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43
43. 야구 월드컵 2
채리원의 별명은 돈에 미친 여자, 즉 돈미녀였다.
약간 어감이 좋지 않은 별명이었지만, 채리원은 그 별명을 생각보다 좋아했다.
이유는-
‘돈에 미쳤어? 그럼 내가 일을 잘한다는 거지.’
그런 뜻이기 때문이었다.
일을 하다보면 채리원이 몸값을 잔뜩 올려서 계약한 선수가 예상 밖의 성적을 낼 때가 있었다.
60억을 받고 이적을 했으면 60억 만큼의 성적을 내야 하는데, 10억도 아까운 저조한 성적을 낸다.
그런 선수를 보통 ‘먹튀’라 부른다. 하지만 이건 에이전트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수가 자신의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 그리고 구단이 섣불리 계약을 진행한 탓이다.
채리원은 적어도 자신의 일에서는 완벽한 여자였다. 소속 선수가 돈을 원한다? 그렇다면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든다.
소속 선수에게 거품이 낀 거액의 연봉을 안기면 그만큼 채리원도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상부상조 그 이상이었다.
“허허, 제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머리가 반쯤 벗겨진 메이슨은 당황스러운 듯 웃음을 흘렸다.
“모든 건 우연이죠.”
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1시간 일찍 입장하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타깃을 물색했다. 그러다 발견한 메이슨을 아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고 그 모든 것은 계획이 아니라 우연이었다.
“지금 유행운 선수 지켜보고 계셨던 거 맞죠?”
그와 동시에 채리원은 메이슨이 들고 있는 수첩에 시선을 두었다.
메이슨은 해리슨 박과는 달랐다.
해리슨은 항상 태블릿PC를 들고 다니지만, 메이슨은 아날로그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메이슨은 대답 없이 그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유행운 선수 담당 에이전트 채리원입니다.”
지금 메이슨이 말을 아끼는 이유는 채리원에게 필요한 정보는 최대한 감추겠다는 의미였다.
그 뜻을 알고 있는 채리원이었기에 한 발 물러서서 조급증을 감춘다.
“아, 강현민 선수를 다저스에 보낸 그 분이군요.”
명함을 받은 메이슨도 알고 있는 사람이 채리원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채리원도 메이슨에 대해 알고 있다.
‘보스턴의 한량이라고 해야하나.’
메이슨 반스.
그는 보스턴 스카우트팀의 핵심이었다.
선수 보는 눈이 탁월한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에 귀한 인재를 많이 소개했다.
지금은 나이를 먹고 보스턴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일본의 투웨이 플레이어가 나온 이후 아시아에서 선수를 물색하러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물론 그것도 소문이다.
여전히 메이슨이 보스턴 소속이기는 하지만, 거의 이름만 올려 놓은 수준이었고 한량처럼 노년을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으니.
‘한량은 아니지.’
여전히 메이슨은 정정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채리원의 기에 눌리지 않는다.
“좋은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계시군요.”
침묵을 깬 메이슨이 미소를 지었다.
채리원은 급하게 나서지 않는다. 유행운의 U-18 일정을 따라다니며 혹시 모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던 채리원은 메이슨을 마주한 걸로도 작은 수확을 얻은 셈이었다.
“유행운.”
또박또박 유행운의 이름을 말한 채리원이 메이슨의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이걸 영어로 뜻을 말씀드리면-”
해리슨 박과는 다른 유형이다.
해리슨을 대하던 것과 같은 패턴으로 달려들면 메이슨은 바로 거리두기를 시전할 것이다.
“Good Luck.”
이럴 때는 그저 짧게 치고 나가는게 좋다.
명함도 주었고 U-18 야구 월드컵은 이제 시작이었다.
메이슨은 지금 이 만남으로 유행운이라는 선수를 강하게 인식할 것이고 그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예컨대, 몸값을 최대한 부풀릴 수 있는 좋은 소재? 확실히 피츠버그보다는 이용할 맛이 나는 소재였다.
“좋은 뜻이죠?”
보스턴 레드삭스에 행운을 가져다 줄 것 같은.
“그럼 다음에 또 봬요. 메이슨 씨.”
그 말을 끝으로 채리원이 눈인사와 함께 돌아섰다.
사실 채리원은 드라마처럼 메이슨이 잡아주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역시 허구의 세상에서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메이슨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멀어지는 채리원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손에 든 명함을 응시한다.
“행운, 행운이라.”
작게 중얼거린 메이슨이 다시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머리가 좋은 여자군.”
마치 아는 듯했다.
메이슨이 유행운을 유심히 지켜보고 관심이 생겼다는 걸. 메이슨은 최대한 말을 아꼈고 그 모습을 본 채리원은 선수에 대해 어필하지 않고 외적인 걸 툭 건드렸다.
어떻게보면 황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유행운이라는 선수의 이름을 영어로 해석해주고 가다니······.
“럭키, 럭키······ 유?”
혼자 중얼거리던 메이슨이 피식 웃었다.
* * *
U-18 야구 월드컵 오프닝 라운드 A조에서 빅매치는 역시.
“일본만 이기면 우리 조 1위 거의 확실하지?”
한일전이었다.
지금까지 한국은 캐나다와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당연한 결과였고 이 두 팀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냥 그대로 짐 싸는게 더 나은 일이었다.
“뭐, 그렇지.”
한일전에서 패배를 한다해도 다음 라운드는 충분히 진출 가능하지만, 이건 자존심의 싸움이었다.
지금까지 유행운은 두 경기에서 홈런 4개를 만들어냈다.
캐나다전에서는 1홈런.
그리고 중국전에서는 매타석 홈런을 만들어내며 양민학살을 해냈다.
이주영은 일본전을 몹시 경계하고 있었다.
사실 감독 박동욱은 나중을 위해서 이주영을 아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주태양을 선발로 내세우고 이주영은 중요한 경기의 승리를 잡기 위해 미룬다. 물론 그 중요한 경기가 일본전이었다.
“네가 안 나갈 수도 있음.”
요즘 이주영은 계속 유행운을 따라다닌다. 아무리 같은 방을 쓰는 사이라고 해도, 북성고에는 이주영만 발탁된게 아니었다.
“왜? 당연히 일본전은 내가-”
“널 아껴야지.”
유행운이 우유를 마시며 말했다.
일본측에서 준비한 숙소는 그냥 적당하다.
아니, 솔직히 방이 코딱지처럼 작았다. 여기 있다보면 속이 답답해서 잠을 잘 때 제외하고 휴식실이나 숙소 주변을 산책하던 유행운이었다.
“날 아껴?”
“그래. 뭐하러 미리 보여줘? 나중에 본선가면 다시 만날텐데.”
박동욱 감독은 아마 주태양을 선발로 내세울 것이다. 승리를 잡되, 가장 중요한 패를 숨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 난 언제 뛰어?”
지금 두 경기를 치르면서 이주영은 아직 공을 던지지 못했다.
백유진은 클로저 역할을 맡아 간간히 등판해 1이닝을 막았고 이주영은 계속 불안한 얼굴로 엉덩이를 달싹거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잡혔다.
“이미 들었잖아. 호주전에 뛴다고.”
“아.”
“다음 경기가 네덜란드, 그 다음이 호주전이니까 딱이지. 그 날 컨디션도 점검하고 경기 길어지면 적당히 투구수 끊고, 본선 준비하라 할걸?”
“그런가······.”
여전히 이주영은 일본전에 선발로 나가고 싶은 듯 보였다.
“어차피 일본도 예선전에는 에이스 안 써.”
당연하다.
그리고 일본은 에이스 사토 다이치를 투입하지 않아도 한국 정도는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카모토 잡고 싶은데.”
“본선 가서 실컷 잡아라.”
“우리 이기겠지?”
“이겨.”
유행운이 다 마신 우유팩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말했다.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야. 걔네 보다 타격은 우리가 나아. 그리고 걔네가 처음보는 투수를 상대로 공략이 가능할까?”
아무리 주태양이 제구가 날려도.
“너만큼 공 빠른 앤데, 충분히 잡아.”
* * *
유행운의 작은 목표는 U-18 예선전 동안 10홈런을 달성하는 일이었다.
몸 상태는 확실히 좋았다.
회귀한 후에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일반인에 가까운 몸을 제대로 만드는데 집중했었다.
체중도 미약하지만,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고 체력 역시도 6개월 전과 비교하면 훨씬 좋아졌다.
유행운의 활약과 함께 한국팀은 연속으로 콜드승을 거두었고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도 불 붙은 화력을 보여주었다.
[U-18 야구 월드컵, 경원상고 유행운 홈런왕 페이스] [U-18 유행운, 네덜란드 무릎 꿇게 한 만루포!]유행운은 착실히 타점을 올리고 선두타자로 나설 때는 출루해 득점을 위한 팀 배팅을 했다.
과하게 장타를 의식하지 않았고 흐름에 맞는 타격을 이어갔으며 홈런은 그저 부수적인 수입, 딱 그 정도였다.
“유행운, 민현웅 조합은 정말 미치도록 좋군.”
박동욱의 입은 언제나 귀에 걸렸다.
이미 유백민이라 불렸던 경원상고 3인방이었다.
백유진을 제외하면 두 사람 모두 타자였고 중심타선이었다.
“유행운이 6개의 홈런을 때렸고 민현웅도 5개로 바짝 쫒아가고 있습니다.”
“오카모토는 아직 홈런을 신고 못했지?”
“네. 간간히 2루타를 치고 있긴 한데, 폼이 안 올라온 느낌이에요.”
“그럼 그렇지. 미국 쪽은 어때?”
“그레이슨이 좋아요. 확실히.”
홈런 경쟁은 이어진다.
일본의 차기 홈런왕이라 불리던 오카모토는 아직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고 그레이슨이 홈런 3개를 때리며 유행운을 쫓아가고 있었다.
“박치열도 2번에서 잘해주고 있어요. 진동고에서는 6번을 주로 쳤는데, 발이 빠르고 센스가 있어서 출루율이 무척 높습니다.”
박동욱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틀 후 열리는 호주전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아직 하위타선에서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고 있었지만, 상위부터 중심타선까지는 물 흐르듯이 폭죽이 팡팡 터지고 있었다.
게다가 걱정했던 투수진도 아직은 안정되어 있다. 물론 모든 것을 낙관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팀과 호주는 달랐고 그 다음 마지막에 만날 팀, 일본은 더더욱 다르다.
“지금 주영이가 난리났어요. 언제 나가냐고요.”
투수코치의 말에 박동욱이 피식 웃었다.
“나참, 호주전 선발 준비하라니까 뭐 그리 안달나서는.”
“어리잖습니까.”
“차분히 기다리라고 해. 에이스를 벌써부터 올릴 수는 없잖아. 분석하라고 떠먹여주는 꼴이지.”
U-18 야구 월드컵은 국내에서도 그리 이슈가 되는 화제는 아니다. 하지만 좋은 경기력과 연일 불 뿜는 화력으로 콜드승을 연달아 거머쥐고 있다.
그리고 호주전.
그렇다.
해설진의 말대로 유행운은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재능도 있었고 그만큼 노력을 하는 동시에 언제나 공부를 하고 타석에 서는 유행운이었다.
상대 투수의 패턴을 분석하고 초구를 지켜본 후에 배트를 내면 결과는 늘 좋았다.
– 이번에 진짜 U18 우승하는 거 아님?
– U18 한국팀 평가 [투수:중 빠따:최상 수비:상=우승]
– 설레발 지리고욬ㅋㅋㅋ 아직 대만도 안 만났닼ㅋㅋ 일본 만나서 콜드패 당한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 매국노 새끼 잡았다
└ 손모가지 ㄱㅅ
└ 님 박제
벤치를 달구던 이주영은 분풀이를 하듯 150km/h를 넘는 강속구를 연속으로 뿌렸다.
박동욱은 쉬이 이주영을 내리지 않고 경기 마무리까지 맡겼다.
그동안 에이스를 아끼느라 다른 투수를 기용했었기에, 오늘만큼은 이주영이 경기 마무리하는게 베스트였다.
“잘했다.”
0:8.
이번에는 6회 콜드승.
호주팀은 이주영을 상대로 좀처럼 찬스를 만드지 못했고 한국은 타격에서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쎄하네.”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해리슨 박이 미간을 좁혔다.
지금까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해리슨은 생각보다 오카모토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호주 역시도 피지컬이 좋고 점차 수준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체크 중이었다.
근데 자꾸 눈에 거슬린다.
유행운이라는 선수가.
“벌써 홈런 8개? 허어.”
미친 활약이다.
기대했던 오카모토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고 타격만 두고 보면 그레이슨보다 나았다.
해리슨은 아주 오랜만에 유행운의 경기를 보았다.
한국에서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이 끝나자, 미련없이 일본으로 떠났고 유심히 지켜보던 타자 오카모토와 투수 사토 다이치를 관찰했었다.
그 시간동안, 잠시 잊고 있던 그 시간동안 유행운은 발전했다.
미친 속도로.
“돌았나?”
그 순간, 해리슨의 핸드폰이 경쾌하게 울렸다.
– 해리슨 씨, 왼쪽으로 고개 돌려봐요.
– 응, 맞아요. 조금 더 위로.
– 나 보여요?
문자를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든 해리슨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저, 저, 저, 귀신같은 여자······!”
저멀리 관중 사이에서 채리원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 * *
[U18 파죽지세 대한민국 대표팀, 일본전까지 D-1 ······ 이번에도 콜드승?] [경원상고 유행운, 메이저리그 가나?] [대한민국 야구계의 미래가 밝다! 미국이 노리는 유망주 TOP3! 유행운, 이주영, 민현웅] [대전 호크스 이영호 단장 “유행운이 미국 가도 우리에겐 민현웅이 있다”]일본전까지 단 하루.
지금까지 한국은 쉽게 콜드승을 가져왔다.
박동욱 감독의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유행운의 활약.
“유행운 선수는 충분히 이번 대회에서 홈런왕은 물론, MVP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우승한다는 전제 하에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유행운이 보여준 경기력은 심상치 않았다.
보스턴의 메이슨도 주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피츠버그도 자세를 바꾸었으며 템파베이 역시도 다시금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시카고컵스 등 다양한 팀이 유행운을 유심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오카모토 선수요? 글쎄요. 중국전에서 첫 홈런을 신고했다고 하긴 하는데-”
피식, 비웃듯이 박동욱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일본전을 앞두고 모인 기자들 앞에서 그 누구보다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어쩌죠. 이미 유행운 선수는 엊그제 호주전에서 두 개의 홈런을 때렸는데?”
네, 맞습니다.
“우리 유행운 선수는 벌써 8개네요?”
풉, 1개? 1개에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