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64
마피아들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은 배움은 부족했지만 어리석지는 않았다. 지금의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그에 대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머리는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졸코트 발레르는 죽어가고 있다. 아직은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을 것이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졸코트를 회생시킬 방법은 존재했다.
회복 포션. 마피아들은 만약의 경우를 위해 졸코트를 위한 회복 포션을 구비하고 있다. 만약 졸코트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면, 그들은 즉시 졸코트에게 포션을 투약하여 그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
그것은 마피아들이 받은 육체 개조 마법에서 절대적으로 새겨진 암시였다. 그를 따르지 않는다면, 마피아들의 심장은 스스로 폭발해 버리고 만다. 결국 그들은 입술을 꽉 씹으면서 라덴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 참.”
라덴은 확하고 다가오는 마피아들의 손을 보면서 급히 대응에 나섰다. 우선, 그는 졸코트의 가슴에 꽂아 넣었던 쌍두괴조의 단검을 뽑았다. 밀폐된 공간, 쓰러트려야 할 것은 셋. 라덴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파앗! 빠르게 그어진 단검이 붉은 피를 흩뿌린다. 라덴을 잡기 위해서 뻗었던 마피아의 손바닥이 쭉 갈라졌다. 손이 베인 마피아는 신음을 삼키면서 계속해서 라덴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반대쪽에 앉은 마피아는 의자를 손으로 짚고서 발을 휘둘러 라덴을 걷어 차려 했다.
호령환의 손톱이 튀어 나왔다. 촤악! 피부가 베이고 피가 튀긴다. 마피아들의 몸뚱이는 상당히 튼튼한 편이었기에, 즉각적으로 휘두른 호령환의 참격으로 피부를 베어내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피는 흐른다. 저 피는 통증을 동반한 진짜다. 아바타의 가짜 피가 아닌,
이 세계를 살아가는 NPC의 진짜 피.
“보스!”
다리가 베인 마피아가 고함을 지르면서 품 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집어 던졌다. 라덴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손으로 후려쳤고, 공중에서 터진 포션 병에서 맑은 포션이 흩뿌려졌다. 적어도 그 마피아는 자신의 목적을 완수했다.
죽음에 이르던 졸코트의 치명상이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끝이었다. 독하게 마음먹은 라덴의 손톱이 마피아의 얼굴에 처박혔다.
달리던 마차가 멈췄다. 안에서의 소란을 감지한 것이리라. 마부석의 마피아 둘이 마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이 닥치려다가, 대기하고 있던 라덴의 손톱에 목이 베였다.
“왜?”
라덴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마차의 안은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어떻게든 졸코트를 구하기 위해, 졸코트를 회복시키기 위해 덤벼들던 마피아들은 말없는 시체로 변해 있었다. 라덴은 우울한 얼굴을 하고서 피로 젖은 마차를 보았다.
졸코트는 질기게도, 아직도 목숨이 붙어 있었다. 그는 흠뻑 젖은 의자에 반쯤 몸을 뉘이고서, 창백한 얼굴로 라덴을 노려 보았다. 흩뿌린 포션 덕에 죽음으로 이어져야 했을 목의 상처와 가슴의 상처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포션의 양이 워낙에 적었기에 임시방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부하 교육이 내 생각보다 잘 되었는 걸. 설마 다 죽어가는 보스를 구하기 위해 제 목숨을 던질 줄이야.”
“그런.. 암시였을 뿐이다.”
졸코트가 쿨럭거리며 대답했다. 뱉는 기침에 피가 섞인다. 응급처치는 어디까지나 응급처치였을 뿐. 졸코트는 여전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아까보다는 천처히.
“개를 기르려면.. 잘.. 조련해야 하는 법이야. 주인을 물지 않도록..”
“마법으로 강제한 것 뿐이잖아.”
라덴이 쏘아붙이는 말에 졸코트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는 후들거리며 떨리는 손을 은밀하게 움직이려 들었고, 라덴은 그런 졸코트의 손등 위로 쌍두괴조의 단검을 내리 찍었다. 졸코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개수작 부리지 마.”
“너야 말로.. 왜.. 카타레나에게..”
“퀘스트일 뿐이야. 조금의 동정심도 있고.”
“죽어가는 나는.. 동정하지 않는 거냐..”
“동정할 이유가 없지. 너는 악당이니까.”
“카타레나는.. 다를 것 같나..?”
졸코트가 물었고, 라덴은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은 같은 마피아일 뿐이다. 카타레나가 친부인 졸코트를 죽이려는 것에는 개인적인 감정이 섞여 있다. 피의 복수. 이 퀘스트를 완수하면, 카타레나는 자신을 어린 시절부터 강간했던 친부의 암살 의뢰를 성공하면서, 발레르 패밀리의 주인이 된다.
“그 년은.. 순수하거나.. 착하지 않아. 결국 내 딸이거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라덴은 정면에서 졸코트의 말을 부정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옷도, 얼굴도.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난감한 것은 마차가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피와 시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겠지만.. 마차를 도로 한 복판에 세워두었다가는 일이 귀찮아 진다.
“편하게 마차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그럴 수도 없군.”
이렇게 된 이상 졸코트를 여기서 죽이는 수밖에. 사실은 카타레나의 앞에서 졸코트를 마저 처형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라덴은 무덤덤한 얼굴로 졸코트에게 다가갔고, 졸코트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넌 후회할 거야.”
회광반조일까. 졸코트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더 이상 떨지 않았고, 피를 토하지도 않았다. 되려 진득한 증오가 어린 눈으로 라덴을 노려보았다.
“내 딸은 나보다 더한 쓰레기에 괴물이 될 테니까. 왜인 줄 아나? 내 딸이거든.”
“어린 시절부터 학대받고, 가정교육을 개판으로 받으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라덴은 쌍두괴조의 단검을 치켜 들었다.
“그런데 말했잖아. 내 알 바 아니라고.”
단검이 내리 찍혔다.
*
발레르 패밀리 저택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들어가도 되는 것일까, 라덴은 잠깐 망설였지만, 이제 와서 망설일 것도 없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발을 들이 밀었다.
라덴은 곧바로 저택의 뒤쪽에 있는, 카타레나가 거하는 별채로 향했다. 문이 열린 것은 별채도 마찬가지였다. 라덴은 열린 별채를 보면서 잠깐 발을 멈추었다.
“뭐하고 있어?”
목소리가 들렸다. 라덴은 소리가 들린 위를 올려 보았다. 발코니에 기대고 선 카타레나가 라덴을 보고서 웃고 있었다. 카타레나의 얼굴을 보고서, 라덴은 놀라서 입을 벌렸다.
카타레나의 얼굴은 상처 투성이였다. 입술은 터져있었고, 왼쪽 눈은 크게 부어 부풀었다. 뺨에도, 목에도 멍자국이 가득했다.
“얼굴이 왜 그래요?”
“졸코트가 때렸어.”
카타레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카타레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라덴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거기 있지 말고 여기로 올라 와.”
“참 나..”
라덴은 투덜거리면서도 거리를 재보았다. 고작해야 2층 높이고, 저 정도의 높이라면 도약하는 것으로 닿을 수 있다. 크게 뛰어 오른 라덴의 몸이 발코니 안으로 떨어졌다. 카타레나는 휘파람을 불면서 라덴을 향해 미소 지었다.
“졸코트를 죽였어요.”
“알아.”
카타레나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녀는 난간에 등을 기대고서 양 팔을 난간 위에 걸쳤다. 반쯤 상체를 뒤로 젖힌 카타레나는,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위태로워 보였다.
“네가 알리러 오지 않았어도, 나는 알게 되거든. 졸코트의 유일한 혈육이자 발레르 패밀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다음 존재가 나였으니까. 그래서 문을 열었어. 네가 들어오기 쉽도록.”
“별채의 문까지 열어 둘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건 내 나름대로의 축포야. 아버지의 시체는?”
“사라졌습니다. 일단 아이템은 챙겨 오기는 했는데, 별 것 없던 걸요. 아, 장부는 여기.”
라덴은 졸코트가 가지고 있던 서류 가방을 카타레나에게 건네 주었다. 카타레나는 가방의 내용을 확인하고서 머리를 끄덕거렸다.
“다른 아이템은 네가 가져. 네가 죽인 것이니까. 그리고..”
카타레나나 손을 들어 올렸다. 따악. 엄지와 검지가 부딪혔다. 발코니 너머의 방에서 메이드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 주인님.”
“와인을 가져다 줘. 졸코트가 가장 아끼던 것으로.”
“예, 알겠습니다.”
카타레나는 유쾌해 보였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여 달라 의뢰를 넣었고, 그를 성공시켰음에도. 그래서 유쾌한 것이리라. 그녀는 평생을 졸코트의 인형으로 살아왔으니까.
“이 별채는 나를 가두는 감옥이었어.”
카타레나가 흥얼거렸다. 그녀는 곁에 두었던 시가를 입에 물면서 웃었다.
“졸코트가 나를 가두던 감옥. 그 졸코트가 죽었으니, 더 이상 감옥의 문을 닫아 둘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뿐이야.”
마침 메이드가 카타레나가 명령했던 대로 와인을 가지고 왔다. 메이드는 두 개의 잔을 가지고 왔고, 카타레나는 웃으면서 라덴에게 잔을 권했다.
“거절은 안 돼.”
카타레나가 그렇게 못을 박았다. 라덴은 입맛을 다시면서 와인 잔을 받아 들었다. 성인 인증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게임 안에서 성인을 위한 컨텐츠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술을 마시거나, 여자를 안거나. 그래봤자 게임 속에서 취한다고 현실에서까지 취기를 느끼거나 숙취를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너와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메이드가 코르크를 뽑았고, 카타레나는 라덴의 잔에 친히 와인을 부어 주었다.
“파트너?”
“비즈니스 적인 의미야.”
“이런 비즈니스로는 더 엮이고 싶지 않은데.”
“페이는 확실하게 줄 생각인데?”
“그렇다면 내용에 따라서.”
우선, 라덴은 그렇게 선을 그었다. 카타레나는 가느다란 미소를 지으며 라덴에게 잔을 기울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라덴도 잘 알았다. 서로의 잔이 부딪혔다.
좋은 와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솔직히 라덴은 와인의 맛은 잘 알 수가 없었다. 원샷하는 것은 모양새가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반만 마셨다. 오히려 끝까지 마신 것은 카타레나 쪽이었다. 그녀는 뜨거운 숨을 몰아쉬면서 잔을 난간 위에 올려놓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겁니까?”
라덴이 물었다.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카타레나의 시선이 라덴을 향해 미끄러졌다.
“여러 가지를 하겠지.”
우선, 카타레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발레르 패밀리의 보스가 되었어. 우선 조직을 추스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넓힐 생각이야.”
“..사업을 넓히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 정도는 맞출 생각이니까. 졸코트는 소인배였지. 가진 것에만 만족했거든. 나는 그럴 생각이 없어. 힘들게 보스가 되었으니, 뭔가는 해야 하지 않겠어?”
졸코트가 뒈져가면서 했던 말이 라덴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건 네가 신경쓸 바가 아닐 텐데?”
마치 라덴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카타레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그녀는 입을 다문 라덴을 보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선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
[피의 복수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특수 타이틀, ‘히트맨’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히트맨.
-카타레나 발레르의 의뢰를 완수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민첩 스탯 +10
-힘 스탯 +10
-특수 스킬.
킬러.
플레이어나 NPC를 살해할 때에 추가 경험치 10%를 얻습니다.
“그리고 이게 텔레포트 링이야.”
카타레나는 품 안에서 자그마한 반지를 꺼내서 라덴에게 건네주었다. 반지에는 평범했다. 디자인이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고, 보석이 박힌 것도 아니었다.
-텔레포트 링.
-에픽 등급 아이템.
-착용 제한 없음.
-드랍 불가.
-이 아이템은 3개의 도시 좌표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우와아아!”
라덴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텔레포트 링의 스펙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온 함성이었다. 라덴은 양 팔을 높이 치켜들고서 다시 고함을 질렀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님 맙소사. 대박, 아니, 이 텔레포트 링의 앞에서는 대박이라는 말도 부족했다. 3개의 도시좌표를 저장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박인데, 드랍 불가 옵션까지! 죽으면 랜덤으로 장비 하나를 드랍하는 발할라의 세계에서, 드랍 불가는 붙은 장비는 모든 플레이어가 선호하는 옵션이다. 당장 아티펙트 이상 등급만 되어도, 드랍 불가 옵션이 붙는다면 동 스펙의 장비보다 가격이 못해도 두 배는 껑충 뛴다.
“그렇게 좋아?”
카타레나가 물었고, 라덴은 즉시 텔레포트 링을 손가락에 끼웠다.
“다, 당연히 좋죠.”
단순 텔레포트 링만 해도 몇 억의 가치는 가지고 있을 텐데, 3개의 좌표를 저장하고 드랍 불가 옵션까지 붙어 있다면 이것은 가히 움직이는 건물이라고 해도 좋을 가치를 갖는다. 아니, 어쩌면 건물 그 이상! 당장 경매장에 풀렸던 텔레포트 링이 하나밖에 없었으니, 이것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것이 값인 아이템이다.
“이건 약속했던 오천만 골드. 알제른의 은행으로 가면 골드로 환전해 줄 거야. 그리고 그 반지를 알제른 경매장에서 보이면, 수수료가 면제될 것이고.”
빵빵 터지는군. 라덴은 감격한 얼굴로 카타레나를 보았다. 지금 기분 같아서는 라덴은 카타레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발가락이라도 핥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라덴은 카타레나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면서 물었다.
“졸코트가 이상한 말을 하더군요.”
“무슨 말? 내 빌어먹을 아버지가 죽으면서 어떤 유언을 남겼지?”
“흑성 아라포니아.”
발할라 최강의 다섯 NPC 중 하나. 단신으로 최상위 랭커로 이루어진 길드 공격대를 전멸시킬 수 있는 괴물들.
“흑성과 발레르 패밀리는 무슨 관계입니까?”
끝
ⓒ 목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