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42
042/ 접촉-3
사망 패널티 이틀.
문화생활이나 해 볼까 하여 두 달 동안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영화를 구입해서 보았고, 마트에 들러서 앞으로 먹을 장도 직접 보았다.
그래도 뭔가, 비어있다는 느낌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발할라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있었다.
“중독이야, 중독.”
김현성은 투덜거리면서 캔 맥주를 열었다. 올라오는 맥주거품을 입술로 빨아들이면서, 김현성은 우편함을 열었다.
루아노스에게 쪽지가 더 와있었다.
답장 해 주세요..ㅠ
쪽지 확인하셨는데 답장이 없네요.
혹시 흑접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나요?
전 아직도 알제른이에요.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루아노스 올림.
“난감하게 하네.”
김현성은 투덜거리면서 캔 맥주를 마셨다. 흑접. 나쁜 길드는 아니다. 불칸과 동맹을 맺은 것도 그렇고, 흑접 자체도 대형 길드 안에 들어가면서 다른 길드들과 경쟁할 여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내키지 않는다. 언젠가는 길드에 가입해 두는 편이 좋겠지만, 당장은 길드의 필요성은 그다지 느끼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무시. 루아노스가 제목에 붙인 ‘ㅠ’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괜한 인정에 얽매여 답장을 보냈다가는 괜히 더 귀찮아지기만 할 것이다.
그 뒤에는 버추얼 피버에 접속했다. 버추얼 피버는 한국의 V-스포츠 전문 인터넷 방송국으로, 발할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상현실 게임, 온라인과 싱글 게임 등을 다루는 사이트다.
김현성은 인기 순위의 가장 위에서 빛나는 루벡의 개인 채널에 들어가 보았다. 현재 생방송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일정 금액을 내면 이전 방송들도 고화질로 다시 보는 것이 가능했다.
‘발할라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이전 방송을 뒤져보니 판타지아 시절 때의 영상도 저장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FPS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 등, 다양한 가상현실게임의 방송 영상이 저장되어 있었다.
‘익명성만 보장해 준다면 방송에 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가상현실게임으로 먹고 사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쉬운 것은 역시 게임 머니를 벌어 현금으로 바꾸는 것. 사실 그것도 사냥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있고,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소위 말하는 ‘버스’를 태워주는 방법 등이 있다.
그 다음으로 보편적인 것이 자신의 플레이 영상을 동영상 사이트에 올리는 것이다. 현재 김현성도 서량에서의 PVP, PK 영상을 사이트에 올려 조회수 별로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 방송. 플레이 영상을 편집해서 사이트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신의 플레이를 인터넷으로 방송하는 것. 도전하는 것에 딱히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신규 게임 BJ는 매일 넘치도록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성공하는 것은 소수.’
당연한 말이다. 가혹한 인터넷 방송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BJ들이 갖지 않는 자신만의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 외모나 말빨, 실력 등.
김현성도 언젠가는 인터넷 방송을 시작해 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루벡의 게스트 출현 제의를 제법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라덴이 올렸던 서량에서의 PVP, PK 영상이 제법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워낙 회전이 빠르고 하루마다 올라오는 영상의 수가 수백 수천이 넘다 보니 오래 가지 않아 베스트에서 내려오고 묻히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영상을 업로드하자니, 다른 길드나 플레이어의 견제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이 경우에서 필요한 건 빽이야.’
어수룩한 놈들이 감히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백. 사실 길드에 드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기는 하다.
‘아니면 루벡의 라인을 잡던가.’
싸울아비 길드도 좋은 길드이기는 하지만, 김현성이 루벡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그가 이끌고 있는 싸울아비 길드 때문은 아니었다.
루벡은 한국의 랭킹 1위이자, 버추얼 피버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탑 BJ다. 루벡의 라인을 잡는다면, 나중에 김현성이 게임 방송을 시작했을 때에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 것이다.
“뭐. 그건 나중이고.”
아직은 이렇다 할 컨텐츠를 확보하지도 못했고, 당장 캐릭터의 성장이 급하다. 김현성은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시계를 보았다.
내일이면 사망 패널티가 끝나는데, 시간이 흐르는 것이 너무 더디게만 느껴졌다.
체감이었을 뿐, 결국 시간은 흘렀다. 다음날 오후가 되고, 사망패널티가 풀린 즉시 김현성은 발할라에 접속했다.
사냥터에서 사망하고 다시 접속한다면, 아바타는 자동으로 가장 최근에 들렸던 도시로 이동된다. 라덴의 경우에는 그 도시가 알제른이었다.
[친구 신청이 두 건 와 있습니다.]머릿속에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를 우선 무시하고, 라덴은 인벤토리를 열어 보았다. 떨어트린 아이템이 무엇인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휴우!”
다행히 쌍두괴조의 깃털갑옷과 쌍두괴조의 단검, 사슬 가죽 초커는 드랍 되지 않았다. 라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목을 좌우로 꺾었다.
“그래도 귀환석 비용은 아꼈군.”
죽은 덕분에 귀환석도 사용하지 않고서 알제른으로 돌아왔다. 라덴은 투덜거리면서 인벤토리를 끄고, 친구목록을 열었다. 지석맨과 새턴에게 친구 신청이 와 있었고, 그를 수락했다.
[패널티 끝났어?]곧바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지석맨은 로그아웃이었고, 새턴만 접속해 있었다.
[응. 끝났어.] [너 지금 어디서 사냥하는데 죽은 거야? 내가 가서 쩔 좀 해줄까?] [아니, 괜찮아. 조심해서 하면 되겠지 뭐.] [그래. 나중에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그것으로 끝. 더 이상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라덴은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되게 칼 같네.”
우선 가지고 있는 잡템을 처분하고, 사망한 덕에 내구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장비를 수리해야 할 것 같았다. 라덴은 쌍두괴조의 깃털 갑옷 제작을 맡겼던 대장간으로 향했다.
“어?”
별 생각없이 대장간에 들어가고서, 라덴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저씨?”
페페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라덴을 보았다. 잠깐 동안 페페로를 보던 라덴은,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그녀의 주변에 서있던 대장장이 NPC를 보았다.
“뭐야? 아는 사이야?”
NPC가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서 물었다. 그 말에 라덴이 대답하기 전에, 페페로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냥, 로작 산에서 도움을 받았었어요.”
“그래? 지인이라고 해도 흥정은 안 돼. 알지?”
“네, 네.”
페페로는 투덜거리면서 앞에 메고 있던 지저분한 앞치마를 벗었다. 그리고는 손에 묻은 그을음을 더러운 수건으로 벅벅 문질러 닦으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 장비 내구도 좀 수리하려고요.”
“줘 보세요.”
라덴은 장비창을 열어 착용한 각 장비를 수리로 돌렸다. 이렇게 하면 장비를 벗어 플레이어에게 맡겨도 빼앗기지 않는다. 페페로는 라덴에게 건네 받은 장비의 내구도를 확인하면서 미간을 찡그렸다.
“완전 바닥인데. 아저씨 죽었던 거에요?”
“네, 어쩌다가 보니.”
“아저씨 같은 고수도 죽긴 하나 보네요.”
“그런데 아줌마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에요?”
라덴의 질문에 페페로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그녀는 머리를 홱 돌리더니 라덴을 노려보았다.
“아줌마?”
“뭐, 딱히 부를만한 호칭도 없잖아요. 그렇다고 내가 아줌마보고 야, 너, 이렇게 부를 수는 없고. 그렇다고 당신, 이러는 것도 조금 그렇고.”
“아무리 그래도 아줌마는 아니지 않아요?”
“아저씨는 되고?”
라덴이 되묻는 말에 페페로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장장이 NPC가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페페로에요. 그렇게 부르세요.”
“네, 페페로님. 저는 라덴이에요.”
요즘 들어서 느끼는 것이지만, 타인에게 자신의 아이디를 말하는 것이 묘하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페페로는 별 신경을 쓰지 않고서 라덴의 장비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전문 기술 숙련도도 높이고, 골드 벌이도 할 겸 해서 이 대장간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에요.”
“페페로님 친구들은요?”
“저 빼고 다른 사냥터 갔어요. 제가 레벨이 낮기도 하고, 어쩔 수 없죠.”
한 발 늦게 도착한 사켄의 오빠와 길드원들이 로일과 아올, 사켄을 데리고 근처 던전으로 간 것이다. 사실 그들은 페페로에게도 권유를 했었지만, 페페로는 별로 내키지 않아 거절하고 대장간에서의 퀘스트를 수행중이었다.
“한 2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요.”
“기다리죠.”
어차피 당장 돌아다녀 봤자 할 것도 없다. 라덴은 가까운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페페로는 다시 앞치마를 둘러 메고서, 근처의 모루로 가 장비를 올려 놓았다.
플레이어의 장비 수리는 별 것 없다. 결국 전문 기술이라고 해 봤자 스킬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덴은 모루에 장비를 올려 놓고서 망치를 두드리는 페페로를 보다가, 그것을 곁에서 구견하는 NPC를 힐긋 보았다.
“아저씨는 구경만 해요?”
“단순 장비 수리인데 내가 나설 일이 뭐 있어?”
“아저씨가 도와주면 더 빨리 끝날 것 아니에요.”
“그러면 추가요금을 내야지. 사람 하나 부리는 것이 아니라 두 명 부리는 것인데.”
그 뻔뻔한 논리에 라덴은 혀를 내두르면서 머리를 가로 저었다.
“전문 기술이나 한 번 배워볼까 하는데. 여기서도 가르쳐 줍니까?”
“망치 쓰는 법 정도는 알려주긴 하는데. 근데 배워서 뭐하게? 망치질 잘 해 봤자 부려 먹히기만 하고, 뽕 뽑기는 힘들어. 난 추천 안 한다.”
“요리 관련은 어때요?”
“그건 요리사한테 가야지. 너 바보냐?”
대장장이가 눈을 흘기며 이죽거렸다. 맞는 말이었다.
“뭐, 그건 맞는 말이기는 한데. 맞아. 여기 혹시 잡템도 구입해 주나요?”
“장비 아이템은 구입해 준다. 왜? 뭐 팔 것 있어?”
아카이드 숲에서 그레이 울프를 상대로 획득했던 잡다한 장비 아이템들을 처분했다. 전부 다 처분하니 40만 골드가 인벤토리에 추가로 들어왔다.
“다 됐어요.”
20분이 흐르고, 망치질에 열중하고 있던 페페로가 입을 열었다. 다리를 까닥거리며 시간이 흐르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라덴은 일어서서 페페로 쪽으로 다가갔다.
“비용은?”
“50만 골드.”
비용을 말한 것은 대장장이 NPC였다. 그 말에 라덴은 얼굴을 팍 일그리면서 물었다.
“너무 비싸지 않아요?”
“팔찌 한 쌍에 갑옷, 바지, 목걸이. 이렇게 네 개잖아. 그리고 팔찌랑 갑옷은 유니크 등급이고, 목걸이는 엘리트 등급. 바지는 뭐 노말 아이템이기는 한데, 그래도 유니크 두 개에 엘리트 하나 수리비로 50만은 싼 거지.”
“거 너무하시네. 두 번이나 왔으면 단골로 취급해도 되지 않아요?”
“나랑 흥정하고 싶으면 여기 다섯 번은 오고 나서 말해. 아니면 뭐, 수리한 거 취소할까?”
대장장이가 엄포를 놓자, 라덴은 어쩔 수 없이 인벤토리에서 50만 골드를 출금했다. 속이 쓰리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돈을 건네받은 페페로는 활짝 웃으며 라덴에게 장비를 돌려주었다. 라덴은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장비를 다시 착용했다.
“어거지로 세 번은 더 와야겠네. 수고하세요.”
“다음에 또 이용 부탁드려요.”
배웅하는 페페로의 말에 대충 손을 흔들어주면서, 라덴은 대장간을 나왔다.
‘10만 골드 손해봤네.’
게다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서 아카이드 숲으로 향해야 하니까. 라덴은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텔레포트 게이트 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