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04
104.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 1번 박준용 2번 조석찬 3번 지선호 4번 유행운 5번 문혁준 6번 이병걸 7번 채승태 8번 김준원 9번 조희태 선발투수 강우성
└ 대전투성이네 ㄷㄷ
└ 이 팀으로 창단하자
└ ㅋㅋㅋㅋ 라인업 존나 빡빡한 거 보소……!
└ 유행운이 4번?? 존나 파격적!
└ 성적으로 4번 어울리긴 함 ㅋㅋㅋㅋㅋㅋ
└ 1~5번까지 꼴칰이네 ㄷㄷㄷㄷ
└ 꼴칰? 탑칰이라 말해라 이놈들아!
└ 감독이 김성철이지??
└ ㅇㅇ 썬더스 감독 ㅇㅇ
└ 대전은 그래도 올스타급인 애들만 밀어줬음
└ 윤규민이 없는게 좀 아숩
└ 이렇게 모으니 대전 타선 빵빵하네…….
└ 문혁준까지 추가되니까 대전 미치긴 했다;;;
└ 조희태가 9번이라니 ㅋㅋㅋㅋ 미친 존나 쎄다
나눔팀 같은 경우는 대전이 가장 많은 선수를 베스트 12에 이름을 올렸지만, 나름 이름값이 맞아떨어진다.
그 외에 창원이나 썬더스와 고척, 광주까지 올스타급에 맞는 선수들이 선발되었고 국가대표로 나가도 손색이 없는 멤버들이었다.
특히 작년 우승팀이자 나눔팀의 감독을 맡은 서울 썬더스 김성철은 유행운을 한번 써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그 결과 파격적인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유행운은 빠른 발과 장타력을 갖춘 타자였고 4번 타자로도 손색이 없지만, 요즘 트렌드에 맞는 강한 2번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만약 내년에 열린 아시안게임에 유행운이 합류한다면 4번 타자 자리는 유행운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 부분에는 이견이 없었다.
내년에도 올 시즌 같은 활약을 한다면 응당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타자가 유행운이었다.
“궁금하지 않아요? 솔직히?”
코치 역할을 맡은 감독들과 의논 끝에 4번 유행운을 결정지었다.
반대도 있었지만, 이벤트 경기인 만큼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의견이 쏠리면서 그렇게 신인 선수가 중심 타선의 핵심을 맡았다.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행운이가 4번 타자일 텐데, 여기서 얼마나 잘할지 궁금하잖아.”
아시안게임은 단순히 국가 대항전에서 끝나지 않는다.
타국은 그럴 수 있어도 대한민국은 아니었다. 군 면제가 걸린 일이었기에 각 구단에서도 최대한 많은 인원이 아시안게임에 차출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물론 국대 차출이 된다고 끝이 아니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도 따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졌고, 그 이후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빈손으로 돌아왔다.
현재 대한민국 야구는 흔들리고 있다.
내년에 열리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하여 위신을 되찾겠다는 계산이었고 10구단 역시도 반드시 젊은 선수의 군 면제를 노리겠다는 입장이었다.
즉, 실험이다.
유행운이 4번 타자로서 어느 정도의 역량을 보일지, 이 이벤트 경기에서 지켜볼 생각이었다.
“잘할 겁니다.”
오늘 1루심 역할을 맡은 최정환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솔직히 어딜 둬도 우리 행운이는 잘하죠. 신인이라 부담 주지 않으려고 중심 타선에 기용하지 않는 거거든요.”
유행운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그 자신감에 이 자리에 있는 다른 감독들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 주는 신인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굳이 찾아보자면 강우성 정도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강우성도 대전 호크스 소속이다.
“신기해요, 참.”
대화를 듣던 아이언스 감독 서재원이 입을 열었다.
“강우성도 그렇고 지선호도 그렇고. 어떻게 대전에서 그런 인재들이 계속 나오는지…….”
그 속뜻은 최하위만 전전하는 대전 호크스에게 그런 인재가 있음에도 왜 최하위를 면치 못했냐며, 살짝 비꼬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래서 지금 1위 아니겠습니까.”
최정환 감독은 허허 웃으며 아주 쉽게 반박했다.
“내년에는 제가 올스타 감독 하겠네요.”
즉, 올 시즌 성적이 대전보다 못하면 입 다물라는 뜻이었다.
* * *
마운드에는 강우성.
부처의 모습을 한 강우성이 모자를 벗는다. 머리가 햇빛에 반짝거린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마치 삭발한 것처럼 분장까지 한 민머리에 순간, 관중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유니폼 위에 법복을 입은 강우성이 합장을 한다.
[민머리 강우성.jpg]└ 어디까지 가냐
└ 미치겠닼ㅋㅋㅋㅋ
└ 올스타전에 목숨 걸었냐고
└ 강우성 시바 ㅋㅋㅋㅋ
└ 단소 줘봐 확인할 거 있어 ㅋ
└ 1호선 냄새난다?
└ 얼굴은 잘생겼네 ㅋ
└ 땡중 냄새 오져따리
강우성이 모자를 쓴다.
그 뒤로 유격수가 눈에 띈다. 초록색 유니폼에 커다란 네잎클로버 탈을 쓰고 있는 유행운이었다.
[네잎클로버 그 잡채 유행운.jpg]└ 시밬ㅋㅋㅋㅋㅋㅋ
└ 저러고 수비 가능???
└ 나눔팀 스스로 너프 주는 거 웃기넼ㅋㅋㅋ
└ 그치 라인업만 봐도 나눔이 압살함
└ 드림은 그냥 꼴린스 독식 아니냐??
└ 스스로 너프 주는 유행운
└ 개귀엽다 ㅋㅋㅋㅋ
유행운은 시야를 가리는 탈이 불편했다.
어쩌면 이 경기에서 실제 경기에서도 잘 하지 않는 실책을 연거푸 할 가능성이 있었다. 불편한 건 둘째 치고 덥다. 무겁기도 했고 시야 확보도 잘 되지 않았다.
[올스타전에 진심인 대전 호크스.jpg]└ 조석찬 바위 그잡채
└ 조석찬 머리 크잖아 굳이 분장할 필요있음? 걍 얼굴이 바윈데? 큰바위
└ ㅋㅋㅋ 미친 꿈돌이 ㅋㅋ 문혁준 존나 대전에 스며들었네
└ 소닉 뭐냐 좌익수 뭐냐 저 소닉
└ 시바 ㅋㅋㅋㅋ 관종이냐고
└ 관객들은 좋아하겠다
└ 박준용 봄? 갑자기 소닉처럼 몸 둥글게 말아서 앞구르기 뒷구르기 오지게 함
└ 돌아이넼ㅋㅋㅋ
└ 얘들아 나눔 더그아웃을 봐라 석류 왕자 보이냐?
└ 석류 왕잨ㅋㅋ 시바 석류 한 알씩 빼 먹는 거 봐라 닉값하넼ㅋㅋㅋㅋ
└ 다음 올스타전 개최지 어디냐???
└ 수원임…….
└ 내년 매지컬은 단체로 마법사 분장 해야 함 ㅋㅋㅋㅋㅋㅋ
다음 올스타전 개최지인 수원 매지컬이 부담을 갖는다.
“플레이볼.”
경기가 시작되었다.
공을 던지기 전에 강우성이 합장을 했고 그 이후에는 시원하게 공을 던졌다. 이벤트 경기지만, 승리를 챙기겠다는 마음으로 적당히 조절하여 공을 던졌고 1번 타자 역시도 시원하게 배트를 돌렸다.
따악!
[초구 공략! 유격수 대시! 하하하, 원래 굉장히 민첩한 선수인데……!]유행운이 타구에 맞춰 대시하다가 멈춰 섰다.
탈이 흔들리면서 시야를 가린 탓이었다. 멈춘 채로 타구를 건진 유행운이 스텝을 밟으며 송구했다.
[저 거대한 탈을 쓰고도 깔끔하게 수비에 성공하네요.] [원래 유행운 선수 플레이라면 대시 후에 공을 포구하고 노스텝 송구를 했을 텐데요. 탈 때문에 평소 와일드한 수비 대신에 안정성을 추구하네요.]그사이에 좌익수 소닉이 앞구르기를 한다.
마치 수비 성공을 응원하듯이.
[서커스 같죠?] [네, 볼거리가 많아서 관중석에서도 웃음이 많이 터지네요.]* * *
경기는 웃음과 함께 이어진다.
드림팀 역시도 다양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분위기를 살리는 동시에 승부보다는 즐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1번 타자 박준용.
소닉 분장을 한 박준용은 땀을 너무 흘려서 얼굴에 칠한 파란 페인트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굉장히 공포스럽다.
따악!
초구 공략에 성공한 박준용은 주루 플레이를 앞구르기로 시도한다.
[소닉이 참 느리네요.]그러하다.
재미를 추구하려는 욕심에 안타를 치고도 아웃당한 박준용은 페인트를 줄줄 흘리며 헤벌죽 웃었다.
[박준용 똘끼 미쳤넼ㅋㅋㅋ 줄줄 녹는 거 봐 ㅋㅋㅋㅋ]└ 그저 파란 녹는 괴물
└ 미친놈ㅋㅋㅋㅋ
└ 개웃겨 시바
└ ㅋㅋㅋ 줄줄줄줄
└ 눈 따갑겠다 야 ㅋㅋㅋ
└ 진짜 출루할 땐 그냥 제대로 뛰라곸ㅋㅋㅋ
└ 구르기 존나 느려~~~
박준용은 그저 미친놈 같았다.
따아악!
2번 타자 조석찬.
깔끔한 2루타를 치고 나눔팀의 첫 안타를 신고한다.
[김땡중 여전하네……. 대전에게 약한 모습 여전해…….]└ 박소닉이 관종짓만 안했어도 벌써 1점 났다
└ 그는…….
└ 지선호다 얘 지선호한테 존나 약함 ㅋㅋㅋㅋ
└ 볼넷 각
└ 미친ㅋㅋㅋㅋ
└ 김땡중 대전 극복기냐?
└ 시즌 중에는 어떻게든 대전을 피했지만 ㅋ 올스타는 어림없쥬???
“볼.”
“볼.”
“볼.”
쓰리 볼 상태에서 지선호가 약 올리듯 뒷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뭔가요? 장갑도 벗고 뭔가를 꺼냅니다.] [어어, 튀김소보로네요!]지선호는 납작해진 튀김소보로를 맛있게 먹는다.
그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김명중도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삿대질을 한다. 먹다 남은 빵을 주심에게 넘긴 지선호가 씩 웃는다.
“드세요.”
“마스크 벗기 귀찮거든?”
“넵.”
다시 빵을 돌려받은 지선호가 뒷주머니에 튀김소보로를 쑤셔 넣고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볼.”
튀김소보로 공격이 먹혔는지, 지선호가 걸어서 1루를 밟는다.
그리고 여기서.
[이야, 나눔팀의 4번 타자가 타석에 섭니다.] [오늘 유행운 선수가 4번 자리를 잡았지 않습니까? 기대가 되네요. 미래의 국대 4번으로 평가받는 선수가 유행운 아니겠습니까.]그러하다.
네잎클로버 탈을 쓰고 등장한 유행운은 타석에 서서 흙을 고른다. 루틴을 가볍게 끝내고 배트를 어깨에 지는데.
[아! 머리가 너무 커서 배트가 자꾸 미끄러집니다! 저 탈을 쓰고도 타격이 가능할지 궁금하네요!] [그렇죠. 머리가 딱 봐도 무겁지 않습니까? 시야도 방해될 거고요. 땀을 흘리고 있는데, 무지하게 더울 겁니다. 여기서 친다? 그러면 정말 괴물이죠. 괴물이 따로 없을 겁니다.]김명중은 주자를 확인하고 자세를 잡는다.
사실 지금 그는 경기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박준용도 관종이었고 조석찬도 관종이었으며 지선호도 관종이었다.
유행운은 사실 관심을 갈구하는 유형은 아니었지만, 거대한 네잎클로버를 보면 웃음이 자꾸 실실 새어 나왔다.
“후욱!”
점수는 내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전력투구한다.
아무리 이벤트 경기여도 승리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스트라이크!”
김명중이 지체 없이 자세를 잡는다.
유행운은 흔들리는 탈을 최대한 꽉 조여 고정하고 타격 자세를 취했다.
“흐읍!”
숨을 멈추며 김명중이 공을 뿌렸고.
따아아악!
유행운은 바깥에 형성되는 슬라이더를 그대로 밀어 쳤다.
‘돈이 좋지.’
사람은 웬만하면 돈이 좋다.
그리고 남의 돈으로 생색내는 건 더 좋다. 유행운이 배트를 하늘 위로 던지고 쭉 뻗어 가는 타구를 구경했다.
[이야, 저 탈을 쓰고도 저 배트 스피드 뭔가요. 그대로 밀어 쳤거든요? 우익수 방면으로 쭉 뻗어 가는데, 기어코 넘어가네요.] [유행운 선수의 홈런은 비거리는 짧지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담장만 넘어가면 홈런인데. 아주 가성비 넘치죠.]“미친놈일세.”
“쟤 지금 MVP 노리는 거지?”
“그런 듯.”
나눔 더그아웃이 소란스럽다.
조석찬과 지선호가 홈에 들어왔고 유행운도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의 호응을 만끽했다.
* * *
경기가 후반으로 치닫는다.
유행운은 4번 타자로서 첫 타석에 홈런을 날렸고 그 이후에는 볼넷과 안타를 뽑아내며 타점을 올렸다.
강우성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끝내고 반짝이는 머리를 자랑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 이후에 마운드에 오른 불펜진도 실점을 최소화했으며 드림팀은 고전 중이었다.
김명중 2이닝 3실점.
그 이후에 등판한 이주영도 2이닝 1실점.
다행히 그다음 등판한 투수는 점수를 내주지 않았고 드림팀에서도 6회 첫 득점이 터졌다.
[LIVE] 드림 1 VS 4 나눔– 7회 초
– 투수 교체
– 백유진(대전 호크스)
└ ㅋㅋㅋㅋ 석륰ㅋㅋㅋㅋ
└ 이제 하다하다 마운드에 석류를 들고 오네
└ 저걸 저렇게 베어 먹는다고?
└ 후두두둑 (석류 떨어지는 소리)
└ 대전 호크스는 알고보니 관종 호크스구나 ㅋㅋㅋㅋㅋ
└ 얘 등장곡 왜 가사 바꿈??? ㅋㅋㅋㅋ
└ 그야 석류 왕자니까 ㅋ
– 미남은 석류를 좋아해! 자꾸자꾸 좋아지면 나는 어떡해! 백! 유! 진!
올스타전은 그렇다.
타 구단의 응원가를 부르고 싶을 때가 있었다. 열정적으로 한 팀이 되어 백유진의 등장곡을 부른다.
마운드에 오른 백유진이 마운드에 떨어진 석류알을 발로 툭툭 치웠다. 석류는 잠시 투수 코치에게 맡기고 로진백을 들어 석류즙으로 물든 손바닥을 닦는다.
지켜보던 유행운은 지금 이 순간, 백유진의 인생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지난 1회차 인생에서 백유진은 올스타는커녕 방출을 걱정해야 했다. 유행운이 과거로 회귀하며 많은 것이 달라졌고 백유진은 1회차와는 다른 투수가 되어 있었다.
[스윙! 삼진!]첫 타자는 삼진.
그다음 상대는 안타를 맞는다.
[볼넷! 석류 탈이 불편하긴 한가 보네요.]백유진이 고전한다.
탈을 써서 덥기도 했고, 공을 던질 때 석류 탈 때문에 밸런스가 흔들렸다. 결국, 그다음 타자에게 적시타를 맞은 백유진이 크게 한숨을 쉰다.
“야.”
유행운이 같은 입장이 되어 탈을 고쳐 쓰며 백유진에게 다가갔다.
“공 제대로 던져.”
“뭐?”
“처남, 공 제대로 던지라고.”
“뭐라고?”
“처남.”
“저, 저, 저저저저저게……!”
부들거리는 백유진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담긴다.
[무슨 대화를 했을까요? 백유진 선수의 얼굴이 굳었는데요.] [두 선수가 친하지 않습니까? 경원상고 출신이고요. 뭐, 공 제대로 던지라는 말을 한 것 같습니다.]정답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끄아앙!”
백유진이 각성했다.
[유행운 선수가 무슨 말을 했길래, 백유진 선수의 구속이 148km/h 찍었을까요? 정말 재밌네요. 정규 시즌 경기도 아닌데, 본인의 최고 구속의 직구를 마구 뿌립니다.]“가만 안 둬!”
분기탱천한 백유진이 온 힘을 다해 타선을 억눌렀다.
* * *
경기가 재밌게 흘러간다.
백유진의 1이닝 1실점으로 두 점 차로 바짝 따라온 드림팀이 타격 감을 잡았는지, 8회 초에도 공격력을 보여 주었다.
강수열의 솔로포로 턱 끝까지 추격했고 나눔팀의 득점력은 잠시 멈추었다.
[이야, 9회 초에 기어코 역전에 성공하는 드림팀! 강수열 선수의 시원한 솔로포를 시작으로 9회에 다시 홈런이 터졌습니다. 김석호 선수의 투런포로 현재 드림팀이 1점 앞서갑니다!]현재 스코어 5:4.
1점 뒤진 상태에서 대타로 타석에 선 이범영. 그는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에 합류한 수원 매지컬의 미래였다.
미래의 포수 자원.
수원이 아주 열심히 공들여서 키우는 포수로 타석에 선 지금, 뭔가 보여 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따악!
시원하게 배트를 돌린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1루에 출루한 이범영이 춤을 춘다. 나눔팀의 선두 타자가 출루하고 이번에도 유행운이 찬스를 얻어먹기 위해 타석에 섰다.
[어? 유행운 선수가 탈을 벗었어요. 이건 반드시 홈런을 쳐서 경기를 끝내겠다는 의지로 봐도 괜찮겠죠?] [맞습니다. 무거운 네잎클로버 탈을 벗고 헬멧을 쓰고 나타났다는 말은 반드시 한 방 쳐서 이 경기를 매듭짓겠다는 의도로 봐도 충분하죠. 이미 탈을 쓰고도 홈런을 치지 않았습니까? 이 승부, 참 기대됩니다.]유행운은 미리 허락을 받았다.
승부처에서는 탈을 벗는 걸 허락해 달라고.
다행히 백유정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지만 백유진에게는 얄짤없었다. 한순간도 탈을 벗지 말라는 협박에 백유진은 계속 석류 탈을 써야 했다.
“제발!”
이 순간.
백유정은 두 손을 모으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천만 원!’
유행운이 속으로 중얼거린다.
‘남의 돈으로 기부, 개꿀!’
그 생각과 동시에 공이 날아온다.
볼끝은 더럽지만, 정직한 직구. 코스는 몸쪽이었고 높거나 낮지 않았다. 충분히 칠 수 있다. 순식간에 판단을 내린 유행운이 옆구리에 팔을 붙이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따아아악!
격렬한 타격음과 함께 좌익수 방향으로 쭉 뻗어 가는 타구.
나눔팀의 더그아웃이 소란스러워지고 백유진과 지선호의 손에는 이온 음료와 생수가 들렸다.
[호쾌한 좌월 홈런! 유행운이 제 손으로 경기를 끝내는 동시에, MVP 자리에 침을 발라 놓습니다! 경기 끝! 최종 스코어 5:6! 나눔팀의 역전승!]“아.”
유행운은 도망간다.
하지만 어느새 선수들에게 잡히고 둘러싸였다. 얼음물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끈적한 이온 음료도 마찬가지였고 어느 선수는 얼음 바가지를 통째로 몸에 뿌렸다.
“아악, 차가워……!”
중앙 테이블석.
백유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내 남친…….”
또다시 유행운에게 반하는 순간이었다.
야구선수는 다 필요 없이 본업만 잘하면 된다. 범죄 외에는 야구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너무 멋있어……!”
* * *
[프로야구 샛별들의 선행! 유행운, 백유진, 이주영 5천만 원 기부]└ 크으……!
└ 행운이 올스타 상금이랑 애들끼리 돈 모아서 기부했대 멋있다
└ 상남자들
└ 진짜 한국 야구 미래가 밝다……!!!
└ 잘했다 잘했다
└ 멋있다 애들아!!!
올스타전이 끝난 직후, 유행운은 기부를 준비했다.
유행운이 상금을 포함하여 2천만 원을 보탰고 백유진과 이주영도 돈을 모아 보육원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의미 있는 일이라 백유진은 선뜻 동참했고, 이주영도 마음을 고쳐먹고 선행에 뜻을 모았다. 어찌 되었든, 이주영도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누나.”
유행운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한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체력 회복에 힘을 쓰기로 했고 개인적인 훈련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잘 부탁해.”
유행운은 며칠 전부터 준비한 여행 계획에 돌입했다.
백유진 몰래 준비한 여행이었고 목적지는 순천이었다. 여수까지 구경하고 올 생각이었으며 당연히 사흘간 여자친구와 함께였다.
“잠깐만.”
차에 올라탄 백유정이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오자 핸드폰을 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백유진이 허겁지겁 전화를 걸었고 당연히 백유정은 능숙하게 상황 대처를 했다.
“어, 나도 잠깐만.”
유행운 역시도 핸드폰 전원을 끈다. 백유진이 바로 유행운에게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가자.”
여자친구와의 첫 국내 여행이 시작되었고.
그 시각.
“하,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백유진은 방구석에서 혼자 고독을 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