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9
19. 이럴거면 몸 바꿔!
신우고등학교.
북성고만큼 역사를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프로에 선수를 보내면서 나름 명문이라 불리는 고등학교였다.
“참 세상 모를 일이야.”
오늘 경기를 준비하는 신우고는 어제 경기 1점차 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앞서 경기를 진행했던 경원상고 경기를 확인했다.
“조 1위를 예상하던 북성고가 지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북성고 감독이 당연히 신생팀을 잡고 승점을 따낼거라 생각했던 것처럼 신우고 역시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백유진이 잘 던지더라고요. 이름값만 보면 기대가 없었는데, 위기 관리 능력도 있고요.”
신우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스라는 말은 쉽게 얻을 수 있는게 아니지.”
그 사실을 백유진이 증명했다.
선발 전환 후에 첫 경기가 그 누구보다 중요했다. 이형호 감독이 두 경기 중에 하나를 잡을 거라면 사실상 북성고보다는 신우고가 사정이 나았다.
하지만 이형호 감독의 첫 경기 선택은 에이스 백유진이었다.
“방심은 하지 말자고.”
신우고 감독은 밤새 경원상고 분석에 힘썼다.
북성고를 잡은 것이 단순히 운일 수도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두 눈으로 확인했다.
북성고가 경원상고를 우습게 보았다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경원상고는 중심타선이 확실히 괜찮아. 유행운이라는 애는 처음 보는 애지만, 장타력도 가지고 있고 선구안도 탁월해.”
그나저나.
“그 감독은 대체 그런 친구를 어디서 발굴한 거지?”
* * *
“천적이 선발이네.”
오늘 선발투수는 오상윤이었다.
평균 직구 구속은 142km/h로 이주영보다는 떨어지지만, 제구가 좋다.
오상윤은 기교파 투수로 결정구로는 포크볼을 종종 사용한다.
이 포크볼은 부상 우려가 있어서 경기 중에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떨어지는 각도가 아주 좋아 오상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구종이었다.
그리고 오상윤의 별명은.
“민현웅 잡아먹는 오상윤이죠.”
바로 민현웅 천적이었다.
이상하게 민현웅은 오상윤에게 약했다. 이주영의 공은 잘도 때리는 민현웅이었는데, 오상윤에게는 상대전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천적 관계.
오늘 신우고 감독이 오상윤을 선발로 내세운 이유가 민현웅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도 타순 바꾸는게 어떨까요?”
타격코치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천적 등판했다고 팀의 4번을 한순간에 바꿔? 그건 콩가루지.”
이형호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첫 경기에서 유행운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에이스 타자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한 경기로 4번타자를 바꾸는 건 위험했다.
민현웅의 프라이드를 건드릴 수도 있다.
지금 경원상고에서 유행운 만큼이나 중요한 선수가 민현웅이었다.
“피할 수만은 없지.”
이형호 감독은 경기 직전에도 연습 스윙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민현웅을 보았다.
민현웅은 달라지고 있다.
태도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었다.
어제 민현웅은 회식이 끝난 후에 특타를 진행했다. 항상 연습을 게을리 했던 민현웅이었기에 특타를 자청하는 거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어쩌면 오늘 그 천적 관계를 청산할 수도 있어.”
그와 동시에 기대가 된다.
연습을 게을리하던 천재가 연습을 시작했을 때 어떻게 달라질지.
“현웅이가 4번 쳐야 자극이 되지. 앞에서 홈런 치고 장타 빵빵 날려야 똥줄이 타지.”
유행운을 3번에 두는 근본적인 이유였다.
유행운이 살아나가면 민현웅도 살아나가려 집중을 한다.
그 조합의 시너지를 어제 경기에서 지켜보았고 철이 덜 든 민현웅을 조련하기 위해, 믿을만 한 타자를 최대한 이용했다.
“찬형아, 컨디션은 어떠냐?”
오늘 선발은 박찬형이었다.
백유진도 팀의 에이스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지만, 박찬형은 더더욱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괜찮은 거 같습니다.”
“괜찮은 거 같아?”
“아니, 몸 상태 좋습니다!”
이형호가 만족스러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 박찬형의 어깨를 두드렸다.
“플레이 볼.”
어제 경기는 홈의 입장에서 진행했다면 오늘은 원정팀의 입장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1회에 점수가 나면 선발투수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 진다.
타순의 변화는 상위부터 중심까지는 변화가 없었다. 테이블세터가 제 역할을 해 준다면 기필코 점수가 난다.
‘특타의 성과가 나오면 좋겠는데.’
경원상고는 신생팀이다.
그리고 어제 북성고의 패배로 지금 신우고는 조 1위를 노리고 있다.
주말리그 전반기에서 조 1위를 하게 되면 주어지는 특혜가 남달랐다.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이 두 대회를 동시에 나갈 수 있다.
이 대회의 출전권은 몹시 귀했다.
팀의 소속된 3학년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지는 것과 동시에 프로 구단에 어필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신우고를 잡는다면.’
1위도 가능하다.
그 생각과 동시에 공을 끈질기게 지켜보던 강수현의 배트가 돌았다.
타구는 힘이 없다.
어제 특타를 했다고 볼 수 없는 타구질이었다.
“저 놈을 어쩔꼬.”
투수가 직접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했다.
“아웃!”
혹시나 하는 상대 실책은 없었다.
순식간에 아웃카운트를 적립하고 돌아온 강수현의 고개가 푹 숙여 있었다.
“하체, 하체에 힘을 주고.”
류진운은 연습 스윙을 하며 혼자 중얼중얼거리고 있다.
“나는 하체부실.”
타석에 서서 배팅장갑을 꽉 조인다.
“뒷발이 흔들리지 않게. 나는 하체 부실이니까, 하체에 힘을 넣고.”
후우.
심호흡을 한 류진운이 배트를 들었다.
상대 투수는 오상윤이었다. 확실히 어제 이주영처럼 위압감이 있지는 않았다.
“오늘 내가 안타치면 유행운 형님으로 모신다.”
나는, 나는 하체 부실이니까.
* * *
따악!
놀랍게도 류진운이 첫 안타를 신고했다.
어제 번트 안타를 기록한 강수현과 달리, 상위타순임에도 안타가 없었던 류진운이었다.
특타의 효과가 나왔다.
유행운의 충고를 귀에 담고 하체 안정에 힘을 쓴 류진운이 2루수 키를 넘기는 단타를 치고, 1루 입성에 드디어 성공했다.
“됐네.”
류진운이 밥상을 차렸다.
유행운은 스윙을 크게 두 차례 하고 배터박스에 섰다. 발로 땅을 다지며 흙을 고른다.
마지막으로 배팅장갑을 꽉 조여 매는데, 신우고의 주전 포수 최석윤이 말을 걸었다.
“네가 걔지? 어제 홈런 두 방.”
유행운은 말 없이 최석윤을 보았다.
“고맙다. 덕분에 우리가 조 1위할 수 있을 듯.”
요즘 애들은 자의식과잉이 너무 심하다.
유행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배트를 들었다.
“입 터는 거 보니까, 너희도 딱 그 수준이구나.”
유행운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딱, 북성고 수준이야.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북성고에게 실례구나.”
최석윤이 기가 막히다는 듯 유행운을 쏘아보았다.
신경전을 펼치길래 맞받아 쳐준 것일 뿐이었다.
실제로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니었다. 북성고의 전력이 신우고보다 낫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오늘 우리 선발이 민현웅 천적이거든. 너는 그 하위호환이잖아? 민현웅 하위호환. 그럼 성윤이가 충분히 잡지, 삼진으로.”
유행운은 미동조차 없다.
상대는 혀가 길었고 혀가 긴 거 치고 그 값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민현웅 천적이라.’
타격 자세를 잡는다.
투수는 오상윤. 어제 이주영을 생각하면 확실히 무게감이 떨어지는 선발투수였다.
이 투수를 이 중요한 경기에 투입한 이유는 단 하나다.
민현웅의 천적이었으니.
‘하지만 나는 아니잖아?’
오늘 컨디션은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조깅할 때부터 몸 상태가 상쾌하다는 걸 느꼈다.
실제로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투수의 동작 하나하나, 미세한 차이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좋았다.
오상윤은 이를 악물고 공을 뿌렸다.
유행운은 손 끝에서 빠져나오는 하얀 공을 뚫어져라 보았다.
따아아악!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밋밋하게 존에 들어오는 슬라이더는 가볍게 밀어칠 수 있다.
심지어 유행운이 잘 치는 코스가 어정쩡하게 떨어지는 바깥쪽이었다.
“어쩌지?”
휘익, 배트를 던지며 말했다.
“너무 쉬운데?”
* * *
시작부터 투런.
민현웅은 굳은 얼굴로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바라보았다.
더그아웃은 흥분 그 자체였지만, 지금 민현웅을 흥분할 겨를이 없었다.
“형님, 어서오십쇼!”
먼저 홈에 들어온 류진운은 딸랑대며 유행운을 반겼다. 그리고 유행운은 시니컬하게 대꾸했다.
“갑자기 뭔 개솔?”
“아이고. 홈런치면 형님이죠.”
낄낄.
웃으며 들어가는 두 사람을 바라본다.
류진운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는 했지만, 지금 민현웅은 몹시 심각했다.
“에이, 거를 걸.”
포수 최석윤이 볼멘소리를 낸다.
민현웅은 굳은 얼굴로 헬멧을 세게 두드렸다. 정신 차리기 위해서였다. 잡생각은 버리고 오직 공을 칠 생각만 하기 위해서.
“너랑 승부했으면 됐는데, 그치?”
하지만 최석윤은 민현웅의 자존감을 살살 긁고 있었다.
“뭐? 나랑 감히 승부?”
“감히? 웃기네. 너 오성윤한테 약하잖아. 딱 한 번 치지 않았냐? 12타수 1안타. 그것도 운 좋게 실책이 안타 처리 된 거.”
최석윤은 지금 교묘하게 민현웅을 건드리고 있었다.
민현웅은 유행운처럼 평정심을 유지할 성격이 아니었다.
실제로 민현웅은 오성윤만 만나면 힘을 못 썼다.
지금 투런을 맞은 투수가 멘탈이 흔들릴 만도 한데, 묵묵히 로진백을 문지르는 걸 보면 묘하게 자신감이 있었다.
‘와, 개킹받네?’
열이 바짝 오른다.
그와 동시에 민현웅은 배트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뎅뎅데엥-
여러 번 배트로 머리를 두드린 민현웅이 심호흡을 크게 하며 자세를 잡았다.
‘좆까, 시발.’
이제 주자는 없다.
오성윤은 와인드업을 크게 하며 공을 뿌렸다.
아무리 천적이라 해도 승부는 조심스럽다.
“스트라이크!”
바깥쪽 보더라인에 꽉 차는 직구.
민현웅은 자신이 가장 잘 치는 존에 배트를 휘두를 생각을 한다.
“후욱!”
그 다음은 슬라이더였다.
몸쪽에 닿을 듯하다가 급격하게 바깥으로 휘어져 나간다.
민현웅이 배트를 냈다.
빗맞으면서 파울이 된다.
“쉽다, 쉬워!”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를 잡자, 또 다시 상대 포수가 약을 올린다.
민현웅은 이를 악물었다.
오직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오성윤을 선발로 내세운 신우고.
지금 여기서 천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경기 양상은 뻔했다.
철저히 유행운을 거르고 민현웅과의 맞대결을 펼칠 것이다. 지금도 유행운은 해결사 역할을 했고 지금 민현웅은 고전하고 있으니.
‘포크볼은 뻔하지.’
포수의 미트가 얼굴 높이에 자리를 잡는다.
오성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에 쥐고 있던 로진백을 떨어 뜨렸다.
지금 투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고교 천재타자라고 불리는 민현웅 상대로 언제나 승리를 거머 쥐었다.
민현웅의 천적이라는 타이틀은 오성윤에게 꽤 큰 의미가 있었다. 그거 하나로도 돋보일 수 있었으니.
파앙!
얼굴 높이로 날아오는 공을 민현웅이 지켜본다. 뻔한 수법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공에 배트를 끌어내는 동시에 선구안을 흩트리는 코스.
움찔.
평소라면 반응조차 안 했을 텐데, 이상하게 민현웅은 오성윤이 던지는 공에 쉽게 유혹 당했다.
“후우.”
카운트는 1-2.
여전히 민현웅은 밀리고 있다.
잠시 뒤로 물러나 연습 스윙을 하고 흥분을 내리눌렀다.
“와라.”
지지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었다.
“후욱!”
오성윤의 와일드한 폼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감 있게 공을 뿌린다.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있는 힘껏 배트를 돌린 민현웅의 표정이 삽시간이 굳어졌다.
오성윤이 던진 공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뚝 떨어지고 있다.
항상 민현웅은 이 공에 속수무책이었다.
“추운데, 뭐하러 선풍기를 틀고 그래.”
이죽거리는 목소리.
민현웅은 화를 참지 못하고 배트를 무릎으로 두동강 내버렸다.
프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화풀이였지만, 여기는 고교리그였다.
당연히 주의를 받은 민현웅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유행운은 혀를 차고 있었다. 지금 민현웅은 지나치게 ‘천적’이라는 키워드에 집착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프로에서도 고전했던 그 천적은 사실 그리 대단한 투수는 아니었다.
이름값만 보면 민현웅이 월등하다.
먹이사슬이란 그런 거였다. 실제 덩치로 보나 이름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민현웅이 오성윤을 압도하지만, 기세 싸움에서 지고 들어간다.
처음 민현웅이 오성윤의 포크볼에 쩔쩔 맨 건 경험이 부족해서였고 그 후에는 충분히 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그 초반 경험에 밀려 천적 관계가 계속 유지된 것이다.
민현웅이 호크스에 입단한 후에 포크볼을 자주 접하고 구단에서도 오성윤을 파악하여 주입한 결과, 결국에는 극복했지만, 지금 나이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민현웅, 타석에서 뜻대로 안 된다고 화풀이 하지 마라.”
이형호 감독은 예의를 중시한다.
타자가 타석에서 배트를 부러뜨린다거나, 헬맷을 던지는 행위를 극도로 싫어했다.
“네.”
민현웅은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다.
더그아웃에 매달려 있던 유행운은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유행운이 조심스럽게 민현웅에게 다가갔다.
“놀리러 왔냐?”
“뭘.”
“삼진 먹는 4번타자라고.”
“타자가 삼진 먹을 수도 있지.”
유행운은 그 옆에 앉으며 경기장을 보았다.
타석에 선 강민하는 볼을 끈질기게 지켜보고 있다. 확실히 어제 이주영을 경험한게 도움이 되었다. 150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보다가, 그에 못 미치는 공을 보니 한결 수월하게 느껴질 것이다.
‘아니, 애초에 오성윤은 북성고와 비교도 안 돼.’
상대 감독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경원상고의 타선의 핵심인 민현웅을 잠재우는 것. 그 한 명을 견제하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넌 거포야.”
유행운은 남 도울 처지가 아니었지만,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민현웅이 바닥을 기어서는 안 되었다.
“거포에게 삼진은 숙명이고.”
민현웅은 슬러거다.
거대한 한 방을 날려 점수를 쓸어 담을 수 있는 유형의 타자.
벌써부터 삼진을 두려워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었다. 물론 유행운이 충고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가 되지만, 묘하게 지금의 민현웅은 과거와 결이 달랐다.
“아니, 류진운도 쳤잖아. 그 류진운도!”
아, 그게 문제냐.
“같은 팀이 안타 치면 좋은 거지, 왜 그걸 그렇게 삐딱하게 받냐?”
“그걸 네가 다 처먹으니까······! 나는 붕붕질 하다 삼진인데, 너는 폼나게 홈런 치니까!”
“애새끼냐?”
민현웅은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다 같이 못 치면 괜찮다. 하지만 같은 타자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류진운도 안타를 쳤는데, 본인은 정작 삼진이라는 것에 분통이 터졌다.
이게 재능충이 겪는 열등감이었다. 아니, 자만심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할 수도 있었다.
“야, 너 평소처럼 생각없이 하라니까?”
답답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해. 닥치고 네가 잘하는 거 하라고. 멍청아.”
솔직히 유행운은 이 재능충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얄미워서 딱밤을 때려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정신 차리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가 잘하는게 뭔데!”
민현웅이 잘해야 경기를 잡을 수 있었다.
“네가 잘하는 거?”
그걸 몰라서 묻나.
“포크레인처럼 퍼올리는 거!”
아주 단순하다.
민현웅은 그냥 하던 대로 낮은 공은 퍼올리고.
직구는 그냥 쪼개버리면 된다.
“삼진 따위는 잊고! 포크볼이 날아오면 일단 퍼 올리라고! 삼진? 그런 거 뭐! 밋밋하게 떨어지면 바로 홈런일 텐데, 뭘 걱정해? 거포가 삼진 먹다가도 홈런 날리면 다들 좋아할 텐데!”
속이 터져서 유행운이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다.
“타고난 신체 조건으로 야구하는 새끼가, 언제부터 삼진을 무서워했다고 이 지랄이야?”
이럴거면!
“나랑 몸 바꿔! 내가 잘 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