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150
ⓒ 목마
제노미아-2
“…뭐라고”
소년의 질문에 라덴은 커다랗게 뜬 눈을 끔벅거렸다. 이단 신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순간 이해를 하지 못한 탓이었다. 라덴이 되묻자 소년의 얼굴에 불안이 더해졌다. 소년은 조금 더 뒤로 물러섬으로서 라덴과 거리를 벌렸다.
“자, 잠깐. 잠깐.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이단 신도가 아니야.”
이대로 가다가는 괜한 덤터기를 뒤집어쓰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라덴은 급히 손을 내저으며 소년에게 호소했다.
“그리고 왜 나보고 이단 신도라는 거야”
“바, 방금 로만에 대해 말했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로만에게 볼 일이 있다는 것이 왜 이단신도라는 것인데”
“로만을 비롯한 아하베스의 신자들은 황혼교에 의해 모두 다 이단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라덴의 의문에 대답해 준 것은 소년이 아니었다. 요리가 담긴 큼직한 쟁반을 들고 나온 소녀였다. 소년은 후다닥 소녀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누, 누나!”
“제리, 너. 일 안하고 뭐하는 거야”
아무래도 소년의 이름이 제리인 모양이었다. 소녀가 눈을 흘기자 제리는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누나, 이 손님은 키아미르에서 왔대.”
제리가 까치발을 들고서 소녀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그 말에 소녀는 살짝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테이블에 쟁반을 걸치고 요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키아미르에서 오셨다면 제노미아의 사정에 대해 잘 모르시겠네요. 한 달 전부터 황혼교는 아하베스 교를 이단으로 지정하고, 아하베스 교의 대주교인 로만과 다른 주교들을 구금하였어요.”
“…뭐라고”
일이 복잡하게 꼬였다는 것은 알겠다. 흑성의 심부름으로 만나야 할 대주교 로만이 황혼교에 의해 구금되었다. 흑성의 심부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황혼교와 정면으로 부딪혀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뭐야 황혼 이 새끼들, 왜 이리 스케일이 커졌어’
사실 애초부터 황혼의 스케일은 컸다. 그들은 이 거대한 발할라 세계를 전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악의 조직이니까.
“키아미르는 아직 황혼교의 가르침이 전해지지 않은 건가요”
소녀가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라덴은 선택해야 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모르는 태도를 취하여 소녀에게서 정보를 얻어 낼지. 아니면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대화의 흐름에서 벗어날지.
‘못 먹어도 고.’
“어… 응. 황혼교가 대체 뭐야”
결국 라덴이 선택한 것은 이쪽이었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제노미아가 왜 황혼에게 장악된 것이고, 황혼이 왜 종교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며, 대주교 로만을 비롯한 아하베스의 신자들이 왜 황혼에게 이단으로 지정되어 구금당하였는지.
“황혼교는 반 년 전쯤에 이 도시에 들어 온 신흥 종교예요.”
소녀가 입을 열었다. 말을 이어가면서도, 소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지는 않았다. 라덴은 소녀가 건네는 식기를 받고서, 군침이 돌 정도로 좋은 냄새를 풍기는 요리들을 바라보았다.
“반 년 사이에 황혼교는 이 도시의 뿌리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고, 도시의 영주를 비롯한 유지들을 열성적인 신도로 만들었죠. 황혼교에 심취한 영주들은 저희 같은 서민들을 위해 도시의 창고를 열고 도시의 불편점을 개선하는 둥 많은 복지 정책을 시행했어요.”
“…어”
소녀의 말을 듣고서 라덴은 멍한 소리를 발했다. 당연히, 라덴은 황혼교가 이 도시에 나쁜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히려 반대였다.
“그러다 보니 도시의 주민들도 황혼교를 받아 들이고 자연스럽게 신자가 되었죠. 그 과정에서 본래 이 도시에 있던 아하베스의 신자들은 반발하였지만, 황혼교에 깊이 심취해 있던 영주와 유지들은 오히려 황혼주교들의 말을 들어 아하베스 교를 이단으로 지정, 그들을 감옥에 가두었어요.”
라덴은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소녀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황혼교가 이 도시에서 한 악행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 아닌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황혼교는 영주와 유지들을 구워삶아 창고를 열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양한 복지 정책을 펼치면서 도시의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어 냈다.
“…화, 황혼교는 플레이어를 왜 배척하는 거지”
“배척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닌가요”
소녀가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되물었다.
“알라베스 산 저편의 도시들의 사정은 모르지만, 이쪽 도시들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플레이어의 방문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저희는 플레이어가 무엇인지,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잖아요. 저희가 어떤 존재인지도 말이에요.”
라덴은 입을 다물었다.
“저희는 이 세계의 부속품이고, 세계의 진정한 주인은 플레이어들. 죽어도 며칠 뒤에 다시 부활하고, 이 세계를 단순히 즐기면서 여행하는 자들. NPC인 저희가 그런 플레이어들을 거부하는 것이 뭐가 이상하죠”
반박할 수가 없었다.
“황혼교가 주장하는 것도 그것이에요. 이 세계의 진정한 주인은 플레이어가 아닌 우리 NPC이며, 플레이어를 배척해야 한다고.”
“…그, 그래.”
라덴은 더듬거리면서 대답했다. 그는 플레이어였고, NPC의 관점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다만 어느 정도 공감은 가능했다.
“얘기해 줘서 고마워.”
라덴은 소녀에게도 똑같이 오만 골드짜리 금화를 건네 주었다. 소녀는 제리처럼 활짝 웃으면서 금화를 받고서 꾸벅 머리를 숙였다.
“맛있게 드세요.”
소녀와 제리가 돌아가고, 라덴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음식의 맛은 훌륭했지만 그것을 마냥 즐길 수는 없었다. 머릿속이 생각으로 복잡했기 때문이다.
‘너무 잘 만들었어.’
NPC에 대한 생각이었다. 발할라의 NPC들은 실제 인간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다. 완벽한 AI. 몇 개도 아니고 몇 천, 몇 만, 어쩌면 억에 달할 지도 모르는 그런 NPC들의 AI가 실제 인간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쯤 되면 단순한 게임이라고 할 수도 없다.
‘빌어먹을. 이런 문제는 머리가 아프단 말이야.’
라덴은 몇몇 NPC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백호무술관의 관주인 백설과 사형들. 그리고 다른 NPC들. NPC를 단순한 NPC로 취급하고 대하기에는 맺은 인연이 너무나 깊다. 그렇기에, 방금 전에 소녀가 한 말을 듣고서 생각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NPC가 자신들을 위해 플레이어를 배척하기로 한 것.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것은 바로 황혼. 스토리 상 황혼은 플레이어가 말살해야 할 발할라 스토리의 주적이다. 하지만 그런 황혼이 도시 영주와 유지들을 움직여 NPC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도입했다.
콰당!
라덴의 생각이 멈췄다. 커다란 소리를 내고서 열린 술집 문을 통해서 병사들이 몰려 들어왔다. 선두에 섰던 병사 중 하나가 성큼거리면서 술집 주인에게 다가갔다.
“이봐, 로버.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검은색과 백색이 조합된 경갑을 입은 남자를 보지 못 했나”
“조용히 열고 들어오면 될 것을 왜 문을 걷어 찬 거야”
바 테이블 건너편에 있던 술집 주인, 로버가 투덜거리면서 대답했다.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 흑백의 경갑. 그런 차림새의 손님은 받지 않았어. 왜, 무슨 일이야”
“성벽을 넘어 도시로 침투한 플레이어를 찾고 있는 거야.”
병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술집 안을 쭉 둘러보았다. 얼마 없는 술집 손님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던 병사의 눈이 라덴에게 향했다.
“저 놈은 뭐야”
“누구긴. 손님이지. 들어 보니까 키아미르에서 왔다는데”
“뭐”
로버의 대답에 병사가 미간을 찡그렸다. 이건 안 좋은데. 라덴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씹고 있던 고기를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라덴이 그러는 중에 병사들이 성큼거리면서 라덴을 향해 다가왔다.
“키아미르에서 오셨다고”
로버와 대화하던 병사가 아무래도 이 무리의 대장인 듯 했다. 그는 험상궂은 얼굴을 더욱 찌푸리면서 라덴의 테이블을 손으로 짚었다.
“시민증 좀 보여주쇼.”
“…흠.”
라덴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시민증이라니,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라덴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표정을 관리하면서 품 안에 손을 넣었다.
“어디 보자… 시민증이…”
그렇게 중얼거리던 중에, 라덴은 테이블을 발로 걷어찼다. 콰당! 위로 올라간 테이블에 병사들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 재수 없는 몇몇 병사들은 덩달아 뛰어 오른 접시와 음식을 머리부터 뒤집어 쓰기도 했다. 라덴은 즉시 의자에서 튕겨 몸을 일으켰다.
튄다.
“잘 먹었습니다.”
“자, 잠깐! 식사값!”
술집 밖으로 뛰어나가려는 순간, 등 뒤에서 로버가 고함을 질렀다. 팁으로 십만 골드나 줬는데 식사 값을 달라니. 라덴은 로버의 뻔뻔함에 속이 끓었지만, 인벤토리에서 십만 골드를 꺼내서 가게의 입구에 던져 두었다.
“다 먹지도 못했는데!”
라덴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술집에서 뛰쳐나온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라덴의 뒤를 쫒았다. 대로로 달리게 되면 결국 더 많은 시선을 끌게 될 뿐이다. 질주 스킬을 이용해 달리던 라덴은, 바로 옆에 난 골목으로 몸을 틀었다.
좁은 골목이었지만 쓰레기와 악취는 없었다. 거리가 깨끗했던 것처럼 골목도 깨끗했고, 이런 골목에는 으레 있을 법한 부랑자도 보이지 않았다. 쓰레기통조차도 깨끗한 모습으로 뚜껑이 잘 덮여 있었다. 제노미아. 이 도시가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뒷골목이 증명하고 있었다.
“잡아!”
라덴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 온 병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살기에 노출되었습니다, 그런 경고가 끊임없이 울린다. 라덴은 골목을 달리면서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건물 아래의 그림자로 뛰어 들어간 라덴은, 그 즉시 그림자 뛰기를 펼치면서 건물의 옥상으로 이동했다.
“뭐, 뭐야! 어디갔어!”
“은신 마법이야! 마법사, 마법사 없어!”
“있을 리가 있냐!”
발로 뛰는 경비대원들 중에 추적 마법이 가능한 마법사가 있을 리가 없었다. 라덴은 건물의 옥상과 옥상을 뛰어 몇 블록 떨어진 골목으로 떨어졌다. 조금 먼 곳에서 병사들이 지르는 고함 소리가 들렸고, 그들이 뛰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잠깐.”
골목의 더 깊은 곳으로 움직이려는 라덴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라덴은 멈칫하여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낡은 뒷문의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그 안쪽에서 누군가가 라덴을 보고 있었다.
“플레이어 맞죠”
“…누구”
라덴은 말을 건 NPC를 빤히 보았다. 그는 엷은 갈색머리를 옆으로 넘긴 남자였다. 라덴의 질문에 그는 즉시 손을 들어 올렸다. 텅 빈 허공을 남자의 손가락이 몇 번 두드리고, 반 투명한 창이 남자의 앞에 나타났다.
“시스템 NPC입니다.”
NPC이면서 시스템 창을 띄울 수 있는 것은,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한 기능을 갖춘 시스템 NPC 뿐이다. 라덴은 조금 놀란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제노미아에도 시스템 NPC가 있는 겁니까”
“모든 도시에는 시스템 NPC가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오지 않는 통에 무기한 휴가를 받았고, 황혼교가 도시를 장악하면서 시스템 하우스가 무너지기는 했지만. …병사들에게 쫒기고 있는 겁니까”
“어… 음, 뭐 그렇죠.”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제가 숨겨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남자가 주위를 살피고서는 문을 열었다. 라덴은 잠시 망설이다가 남자가 열어 준 문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제리와 소녀에게 이야기를 조금 듣기는 했지만, 아직 여러 가지 의문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제노미아-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