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153
ⓒ 목마
제노미아-5
“멍청한 플레이어 녀석.”
감옥을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은, 제노미아 영주 휘하 기사단 소속의 데미안이었다. 그는 검강을 자유자재로 뽑아 낼 수 있는 실력자였고, 현재 데미안의 곁에는 데미안보다는 아니지만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사 다섯과, 황혼 측에서 지원해 준 마법사 열 명이 있었다.
거기에 일반 병사도 오백이다. 이쯤 되니 데미안은 이쪽의 준비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죽음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는 플레이어이며, 알라베스 산을 넘은 최상위 랭커라고는 하지만. 결국 그래 봐야 혼자 아닌가. 한 손이 열 손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데미안 경.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데미안과 같이 영주 휘하 기사단 소속인 레놈이 물었다. 그 말에 데미안은 허리 춤에 걸고 있는 검을 쓸어 내리면서 대답했다.
“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지. 숫적인 우위는 이쪽에 있다. 괜히 감옥 안으로 들어가 놈이 싸우기 좋게 만들어 줄 필요는 없지 않나”
“과연 데미안 경이십니다.”
제놈이 양 손을 비비면서 아양을 떨었다. 이번 플레이어 사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을 때, 그 공적을 차지하는 것은 이 작전의 총 지휘관인 데미안이다. 이번 작전을 지시한 것은 현재 제노미아 안에서 영주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황혼교이니, 이번 일이 성공한다면 데미안은 황혼의 수족으로서 그 쓰임새를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줄을 잘 타야 돼.’
데미안은 영주 휘하 기사들 중에서 제일이라고 해도 좋을 실력을 보유한 남자였고, 그런 데미안에게 이번 작전의 지휘권이 넘어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놈은 제 분수를 잘 아는 사내였다. 자신이 아닌 데미안이 지휘관이 된 것에 대해 시기를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데미안의 항문을 잘 핥아 주어 떡고물 하나라도 더 주워 먹을 궁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뭐, 잘 되겠지.’
제놈은 입맛을 다시면서 감옥 쪽을 힐긋 보았다. 제놈도 그렇고, 데미안도 그렇다. 둘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기사들, 모든 병사들, 제노미아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그들은 플레이어에 대해 알지 못한다. 기억 속에 플레이어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새겨져 있었지만, 실제로 플레이어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제노미아의 시민 중에서 저 거대한 알라베스 산에 도전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고, 제노미아와 알라베스 산 사이에 있는 초원을 감히 침입하려 하는 이들도 없었다. 몇몇 철없는 젊은이들이 미지를 탐험하겠답시고 성벽을 나가 초원을 가로질러, 알라베스 산으로 향한다고 떠들고 그렇게 하기는 했지만
돌아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산을 오르는 것에 성공했고, 그 저편에 있는 미지의 도시에 도달하였는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당연히 실패했겠지. 제놈은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초원의 켄타우로스들은 그리 호전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제 영역을 침범하는 것과 무리의 일원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무엇보다 잔혹해지는 놈들이다. 도시를 떠난 놈들이 초원을 넘는 것은 성공했을는지. 사실 제놈이 알 바는 아니었다. 상대는 그 초원을 넘고, 저 거대한 알라베스 산을 넘어서 온 놈이었지만, 확실한 숫적인 우위는 이쪽에 있다. 상대가 죽지 않는 플레이어라고 해도 두려워 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음.”
데미안의 곁에는 커다란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가 있었다. 스태프를 조용히 흔들고 있던 남자가 작은 신음 소리를 발했다. 그는 홱하고 머리를 돌려 뒤를 돌아 보았다.
“데미안 경. 조심…”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이었다. ㅡ콰아앙! 커다란 폭음이 밤공기를 찢었다. 감옥 건물이 무너질 것처럼 크게 흔들거렸다. 데미안이 놀란 얼굴로 감옥을 보았다.
“무, 무슨”
“쯧.”
마법사가 작게 혀를 찼다. 감옥 안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폭음이 터진다. 쾅, 쾅, 쾅. 폭음이 거듭될 마다 감옥의 건물이 흔들렸고, 데미안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면서 마법사를 보았다.
“뭐, 뭔가”
“플레이어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말에 데미안의 표정이 바뀌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다. 데미안은 빠르게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조금 뒤로 물러선 병사들이 감옥 건물을 빈틈없이 에워쌌고, 데미안이 직접 앞으로 나서 감옥의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대문이 박살났다. 감옥 안에 가득 차있던 열기가 박살난 문을 통해서 뿜어져 나온다. 데미안은 미간을 찡그리면서 검을 뽑았다. 길게 뻗은 롱소드에 새파란 검강이 어렸다.
“도대체 뭔…”
데미안이 투덜거렸을 때. 문의 안쪽에서 새하얀 강기가 쏘아졌다. 데미안은 흠칫 놀라 검을 들어 올렸다. 카아앙! 검신이 날카로운 소리를 발하면서 검강이 크게 흔들렸다. 정면으로 부딪혔던 백색 강기가 밤하늘 위로 튀어올라 사라졌다.
“아오.”
투덜거리는 소리가 났다. 라덴은 뜨거운 열기를 손으로 헤치면서 건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얼굴을 가득 찌푸리고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가장 먼저, 라덴의 눈과 데미안의 눈이 마주쳤다. 그 뒤에는 데미안의 주변에 가득한 병사들과, 로브를 뒤집어 쓴 황혼의 마법사들을 보았다.
“씨발.”
뜬금없는 욕이었지만 라덴에게는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 얌전히 로만을 만나서 퀘스트에 대한 내용을 들으려고 했는데, 퀘스트의 진행은커녕 도시 전체를 장악한 황혼교와 한바탕 하게 생겼다. 거기에 이번에는 몇 백명이나 되는 NPC들과 정면으로 맞붙게 생겨버렸다.
그리고 또.
‘도움이 안 돼!’
라덴은 이를 갈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아하베스교의 신자는 대주교인 로만을 포함해서 여덟 명. 로만이 대주교인 만큼 가장 늙기는 했지만, 다른 주교들도 결코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였다. 게다가 아하베스가 현재 이 도시에 들어오지 못하는 탓에 저들은 신성력도 신성마법도 쓸 수가 없다.
“뭔놈의 종교가 성기사도 없답니까”
“아하베스는 풍작의 신입니다. 칼과 방패로 농사를 어찌 짓습니까”
“그렇다면 당신들도 전직 농부라는 겁니까 그런데 뭔 놈의 체력이 그래!”
“저희는 풍작을 기원하는 사제들이지 농부는 아닙니다.”
라덴이 투덜거리는 말에 로만이 꼬박꼬박 대답을 해 주었다. 차라리 말이라도 말지. 라덴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주먹을 치켜들었다. 상황은 최악이다. 혼자서라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지금의 라덴은 저 여덟 명을 데리고 탈출해야 한다.
‘비밀 신전은 서쪽 성문 쪽.’
그러니까, 이 쓸모없고 그렇다고 몸놀림이 빠른 것도 아닌 주교들 여덟을 데리고, 서쪽 성문 쪽에 있는 비밀 신전까지 가야 한다는 말이다.
‘뭐 이런 하드코어한 퀘스트가 다 있어’
라덴은 빠득빠득 이를 갈면서 주먹을 치켜들었다. 일단 길을 열어야 한다. 라덴은 이쪽을 노려보는 데미안과 병사들을 보았다.
“네가 플레이어냐”
데미안이 검을 앞으로 뻗으면서 물었다. 라덴은 멈칫하고서 데미안을 보았다. 데미안이 앞으로 뻗은 검의 끝에는 새파란 강기가 불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는 넌 뭐야”
라덴은 삐딱하니 머리를 기울이고서 물었다. 되묻는 말에 데미안이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했다.
“플레이어 따위에게 알려 줄 이름은 없다.”
“나도 NPC따위에게 알려 줄 이름은 없다.”
라덴의 데미안의 대답을 그대로 돌려주면서 땅을 박찼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말을 걸며 폼을 잡는 놈이 원래 대장인 법이다. 그런 라덴의 생각은 적중했다. 데미안은 갑자기 달려드는 라덴을 보고서 표정을 굳혔다.
“흡!”
숨을 삼키는 소리, 데미안이 검을 휘두른다. 날카롭게 벼려진 푸른 강기가 밤하늘을 베어낸다. 라덴은 다가오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데미안의 칼질을 피해 허리를 비틀었다.
‘반응 좋고, 검강의 형태도 깔끔해. 꽤 강하군.’
플레이어 레벨로 따진다면 100은 넘으려나 라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비튼 허리가 돌아가는 방향으로 아예 몸을 회전했다. 꽉 쥔 주먹이 데미안의 안면으로 날아간다. 데미안은 혀를 차면서 발을 움직였다. 타탁! 몇 걸음 물러선 만큼 확보된 거리로 라덴의 공격이 허공을 격타한다.
애초에 물러서라고 때린 것이다. 빙글 몸을 돌린 라덴은 허리에 딱 붙이고 있던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백보신권. 라덴이 주먹을 뻗은 방향으로 새하얀 기탄이 쏘아진다.
“흠!”
나름대로 허를 찌른 공격이었는데, 데미안은 맞아주지 않았다. 몸놀림이 좋아. 라덴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발을 들어 올렸다. 풍인각. 다리를 휘두른 방향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바람의 칼날이 쏘아진다. 싸악! 그리고 데미안은 검을 휘둘러 그것마저 말끔하게 잘라 버렸다.
“랭커라더니 별 거 아니…”
데미안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하는 순간이었다. 라덴의 몸이 가속했다. 데미안은 갑자기 속도가 바뀐 라덴의 몸놀림에 흠칫 놀라 검을 들었다. 카카칵! 연속으로 휘두른 손톱이 데미안의 검을 뒤로 밀어낸다.
‘뭐, 뭐야!’
라덴이 본격적으로 양자택일 특성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데미안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서 라덴의 연타에 대응했다. 휘두르는 손톱, 중간 중간 섞여 날아오는 타격. 데미안은 빠르게 검과 발을 움직이면서 라덴의 공격을 받아 냈다.
“흠.”
덜컥, 라덴의 몸에 제동이 걸린다. 라덴의 몸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공격을 예측, 움직이던 데미안의 몸이 동시에 굳어버렸다. 라덴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활짝 펼친 손바닥이 데미안의 명치를 때린다.
“커읍!”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라덴의 일장은 갑옷의 두께를 뚫고서 데미안의 내장에 충격을 주었다. 데미안은 속에서 치솟는 욕지기를 삼켜내면서 이를 악물었다. 명치에 닿았던 손이 떨어지고, 주먹이 된다.
그리고 한 번 더. 악물고 있던 입술이 열린다. 데미안이 비틀거리면서 뒤로 물러서고, 라덴은 허리를 비틀었다. 그대로 다리를 휘둘러 데미안을 기절시키려 하는 순간에,
“쯧.”
살기가 다가온다. 라덴은 욕심을 내지 않고서 뒤로 물러섰다. 파파파팍! 공중에서 떨어진 빛의 화살이 방금 전까지 라덴이 서있던 자리를 꿰뚫었다.
“뭐하고 있는 겁니까!”
황혼의 마법사가 짜증스런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 말에 멍하니 라덴과 데미안의 접전을 보고 있던 기사들이 정신을 차렸다. 특히 제놈이 광분한 티를 역력히 내면서 검을 뽑았다.
“네 이놈!”
‘저건 또 뭐야’
라덴은 달려드는 제놈을 보면서 혀를 찼다. 실력은 제법 있어 보였지만, 데미안과 비교하자면 몇 수는 아래다. 그렇다는 것은 라덴보다는 까마득히 약하다는 뜻이다.
애초에 라덴은 데미안을 죽일 생각이 없었고, 어느 정도 손속에 자비를 두고 있었다. 반드시 죽여야 할 적도 아니고 몬스터도 아니다. 이쪽을 적대하고 있다고는 해도, 라덴은 NPC를 자비 없이 죽이는 질나쁜 취미는 갖고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시간을 길게 끌어서 좋을 것은 없다. 라덴의 전신을 새하얀 호신강기가 뒤덮는다. 달려들던 제놈은 라덴의 호신강기를 보고서 조금 멈칫했지만, 다시 고함을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아까보다는 기세를 훨씬 줄이고서.
“어이구.”
라덴은 헛웃음을 흘리면서 제놈에게 손을 휘둘렀다. 가볍게, 가볍게. 단순히 물러서게 만들 생각으로 때렸는데-
“으아아악!”
제놈이 꼴사나운 비명을 지르면서 땅을 뒹굴었다. 한참을 데굴거리면서 구르던 제놈이 개거품을 물고서 눈을 까뒤집었다. 라덴은 어이가 없어서 그런 제놈을 바라보았다.
“뭔 꼴값을…”
“제놈경!”
제놈이 나뒹굴자 다른 기사들이 고함을 지른다. 콜록거리면서 속을 진정시키던 데미안의 눈에 불이 켜졌다.
“이놈! 감히 제놈을!”
“내가 뭘 했다고!”“뭣들 하고 있는 것이냐! 어서 저 놈을 죽여!”
데미안이 병사들을 닦달했다. 그러자 병사들도 칼과 창을 쥐고서 라덴을 향해 달려든다. 라덴은 땅에 엎어진 제놈이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뜨고서 이쪽을 힐긋거리는 것을 보았다.
“진짜… 가지가지 하는구만.”
저런 쌩쇼를 보고 있으니 속이 부글거리면서 끓는다. 그렇다고 다 죽여버릴 수도 없고. 라덴은 혀를 차면서 손을 들어 올렸다.
우선 길을 열어야하는데, 덤비는 수가 너무 많다.
“안에 들어가 있어요.”
라덴은 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 말에 로만과 다른 주교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후다닥 감옥 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그것을 보고서 라덴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병사들이 덤벼든다. 라덴은 최대한 힘을 빼고서 병사들의 공격을 받아 넘겼고, 반격했다. 힘을 죽였다고는 하지만 라덴의 기본 스탯이 워낙에 높은 탓에 위력은 충분했다. 라덴의 공격에 얻어맞을 때마다 병사들의 몸이 크게 휘청거린다.
“고작해야 한 놈이야!”
데미안이 고함을 질렀다. 문제는 그 한 놈을 상대로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지만. 황혼의 마법사들은 직접 나서지 않고서 라덴의 몸놀림을 살펴보았다. 라덴의 역량을 재기 위함이었다.
‘이대로는 끝이 없는데.’
죽이지 않는다. 적당히 때린다. 그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지금처럼 상대가 몇 백 명이나 된다면. 아무리 집중하고 라덴의 몸놀림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모두 대응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어쩔 수 없지.”
라덴은 투덜거리면서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덤비는 병사들이 많다는 것. 라덴의 특성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콰드드득! 라덴이 들어 올린 오른 팔이 꿈틀거린다.
베헤모스 특성이 펼쳐졌다.
제노미아-5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