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178
ⓒ 목마
리벤지-5
강신 스킬은 성기사 직업 한정의 특수 스킬이다. 발할라에는 다양한 신과 다양한 종교가 존재하며, 성기사로 전직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신전에 찾아가 정식으로 성기사의 축복을 받아야 한다.
성기사의 능력은 어떤 신을 모시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레이크는 기사의 신인 루곤의 성기사였고, 루곤의 축복을 받은 성기사는 근접 전투에 유리한 스킬을 부여받는다.
대부분의 성기사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을 원하느냐에 따라 고심하여 신을 고른다. 그 중에서 보편적으로 선택되는 신들이 존재하고, 루곤 역시 그 중에 하나였다. 기사의 신인 루곤은 많은 신도를 가진 강력한 신이다.
신력의 크기. 성기사의 특수 스킬인 ‘강신’은 모시는 신이 얼마나 숭배되느냐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 그로 인해 라덴은 레이크와 비교하자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제노미아에서 아하베스의 위상이 커지기는 했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하베스는 제노미아에서 이단으로 몰릴 만큼 많은 믿음을 확보하지 못한 신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루곤은 다르다. 제노미아에서만 알려진 아하베스와는 달리, 루곤은 발할라 전역에 이름을 떨치는 기사의 신이다. 토착신앙 정도의 아하베스와는 격이 다른 신이란 말이다.
그 덕분에 신력의 크기는 눈으로 확인이 될 만큼 노골적이었다. 레이크가 몸에 두른 신력은 라덴의 두 배는 될 법 했고, 라덴은 굳은 얼굴로 강신을 펼친 레이크를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아하베스.’
라덴은 힘없는 자신의 신을 내심 씹어대면서 자세를 낮추었다. 지금부터가 전력이다. 레이크는 더 이상 생크추어리와 독선의 콤보를 사용할 수 없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궁니르와 신벌. 그리고 레이크가 가진 성기사로서의 스킬들. 혹은 장비의 특수 스킬.
‘할 수 있어.’
암시처럼 확신을 품는다. 굽힌 무릎에 힘이 들어간다. 강신으로 불러들인 신력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신력의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 꼭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상황에서 승패를 가르기 위한 키 포인트는 라덴의 역량에 달려 있지만.
파앙! 라덴의 몸이 앞으로 뛰어 나간다. 접근해야 하는 것은 무투가의 역할이다. 라덴은 공중에 뛰어 올라 허리를 비틀면서 레이크를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쩌어엉! 서로가 몸에 실은 신력이 부딪힌다. 아까 전의 레이크는 라덴의 공격에 조금이나마 뒤로 물러서야 했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라덴이 아하베스의 신력을 통해 전체적인 스탯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듯이, 레이크 역시 그랬다. 여기서 신력의 차이가 드러난다. 똑같이 강신을 썼지만, 라덴은 레이크를 더 이상 물러서게 할 수가 없었다.
‘상관없어.’
타격의 무거움을 유지한다. 레이크가 가진 특성도 사기적이기는 했지만, 라덴이 가진 특성도 만만치는 않다. 양자택일. 이 특성은 라덴의 공격에 무게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속도를 만들어낸다.
라덴이기에 컨트롤이 가능한 특성이다. 연타, 연타, 연타. 연타가 멈추지 않는다. 스탯이 폭발적으로 뻥튀기 되었음에도, 라덴은 완벽하게 자신의 스탯을 통제하고 있었다. 레이크는 방어를 굳건하게 세우고서 라덴의 공격을 버티려고 했지만, 연타가 끊이질 않자 곤혹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위력은 감당할 수 있어.’
강신을 사용하면서 레이크의 스탯도 크게 올랐다. 상승치만 보면 라덴을 우습게 만들 정도다. 스탯에 영향을 받는 방어력 역시 크게 늘었다. 라덴의 연타가 아무리 무겁고 빠르다고 해도, 뚫리지 않을 자신은 있다.
‘길게 끌어서는 안 돼.’
문제는 그것이었다. 라덴이 가진 특성의 큰 특징은 ‘중첩형’이라는 것. 전투가 길어질수록, 타격이 많아질수록. 라덴은 계속해서 강해진다. 무투가 랭킹 1위였던 류가미가 라덴에게 순식간에 밀려 패배한 이유도 그것이었다.
류가미는 점혈을 사용해 스스로를 강화하기는 했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라덴의 광란 중첩은 충분히 쌓여 있었었다. 만약 류가미가 폭혈을 처음부터 사용했다면 승부가 어찌 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레이크는 그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장기전을 피하고 중첩의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병력소집 특성도 그만두었다. 그렇게까지 하였는데 연타에 당해주면서 중첩을 쌓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레이크의 주변으로 금색 빛이 뻗어져 나간다. 루곤의 신력이 레이크의 방패를 뒤덮었다. 거기서 성기사의 스킬인 실드 임팩트. 라덴은 확하고 다가오는 방패를 노려보면서 발을 뒤로 끌었다. 꽈앙! 바로 앞에서 터진 충격파를 무르시엘라고로 막아 낸다.
‘정면으로는 못 뚫겠어.’
신력의 차이만 절감할 뿐. 라덴은 혀를 차면서 광란 중첩의 스택을 확인했다. 4 중첩. 광폭은 사용할 수 없지만 베헤모스는 사용할 수 있다. 라덴은 거리를 벌리면서 오른 팔을 위로 들어 올렸다.
콰드드득! 둔탁한 뼈 소리와 함께 라덴의 오른 팔이 괴수의 팔로 변모했다. 강신 상태에서는 베헤모스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 거기서 하나 더. 라덴은 자신의 벨트, 휘광 루드베라의 특수 스킬인 ‘언 리미티드’를 사용했다. 쿨 타임 한시간. 30초 동안 모든 스탯을 1.5배 상승시키는 스킬이다.
강신으로 뻥튀기 된 스탯이 언 리미티드로 다시 부푼다. 라덴은 전신이 들끓는 것 같은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라덴은 그 격한 감정을 고함으로 내뱉으면서 베헤모스를 휘둘렀다.
꽈아아앙! 경기장이 박살날 것처럼 흔들렸다. 신성력을 온 몸에 두른 레이크의 몸이 뒤로 붕 떠오른다. 베헤모스에 실린 거력은, 기사의 신인 루곤의 신력을 몸에 불러들인 레이크를 날려버릴 만큼 강력했다.
“커흡…!”
레이크는 목구멍에서 솟구치는 핏물을 내뱉었다. 순간이나마 의식이 날아갔다. 충분히 경계하였음에도 막지 못했다. 아니, 막는 것은 성공했지만… 저 무식한 공격은 레이크의 방어 자체를 무시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막을 수 없어…!’
라덴은 튀어오른 레이크의 몸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게 땅을 휘둘러 친 무르시엘라고가 라덴의 몸을 공중으로 띄운다. 라덴은 이를 악 물고 거대한 베헤모스의 팔을 휘둘렀다. 공기가 매섭게 찢기면서 베헤모스가 레이크의 몸뚱이를 내리 찍었다.
콰아앙! 마치 운석처럼, 레이크의 몸이 경기장 한 가운데로 추락했다. 레이크가 입은 갑옷은 방어구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박살난 바닥 위에 떨어진 레이크가 뭍 위로 올라 온 물고기처럼 퍼덕거렸다.
‘얼마나 남았지’
언 리미티드의 지속 시간은 끝났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 강신에는 여유 시간이 있으니까. 라덴은 공중에서 버둥거리며 주먹을 쥐었다. 레이크의 몸 위로 라덴의 주먹이 떨어진다. 아직 몸도 일으키지 못한 레이크는 간신히 방패를 들어 올렸다.
이번 공격을 맞으면 죽는다. 레이크는 그것을 알았기에, 필사적으로 자신이 가진 스킬 중에서 가장 뛰어난 방어 스킬을 펼쳤다. 금색의 신력이 레이크의 방패로 모인다. 크게 확장된 십자가가 베헤모스의 주먹을 받아냈다.
‘막았어.’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공격 무효화 반사가 아닌 것이 다행인가. 라덴은 내리 찍은 주먹을 다시 들면서 땅으로 떨어졌다. 투구 안에서 레이크의 눈이 번뜩 빛났다. 파바박! 방패에서 쏘아진 금색 빛이 라덴의 오른 팔을 휘감는다. 라덴을 곤욕스럽게 했던 신월 유그드라의 특수 스킬, 그로미였다. 오른 팔에 덜컥하고 제동이 걸린다. 그로미가 베헤모스의 팔을 단단히 붙잡은 탓이다.
“놔…!”
라덴은 악을 쓰면서 팔을 크게 당겼다. 그로미가 팽팽히 당겨진다. 레이크는 필사적으로 방패를 붙잡고서 베헤모스의 팔을 붙잡았다.
아까와는 경우가 달랐다. 뚜두둑! 팽팽히 당겨졌던 그로미가 끊어진다. 펜리르를 붙잡지 못했던 것처럼, 그로미는 라덴의 베헤모스를 붙잡지 못했다. 희미해진 빛의 끈이 사라진다.
그리고 레이크의 방패 위로 라덴의 주먹이 떨어진다. 신월 유그드라. 레벨 제한 140의 에픽 등급 방패가 산산조각났다. 그 즉시, 레이크는 고함을 지르면서 랜스를 내질렀다. 랜스의 끝에는 환한 빛이 어려 있었다.
‘금제는 쿨타임.’
금제의 지속시간은 5분, 쿨타임은 10분. 아직 10분이 다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 랜스에 실린 레이크의 고유 특성은 ‘신벌’이다. 무조건적으로 상대에게 경직을 거는 고유 특성.
하지만 라덴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망설임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레이크의 랜스와 라덴의 주먹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멈추지 않아!’
경직이 걸리지 않는다. 라덴이 보유한 타이틀, ‘아카이드 숲의 고독한 정복자’의 특수 스킬인 ‘늑대 갈기’가 발동된 것이다. 늑대 갈기가 발동된 동안은 3분 동안 경직과 넉백을 무시하는 슈퍼 아머 상태가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라덴은 늑대 갈기 특성을 아껴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훌륭하게 빛을 발했다. 신월 유그드라가 산산조각 난 것처럼- 레이크의 랜스, 금룡 데루미아 역시 박살났다.
‘맙소사.’
레이크는 헛웃음을 삼키면서 박살나는 데루미아를 바라보았다. 값어치로 따지자면 건물 하나는 우습게 넘을 장비가 레이크의 앞에서 박살난다. 물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라덴을 잡기 위해 세팅했던 장비들이, 저렇게 박살나 버리는 것에 대해 허무함을 느낄 뿐.
‘과연.’
라덴의 주먹이 레이크의 몸 위로 떨어진다. 신력이 찢긴다. 괴수의 팔이 기사의 신의 신력을 유린한다. 체력이 증발한 것처럼 사라진다.
‘같은 조건에서는 안 되는군.’
6년이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레이크는 놀고 있지 않았다. 언제나 랭킹 1위였고, 그만큼 실력을 쌓아 왔다.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레이크는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했다. 직업의 상성 그런 것이 아니다. 단순히 실력의 차이일 뿐. 충분히 상황을 설계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실수가 있었던 것일까.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졌군.”
의외로 허탈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미 이렇게 될 것임을 예상했던 것일까. 레이크는 눈을 감았다. [체력이 0이 되었습니다.] 눈을 감은 것보다 조금 빠르게, 레이크의 머릿속에서 패배의 선고가 내려졌다.
[라덴님이 승리하였습니다!]라덴에게, 그리고 시합을 보고 있던 모두에게. 그 사실이 전해졌다. 라덴은 미친 듯이 내리 찍던 주먹을 멈추고서 숨을 헐떡거렸다. 이겼다. …이겼…다. 라덴은 멍한 얼굴로 레이크를 내려 보았다.
레이크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처음 경기장에 섰을 때의 그 위용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금색 찬란하던 갑옷은 산산이 박살났다. 몸뚱이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었고, 모자이크를 온 몸에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라덴의 등 뒤로
커다란 함성이 울린다. 라덴은 흠칫 놀라 뒤를 돌아 보았다. 관중석의 모두가 일어서서 광란의 외침을 토해내고 있었다.
“…어어…”
라덴은 멍하니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섰다. 이겼다. 그것은 확실한데, 잘 실감이 되지 않는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라덴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6년 전에 겪었던 패배.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었던 그 패배.
‘이겼어.’
6년이 흐른 지금.
그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리벤지-5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