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ckly youngest member of the villai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8)
악당 가문의 병약한 막내님 137화
우리는 다 같이 윈체스터 저택으로 돌아왔다.
혼자 헥토르 할아버지를 찾아갔을 때는 길이 꽤 먼 것처럼 느껴졌는데, 여럿이서 오니 유달리 여정이 짧게 느껴졌다.
아마 내 귀에 계속해서 잔소리를 떠들어 대던 오셀로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택에 돌아오자 마중 나온 로웬이 내게 말했다.
“공작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편지가 실종되어 무단가출로 보였을 일이 떠오르자 조금 긴장되었다.
오빠들처럼 내가 가출했다고 오해하셨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로웬을 따라 집무실로 들었다.
* * *
오르테니안은 레카르도가 원하건, 원치 않건 샤샤의 옛 기억을 종종 재생했다.
그것들은 이전의 샤샤에 대한 기억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다른 세계의 평범한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샤샤의 눈동자에는 언제나 갈망이 있었다.
그 세계 안의 샤샤는 뭔가를 제대로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사고 싶은 물건도, 먹고 싶은 음식도, 입고 싶은 옷도…….
모든 것들이 샤샤에게는 사치재일 뿐이었다.
제국의 암흑가에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한 레카르도는 빈민층의 생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본 빈민층의 생활보다 안락한 환경임에도 그 애가 늘 불충분해하는 걸 보자 속이 바늘로 찔리는 기분이었다.
‘그 세모난 음식도…… 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허기지고 깡마른 그 아이에게 레카르도는 언제나 손을 뻗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먹던 것이었어.’
의식하고 뻗은 손은 아니었다.
그저 제 자식이 굶주리고 떨고 있으니 반사적으로 내밀 수밖에.
그러나 레카르도의 손은 샤샤에게 닿지 않았다.
그는 꿈을 꾸고 깨어난 아침이면 늘 욱신거리는 가슴 부근을 만져 보았다.
“…….”
서류에 서명을 하다가 잠시 멈추어 오르테니안으로 엿본 샤샤의 기억을 생각하고 있던 레카르도는, 인기척을 느끼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집무실 문을 열고 샤샤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름다운 은발을 반 정도 묶은 채, 오늘은 조금 활동적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아버지…….”
그는 평소처럼 딱딱한 표정으로 샤샤에게 입을 열었다.
“……돌아왔느냐.”
“네, 잘 다녀왔습니다.”
조금 긴장한 채 인사하는 샤샤의 녹안은 여전히 빛의 숲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눈앞의 샤샤는 이제 그녀의 기억을 통해 보는 그 불쌍한 아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죄송해요. 제 책상에 편지를 남기면 마야가 전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편지가 날아가 버렸었나 봐요.”
“알고 있었다. 적어도 가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레카르도의 담담한 말에 샤샤의 표정이 밝아졌다.
“혹시 오해하실까 봐 걱정했어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샤샤를 보던 레카르도가 입술을 달싹였다.
“그런데 살이…… 빠진 것 같구나.”
“네? 제가요?”
샤샤는 의아한 눈빛으로 레카르도에게 되물었다.
오히려 요즘 들어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인데.
“주방장에게 특별히 신경 쓰라고 전해야겠군.”
“아니에요. 지금도 과하게 맛있는 메뉴에 정신을 못 차리겠는걸요.”
“미식은 인생의 중요한 경험이다.”
레카르도의 말에 샤샤는 멈칫했다.
“그러므로 이는 교육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윈체스터의 공녀로서 말이지.”
그의 말대로 음식은 하나의 문화였다.
귀족이라면 다양한 음식을 맛봄으로써 미식의 범위를 넓혀 간다.
그것은 비슷한 계층들과의 대화 주제 중 하나이며, 음식의 맛을 통해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네.”
결국 샤샤는 레카르도의 말에 수긍했다.
얼마나 접시들이 더 늘어날까, 지금도 너무 많아서 탈이라 걱정하며.
“그리고 살이 빠졌으니 드레스를 새로 맞추도록 해라.”
“네?”
샤샤는 다시 눈을 깜빡였다.
“입고 다니는 복식은 가문의 지위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몸에 맞춰 드레스를 새로 맞추는 것도…….”
샤샤는 얼떨떨한 눈빛으로 레카르도에게 말했다.
“공녀로서의 의무란 말씀이시네요.”
레카르도는 가볍게 고개를 까딱했다.
그런 레카르도의 눈빛이 영 무거워 보여 속으로 의아해하는 샤샤였다.
“물론 그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겠지.”
그리고 이어지는 레카르도의 말.
샤샤는 고개를 저었다.
“아…… 윌너스 광산에서 얻는 것들로 충분해요.”
채산성이 좋은 그 광산은 샤샤에게 박대한 부를 안겨다 주고 있었다.
광산에서 3시간 동안 채굴한 양만으로도 제국에서 가장 비싼 드레스들을 열 벌은 맞추고도 남는다.
“그리고 이미 제 계좌에 있는 돈만으로도, 차고 넘칩니다. 그러니 가문의 예산은 더 배정하지 말아 주세요.”
“그럴 예정이다.”
레카르도의 순탄한 대답이 어쩐지 더 불길한 것은 왜일까.
샤샤는 조금 의심 어린 눈길로 레카르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충분하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어.”
“네, 네?”
샤샤는 잘못 들은 듯 되물었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드레스를 천 벌은 사고, 하루 삼시세끼 금만 먹으면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말도 안 된다.
“조금 더 세상 물정을 깨우칠 필요가 있겠구나, 샤샤.”
조금 엄히 말한 레카르도는 말을 이었다.
“화려하고 안정적인 지출을 위해서는 끊기지 않는 현금 흐름이 필요하다. 그러나 윌너스의 광물은 시세의 변동성이 커.”
“그래도…… 제 드레스 정도는 충분히…….”
드레스뿐 아니라 이 저택을 사고도 남는다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레카르도의 엄격한 목소리에 말이 끊겼다.
“나는 네게 드는 막대한 비용의 충당을 위해 파슈리트 근처에 새로 개척한 금광을 너에게 양도하겠다.”
레카르도의 말에 샤샤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거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버지, 저는…… 윌너스만으로도 충분해요.”
말이 윌너스의 주인이지, 이미 진에 의해 책임자들의 세팅이 끝난 뒤라 샤샤는 광산에 신경 쓰지 않고도 그 부만을 취하는 구조가 완성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광산의 인부들과 관리자들은 다른 광산에 비해 후한 급료를 받는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광산이 하나 더 늘어날 것이다.
“아버지…….”
“일전에 네 오라비들과 이야기를 끝냈다. 두말없이 동의하더군.”
레카르도는 입술 끝을 비틀며 샤샤를 바라보았다.
“문서적인 절차도 끝냈으니, 곧 권리증이 네 방에 도착할 것이다.”
네가 무슨 수를 써도 새 광산을 받는 일에서 빠져나갈 수 없음을 시사하는 눈빛이었다.
샤샤는 결국 작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아버지.”
오늘도 레카르도의 승리이다.
* * *
레카르도와 담소를 나누던 나는 어느덧 저물어 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모두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
붉은 노을을 등진 채 나는 레카르도에게 말했다.
처음 아기로서 그를 만났을 때처럼 레카르도는 여전히 근사했고,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레카르도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아버지였다.
그는 딱딱하며 감정 표현이 없기는 했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내게 관심과 사랑을 주고 있었다.
“항상 저를 믿어 주셔서 감사해요.”
표정 없는 레카르도의 입술에 잔잔한 미소가 맺혔다가 사라졌다.
이내 그의 입술이 달싹였다.
“아버지가 딸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지.”
그 말에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그리고 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핏줄이 아님에도, 나는 내가 한 번도 윈체스터가 아니라는 것을 의심하지 못했다.
원작 내용은 제쳐 두더라도 그는 진이나 오셀로에 비해 나를 홀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때로 진이나 오셀로에게 미안할 만큼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레카르도의 말에 잔잔한 감동이 파도처럼 내 가슴에 밀려왔다.
내 이름은, 샤샤 윈체스터이다.
윈체스터……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지만, 지금은 난로보다도 따뜻한 온기로 느껴지는 나의 성.
나는 그의 집무실을 나서기 전 그에게 수줍게 말했다.
“저도…… 아버지를 사랑해요.”
내 말에 레카르도의 눈동자가 문득 일렁였다.
이내 천천히 가라앉은 그 눈은 미소를 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