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177
ⓒ 목마
리벤지-4
‘폭혈 특성이…!’
최악의 상황이었다. 폭혈 특성은 라덴의 움직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는 특성이다. 라덴이 가진 특성 중에서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말이다. 폭혈의 광란 중첩은 전투가 지속될수록 라덴을 빠르고 강하게 만들고, 베헤모스나 광폭은 광란 수치가 중첩되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즉, 폭혈 특성이 금제 당했다는 것은 라덴이 사용할 수 있는 패 중에서 폭혈을 포함한 세 가지가 금제당한 것과 똑같은 말이다.
게다가 신벌 특성의 경직. 경직의 지속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른다. 다만 ‘무조건 경직’이라는 특징 상 경직의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그 몇 초 동안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것은 똑같다. 마비 상태에서는 무르시엘라고를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지만, 경직 상태에서는 무르시엘라고도 움직이지 않는다.
문제는 끊이질 않는다. 지금 라덴의 배에는 레이크의 랜스가 박혀 있다. 콰드드득! 배에 박힌 랜스가 옆으로 비틀린다. 라덴의 입에서 울컥하고 핏물이 뿜어졌다.
“흡!”
레이크는 힘있는 기합을 삼키며 랜스를 크게 들어 올렸다. 랜스에 박힌 라덴의 몸이 데롱데롱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ㅡ 꽈앙! 레이크는 해머처럼 랜스를 땅으로 후려 쳤다. 망치 머리의 역할을 한 것은 라덴의 몸뚱이였다.
“커윽!”
전신의 뼈가 박살나는 기분. 통증은 적지만 전신이 저릿거리며 감각이 사라진다. 그 충격에 라덴의 몸이 위로 튀어 오른다. 랜스에 박혔던 상처는 옆구리채로 찢어져서 몸이 반쯤 동강이 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도 살아남았다. 유혈 특성 덕분이었다. 사역마는 피를 쏟지 않았지만, 라덴이 쏟은 피가 유혈 특성을 발동했다.
하지만 체력의 회복 속도보다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현실이었으면 이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 바닥에 메다 꽂힌 라덴은 몸을 비틀면서 신음을 흘렸다.
‘도망쳐야 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생크추어리 안에서는 전투가 불가능하다. 생크추어리와 독선 특성의 지속 시간은 모른다. 이런 사기적인 특성의 지속 시간이 그리 길 것 같지는 않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생크추어리와 독선이 끝나기 전에 라덴이 죽을 판이다.
[그림자 뛰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허리에 메인 빛의 끈. 신월 유그드라의 특수 스킬 ‘드로미’가 도주 스킬을 펼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경직은 이미 풀린 상태였기에, 라덴은 일단 무르시엘라고를 써서 전신을 휘감았다. 거기에 호신강기까지 덮고서 공격을 방어하고, 급히 인벤토리에서 엘릭서를 꺼냈다.
꽈아앙! 레이크의 일격이 호신강기를 두드린다. 내부가 뒤흔들릴 정도로 묵직한 일격이었다. 성기사는 빠르지 않지만 그 공격 하나하나가 굉장히 무겁다. 게다가 성기사는 사제의 파생 직업. 스스로 버프 마법을 걸고 체력 회복까지 가능하다. 그렇게 증폭된 공격이 방어를 두들긴다.
그렇다고는 해도 엘릭서를 마실 틈은 확보할 수 있었다. 상처가 빠르게 회복된다.
콰아앙! 외부에서의 일격에 무르시엘라고의 어둠이 흩어진다. 라덴은 급히 몸을 옆으로 날렸다. 금빛으로 휘감긴 랜스가 라덴의 몸을 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신성력에 약해…!’
무르시엘라고와 동화한 다크 크리처는 어둠 속성. 그렇다 보니 신성력을 실은 공격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굴린 몸을 튕겨 일으킨 라덴은 양자택일로 민첩을 힘으로 바꿨다. 허리를 휘감은 그로미를 억지로 끊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로미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레이크는 방패를 단단히 잡고서 라덴의 몸을 놓치지 않기 위해 버텼다. 레이크는 초조해 하지 않았다.
그는 그로미 이외에 수많은 어그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몬스터의 주의를 끌어 파티원들을 보호하는 상태 이상 계열 외에, 그로미 같은 속박형 스킬도 더 가지고 있다. 탱커의 역할이 그런 것이니까.
파바박! 레이크의 주변에서 금색 사슬이 뛰쳐나온다. 라덴이 그로미의 속박을 간신히 끊어낸 순간이었다. 사슬이 몸을 휘감기 전에, 라덴은 급히 그림자 뛰기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에 성공했다.
“흠.”
레이크는 생크추어리에서 벗어난 라덴을 눈으로 쫒으면서 발을 움직였다. 이어지는 현상에 라덴의 입이 쩍 벌어졌다.
레이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바닥에 깔린 십자가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레이크의 주변에 펼쳐진 성지가, 레이크를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그, 그건 또 뭐에요!”
“제가 가진 특성, ‘순례자’입니다. 생크추어리의 영역을 저와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패시브 특성이죠.”
뭘 숨기랴. 레이크가 대답했다. 그 대답에 라덴이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패시브는 대단할 것이 없다면서요”
“적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정정당당하게 싸우자더니!”
“저도 라덴님의 패시브 특성에 대해서는 전부 알고 있지 못하니, 나름대로 공평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말하니 라덴으로서도 할 말이 없었다. 성지를 끌고 다니는 레이크가 라덴에게 달려 든다. 접근은 랜스 차지. 성기사의 스킬 중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스킬이다. 라덴은 다가오는 레이크를 보고 기겁하면서 급히 위로 뛰어 올랐다.
본래는 생크추어리의 바깥에서 생크추어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크추어리가 레이크를 따라다니는 이상, 그런 방법은 불가능했다.
일방적으로 도망 다닐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다행히 라덴은 도망치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공중으로 뛰어 오른 라덴은 발을 움직이며 허공답보를 펼쳤다. 레이크는 라덴이 뛰어오른 즉시 랜스를 위로 들어 올렸다.
파지직! 처음에 라덴을 곤욕스럽게 했던 금룡 데루미아의 특수 스킬, 궁니르가 쏘아졌다. 한 번 쏘아지면 목표를 반드시 꿰뚫고 마는 번개의 창. 아직 생크추어리의 영역은 벗어나지 못했다. 그림자 뛰기는 쿨 타임이고, 백색 거울 역시 마찬가지다.
‘맞을 수밖에 없잖아…!’
결국 맞는다. 무르시엘라고로 방어를 단단하게 세우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관통을 피했을 뿐. 궁니르의 감전이 마비를 만든다. 저릿거리는 몸뚱이가 아래로 추락하고, 밑에서 레이크가 기다렸다는 듯이 랜스를 들어 올린다.
‘스킬의 연계가 너무 좋아…!’
착실하게 설계한 스킬의 연계. 생크추어리와 독선의 연계도 그렇고, 신벌과 금제의 연계도 그렇다. 순례자 특성으로 생크추어리를 이동시키고 독선을 지속하면서, 무조건 경직인 신벌과 금제 대신에 궁니르로 상태 이상을 걸어 버린다. 발 빠른 상대를 붙잡기 위한 유그드라의 특수 스킬, 그로미도 있다.
그렇게 상대를 무조건적인 샌드백으로 만든다. 스킬의 세팅이 모두 다 PVP, PVE에 특화되어 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레이크의 장비는 모두가 바로 최근에, 라덴과의 싸움을 위해 세팅한 장비들이었으니까. 오직 라덴을 잡기 위한 장비들인 것이다.
덕분에 라덴은 곤욕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큽!”
떨어지는 순간 무르시엘라고를 움직인다. 무르시엘라고의 어둠이 위로 찌르는 랜스의 날을 휘감았다. 그를 지지대로 삼아 라덴의 몸이 공중을 날았다.
그러는 동안에 마비가 풀린다. 발할라에서 PVP를 시작하고서 이렇게까지 낭패를 겪은 적은 없었다. 무투가 랭킹 1위였던 류가미도, 상성에 좋지 않았던 새턴도. 수십 종류의 버프 마법을 둘렀던 에클레어도. 라덴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레이크는 라덴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생크추어리. 레이크의 추격. 라덴은 레이크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레이크가 거는 디버프와 상태 이상을 피하면서 도망다니는 것이 라덴이 할 수 있는 고작이었다.
[폭혈 특성의 금제가 끝났습니다!]그러던 차에 라덴의 머릿속에서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린다. 드디어, 금제되었던 폭혈 특성이 해제된 것이다. 하지만 생크추어리는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금제의 쿨타임은 10분. 쿨타임이 처음 금제를 사용했을 때에 돈다고 치면… 앞으로 5분 뒤에 레이크는 다시 금제를 사용할 수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생크추어리와 독선 특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폭혈 특성의 금제가 해제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덴이 유리해 진 것은 아니다. 데미지를 줄 수 없으니 폭혈 특성의 중첩도 되지 않는다.
3분이 더 흘렀을 때. 레이크의 발 아래에 깔려있던 십자가가 빛을 잃는다. 생크추어리의 지속이 끝난 것이다. 라덴은 그것을 확인한 즉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그러면서도 확실한 스킬을 펼쳤다.
강신. 하늘에서 새하얀 빛이 내려와 라덴의 몸을 내리 찍는다. 저 먼 곳에 있는 제노미아, 그곳에 있는 풍작의 신, 아하베스의 신력이 라덴을 뒤덮었다. 강신 상태에서는 전신에 신성력을 두르게 되고, 아바타의 스탯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한다. 라덴은 숨을 삼키면서 앞으로 뛰쳐 나갔다.
‘강신.’
레이크는 방패를 들어 올렸다. 저 스킬이 무엇인지 레이크는 잘 알고 있었다. 라덴이 보내주었던 영상에서, 라덴이 강신 스킬을 펼치고 은검과 싸우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꽈아앙! 라덴이 내지른 주먹이 레이크의 방패를 갈겼다. 체력 절반을 담보로 잡고 용왕격을 펼쳤고, 거기에 회전격까지 넣었다. 쩌저적! 바로 오늘 수리해서 내구도를 최고까지 올린 유그드라에 크게 균열이 생겼다.
‘무슨 위력이…!’
저릿거림에 방패를 놓을 뻔 했다. 레이크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면서 랜스를 크게 앞으로 내질렀다. 눈을 부릅 뜬 라덴은 레이크의 랜스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면서 레이크에게 바짝 붙었다.
지금 이 순간이 라덴에게 있어서는 승리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금제과 생크추어리, 독선의 쿨타임. 직접 겪어 본 결과, 라덴은 레이크를 상대로 이기기 위한 공략법은 하나밖에 떠올리지 못했다.
생크추어리를 몸으로 버텨내는 것. 지속이 끝나고 도는 쿨 타임 동안 레이크를 쓰러트려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라덴의 패배다. 이미 강신까지 사용했다. 강신의 지속 시간은 10분. 쿨 타임은 일주일. 만약 도중에 생크추어리가 펼쳐진다면 최악이다.
‘저런 종류의 특성의 쿨타임이 짧을 리가 없어. 못해도 10분 이상은 간다.’
기회라고 생각했고, 놓칠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버텼으니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촤라라락! 라덴의 몸을 휘감은 신성력 속에서 무르시엘라고의 칼날이 쏘아진다. 강신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였는데, 아무래도 사용에는 별 문제는 없는 모양이었다.
“큿…!”
레이크는 뒤로 물러서면서 방패를 움직였다. 정면에서의 공격. 미치광이 같은 난타. 꺾이고 휘어져 파고 들어오는 변칙적인 공격. 이만큼 까다로운 공격은 보스 몬스터에게서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무겁고 빨라…!’
방어하고 있음에도 타격이 뼛속까지 스며든다. 대응이 늦을 정도로 빠르다. 당연한 일이었다. 강신을 펼치고서 양자택일로 스탯을 계속해서 바꾸고 있었다. 그리 가해지는 공격은 패널티를 입기 전의 레이크라 하여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이다.
‘생크추어리의 쿨타임은 1시간. 더 사용할 수는 없어.’
생크추어리를 지속하는 동안에 끝낼 생각이었는데. 레이크는 방패 뒤에 몸을 숨기면서 혀를 찼다.
‘어쩔 수 없군.’
레이크를 압박하던 라덴은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온 빛에 놀라 뒤로 물러섰다. 환한 빛에 휘감긴 레이크가 숨을 내뱉었다.
“강신…!”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아하베스의 성기사인 라덴이 강신 스킬을 통해서 아하베스의 신력을 끌어 올 수 있는 것처럼, 성기사인 레이크 역시 강신 스킬을 펼치지 못할 리가 없는 것이다.
‘왜 생크추어리 동안에 안 쓴거지’
다만 라덴은 그것이 의문이었다. 생크추어리를 지속하는 동안에 강신을 썼다면 버티는 것이 힘들었을 테니까.
쓰지 않은 것이 아니다. 쓰지 못한 것이다. 레이크가 계승한 이름은 그란 아르도프. 태양신 코라의 아들인 반신이다. 그 이름에 붙은 특성인 생크추어리는 주변을 코라의 성지로 삼는 것.
레이크의 베이직 클래스인 성기사와 이어진 신은 기사의 신인 루곤. 코라의 성지에 다른 신을 강신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특성과 스킬의 충돌로 강신 스킬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후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레이크에게 크게 불리한 것은 아니다.
풍작의 신을 모시는 성기사와 기사의 신을 모시는 성기사의 싸움이니까.
리벤지-4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