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96
96. 정말 다르긴 하더라고요
따악!
[이번에는 좌중간! 프레드릭 홈인!]5회 말, 이닝이 끝나지 않는다.
강우성은 차분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도 아웃카운트는 하나도 올라가지 않았고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따악!
유재원을 향해 이번에도 땅볼 타구가 날아간다. 제대로 잡으면 병살도 잡을 수 있는 평범한 타구였다.
직전에 실책을 저지른 유재원이 이번에는 대시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공을 포구했다. 그 사이 이미 2루는 늦었고 1루로 송구하지만-
[아! 송구가 빗나갑니다!]그러했다.
“우성아. 아이싱 하고 쉬어.”
“네?”
“어깨 너무 식었잖아. 불펜 가동할 거야.”
“알겠습니다.”
강우성의 투구 수는 81구.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최정환 감독은 강우성의 투구 수를 95구 이전에 끊는다. 나이는 어쩔 수 없다. 시즌은 길었고 이대로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강우성의 존재가 가장 필요했다.
대전 호크스는 젊은 팀이다.
베테랑이 귀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 강우성은 가을야구를 경험해 본 사람이었다. 강우성은 데뷔 시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그 이후에는 팀이 내리막길이었지만.
게다가 국가대표로서 우승 경험도 많았다.
이런 선수가 가을야구까지 존재해야 젊은 팀인 대전에 승리할 확률이 생긴다.
“그나저나.”
무사 1, 2루.
최정환 감독이 상대 유격수를 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쟤를 데리고 어떻게 경기했지?”
* * *
[대전 호크스의 5회 말 공격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무려 10득점을 하지 않았습니까? 45분 동안 매섭게 공격을 했고요. 타순도 한 바퀴를 돌고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네, 부산 마린스는 수비가 길어지자 주축 선수들을 교체했고요. 여기서 주전 유격수 주한성 선수가 나가면서 일이 더 악화됐습니다.] [유재원 선수의 실책 두 개가 아웃카운트를 모두 날리면서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죠. 부산으로서는 아주 뼈아픈 일입니다.] [자, 6회 초. 부산 마린스가 공격을 준비합니다. 타석에는 5번 타자 2루수 김석호.]0:13.
넉넉한 점수 차로 승기를 잡은 대전 호크스는 선발 투수를 내리고 불펜진을 기용했다.
지금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군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선수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충성!”
[하하하. 귀엽네요. 모자를 벗고 최영학 선수를 기다렸던 대전 팬들께 인사하는 모습이 참 청춘이에요. 머리도 아직 짧네요. 단정한 게 아주 보기 좋습니다.]최영학.
그는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는 무척 짧았고 표정도 아직 군인 같았다.
점수 차는 넉넉했고 심적 부담이 없는 순간에 투수로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긴장이 안 될 리가 없었다.
최영학은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다.
덕분에 어깨는 싱싱했지만, 지금 민간인 신분이라는 게 아직도 어색했다.
“푸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초구를 던진다.
“스트라이크!”
최영학은 군 전역 이후에는 몸을 만들고 다시 실전 경험을 쌓는 데 집중했다. 사실 최영학은 북원고의 에이스였지만, 전국구 투수는 아니었다.
충청 에이스답게 공을 많이 던져서 어깨에 과부하가 온 시점이었고 구단에서 군 입대를 권유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휴가를 나올 때마다 야구공을 만지고 가볍게 50구씩 던지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투구는 하지 않았다. 군대에 입대한 이유 자체가 피로도가 쌓인 어깨와 팔꿈치에 휴식을 주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139km/h! 군 전역 후의 초구가 괜찮은 구속이 찍힙니다.] [최영학 선수, 평균 구속은 133km/h로 강속구는 아니지만, 묵직함이 살아 있어요. 포심과 함께 섞어 쓰는 커터가 좋고요. 주무기는 포크볼입니다.] [포크볼이 사실 부상 위험이 큰 구종이잖아요. 최영학 선수가 고교 시절에도 포크볼을 자주 던졌는데, 구단에서는 휴식 차원으로 일찍 군대에 보냈어요. 이 부분 어떻게 보십니까?] [포크볼은 굉장히 좋은 구종이죠. 투수 생명을 깎아 먹는다는 소리도 있지만, 포크볼을 계속 던지면서도 롱런하는 투수도 분명 있고요. 구단에서는 아마 일찍 군대를 해결하는 게 좋을 거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 이유 중에는 휴식도 있을 거고요. 지금 구위를 보니, 최영학 선수가 군대를 빨리 해결한 게 아주 좋은 선택처럼 보이네요.]2구, 커터.
타자의 스윙이 헛돈다.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최영학이 숨을 돌렸다.
[공 괜찮은데요? 컨디션도 좋고 얼굴도 좋습니다. 긴장감을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아주 좋네요. 긴장도 잘 쓰면 신중함으로 바꿀 수 있거든요. 과한 신중함은 되레 탈이 날 수도 있지만, 기교파 투수에게는 신중함이 아주 중요하죠.]자세를 잡는다.
유인구를 한 번 던지고 그다음은 포크볼이었다.
“스윙!”
군 전역 후의 첫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다.
구단에서는 포크볼을 그대로 가져가되,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었다.
최영학은 사실 올 시즌은 서산에서 몸을 만들고 새로운 무기가 될 구종을 추가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었다.
지금 1군에 올라온 이유는 경험 때문이었다.
군 전역을 했고 한동안 서산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투구폼을 가다듬던 최영학에게 경험을 부여했다. 사실 1군에 와도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실제로 수많은 투수가 긴 기다림 끝에 1군에 콜업되어도 기회를 받지 못하고 다시 2군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기에 오늘 이 기회는 최영학에게는 굉장히 귀중한 순간이었다.
볼.
볼.
볼.
볼.
그와 별개로 최영학이 볼질을 시작했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선두 타자를 잘 잡아 놓고 그다음에 제구가 흔들리며 볼을 내주는 일.
심지어 포크볼도 제대로 참아 내며 볼을 골라낸 마린스의 6번 타자 김준성이 걸어서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제구가 흔들리네요. 초구에 던진 포심이 살짝 빗나가고 그다음에 커터를 던졌거든요. 연속 볼을 내주고 포크볼을 던지다 보니, 타자가 배트를 참았죠? 투수에게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넣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타자를 유인할 수 있어요.]교체는 없다.
최영학이 미소를 짓는다. 볼넷을 내주고도 그다음 타자를 보는 순간, 자신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군대에 가기 전에 아주 짧게 경험했던 선배.
담배를 피우지 않던 최영학에게 억지로 담배를 권유했던 선배.
지금은 대전에 없고 부산에 있는 못난 선배, 바로 유재원이었다.
[올해 첫 1군 무대를 밟은 유재원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유재원이 헬멧을 벗고 1루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대전 팬들에게서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미우나 고우나, 한때는 성장하기를 기대했던 선수였다.
암흑기를 탈출하게 해 줄 유망주라고 믿었고 그만큼 애정이 쌓였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애정이 아니라 애증이 되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그가 잘 살아남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직전 이닝에서 두 개의 실책을 했던 유재원 선수인데, 타석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그 순간, 중계 화면에는 유재원이 실책한 장면들이 연달아 나왔다.
최영학은 그 사실을 당연히 알지 못했고 초구부터 포크볼 그립을 잡았다. 당연한 소리였다.
유재원의 약점은.
부웅!
[헛스윙! 초구부터 포크볼을 던지는 최영학!]떨어지는 공.
즉, 쉽게 말해 떨공이었다.
‘포크볼.’
백업 포수 정훈원이 포크볼을 주문한다.
그 결과.
부웅.
부웅.
유재원이 연속으로 헛스윙을 하며 무기력하게 퇴장했다.
* * *
최종 스코어 1:13.
부산 마린스가 9회 초에 1사 만루에서 겨우 1점을 냈지만, 그 이후에는 득점이 없었다.
대전 호크스의 대승이었고 부산 마린스는 서울 썬더스에게 위협받는 신세가 되었다. 부산 마린스가 패배를 했고 서울 썬더스는 승리를 했다.
한 경기 차로 2위를 바짝 쫓은 서울 썬더스는 머지않아, 2위를 강탈할 확률이 높아 보였다.
부산 마린스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타격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팀 타율이 저조한데, 이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2위 자리를 지키기 힘들어 보였다.
[주한성 낡지 마라 진짜 오늘 대참사 보고 느끼는 거 많겠지??]└ 주한성 없으니 와르르르르르
└ 유재원 상동으로 끄지라
└ 상동? 그냥 방출해
└ 우리도 트레이드하자 유재원 좀 팔아보자
└ 하, 시바 유재원 못하는 거 광고했는데 어케 팔아?
└ 이게 바로 사기 매물이구나…….
└ ㅇㅇ 허위도 아님 사기임
부산 마린스는 유재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가 저지른 두 개의 실책은 나비 효과를 불러왔다. 쉽게 아웃카운트를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유재원은 하지 못하게 했다.
선수단의 피로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투수도 몇 명을 썼는지 알 수 없다.
“미안해, 미안하다니까. 나도 그 정도로 막장일 줄은 몰랐지.”
그리고.
여기 입장이 난처해진 황의한 단장은 감독을 달래고 있었다.
물론 김형태 감독도 유재원의 콜업을 반겼다. 표면적으로는 작년 시즌까지 대전의 주전 유격수였고 1군 경험이 풍부했다. 게다가 2군에서도 타율이 4할을 넘기며 성적도 좋았다.
백업으로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써 보니 정말 달랐다.
“정말 다르지?”
–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단장님은!
김형태가 소리를 지른다.
“왜 화를 내고 그럴까.”
– 투수나 콜업할 걸, 쓰지도 못하는 유격수 자리 차지 하잖아요!
“내리면 되잖아.”
– 하, 그래요. 정말 다르긴 해요. 뭐라고 해야 하지? 걔가 팀에 존재하는 순간 패배 기운이 확 퍼집니다. 그라운드에 나서는 순간, 앞으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이 들고…….
아무튼.
– 정말 다르긴 하더라고요…….
* * *
한 경기 교체 출장 만에 유재원이 짐을 쌌다.
더 기다릴 생각도 없다는 듯, 상동으로 보내 버린 김형태 감독은 설욕을 꿈꾼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이 좋지 않았다.
상대는 2선발 윤규민으로 말할 것도 없이 좋은 투수였다. 그리고 부산이 자랑하는 토종 투수 김명중은 이번에는 대전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감사합니다!”
토요일 경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김명중은 비가 오게 해 달라고 남몰래 기도했었다. 대전과 맞붙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는 김명중은 대전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기우제 아닌 기우제를 스스로 지내고 있었는데, 때마침 비가 내려 주었다. 역시 일기 예보는 믿을 수 없고 기상청 역시도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김땡중 운도 좋지.”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윤규민이 중얼거렸다.
어제 팀 타선이 활활 불타오르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윤규민은 욕 아닌 욕을 퍼부었는데, 그래도 승리를 챙길 자신은 있었다.
부산의 다음 선발이 김명중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국대에서도 종종 보았던 사이였고 고교 시절에도 안면을 튼 사이였다. 프로에 먼저 진출한 김명중, 그 뒤를 이어서 대전에 입단한 윤규민.
두 사람은 의도하지 않은 라이벌이 되어 있었는데, 상대 전적은 윤규민의 압승이었다. 이유는 김명중이 대전에 유독 약했기 때문이었고 전체적인 성적을 보면 윤규민이 한발 앞서 있기도 했다.
“선배한테 콱 씨. 땡중? 땡중?”
“내일 나오시죠? 김땡중 선배?”
“싫은데. 안 나올 건데.”
“무서워서 피하는 거?”
“아닌뒈? 더러워서 피하는 건뒈?”
김명중이 히죽히죽 웃고 있다.
사실 무서워서 피하는 게 맞지만, 마치 더러워서 피하는 것처럼 윤규민의 약을 바짝 올리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빗줄기가 세차게 떨어지고 있었다.
김명중이 비를 맞으며 엉덩이를 실룩거리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윤규민의 주먹이 달달 떨린다. 분노에 찬 모습이었다.
“저, 저, 저…….”
김땡중, 가만 안 둬.
* * *
“레그킥을 버려야 하나?”
흔들리는 버스 안.
동하대학교 야구부 점퍼를 입고 있는 한 남성이 핸드폰으로 야구 관련 영상을 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다음 영상이 재생된다.
작은 화면에서 움직이는 유행운을 보던 남성이 입맛을 다신다. 뭔가 부럽기도 했고 반갑기도 한 얼굴이었다.
– 다음 정거장은 대전생명 호크스파크입니다.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 안은 사람으로 가득했고 다들 대전 호크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남자가 유니폼 뒷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유행운, 유행운, 저기도 유행운…….”
이 버스에 타고 있는 대전 팬의 80%가 유행운의 이름을 유니폼에 새겼다. 다시금 눈이 촉촉해지며 부러움을 느끼는 남자였다.
“인기 엄청 많네.”
버스에서 내린다.
거의 등 떠밀리듯 버스에서 내린 남자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지금 도착했어. 경기장 앞.”
밝은 목소리.
그는 큰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배트와 글러브가 들어 있었다. 오늘 그는 경기를 보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사실은 다른 목적도 있었다.
“어디? 나 차 안 끌고 왔어.”
터벅터벅.
야구장 안으로 들어온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서 수현이는 어디로 가면 돼? 수현이 지금 동하대 잠바 입고 있어. 행운이도 수현이 보고 싶지?”
대전 호크스 홈구장을 찾은 남자는 바로 강수현이었다.
– 죽는다. 말투 똑바로 해.
유행운의 목소리가 매우 역겹다는 듯 불쾌함을 띠고 있었다.
그 반응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강수현이 입을 열었다.
“응,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