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37
137. 거부하기에는 너무나 큰돈이었다
└ 존나 ㅋㅋㅋㅋㅋ 그거 못 잡았으면 동점임
└ 식겁했다 진심
└ 사랑한다 지서노
└ 행운이도 칭찬해조 행운이 병살 잡았다구~
└ 행운신은 말모지 말해 모해!
└ 진심 1점 차라서 개쫄깃했다;;;
└ 유진아 다음엔 그러면 안 된다 형 심장마비 올 뻔했어 ㅋ
└ 유행운이 대박이다 진짜 홈런에 호수비까지 ㄷㄷ
└ 우승 가자!
└ 1점도 못 내는게 프로임??? 썬더스 해체해라
└ ㅋㅋㅋ 한국시리즈도 갔는데 왜 해체함??? 4연꼴한 대전도 해체 안했는뎅
└ 시발 너네랑 우리가 같냐???
└ 같은 크보팀인데 왜 다름?? 뀨
└ 입 아프다 ㅉㅉ
└ 응응 그 4연꼴 팀에게 지는 썬더스 ㅊㅋㅊㅋ
└ ㅋㅋㅋ 개웃기네 시밬ㅋㅋㅋㅋ
└ 누가보면 이미 우승한 줄 ㅋㅋㅋㅋㅋ
└ 2승 거뒀으면 거의 절반 오긴 했지 ㅎ
└ 3차전에 또 에이스랑 감독이랑 싸우면 꿀잼이겠다 ㅋㅋㅋㅋ
└ 와 그건 ㄹㅇ 팝콘각
└ 지랄노 불난 집에 기름 붓냐?
└ 응응 활활 타라고
* * *
2승을 먼저 확보한 대전 호크스는 하루 휴식 후에 잠실에서 경기를 치른다.
대전 팬들은 야구장을 나서지 않고 응원가를 부르며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2차전 MVP는 유행운이었으며 이견이 없었다.
6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윤규민도 2차전 MVP 후보였지만, 공수 전반에 있어서 유행운의 임팩트를 능가할 수 없었다.
“네, 오늘도 득점 지원이 고작 1점이었던 선발 투수 윤규민입니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실이었다. 하마터면 윤규민은 패전이 될 수도 있었고 승리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득점이 터졌고, 후속 투수들도 흔들림이 있었지만 실점하지 않고 점수를 지킬 수 있었다.
“오늘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모두 팬분들 덕분입니다! 더 길게 가지 않고 확실하게 우승해서 그동안의 갈증 모두 해소해 드릴게요!”
윤규민이 기분이 좋긴 한가 보다.
머리 위로 하트까지 그리는 걸 보면.
유행운 역시도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랜만에 손맛을 느꼈고 그 홈런 하나로 타격감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팬들은 지금 장미꽃을 들고 있었다.
구단주가 선물한 꽃으로, 그동안 마음고생을 하게 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한 선물이었다.
물론 2018년 잠깐 바짝 잘했을 때도 구단주는 꽃을 선물로 보냈었다. 그 이후로 대전 호크스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그 결과 연속 꼴찌를 면하지 못했다.
대전 호크스 팬들은 어쩌면 진심으로 보살이 맞을지도 모른다.
같은 선물을 받고도 좋아한다. 다시 내년에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알 수 없음에도 순수하게 기뻐했다.
팀이 최하위를 전전해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사랑한다. 그렇기에 대전 호크스는 거대한 빚을 지고 있었다.
이번 우승 한 번으로는 채워지지 않을 정도의 큰 빚이었다.
“감사합니다!”
지선호가 크게 외치고 납작 엎드려 절을 올렸다.
오랜만에 보는 연어초밥이다. 연어를 둥글게 말아 올린 초밥. 이번에는 사죄의 연어초밥이 아니라 감사의 연어초밥이었다.
한국 시리즈 2차전 승.
행복송이 끝없이 울려 퍼졌고 응원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경기장 주변을 꽉 채웠다.
– 사랑한다~ 최강 대전~ 워어어어어어~ 최강 대전의 승리 위해~ 워어어어어어~
진풍경이었다.
야구팬들의 기쁨을 표현하는 데 응원가만 한 것이 없다. 최강 대전을 사랑한다는 목소리가 멀리 울려 퍼졌다.
8회에 이뤄지는 대전 호크스의 시그니처 육성 응원은 ‘최강 대전’이었다. 지금까지 최강 대전을 외치면 비아냥거리는 시선을 받았다.
최강도 아닌데 최강을 크게 외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대전 팬들은 최강 대전을 외쳤고 지금은 진심으로 ‘최강 대전’이라 믿고 있었다.
* * *
유행운은 샤워를 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구단 버스를 타고 서울로 이동해야 한다. 그 전에 가족들을 만날 생각이라 백유진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유행운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넨다.
지금까지 백유정의 모친은 몇 번 만난 적이 있지만, 부친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어, 어서 오게.”
백유진 역시도 이선영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어느새 백유정은 남자친구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고 그 모습이 아버지 눈에는 탐탁지 않았다.
‘벌써 저러는데 결혼하고 나면…….’
갑자기 마음이 찡하다.
좋은 남자라는 것도 알고 어린 나이에도 이미 성공했다는 것도 알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였다.
백유진이 그런 누나와 유행운을 흘겨보았다.
“굳이 여기서 팔짱을 껴야겠어?”
아버지와 같은 마음이었다.
“왜, 보기 좋은데.”
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또 다른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아주 잘 어울렸고, 오늘 유행운이 홈런을 치고 마무리 투수인 아들의 똥을 호수비로 치워 준 것만으로도 매우 흡족했다.
“엄마, 식사는 했어?”
유행운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친을 보며 물었다.
“경기장에서 대충 먹었어.”
고개를 끄덕인 유행운이 가방에서 봉투 세 개를 꺼냈다. 하나는 이선영에게 주었고 하나는 장인어른이 될 분께, 나머지 하나는 장모님 것이었다.
“이거 별거 아닌데요,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을 것 같아서요. 기름값이랑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좀 챙겼어요.”
이선영이 조용히 봉투 안을 확인하며 금액을 가늠하고 있을 때, 백유정의 부모는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아유, 뭐 벌써부터 이런 걸…….”
“별거 아니에요. 부담 갖지 말고 받아 주세요. 내일도 경기 보러 오실 텐데, 이거 받아 주셔야 제가 마음이 편해요.”
김자영이 못 이기는 척 봉투를 받는다. 하지만 백승원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지 끝까지 거절했는데, 몰래 봉투를 확인한 김자영의 낯빛이 달라졌다.
“자기가 싫으면 내가 대신 받을게.”
유행운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럴까요, 그럼?”
그 행동에 백승원의 눈이 커진다.
이미 버는 돈의 모든 권한은 아내에게 있었다. 용돈을 받으며 사는 백승원에게 또 다른 돈은 굉장히 크다. 비상금도 없이 용돈으로 생활하는 게 꽤 빠듯한 백승원이었다.
“잠깐!”
봉투를 낚아채려는 아내의 손을 막은 백승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래도 준비한 사람 성의가 있는데…….”
황급히 봉투를 받은 백승원이 눈치를 살피며 봉투 두께를 가늠했다.
생각보다 두툼하다. 이 안에 얼마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단순한 금액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맙네.”
거부하기에는 너무나 큰돈이었다.
* * *
따악!
따악!
따아악!
한국 시리즈 휴식일.
대전 호크스는 실내 야구장에서 타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1차전 같은 경우는 상대팀의 에이스가 감독과의 불화로 빠르게 마운드를 내려온 덕분에 타격이 살았지만, 2차전은 아니었다.
아직도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걸 느낀 최정환 감독은 2차전 경기 승리 이후에도 특타를 진행했고 휴식일도 마찬가지였다.
따악!
따아악!
그 사이에는 유행운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제 오랜만에 홈런으로 손맛을 맛본 유행운은 타격감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 타격 훈련에서는 무게 이동 중심과 히팅 포인트를 다시 조절할 생각이었다.
따아아악!
오랜만에 타구가 멀리 뻗어 간다.
장타를 위해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미세하게 옮기고 있었다. 그 모든 건 내일 승부를 위한 수정이었다.
“좋다!”
배팅볼을 던져 주는 코치가 다시금 공을 뿌린다.
자세를 잡고 타이밍을 맞춰 부드럽게 무게를 이동한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날아오는 공을 잡아당겼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타구가 날아갔고 유행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전 감각이 없다 보니 지난 1, 2차전에서는 출루에 목표를 두었던 유행운이었다.
계속 단타를 치고 출루해 후속 타자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게 목적이었는데, 이제는 슬슬 장타를 의식하고 있다.
“열 개만 더 부탁드립니다!”
어느 정도 감을 잡았으니 이제 연거푸 타격을 진행하며 몸에 배게 만든다.
상대보다 2승을 먼저 거두며 유리한 고지를 점한 대전 호크스였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었다.
내일 3차전은 코리 윈스턴이 출격한다.
타 팀이라면 1선발도 가능한 성적이었으니 최정환 감독 입장에서는 승리를 겨냥할 만한 투수였다. 상대 팀에서는 드디어 에이스가 제대로 등판한다.
서울 썬더스는 반드시 3차전을 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코치님.”
오전 타격 훈련을 마치고 유행운은 식사를 하러 나섰다.
아직도 배트를 돌리는 선수들을 지나 훈련장 밖으로 나오자 백유진이 서성이고 있다.
“배고파.”
유행운이 나온 걸 발견한 백유진이 다가왔다.
“투수조랑 먹지, 뭐 하러.”
“난 네가 편해.”
“찐따냐. 그냥 선배님들과 먹는 게 불편하다고 해.”
“…….”
할 말이 없다.
원정을 떠날 때 백유진의 짝은 강우성이었다. 호텔을 쓸 때도 룸메이트는 강우성이었는데, 백유진은 그게 다소 부담스러웠다.
물론 어떻게 보면 영광이었다.
강우성은 배울 것이 많은 선배였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 올해 백유진은 강우성에게서 배운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잘 사용하고 있었고 올 시즌이 끝나면 커터를 배우기로 했다.
강우성은 후배에게 조언과 가르침을 아낌없이 주는 선배였는데, 가장 어린 투수인 백유진을 굉장히 챙겼다.
“커터 좀 배우지. 너 원래 고교 때는 커터 잘 썼잖아.”
“우성이 형이 커터 던지는 거 보고 봉인하래. 쓰레기라고.”
강우성도 돌직구를 날린다.
28시즌 스프링캠프를 진행할 때 후배들의 구종을 면밀히 살펴본 그는 백유진에게 커터는 쓰레기라는 명언을 남겼다.
나름 커터에 자신감이 있었던 백유진은 큰 충격을 받았는데, 그 대신 체인지업을 사사받을 수 있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강우성은 백유진에게 커터를 따로 가르쳐 줄 것이다.
지금 백유진은 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고 가끔씩 커브를 섞는데, 여기서 커터를 장착한다면 굉장히 매력적인 투수가 될 수 있을 거다.
“오! 돈가스.”
유행운이 싱글벙글 돈가스를 가득 담는다.
“오! 연어 샐러드!”
샐러드도 듬뿍.
제육볶음도 듬뿍.
육개장도 가득 푼다. 밥도 어찌나 많이 먹는지, 조선시대 노비도 이 정도 양은 먹지 않을 듯했다.
“오늘 반찬 맛있다. 이따가 후식으로 샌드위치 먹어야지.”
“돼지 새끼.”
“뭐라고?”
“마른 돼지 새끼.”
유행운이 못 들은 체하며 사진을 찍었다.
연애를 하면 사진을 자주 찍게 된다. 백유정에게 오늘 점심 식사를 보고한 유행운이 수저를 들었다.
“맛있다.”
백유진도 식사를 시작한다.
아무리 티격태격해도 같은 고교 출신 동기가 같은 팀에, 그것도 1군에 있다는 건 굉장히 의지가 된다.
아무리 선배들이 좋은 사람이라도 동기만큼 편하지는 않았다.
“카메라 왔다.”
식당 앞에서 마케팅팀의 카메라가 있는 걸 보았던 백유진이었다.
유행운이 움찔한다. 지나치게 많이 음식을 담았는데 그 모습을 모두 찍었을 게 분명했다.
마케팅팀이 좋아하는 선수 중에 하나가 유행운이었고 백유진이었다. 백유진은 개인 팬이 아주 많은 선수였고 유행운은 대전의 자랑이었다.
유행운이 카메라를 외면하며 식사를 이어 간다. 백유진은 아주 고고한 표정으로 샐러드를 먹고 커피를 마셨고 그 장면은 너튜브에 그대로 담겼다.
[행운이 겁나 먹는데 저거 다 어디로 가는 거냐? 말랐는데…….]└ 행운이 벌크업 중이잖아 ㅋㅋㅋ
└ 황태자 진짜 연비 똥망이다
└ 그 와중에 백유진은 진심 프린스같네;;;
└ 존나 백유진 잘생기긴 존나 잘생겼다
└ 돼지다 돼지
└ 저렇게 먹어야 홈런 치지 내일 행운이가 홈런 쳐줄겨
└ 캬 행운이는 밥값 하니까 ㄱㅊㄱㅊ
└ 유진아 불 좀 지르지 마라…….
└ 백유진 쟤도 좀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 덩치 좀 키워야 함
└ ㅇㅇ 백유진도 키에 비해 너무 말랐음
└ 으휴 멸치 두 마리가 식사하네
└ 살 찌워
* * *
한국 시리즈 3차전 선발 투수가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코리 윈스턴은 화장실에서 나오는 중이었고 도미닉 홈즈는 이제 막 화장실에 들어가던 순간이었다.
눈이 마주친다.
불꽃이 튀었고 윈스턴이 입꼬리를 올리며 스치듯 중얼거렸다.
“꼬리를 말고 도망간 줄 알았더니…….”
외국인끼리는 역시 영어를 한다.
화장실로 들어가려던 도미닉의 눈에 번개가 튀었다. 썬더스 에이스다운 스파크였다. 뒤를 홱 돌아본 도미닉이 말했다.
“자책점 2점대가 말이 많네.”
시작부터 선발 투수의 기 싸움이 불타오른다.
자책점에서 도미닉에게 밀리는 윈스턴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보는 도미닉 역시도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