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322
‘…이건 꽤…’
자세를 낮춘 듀랜드를 보고서 교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여태까지 교주는 로얄 나이트의 단장, 듀랜드 라이오스에 대해서 별다른 경각심은 품고 있지 않았다. 듀랜드는 확실히 뛰어난 인간이었다. 검에 대해 타고난 재능.
스스로가 자신이 눈부실 정도의 재능을 타고났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고, 그 재능을 즐기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천재는 까다롭기 그지 없다.
하지만 경각심을 품을 정도는 아니었다. 듀랜드가 천재라고는 하여도, 듀랜드의 수준이라고 해 봐야 교주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듀랜드의 강함은 암검의 대주인 흑월과 비교해서 조금 나은 정도일 뿐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교주는 손을 들어 올렸다.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나누어진다. 저 정도의 힘과 맞섰다가는 황궁 뿐만이 아니라 수도 전체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것은 교주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위험하군.’
교주는 듀랜드에 대해 품고 있던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황검의 힘은… 교주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 넘었다. 그를 쥔 듀랜드가 뿜어내는 힘의 크기는, 교주가 직접 봉인하였던 다섯 괴물 중 하나인 환룡을 아득히 뛰어
넘고 있었다.
ㅡ꽈아앙!
듀랜드가 땅을 박찼다. 황검에서 흘러 들어오는 거대한 마력이 듀랜드의 힘이 되었다. 세포 하나하나에 힘이 깃든다. 아득할 정도의 가속에서 듀랜드는 검을 휘둘렀다. 어마어마한 속도였음에도 듀랜드의 검은 날카롭고 정
확했다.
반투명한 막이 교주의 주변을 감싼다. 네브람의 신력으로 만들어낸 방패다. 쩌어엉! 방패 위로 듀랜드의 황검이 부딪혔다. 교주의 몸이 크게 옆으로 밀려났다. 여유로웠던 교주의 얼굴에 조금의 당황이 어렸다.
“아아아!”
듀랜드는 커다란 고함을 지르면서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내리 찍은 검이 교주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방어는 깨지지 않았지만 교주의 무릎이 크게 굽혀졌다. 듀랜드의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듀랜드가 평생을 익혔던
검술이 황검에 담겨 펼쳐졌다.
빠르다, 무겁다. 교주는 반격의 틈을 잡지 못하고서 뒤로 밀려났다. 방어는 무너지지 않았지만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공격을 받아 내면서 교주의 얼굴은 뻣뻣하게 굳어갔다.
그리고.
교주의 몸이 뒤로 크게 날아갔다. 굳건한 방어에 금이 쩍 가면서 교주의 몸이 벽과 부딪힌다. 벽이 박살나고서 교주의 몸이 그 뒤로 날아갔다. 그곳에 있는 것은 황궁의 복도가 아닌 시커먼 어둠이었다. 이곳은 황궁의 안이되
황궁이 아니다. 공간과 공간의 틈 사이. 교주의 몸이 까마득한 공간의 틈바구니 아래로 떨어졌다.
듀랜드는 주저하지 않고 그 어둠 속으로 뛰어 들었다. 황검이 발하는 눈부신 빛이 어둠을 밝힌다. 듀랜드는 숨을 크게 삼키면서 황검을 휘둘렀다. 파바바박! 황검에서 뿜어진 빛이 수백 개의 참격이 되어 날아가는 교주의 몸
을 쫓았다.
판단에 수정을 더한다. 교주는 더 이상 듀랜드를 무 시하지 않았다. 황검의 힘을 사용하는 듀랜드는, 교주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강적이었다. 교주는 공허한 어둠 속에서 빙글 돌아 서고서 양 팔을 크게 펼쳤다.
네브람의 신력이 교주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교주가 팔을 휘두르자 공간이 크게 폭발했다. 황검의 참격이 그 폭발과 부딪혀 상쇄되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네브람의 난폭한 신력이 계속해서 폭발을 만들어낸다. 이윽고 그것은 듀랜드의 몸뚱이를 덮쳤다. 듀랜드는 황검을 가슴 쪽으로 당기고서 허공에서 상체를 낮추었다.
푸확! 빠르게 쏘아진 찌르기가 폭발을 꿰뚫는다. 검이 쏘아진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길을 뚫은 듀랜드는 허공을 박차고서 교주에게 접근한다. 그 시점에서 교주의 손 위에는 네브람의 신력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
다.
교주의 손이 활짝 펼쳐졌다. 부드러운 깃털을 날려보내는 것처럼, 교주의 손이 천천히 앞으로 밀어졌다. 그런 손짓과는 다르게 교주가 날려 보낸 신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거대한 와류가 공간을 찢어 발기면서 듀랜드를
덮친다.
듀랜드는 가속을 줄이지 않았다. 그는 호흡을 끊어내면서 양 손으로 황검을 잡았다. 황검이 품은 거대한 마력이 듀랜드의 몸 전체를 덮는다. 고함과 함께 듀랜드의 검이 길게 옆으로 그어졌다. 푸확! 와류가 반으로 갈라진다.
그것을 보고서 교주는 솔직히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급히 다음의 공격을 준비했다. 네브람의 신력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비눗방울이 만들어지듯 무수히 많은 빛의 구체가 교주의 주위에 생겨났다.
포격이었다. 콰콰쾅! 몇 백 개의 구체가 듀랜드에게쏘아졌다. 교주와의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듀랜드는 그것에 조급함을 느끼면서도 무리하지는 않았다. 그는 가속을 멈추고서 검을 크게 휘둘렀다. 궤적에 걸린 구
체들이 폭발한다. 하지만 아직 교주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잇다른 포격으로 듀랜드의 발을 붙잡아 두고서, 교주는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출력을 조절할 여유는 없었다. 상대는 교주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강적이었다. 쿠오오오! 교주의 손 위에서 거대한 빛의 구체가 만들
어졌다.
대단하다. 듀랜드는 그런 감탄을 느꼈다. 그는 교주의 강함에 감탄하였고, 황검의 힘에 감탄하였다. 황검의 힘은 진짜다. 제국을 지키는 최대 최고의 힘이라고 하였나. 처음 황검을 물려받았을 때에는 과장이라고 생각했었
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제국의 수호를 위해 몇 천 년 동안 비축된 힘이 듀랜드의 몸을 가득 채운다. 듀랜드는 한 손으로 황검을 쥐고서 마음껏 춤을 추었다. 수백의 구체가 듀랜드가 추는 검무에 어울려준다. 그들이 베어지면
서 일어나는 폭발은 듀랜드의 몸을 상하게 하지 못했다.
거대한 구체가 떨어진다. 이전에 교주가 선보인 모든 공격을 더하여도 저 구체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듀랜드는 눈을 크게 뜨고서 떨어지는 구체를 보았다.
믿는다.
평생 휘두른 검을. 그리 긴 시간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듀랜드가 살아 온 시간은 범인凡人이 살아 온 시간의 몇 십 배나 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듀랜드는 자신의 검을 믿었다. 검을 휘두르는 육체
를 믿었고, 검에 담은 마음을 믿었다. 그리고 손에 쥔 황검을 믿었다.
기교는 필요 없다. 저 가공할만한 힘에 대적하기 위해 듀랜드가 택한 방편은 지극히 단순했다. 검이란 무엇인가. 찌르고 베는 것이다. 휘둘러 베는 것이다. 듀랜드가 선택한 방편은 후자였다.
검을 휘둘렀다. 위를 향해 횡으로. 구체가 쩍하고 갈라진다. 파괴된 구체는 폭발하지 않았다. 찢어진 물풍선에서 물이 쏟아지듯이 신력이 쏟아졌다.
비가 내렸다.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죽음의 비였다. 듀랜드의 몸을 덮은 황검의 힘이 네브람의 신력에 저항한다. 교주는 탄성을 내지르면서 활작 펼친 손을 듀랜드를 향해 움켜쥐었다.
공간이 우그러들면서 듀랜드의 몸을 압박한다. 하려 했다. 듀랜드는 그것을 우습게 떨쳐내면서 몇 십 번 검을 휘둘렀다. 신력이 베어져 튀어 오르는 것을 보면서 교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의 공격으로는 듀랜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거리를 주지 않고 압도적인 화력으로 짓밟아 죽이려고 했으나, 교주의 그런 판단은 잘못되었다. 듀랜드가 가진 성검의 화력은 교주가 사용하는 네브람의 신력과 비교해
서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교주는 그 스스로는 별로 즐기지 않는,
그러면서도 가장 익숙하고 능한.
육탄전을 선택했다. 네브람의 신력이 교주의 몸에 깃든다. 외부로 돌렸던 신력을 그대로 몸 안에 담는다. 처형대주들은 비약을 사용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이 힘. 교주는 비약의 도움 없이 네브람의 신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것이 네브람의 화신이 펼칠 수 있는 진정한 싸움법이다. 외부로 흘러나오던 신력이 그대로 교주의 육체 안에 담긴다. 교주의 몸뚱이는 그 파괴적인 힘을 담는 견고한 그릇이 되었다.
교주는 이런 식의 전투를 그리 즐기지는 않았다. 그다지 위엄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시답잖은 이유였다. 하지만, 보라. 가치가 있는 상대 아닌가.
앞.
듀랜드는 흠칫 놀라 상체를 뒤로 젖혔다. 코앞까지 다가 온 교주가 휘두른 손이 듀랜드의 코끝을 아슬하게 스쳤다. 이제 와서 육탄전이라고? 듀랜드는 조금 당황하여 발을 옆으로 끌었다. 하지만 그는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
았다.
듀랜드는 교주가 당연히 마법사 계열이라고 생각했다. 거리를 주지 않고서 원거리 포격을 가하는 모습은 의심할 것 없는 마법사의 싸움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육탄전이라니. 하지만 이런 식의 근접전은 듀랜
드가 바라는 바였다.
듀랜드는 검을 잡은 팔을 살짝 뒤로 빼고서 검을 휘두를 거리를 잡았다. 투확! 근육이 폭발하면서 참격이 쏘아진다. 교주는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쩌엉! 교주의 손과 듀랜드의 검이 근접거리에서 부딪혔다. 듀랜드는 손바
닥에 느껴지는 찌릿찌릿한 저항감에 이를 악 물었다.
‘자신이 있으니까 방법을 바꾸었다는 거겠지…!’
공격과 공격이 부딪혔다. 듀랜드는 빠르게 발을 움직여가면서 검을 휘두를 거리를 확보했고, 조건이 충족된 즉시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가장 날카롭고 강력한 검법으로 교주를 압박했다.
교주는 피하지 않고서 그를 응수했다. 그는 눈 한 번 깜박거리는 일 없이 코앞까지 다가오는 듀랜드의 검을 보았고, 손을 휘둘러 그에 대응했다. 교주의 손은 그 모양이 끊임없이 바뀌었다. 손바닥으로 검을 받치고, 주먹으로
검면을 휘둘러 치고, 손가락을 구부려 검을 낚아챈다.
서로가 물러서는 일 없이 공격과 대응이 반복된다. 어느 시점에서 공수가 바뀌었다. 교주의 공격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듀랜드는 반격의 기회를 노리지 못하고서 급히 검을 비틀어가며 교주의 공격을 받아냈다.
듀랜드는 생가을 잊었다. 교주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생각을 할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교주는 전력을 다해 듀랜드를 죽이고자 하였고, 듀랜드도 전력을 다해 교주를 죽이고자 했다. 푸확! 교주의 왼 팔이 잘렸다. 교주는 잘
린 왼 팔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콰드득! 교주의 오른 손에 잡힌 듀랜드의 오른쪽 팔이 바스러졌다.
오른 팔을 잃었으나 듀랜드는 황검을 놓지 않았다. 그는 급히 왼 손으로 황검을 잡고서 교주의 가슴을 노렸다. 이겼다. 듀랜드는 그를 확신하고서 검을 내질렀다. 황검의 끝이 교주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조금 안일했던가.
교주의 몸이 크게 회전했다. 찌른 검이 교주의 가슴을 베고 나가면서 피를 쏟게 만들었다. 실패했다. 튀어 오르는 피를 보면서, 듀랜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콰드득! 교주의 오른 손이 듀랜드의 가슴을 꿰뚫었다. 교주는 숨을 몰아쉬면서 손에 잡힌 듀랜드의 심장을 쥐어 터트렸다. 듀랜드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의 왼 손에 쥐어진 황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억… 허억…”
교주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듀랜드의 가슴에 박힌 팔을 뽑아냈다. 듀랜드의 입에서 울컥하고 피가 쏟아졌다. 듀랜드는 피가 흐르는 교주의 가슴팍을 보고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얕았군.”
그것이 듀랜드가 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듀랜드의 머리가 툭하고 떨어졌다. 교주는 숨이 끊긴 듀랜드의 몸을 내려 보다가 짧은 신음을 흘렸다.
교주는 잘려진 자신의 왼 팔을 보았다. 상처가… 재생되지 않는다. 그것은 가슴의 상처도 마찬가지였다. 대응이 늦었더라면 심장이 뚫렸을 것이다. 얕았다고? 교주는 쿡쿡 웃으면서 오른 손을 들어 잘린 왼 팔의 상처를 움켜
쥐었다. 신력을 쏟아 부어보았지만 여전히 재생은 되지 않는다. 황검이 담고 있던 오딘의 신력이 네브람의 신력으로 만들어내는 재생력을 거부하고 있었다.
‘손해로군.’
왼 팔을 잃었다. 가슴의 상처도 얕지는 않다. 교주는 숨을 몰아쉬면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굴러다니는 황검이 눈에 들어왔다. 교주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취하려고 하였으나… 파지직! 교주의 손이 닿기도 전이었다. 번쩍
거리는 전류가 튀어 오른다. 황검이 교주의 손을 거부한 것이다.
“쯧.”
교주는 혀를 차면서 듀랜드의 시체를 노려 보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황검을 꺼내기 전에 죽이는 것이었는데.
상처가 욱신거리면서 늦은 후회가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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