그대로 허공에서 몸을 크게 회전했다. 빠아악! 크게 휘두른 다리가 에클레어의 팔뚝과 부딪힌다. 에클레어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일부러 그렇게 받아 주었다. 에클레어는 옆으로 기울어진 몸을 완전히 뉘였다. 스태프를 땅에 내리 찍고, 그것을 지지대 삼아 에클레어의 몸이 빙글 돌았다. 회전을 실은 발등이 공중에 뜬 라덴을 향해 날아 온다. 라덴은 혀를 차면서 몸을 뒤로 꺾었다. 타탁! 양 손으로 땅을 짚고 물러서서 에클레어의 공격을 피해낸다. 기다란 꼬리가 빳빳하게 세워진다. 광폭 상태에서 생겨나는 이 꼬리는 라덴의 의지대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꼬리가 곤봉처럼 에클레어의 얼굴로 날아갔다. 에클레어는 턱을 들어 뒤로 젖히면서 라덴의 공격을 피해냈다.
‘반응이 빨라.’
왜 저런 센스를 가지고서 프리스트 직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무투가를 하거나 다른 근접 딜러를 했다면 랭킹은 물론이고 투기장까지 씹어 먹을 수 있을 텐데. 라덴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땅에 내려섰다.
스태프의 보석이 풀려 나온다. 에클레어는 보석에 이어진 끈을 잡고서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충분히 회전했을 때, 보석이 철퇴처럼 라덴을 향해 쏘아졌다.
보석이 라덴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콰앙! 등 뒤에서 보석이 바닥에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광폭 상태에서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대신에 스킬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육체 능력이 상승한다. 양자택일을 쓸 때와 크게 차이가 없는 속도와 힘. 에클레어에게 정면으로 달려 든 라덴은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에클레어는 라덴의 뒤편에 박혀 고정 된 보석을 확인하고서 양 손으로 끈을 잡았다. 날아드는 라덴의 주먹, 그 아래로 끈을 밀어 넣는다. 파악! 그대로 끈을 위로 들어 올리면서 라덴의 주먹이 향하는 방향이 위로 바뀐다. 에클레어는 그대로 끈을 라덴의 팔로 빙글 감아 당겨버렸다.
콰드득! 질긴 끈이 라덴의 팔뚝을 파고 든다. 설마 이런 식으로 대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라덴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클레어의 반응이나 센스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에클레어의 몸뚱이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에클레어가 아닌 아딤이다. 전투의 신이 에클레어의 몸을 직접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끈이 조인다. 라덴은 이를 갈면서 팔을 빼려 들었지만, 라덴의 근력으로도 팔뚝을 감은 끈을 끊어낼 수가 없었다. 라덴은 팔을 흔들면서 반대쪽 손을 움직였다. 손톱으로 끈을 끊어내려 할 때, 에클레어가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에 따라서 붙잡힌 팔이 휘둘린다. 라덴의 몸이 비틀거렸을 때, 에클레어가 발을 들어 라덴의 몸을 걷어찼다.
높다란 굽은 그 자체로 흉기였다. 굽에 찍힌 라덴의 배에서 피가 뿜어졌다. 라덴은 붉게 물든 눈을 번뜩이면서 아예 팔을 자신 쪽으로 당겨 버렸다.
순수 근력치에서는 승부가 되지 않는다. 에클레어는 미련 없이 끈을 놓아 버렸다. 라덴은 끈이 느슨해 진 순간 바로 팔을 잡아 빼고서 에클레어를 향해 손을 펼쳤다. 활짝 펼친 일장이 에클레어의 가슴으로 ㄴ라아간다. 에클레어는 뒷걸음질로 물러서면서 손을 뻗었다.
새하얀 방패가 에클레어와 라덴 사이를 가로막았다. 쩌엉! 라덴이 내지른 일장이 에클레어의 방패에 가로막혔다.
에클레어가 방어한 틈을 노리고 라덴이 파고 들어온다. 먼 곳에 박혀 있던 보석이 다시 감겨 스태프로 돌아 온다. 에클레어는 라덴이 휘두른 주먹을 피해 몸을 비틀었다.
아딤의 말에 에클레어가 미간을 찡그렸다. 버프 마법의 지속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몰려드는 킬러 앤트의 숫자가 너무 많은 탓에 성기사들은 이쪽에 신경쓸 수가 없다. 사제들이 성기사를 마크하고 있어서 에클레어를 마크하는 사제들의 숫자가 아까만큼 많지는 않다.
게다가 강신의 지속시간도 무한한 것은 아니다. 특히나 이런 직접 강신이라면 더더욱. 앞으로 남은 시간은 3분 남짓. 3분 안에 라덴을 잡을 수 있을까
[아니, 힘들어. 이 몸뚱이로는 치명타를 입히는 것도 힘들고, 저 녀석도 반응이 좋아서 치명타를 피하고 있어.] ‘이 쓸모없는 새끼! 지금이라면 잡을 수 있다면서’[신에게 하는 말치고는 너무 예의가 없군. 뭐, 그런 성격이라는 것은 알지만. 잡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생각보다 저 녀석이 잘 싸우는 군. 나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거야. 이 몸뚱이로 말이지. 네가 직접 싸웠다면 예전에 두들겨 맞고 끝났을 걸]
아딤의 대답에 에클레어는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에클레어가 근접전에서 우세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아딤의 보조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어쩔 테냐 저런 형태의 지속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3분 뒤에는 강신도 끝나. 쿨타임 동안은 의식으로 보조하는 것도 할 수 없어. 차라리 몸을 빼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망신을…!’[실컷 두들겨 맞는 것보다는 덜하겠지. 아닌가] ‘…물러서고 싶어도 물러설 수가 없어. 개미 새끼들이 몰려들고 있으니까.’
에클러어와 아딤이 대화하는 도중에도 라덴은 공격을 퍼부었고, 아딤은 반격 위주로 상대에 나섰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강신이 끝났다.
[정면에서 맞서지 마라.]에클레어의 몸에서 떠나가기 전, 아딤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경고해 주었다. 에클레어의 몸이 움찔거린다. 다시 아바타의 감각이 돌아 온 것이다. 그녀가 아바타로 돌아 왔을 때,
라덴의 주먹은 바로 앞에 있었다. 에클레어는 기겁하면서 머리를 옆으로 꺾었다.
‘응’
에클레어의 표정이 바뀐 것과 반응. 라덴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아직 광폭 스킬이 끝날 때까지 5분 정도가 남은 시점이었다.
‘갑자기 왜 이래’
그간 무리해서 공격을 넣다가 에클레어에게 아픈 반격을 얻어맞은 탓에 조금 조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에클레어의 반응이 이상하다. 공격을 피하고는 있는데…
‘구멍투성이야. 뭐야 일부러 페이크 치는 거야’
반격을 노리고 들어오라고 틈을 보이는 건가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건 너무 노골적이잖아. 병신이 아니라면 저렇게 노골적으로 틈을 보이는 것에 들어갈 리가 없는데 덕분에 라덴은 조금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에클레어가 틈을 보여주는 것이 진짜 저러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일부러 길을 열어 준 것인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금 전까지 보여 준 움직임을 생각해 보면 절대 저렇게 움직일 리가 없는데
‘…페이크 같지는 않은데’
회피 뿐이 아니다. 혹시 몰라서 공격해 보라고 틈을 열어 주었는데도 들어오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조심하고 있는 것이 묻어 나올 정도였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왜 갑자기 저러는 거지 라덴은 의문을 느끼면서도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일단 틈을 보여줬으니 한 번 찔러 본다. 페이크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반격을 조심한다면 크게 손해를 볼 것 같지는 않았다.
퍽.
“어”
라덴의 입에서 허무한 목소리가 나왔다. 맞았다. 피하겠지, 페이크겠지 싶었는데… 맞아 버렸다. 안면을 얻어 맞은 에클레어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뭐야 이것도 페이크야 라덴은 어안이 벙벙해서 에클레어를 바라보았다.
“이… 돼지가…!”
에클레어가 맞은 코를 감싸안고서 욕설을 내뱉었다. 라덴은 눈을 끔벅거리면서 에클레어를 빤히 보았다. 아직 그는 상황을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성큼거리며 에클레어에게 다가갔다. 에클레어는 라덴을 향해 스태프를 크게 휘둘렀다.
“뭐하자는 거야”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라덴은 그렇게 질문했다. 에클레어의 공격은 속도도, 힘도 충분했지만 뻔했다. 머리를 까닥 움직이는 것으로 피할 수 있는 정도다. 에클레어는 스태프를 붕붕 휘두르면서 라덴이 다가오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터억. 에클레어가 휘두르던 스태프가 라덴의 손에 잡혔다.
아딤의 보조가 없는 이상 에클레어가 라덴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에클레어가 근접전에서 라덴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머릿속에 새겨지던 아딤의 전투 지시 덕분이다. 그것이 없는 이상 에클레어에게는 라덴을 놀라게 할 센스는 없었다. 라덴은 에클레어가 스태프를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잡고서 에클레어에게 다가갔다.
“대체 뭐야”
라덴의 손이 들렸다. 일단 때려 본다. 짜아악! 뺨을 얻어맞은 에클레어의 머리가 옆으로 크게 돌아갔다.
“…이건 왜 맞아”
“이…!”
짜악! 다시 한 번, 에클레어의 머리가 옆으로 돌아간다. 에클레어는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라덴을 노려 보았다. 물론, 라덴은 그 시선에 움찔하지도 않았다. 그는 헛웃음을 흘리면서 계속해서 손을 휘둘렀다. 철썩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라덴이 손을 휘두를 때마다 에클레어의 머리가 좌우로 붕붕 돌아갔다.
“여왕님!”
에클레어가 뺨을 얻어맞기 시작하자 홀리데이의 길드원들이 울부짖었다. 여왕님은 또 뭐야 라덴은 투덜거리면서 에클레어의 뺨을 한 번 더 후려쳤다.
“…너…”
에클레어가 씨근거리며 라덴을 노려 보았다. 뺨을 후들겨 팼음에도 에클레어의 시선은 조금도 죽지 앟았다.
“후회할 거야. 후회할 거라고. 네가… 너 따위가…!”
“후회는 무슨.”
라덴은 투덜거리면서 에클레어의 멱살을 잡았다. 갑자기 에클레어가 왜 이렇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콰앙! 라덴의 이마가 에클레어의 코를 들이 박았다.
“나 적 많아.”
에클레어의 이쁜 코에서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여기까지 해야겠군. 라덴은 등 뒤에서 홀리데이의 길드원들이 달려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에클레어의 몸을 밀쳤다.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 난 에클레어가 땅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너랑 너희 길드 추가되어도 큰 문제는 없어. 어차피 적 많으니까.”
라덴은 그렇게 말하고서 에클레어의 몸을 지나쳤다.
“개미나 잘 막아 줘.”
“죽여 버릴 거야…!”
“그래, 그래.”
라덴은 뒤를 쓱 돌아보았다. 눈이 뒤집어진 사제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성기사도 없는데,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덤벼오는 것일까. 저것을 보니 홀리데이의 길드원들이 길드장인 에클레어에게 얼마나 충성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라덴은 혀를 내두르면서 무릎을 굽혔다.
“죽여 버릴 거라고!”
에클레어의 고함을 뒤로 하고, 라덴은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입산-1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