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52
152. 음주 파문
└ 너무 당연한 승리
└ 아침부터 이거 보느라 힘들었다
└ 이겼다
└ 이제 일본 대만전 봐야함
└ ㅋㅋㅋㅋㅋ 결승 상대로 누가 낫냐?
└ 솔직히 일본보다는 대만이 나은 듯
└ 내가 볼 땐 둘 다 거기서 거기
└ 가자 금메달!
└ 병역혜택 가즈아!!!
└ 어제 대만전에서 고구마 백개 이상 처먹었는데 오늘 좀 시원하드라
└ 굿굿
└ 오늘도 김준서 꾸역 쓰는 박성길 보며 토나오는 줄
└ 준서 곱게 보내달라고 개새끼야
└ 진심 김준서 굳이 썼어야 했냐? 박성킬?
└ 아니 점수 좀 보고 기용하면 안 되냐????
└ 선발 그냥 냅두라고 아오
└ 진짜 개답답했다 김준서가 더 점수 안 내주고 깔끔히 막았지만 에바였어
└ 쓸놈쓸 박성킬
김준서는 다 잡은 승리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투 아웃을 잡은 상태였고 콜드 승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선발이었던 김의현이 콜드 승을 앞두고 실점을 연거푸 하자, 김준서를 기용했다.
10점 차로 벌어지면 콜드 게임이 성립되지만, 박성길은 마지막 불을 김준서에게 끄도록 지시한 셈이었다.
[김준서 괜찮냐 어깨 안 나오는 경기가 없네;;;]└ 잘 던져서 좋긴 한데 심하긴 함
└ 오늘 경기는 그냥 안 쓰는 불펜 써도 됐음
└ ㅇㅇ 권정용도 그렇고 좀 심하긴 해
└ 권정용 이제 아예 불펜으로 분류됐잖아 말로는 선발 자원이었던 애들 결승에 쏟아붓겠다던데?
└ ㅋㅋㅋㅋㅋ 그 말은 김명중도 쓸 거라는 말 ㅋㅋㅋ
└ 김땡중 먼저 쓸 듯
└ 백퍼 윤규민 내리면 바로 김명중으로 1이닝 막게 하고 그 다음에 권정용 쓰고 그다음에 김준서일 듯
└ ㅋㅋㅋ 같은 선발인 김의현은 안씀?
└ ㅇㅇ 안 써 ㅋㅋㅋ 오늘 막판에 불 질러서 안 쓸걸
└ ㅋㅋㅋㅋ 시발 개좆같아
└ 우리 준서 곱게 써달라고 개새야
└ 진심 쓸놈쓸 개지린다;;;;
└ 아이고 퍼지겠다 퍼지겠어
└ 가장 중요한 결승이 있는데 믿을맨을 갈면 어쩌자는 거야;;; 하루라도 더 쉬게 해야지
카타르는 덥다.
대낮에 치르는 것보다 오전에 경기를 하는 것이 낫지만, 그렇다고 덥지 않은 건 아니었다.
경기를 한 번 뛰고 나면 땀으로 샤워를 하게 되는데, 체력이 점차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샤워하고 이온 음료를 마시며 수분 보충을 한다. 몸이 피로한 와중 다 같이 모여 중계를 보았다.
일본과 대만의 경기가 10분 후면 시작된다.
두 팀 모두 1패를 안은 상태였기 때문에 여기서 승리를 거두는 팀이 결승에 직행한다.
“내일 결승전 밤이지?”
“네.”
“날이 더워서 그런가 보다. 진작 밤에 하지.”
“그러니까요.”
카타르 도하에서 치러지는 아시안게임 야구 경기는 오전 10시경과 그 이후 저녁 6시 즈음에 치러진다.
날씨가 무덥다는 이유로 한차례 조정이 있었지만, 그리 큰 차이는 없었다. 그나마 결승전은 밤 9시 50분에 배정해 최대한 양 팀 모두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끔 조절했다.
슈퍼라운드가 끝나고 하루의 달콤한 휴식이 주어진다.
박성길 감독은 다음 날, 훈련 시간을 오후 시간대로 잡아 최대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솔직히 더워 죽겠는데 오늘 경기는 주전 교체 좀 할 수 있지 않았냐? 지금 계속 같은 멤버로 풀타임 뛰고 있잖아. 대타도 기용 별로 안 하고.”
야수들에게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가끔 쓰죠. 경기를 뛰어야 면제 되니까, 콜드 승 직전에 대타 한 타석 먹인다거나 그런 식으로.”
“거의 다 뛰고 교체하는 게 무슨 의민가 싶다.”
“네, 노답이죠.”
사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프로 선수의 자격이 없었다. 사실상 일본은 2군 전력이라 하더라도 사회인 야구팀에서 뛰는 선수도 포함되어 있다.
대만 역시도 병역에 대한 혜택이 있기 때문에 프로 선수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달랐다.
지금 한국의 문제는 약팀에게서만 타선이 폭발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타격감이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아시아에서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을 만나면 그대로 타격감이 죽을 쑨다.
그건 굉장히 큰 문제였고 스스로가 잘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할 일이었다.
“더운 건 인정하죠.”
유행운이 물을 마시며 말했다.
“근데 투덜거리기에는 우리 좀 못하지 않아요?”
사실 감독에게 불만이 없다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감독에게만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유행운은 매 경기 타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하고 있었다.
대만전을 제외하면 모두 홈런을 신고하며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아니었다.
밥값을 하는 선수는 손에 꼽았고 경기력이 형편없다. 그나마 투수력으로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는 형들이 신기해요.”
유행운이 담담한 얼굴로 일갈했다.
“약팀 상대로 잘하면 뭐 해요. 대만이나 일본 만나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솔직히 전 걱정돼요. 이 경기 보는 이유도 결승에 만날 팀이니까 보는 거고요.”
항상 선배에게는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유행운이었지만, 자신의 실력을 생각하지 않고 감독 이야기만 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짜증이 났다.
“저 병역 혜택 받아야 해요. 그건 형들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여기 군필이 몇 명이나 있다고…….”
최근 부활한 강진은 배트를 문지르며 닦을 뿐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외에 자존심이 강한 선수들을 유행운을 쏘아보며 기분이 상했다는 걸 표현했다.
“야, 너 말이 너무 심하다?”
“제가요?”
“어.”
“그럼 잘하시면 되잖아요.”
유행운이 더 볼일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같이 경기 분석하고 선수 파악하려고 했는데, 차라리 혼자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유행운이 나가고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닫힌 문 사이로 욕을 하는 목소리도 들렸지만, 유행운은 무시했다. 선배라고 해도 선배다워야 선배였다.
아시안게임만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국제 대회도 없다. 그런데 대만과의 경기에서 간신히 승리를 거머쥔 것에 화가 났다.
만약 패배했다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왔을 테고,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고 동메달이나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을 수도 있다.
그사이, 서늘해진 분위기 속에서 배트를 만지고 있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할 말 있냐? 나도 지금 할 말 없는데.”
강진은 대만전에 쏘아올린 홈런으로 슬럼프를 극복했고 오늘도 장타를 터트리며 중심 타선으로 자리 잡았다.
유행운이 오늘 했던 말은 날카로웠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대만한테 이길 수 있었던 거, 행운이 없었으면 힘들었어. 일본도 마찬가지고. 계속 양민 학살만 하니까 저런 말 나오는 거지. 선배로서 밥값을 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듯.”
주장인 진민형도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이미 군대를 해결한 진민형도 더운 날씨에도 무거운 포수 장비를 차며 경기를 뛰고 있다.
그토록 꿈꿔 왔던 아시안게임이었다. 비록 군 문제를 해결한 후에 찾아왔지만, 가슴팍에 새겨진 태극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때.
“아, 시발. 술이나 먹자.”
유행운에게 욕을 퍼붓던 김재선이 냉장고를 열었다.
숙소에는 각자 방이 있고 함께 모일 수 있는 큰 회의실 같은 공간이 따로 있는데, 지금 머무른 공간이 아시안게임 운영 측에서 마련해 준 장소였다.
공간을 나가려던 진민형이 다가와 냉장고 문을 소리 내어 닫았다.
“누가 대회 끝나지도 않았는데 술을 먹지?”
그 눈빛이 살벌했다.
“후배한테 싫은 소리 하나 들었다고 술을 퍼마셔? 야, 이 정신 나간 새끼야. 도쿄에서 여자 끼고 술 처먹었다가 들켜서 징계 먹은 거 생각 안 나? 후배에게 싫은 소리 들었으면 열받아서 술 처먹을 게 아니라, 연습을 하든가, 경기 준비를 똑바로 하든가 해야지. 술이 들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
진민형은 군 전역 후에 바로 아시안게임 차출 명단에 올랐다.
처음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의욕이 없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는 꿈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라를 대표해서 뛰고 싶었다.
카타르에 와서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저 부끄럽지 않을 플레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군대를 가면서 결혼도 했던 진민형은 적어도 아들에게는 부끄러운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았다.
“형, 왜 그렇게 진지를 먹어요? 맥주잖아요, 맥주. 뭐, 나가서 마신대요? 여자도 없어, 여기.”
같은 팀인 최주형이 반박한다.
“너 그간 뭐 했냐. 경기 치르면서 홈런 한 번을 못 까고, 2루타는 쳐 봤냐? 아, 너 선발 제외지. 세 타석 섰나? 그동안 뭐 했냐. 볼넷은 한 번 먹어 봤냐? 안타 하나 쳤냐?”
“왜 성적 가지고 그래! 형도 알잖아, 대타로 타석 서서 안타 만들기 엄청 힘든 거!”
“너 유격수라며. 행운이에게 밀린 거 안 쪽팔리냐? 네가 연차도 더 찼고 나름 국대랍시고 왔는데. 너 심지어 유격수로 경기 뛰는 거 아니잖아. 네 말대로 감독님이 유행운은 죽어도 안 빼 주니까. 그래서 너 주포지션도 아닌 2루나 3루에나 가지 않냐?”
“형!”
“너는 한국 돌아가면 내가 가만 안 둬.”
최주형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왜요, 패게요?”
“난 동물 애호가라 개는 안 팬다.”
“뭐라고요?”
냉장고에 가득 찬 술을 모두 빼낸다. 심지어 맥주 캔 뒤로 소주병이 보였다. 기가 찬다.
주장이라고 해도 경기 끝난 후에 야식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선수들이 많아, 따로 터치는 하지 않았다.
“소주…….”
이거 완전 정신 나간 새끼들 아니야.
“행운이가 화날 만하네. 나도 빡치는데. 이런 새끼들이 밥값은 못하면서 술이나 처먹으니까. 우승해도 이 새끼들까지 병역 혜택 받는 거라, 얼마나 짜증이 나겠어.”
술을 모두 쓰레기통에 담은 진민형이 비닐째로 빼내 품에 안으며 말했다.
“이거 다 감독님께 보고할 테니까, 알아서 감당해라.”
* * *
다음 날.
오후 두 시, 선수들이 모인 실내 야구장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소란이었다.
진민형은 주장으로서 팀의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박성길 감독에게 이 문제를 논의했고 코칭스태프가 집합을 걸었다.
“소주 가져온 새끼, 나와.”
지난 도쿄 올림픽.
대한민국은 그 쉽다는 동메달도 따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성적만으로도 국민들이 공분했는데, 몇 달 후에 음주 스캔들이 퍼졌다.
팀의 고참이 후배를 이끌고 경기 전날 음주를 했다. 심지어 경기 전날이었다. 일본과의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그 이후, KBO는 음주에 대한 징계를 강화했다.
더불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는데, 결승을 앞두고 술 관련 문제가 터진 것이다.
“내가 숙소에서 맥주 한 캔 마시는 걸로 뭐라 했냐? 너희 성인이고 프로 선수니까 이해했다. 경기 끝나고 맥주 한 잔 마신 거? 그럴 수 있지. 근데 결승 앞두고 소주는 대체 어느 대가리에서 나온 생각이냐?”
주동자로 보이는 사람 한 명과 그 외의 여러 명이 조사 끝에 불려 나왔다.
투수조에는 문제가 없었다. 최고참인 김명중이 음주를 지시할 일은 없었고 윤규민도 그런 성향이 아니었다.
야수조와 다르게 투수조는 냉장고에 맥주 한 캔도 없었다. 하지만 야수조 냉장고에는 맥주가 가득 차 있고 그 뒤에는 소주가 숨겨져 있었다.
“우리 우승했냐?”
유행운은 이 소란을 지켜본다.
한심해서 말도 안 나올 정도였다. 진민형은 가운데에 서서 뒷짐을 지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유행운도 선수들이 술을 마신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진민형은 맥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 선수들 가운데에 서서 뒷짐 지고 고갤 숙인 건, 주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자세였다.
“소주는 좀 심했네.”
옆에 서 있던 백유진이 작게 속삭였다.
“또라이라 그래.”
음주 스캔들 이후 술에 대한 징계가 강화되었건만, 썩어 빠진 인간들은 경각심이라는 것을 모른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니, 아시안게임의 병역 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계속 유지되었던 병역 혜택이 선배의 잘못으로 사라진다면 그 피해를 받는 건 후배들이었다.
“아시안게임 끝나고 술 마실 수 있는데 그 시간도 못 참아? 이 새끼들이. 빠져 가지고!”
박성길은 사실 감독을 할 만한 인성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남 탓 전문이니.
“금메달 못 따면 너희는 각오해라.”
지금 이 순간에도.
“패배하는 순간, 이 사실을 알릴 테니.”
이마저도 이용한다.
국제 대회 도중에 음주를 했다. 이미 앞서 음주에 관련된 일이 있었기에 화살을 선수에게로 돌릴 수 있었다.
물론 감독도 팀을 관리 못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겠지만, 직접 술을 입에 댄 선수보다 하겠는가.
“대단한 인간이야. 아주.”
결승전에서 패배했을 시의 대처 방안까지 생각하는 저 비열함.
결코 배우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 * *
오랜만에 3번 타자로 경기를 뛰게 된 유행운은 비장함이 감도는 선수들을 돌아보았다.
감독에게 쥐어 터지고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병역 혜택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니, 더더욱 정신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다.
유행운이 혀를 차며 생각했다.
“어휴.”
오늘 금메달을 따면 저런 능력도 안 되는 인간들까지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사실이 역겹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