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75
75. 네가 고생이 많다
1번 박준용 2번 유행운 3번 조석찬 4번 지선호 5번 프레드릭 6번 최진영 7번 김지환 8번 성진욱 9번 이태성 선발투수 윤규민
대전 호크스의 라인업은 1번부터 5번까지는 고정이었다.
박준용부터 시작해서 유행운을 거친 후 중심타선까지는 탄탄했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포수 김지환은 예외였다. 그는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였고 타격이 조금 흔들린다고 해도 감안할 수 있다.
오늘 선발 라인업에서 눈에 띄는 건 역시 신인들이었다.
– 성진욱 이태성 경험치 먹여보는 거??
└ 최진영도 걍 빼지
└ 어제 임지혁 실책 해서 쓴다는게 최진영인가?
└ ㅋㅋㅋㅋ 지타 성진욱… 와 무게감 겁나 없네
└ 퐈 질러도 지타감 없는 이 팀… 적어도 주전들 돌아가면서 지타로 휴식줘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팀 썩었다 썩었어
└ 우리 대타감도 없잖아 ㅋㅋㅋㅋㅋ
└ 솔직히 난 최진영 못 믿어… 그냥 임지혁 보는게 마음 편함
우천 취소로 휴식을 취한 유행운은 컨디션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유격수는 수비 비중이 높은 포지션이다.
홈 경기는 그래도 쉴 시간이 있는데 원정길을 떠나는 날은 그렇지 못했다. 그다음 날에는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다.
해서, 오랜만에 우천 취소로 경기를 쉬니 몸이 가벼워졌다. 확실히 타격감을 올릴 찬스였다.
“명중이 귀신같이 빼 버리네.”
“기가 막히네요, 정말.”
“작년에 쟤 딱 한 경기 나오지 않았냐?”
“네, 맞아요. 더블헤더.”
대전 호크스는 정해진 로테이션을 그대로 지킨다.
현재 4선발인 로이드 콜 타일러가 드러누웠지만, 그래도 젊은 토종 에이스 윤규민은 건재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부산 마린스는 김명중을 뒤로 미루고 외국인 투수 하이든 오딘 루이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대전에서 윤규민이라는 좋은 선발을 만든 것처럼 부산도 김명중이라는 좋은 젊은 투수를 발굴했다.
두 사람은 연배도 비슷했고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윤규민의 폼이 더 좋았다.
“프레드릭, 수염 엄청 길었네?”
요즘 대전 호크스의 용병 타자 프레드릭은 수염을 기르고 있다.
이유는 역시 부진 때문이었다. 어제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었음에도 프레드릭은 실내 연습실에서 배트를 들고 타격 연습을 진행했다.
간간이 안타는 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홈런이 없는 프레드릭이었다. 물론 작년에 다른 외국인 타자가 나쁜 의미로 엄청난 활약을 보여 주었던 덕분에, 팬들은 홈런이 나오지 않아도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대체로 프레드릭 정도면 양반이라는 반응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슬슬 걱정이 되는 듯했다.
“응. 야구 잘하려고.”
“수염이랑 야구가 무슨 상관인데?”
“자신감.”
오늘의 선발 투수 윤규민은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뭐, 그러든가.”
어제 강우성이 윤규민의 자존심을 긁었다.
사실상 강우성은 저무는 해였다. 국가대표에 차출될 일도 없다. 이미 강우성은 국내 복귀를 하는 것과 동시에 국대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투수로서는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윤규민과 김명중인데, 두 사람의 차이는 거기서 거기였다.
공교롭게도 조류동맹에서 걸출한 젊은 토종 선수가 나왔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이 두 사람은 소속 팀 때문에 기록이 퇴색되었다.
– 얘네 자책점 모두 2점 대지? 근데 승수가 15승도 안 됨 ㅋㅋㅋㅋ
└ 그나마 꼴명중이 나음 얘는 그래도 14승 기록함 칰규민은 9승 ㅋㅋㅋㅋ
└ 칰규민 존나 불쌍함 이닝 소화도 작년 2위임 ㅋㅋㅋㅋㅋㅋ 근데 9승???
└ 확실한 건 그 두 명 모두 다른 팀이었으면 20승 기록했을걸
└ 전면만 아니었음 명중이는 우리 거였다 ㅅㅂ
└ 말해 뭐하냐? 규민이도 전면만 아니었음 썬더스 거였다 ㅋ
└ 서울 애들은 존나 양심이 없어 ㅋㅋㅋ 썬더스나 다이아몬드 얘네들은 돈도 안 쓰면서 왜 잘했겠냐? ㅋㅋ 꼴찌 안해도 최대어 매년 처먹으니까 잘한 거 아냐 ㅋㅋㅋㅋ 화수분 같은 소리 하네
└ 지나가는 스타즈 팬 운다
└ 저거 스타즈 까는 거임?
└ 스타즈는 왜 우승 못함? 돈도 쓰고 팬도 있고 전면 전에는 최대어 돌아가면서 냠냠 처먹었는데…?
└ 스타즈는 그냥 스타즈지 ㅋ
윤규민의 목표는 확실했다.
올해는 확실하게 김명중을 눌러 버리는 것.
“자, 잘 들어 봐.”
현재 윤규민은 2승을 수확했다.
이틀 전, 강우성이 호투를 하고도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윤규민은 생각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타자들이 일을 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오늘 홈런 치는 타자에게는 내가 상품권 쏜다.”
윤규민이 봉투를 든다.
“금액은?”
지선호가 호기심을 느끼며 물었다.
“10만 원.”
“에계. 안 칠란다.”
올해 지선호의 연봉은 3억이다.
그리고 윤규민의 연봉은 2억 1천이었다. 두 사람의 연봉은 성적에 비해서 낮은 편이었다.
타 구단이었다면 그 이상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지만, 대전 호크스는 만년 꼴찌팀이었기에 성과가 없다. 즉, 돈을 더 받을 수가 없었다.
“아니, 10만 원이 땅 파면 나와?”
비슷한 연배의 타 구단 소속 선수와 비교하면 이 두 사람은 연봉이 적다. 해서 적은 돈에도 벌벌 떨었기에, 나름 윤규민에게 10만 원은 컸다.
“10만 원이 뭐! 땅 파면! 나오냐고!”
유행운의 시선이 상품권에 닿는다.
돈에 민감한 건 유행운도 마찬가지였다. 채리원과 잘 맞는 것도 그 부분이다. 상품권은 쓸 곳이 많았다. 장 보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엄마에게 주기도 좋다.
“선배님.”
유행운이 손을 들며 말했다.
“설마 투런 홈런도 10만 원인가요?”
예리한 질문이었다.
“투 런은 20만 원인 거죠?”
“어?”
“쓰리 런은 삼십?”
“어어?”
“만루포는 혹시 백만 원인가요?”
“…….”
오늘 유행운은 타격 슬럼프를 극복할 생각이었다.
“행운이 말이 맞네.”
가만 지켜보던 강우성이 끼어든다.
“점수에 따라 수당이 달라져야지. 그래야 타자들도 칠 맛이 나지.”
그 누구도 윤규민을 돕지 않는다.
오늘 윤규민이 준비한 상품권은 총 30만 원이었다.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윤규민은 몰랐다.
승리 하나를 챙기기 위해 던진 작은 이 딜이, 나중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거라는 사실을.
* * *
한 번의 우천 취소.
이미 한번 패배를 맛본 대전 호크스는 설욕을 꿈꾼다.
1회 초, 마운드에는 김명중이 아니라 루이스가 자리를 잡고 있다.
루이스는 큰 키와 높은 타점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유형의 투수였다. 작년 KBO에 와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루이스는 올해는 작년 같은 압도적인 모습은 없었다.
즉, 타자들이 루이스에게 익숙해졌고 작년처럼 당하지만은 않는다는 뜻이었다.
[루이스 선수는 투심 패스트볼이 참 강력합니다. 무브먼트가 참 지저분하거든요? 작년에는 이 투심으로 헛스윙이나 빗맞은 타구를 자주 만들어 냈습니다.] [그 외에도 커브가 인상적이에요. 투심으로 타자를 윽박지르고 커브로 타이밍을 뺏는 볼 배합이 강점을 보입니다.] [이 두 가지 구종은 굉장히 탁월한데, 문제는 이제 타자들도 어느 정도 패턴을 읽었다는 거죠.] [예, 맞습니다. 루이스 선수가 두 번의 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는데, 작년의 압도적인 모습과 달리 올해는 고전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투심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간간이 섞는 커브가 눈에 익었다는 뜻일 거예요.]그렇다.
루이스의 볼 배합은 이미 어느 정도 눈에 익었다. 그럼에도 루이스는 아직까지는 살아남아 있었다.
이미 자책점이 3점대를 넘어섰지만, 구단에서는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단 두 경기로 판단하기에는 시즌은 길었기에.
“와.”
유행운은 초구부터 던진 커브를 보고 눈이 커졌다.
초구를 투심을 예상했던 박준용이 꼼짝도 못 했다. 높은 타점에서 느리게 존에 꽂히는 커브.
타자는 커브를 예상하지도 못했고 준비도 못 했기에 서서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두 번 연속 커브.
박준용이 뒤로 물러서서 혀를 찬다.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로 몰렸다. 항상 그렇듯 선발투수에게 1회는 중요했다.
특히 박준용처럼 교타자이며 발이 빠른 선수는 어떻게든 돌려세워야 계산이 선다.
게다가 다음 타자는 요즘 핫한 유망주 유행운이 아닌가.
‘커브를 연달아 던지네.’
이런 모습은 없었다.
머리에 입력해 두기는 하는데, 이 정보가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느린 커브는 느리고 눈에 보이지만 까다롭다.
타이밍 자체를 빠른 공에 두고 배트를 내는데, 높은 타점에서 내려오는 커브는 배트를 낼 타이밍을 재는 게 꽤 힘들었다.
루이스가 와인드업을 한다.
첫 경기는 6이닝 2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내용이었고 두 번째 경기는 5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다. 용병 투수에게 있어서 이런 경기 내용은 특급이라 할 수 없었다.
“흐압!”
숨을 내뱉으며 공을 던진다.
박준용이 레그킥을 하며 타이밍을 쟀다.
부웅!
‘세 번 연속?’
박준용의 배트가 헛돈다.
배트가 한발 먼저 돌았고 공이 유유히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완벽한 헛스윙 삼진이었다.
– 미친 마구냐?
└ 삼연속 커브 이왜진???
└ 심지어 파워커브는 쓰지도 않았네 ㄷㄷㄷㄷ
└ 저 포수 누구냐? 볼배합 미쳤네;;;
└ 꼴린스 포수 정보 : 올해 신인 이주영 대신 픽한 포수 최대어 성준열
└ 아 걔? 어려서 그런가 모험심이 투철하네
박준용이 아쉬운 듯 고개를 갸웃하며 뒤로 물러선다.
유행운에게 따로 할 이야기는 없었다. 연속 커브로 물러서는 걸 보았을 테고, 루이스의 정보를 유행운 역시도 알고 있을 테니.
“느리다.”
“예.”
“쟤 커브 두 개 섞어 쓰는 거 알지?”
“네. 파워 커브도 쓰잖아요.”
“오늘 커브 잘 긁히나 보다. 참고해.”
“넵.”
유행운이 생각을 정리하며 타석에 서기 전에 크게 스윙을 했다.
“오랜만이다.”
타석에 들어가자 성준열이 알은체를 했다.
“어. 이렇게 보니 새롭네.”
유행운 역시도 미소를 지으며 화답한다.
이 두 사람은 U-18에서 함께 뛴 경험이 있었다. 성준열의 기억에 유행운은 무서운 타자였다.
같은 팀일 때는 한 없이 든든하지만, 적으로 만나면 그 누구보다 더 조심해야 할 타자.
스스슥.
땅강아지처럼 땅을 파는 유행운을 힐끔 보던 성준열이 볼 배합에 대하여 생각했다.
부산 마린스는 투수 최대어를 포기하며 성준열을 지명했다. 성준열은 타격에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았지만, 수비로는 준수했다.
볼 배합도 창의적이고 좋다.
해서 벤치에서도 볼 배합에 관여를 하긴 하지만, 위험 상황이 아닌 이상 성준열에게 상당수를 맡기고 있었다.
아직까지 성준열은 잘해 주고 있었고 부산 마린스도 기대를 품고 있었다.
‘낮은 볼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유행운의 약점이 낮은 볼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유행운의 체력이 정상적이라면 낮은 볼은 모두 건드려 커트를 해 낸다.
체구에 비해 장타력이 좋은 이유는 손목 힘이 타고났기 때문이었으며 정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교타자 같은 모습도 있는 중장거리형 유격수.
이게 현재 유행운의 대외적인 평가였다.
‘투심 제구가 어떨까.’
낮게 형성되지 않는다면 맞는다.
오늘 루이스는 연습 투구를 할 때, 커브가 잘 긁히는 모습을 보였다. 커브 외에도 슬라이더를 던지기는 한다. 하지만 자주 쓰는 구종은 아니었다.
성준열은 생각한다.
유행운의 입장이 되어 어떤 볼 배합을 권유할지 생각한다.
‘조심성이 많은 녀석이다. 초구는 필시 지켜본다.’
성준열이 느린 커브를 권유했다.
타이밍이 까다로운 느린 커브를 유행운이 80% 확률로 지켜볼 거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루이스 선수가 고개를 젓습니다. 다시 포수 사인을 보냅니다.] [오, 또 루이스 선수가 사인을 거부하네요.]성준열은 한번 거절당한 느린 커브를 한 번 더 권유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연거푸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
‘꼬맹이.’
지금 루이스는 멸치 같은 유행운을 보고 그렇게 판단했다.
‘투심 맛 좀 보여 줘야지.’
즉, 그는 유행운 같은 신인은 결코 자신의 투심 패스트볼을 건드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성준열이 이번에는 슬라이더를 권유한다.
이번에도 루이스는 고개를 젓는다.
해서, 파워 커브를 권유한 성준열은 이번에도 세차게 고개를 젓는 루이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 새끼, 유행운 모르나 보다.’
이거다.
유행운은 컨택률이 높은 선수였다. 일단 공에 배트를 가져다 대는 재능은 KBO에서도 역대급이라 할 수 있었다.
투심 패스트볼.
루이스가 고집하는 이 구종이 대단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강타자를 상대할 때는 투심만 고집했다가는 난타를 당할 수 있었다.
‘젠장.’
결국 신인 포수인 성준열이 진다.
투심을 받아들이고 자세를 잡았다. 루이스의 투심은 우타자의 바깥에서 존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궤적이다.
즉, 좌타자에게 효과적인 무브먼트를 보이는데, 유행운은 우타자였다.
“후우.”
루이스가 자세를 잡는다.
‘사인을 다 거부했네.’
지금까지 유행운은 사인을 교환하는 포수와 투수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처음부터 커브를 염두에 두었던 유행운은 잠시 미뤄 두었던 투심을 떠올렸다.
루이스는 연달아 같은 구종을 던져 1번 타자를 잡아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구종을 던지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을 것이다.
유행운이 보기에도 커브는 오늘 굉장히 좋은 궤적을 보이며 뚝 떨어졌으니.
포수는 공을 받는 입장에서 최선의 구종을 요구했을 것이고 그걸 투수가 거부했다면 답은 하나.
[투수 와인드업! 루이스, 강하게 공을 뿌립니다!]즉, 투수가 가장 좋아하는 구종.
[유행운! 타격!]따아아악!
‘투심 패스트볼이겠지.’
휘익.
초구부터 강하게 휘두른 유행운은 배트를 멀리 던졌다.
루이스의 손에서 빠져나온 공이 바깥쪽으로 흐르는 걸 보고 투심을 확신했다. 망설일 필요도 없었고 존 안으로 들어올 궤적을 그리며 배트를 강하게 휘둘렀다.
[강하게 잡아당긴 타구! 좌익수, 그저 황망히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유행운의 솔로포!]좋아.
“10만 원 적립.”
* * *
컨디션은 완벽하다.
유행운은 상품권을 쓸어 담기 위해 경기에 임했다.
윤규민의 컨디션도 좋았다. 유행운의 호쾌한 홈런을 지켜본 윤규민이 방방 뛰며 소리를 질렀다.
비록 그 이후에는 침묵하던 중심타선이었으나, 1회부터 득점 지원을 받았다.
“헛스윙, 삼진!”
윤규민은 결정구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강우성이 대전에 복귀하고 따라다니며 체인지업을 배웠는데,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간간이 섞어 쓰며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 개빠따들…… 점수 1점찬데 이것도 극복 못하냐?
└ 먹다 남은 치킨 던지고 싶음 ㅅㅂ
└ 타격 왜 저래? 사람 맞냐
└ 윤규민 상대로 존나 못하네
└ 우리도 누가 좀 홈런 쳐봐
1:0.
3회 말이 끝나도록 윤규민을 공략하지 못하는 부산과 유행운의 솔로포 이후에 득점이 나지 않는 대전이 비슷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하여.
[4회 초. 1회 솔로포의 주인공 유행운 선수가 타석에 섭니다.] [요즘 유행운 선수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거든요? 홈런을 몰아칠 때보다는 페이스가 떨어진 느낌이었는데, 어제 우천 취소가 약이 된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수요일 경기 이후에 오랜만에 홈런포를 가동한 유행운 선수예요. 루이스 선수의 투심이 굉장히 지저분한데, 이걸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잡아당겼거든요.]유행운은 머리에 오직 상품권밖에 생각이 없었다.
어제 푹 쉰 덕분에 몸 상태도 좋다. 게다가 루이스는 지나치게 유행운을 견제하고 있었다.
1회 초에 홈런을 맞은 루이스가 각종 영어 욕을 내뱉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유행운이었다.
‘투심투심투심투심투심투심!!!’
지금 루이스 머리에는 오직 투심 패스트볼밖에는 없다.
이 구종으로 트리플A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고 한국에 와서도 쏠쏠하게 써먹었다.
유망주 따위에게 당연히 통할 투심 패스트볼이라고 루이스는 생각했다.
‘아, 시발. 투심 안 된다고!’
하지만 성준열의 생각은 달랐다.
이번에도 사인 교환이 늦어지고 유행운은 이 순간을 지켜보며 힌트를 얻는다.
또 투심이구나?
[성준열 선수가 마운드를 방문하네요?] [이상한 일이죠? 4회 시작부터 포수가 투수를 찾아가는 건 흔한 일은 아니거든요. 특히 성준열은 신인 포수입니다.] [아, 투수 코치도 이 상황을 파악하러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지금 사인 교환이 엄청 늦어졌거든요.] [루이스 선수가 삐딱한 얼굴로 고개를 계속 젓는 걸 보니, 볼 배합이 마음에 안 드는 눈칩니다.]“초구에는 투심 안 돼요. 노 투심. 어렵게 승부해야 해요.”
성준열의 말에 투수가 미간을 좁히며 말한다.
“Why not?”
왜 안 되느냐는 물음에 성준열이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투수 코치도 상황을 파악하고 투수 설득에 나섰지만.
“나 투심으로 먹고 살았어. 쟤 투심으로 잡을 거야.”
자존심이 강한 투수는 말을 듣지 않았다.
상황이 쉬이 정리가 안 되자, 주심이 주의를 준다. 결국 투수 코치와 포수가 설득을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오고, 성준열이 짜증이 잔뜩 섞인 얼굴로 마스크를 눌러 썼다.
‘처맞아야 정신 차리지.’
미트를 든다.
루이스는 고집대로 투심 패스트볼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따아아악!
[날아갑니다! 이번에도 좌익수는 멍하니 서서 멀리 날아가는 공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유행운의 승리였다.
“준열아.”
배트를 바닥에 떨어뜨린 유행운이 자리에서 일어난 성준열을 보며 씩 웃었다.
“네가 고생이 많다.”
유행운은 투심 패스트볼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한 외국인 투수를 무너뜨렸다. 즉 자존심을 긁어 버렸는데, 지금 루이스는 벌게진 얼굴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실점을 연거푸 하며 자존감이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타자에게 연달아 얻어터졌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루이스 선수 흔들리네요.] [유행운 선수의 연타석 홈런이 이런 결과를 만듭니다.]유행운은 20만 원을 적립했고.
조석찬은 흔들리는 루이스 상대로 2루타를 만들어 냈으며 지선호도 오랜만에 호쾌한 홈런포를 가동했다.
“뭐야.”
누구는 두 번의 홈런으로 20만 원을 적립했는데, 지선호는 단 한 방으로 20만 원을 얻었다.
“불공평해.”
유행운이 입술을 삐죽이기 무섭게.
[어, 어어어어어! 프레드릭이 긴 침묵을 깨고 드디어 첫 홈런을 만들어 냅니다! 프레드릭의 완벽한 마수걸이포! 부산을 벼랑 끝에서 밀어 버립니다! 5:0!!]프레드릭의 기다리던 첫 홈런이 터졌다. 이렇게 루이스는 마운드에서 더 버틸 수 없었다. KBO 인생 최악의 날을 맞이한 루이스는 더그아웃에 들어가자마자, 글러브를 집어 던지고 쓰레기통을 걷어찼다.
“오늘 죽인다. 나 좀 멋있다. 완봉 각. 캬아!”
윤규민은 신나게 공을 던진다.
득점 지원을 풍부하게 받았고 그 덕분에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확실하게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그리하여.
[대전 호크스 다시 부활했다! …… 겁없는 신인이 연타석 홈런으로 부산을 울렸다] [11: 0. 윤규민 생애 첫 완봉승 달성 …… 대전 호크스 선두 자리 지켰다]부산 마린스에게 쓰디쓴 완봉패를 안기며 주말시리즈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