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age member of the mandol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너 나한테 뭘 먹인 거야?
지난 새벽, 블랙시즌 팬 카페에 올라온 공지 하나.
[제목] 블랙시즌 돌라이브 생중계 안내 [본문]안녕하세요.
NARAK ENTERTAINMENT입니다.
금일 돌라이브 생중계 일정을 안내해 드립니다.
오후 8시, 돌라이브 첫 방송을 기념하여 팬 여러분과 다음 앨범 컨셉을 구상하는 자리를 갖고자 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낚시왕남병철] 대표야 링크라도 줘야 할 거 아니냐“키킥, 팬분들이 나서서 좀팽이 패고 있어요.”
최하준이 악마처럼 씩 이를 드러냈다.
내가 호되게 깨진 그날을 기점으로 김 대표를 향한 멤버들의 반발심은 더욱 거세졌다.
김 대표는 그런 멤버들을 찍어 누르기 위해 치졸한 방법을 동원했다.
예를 들자면, 블랙시즌 단체 아이니쥬(아이돌 소통 앱)를 나만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
《BLACK SEASON(6)》
하준
(이제 콩나물 얼마나 남았어여?)
도겸
(반도 못 먹었어 ^^;)
지호
(아 뭐만 하면 자꾸 금지어래)
테오
(밖에서 삼각김밥 사 먹고 싶어)
개인 채팅에 앞서 단체 채팅을 서비스하게 되었는데, 팬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답장 보기》
(얘들아 나도 있어)
(……또 너희만의 세상에 갇혔구나)
(이건 내가 팬이 아니라 블랙시즌 여섯 번째 멤버가 된 느낌인데)
(대체 콩나물을 얼마나 사 왔길래 종일 콩나물 이야기만 해)
(선우는 왜 말을 안 해?ㅠㅠ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답장을 읽다 말고, 최하준이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팬분들이 슬슬 선우 형의 생사를 궁금해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묵직한 휴대 전화를 최하준의 발치에 내려놓았다.
쇠사슬과 자물쇠가 맞부딪쳐 철커덩 소리가 났다.
“……찍어서 보내 드려. 바로 이해하실 거야.”
김 대표는 내가 단체 아이니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자물쇠로 휴대 전화를 걸어 잠갔다.
아무래도 휴대 전화 잠금 앱의 존재를 몰랐던 모양이다.
“하아.”
숙소 구석에 마련된 나의 지정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종이 상자에 몸을 구겨 넣으니 묘하게 안정감이 들었다.
나는 무릎 위로 입술을 묻으며 시스템 창을 펼쳤다.
[수납멤버 – 한선우]능력치: 외모(S), 가창(C+), 춤(C), 랩(D), 예능감(F), 연기력(D)
버프/디버프: 없음
스탯 포인트: 1
메인 퀘스트 ‘오늘부터 1일, 불구덩이로 들어갑니다’의 보상으로 받은 능력치 강화 카드가 아직 남아 있었다.
돌라이브 생중계를 앞둔 만큼, 퍼포먼스 위주로 능력치를 올리는 편이 낫겠지.
이다음은 드디어 ‘B’인가. 갈 길이 머니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 * *
서울특별시 강서구 소재의 렌탈 스튜디오.
평소 천 원짜리 한 장에도 벌벌 떠는 김 대표였으나 오늘은 돌라이브 생중계를 위해 지갑을 열었다.
“오, 제법 본격적인데요?”
멤버들은 놀이공원에 처음 가 본 어린아이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좀팽이 새끼, 그러게 진즉에 돈 좀 쓰지.”
“형, 우리 데뷔 싱글 포토 북에 들어갈 사진 찍을 때 기억나?”
남병철이 운을 떼자,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개중에서도 문지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치를 떨었다.
“야, 그 이야기 꺼내지도 마. 꿈에 나올까 무섭다.”
나는 기억을 곱씹어 그날의 전경을 떠올렸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흰 벽을 배경으로 두고 촬영을 감행했었다.
더 끔찍한 사실은 어디선가 카메라를 빌려온 김 대표가 직접 셔터를 눌렀다는 것이다.
“소속사 대표 앞에서 치명적인 척 끼 부리기, 하하!”
꼴에 어디서 들어 본 건 있어서, 대뜸 ‘카메라를 잡아먹어!’하고 소리치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했다.
말귀가 어두운 내가 진짜로 입을 벌려 먹는 시늉을 하자 김 대표는 돌아 버리겠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내 상황은 그때하고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네.”
스튜디오는 총 세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먼저 팬분들과 소통하는 장소인 섹션 A.
고풍스러운 가구와 빈티지 소품으로 꾸며진 섹션 B.
오로지 흰 벽으로만 둘러싸인 섹션 C.
“곡 분위기상 너희는 섹션 B니까, 나는 섹션 C겠네.”
그러자 스튜디오에 흩어져 있던 멤버들이 내게로 다가왔다.
“선우야, 따로 노래하고 춤춘다고 해도 우리 마음 알잖아.”
“그래, 우리라고 뭐 그딴 엿 같은 노래 부르고 싶은 줄 알아?”
“형은 대신 무대 의상 퀄리티가 높잖아. 우리 꼴을 좀 봐.”
“맞아요. 우린 아이돌이 아니라, 놀이동산 직원이라고요!”
멤버들은 나를 향해 뱀파이어 망토를 널찍이 펼쳐 보였다.
“어때, X나 구리지? 나 지금 쪽팔려서 뛰어내리고 싶어.”
그 모습을 보고 옅게 웃던 참이었다.
김 대표와 일일 촬영 기사가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섰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우리는 깍듯이 허리를 굽혔다.
김 대표는 멤버들의 몸 상태를 차례로 확인했고, 끝으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결과가 어떻든 너무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씩씩하게 가자고.”
내 패배를 확신하는 어투였다.
김 대표는 선심 쓴다는 듯 휴대 전화 자물쇠를 풀어 주었다.
나는 방전되기 직전인 휴대 전화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
“5분 후에 바로 돌라이브 켤 테니까, 화장실 갈 사람 있으면 지금 다녀와.”
매니저의 말에 하준이는 화장실로 향했고, 도겸이 형이 그 뒤를 쫓았다.
나는 스튜디오 한구석에서 아이니쥬 앱을 실행했다.
《BLACK SEASON(6)》
선우
(저, 잘할 수 있을까요?)
(곧 만나러 갈게요)
전송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답장 꾸러미가 도착했다.
수백 개의 답장을 확인하던 도중, 갑작스레 현기증이 일었다.
“한선우, 왜 그래?”
“별거 아니야. 긴장을 좀 했나 봐.”
내 안색을 살피던 문지호가 쯧 혀를 찼다.
“야, 남병철! 내 가방 안에서 마시는 청심환 한 병만 꺼내 와.”
“청심환 마실 정도는 아닌데.”
“입 다물고 마시라면 얌전히 마셔.”
“……입 다물고 어떻게 마셔.”
문지호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이내 남병철이 들고 온 청심환을 막무가내로 내 입에 때려 넣었다.
“부읍, 컥, 콜록! 이게 무슨 짓이야!”
어찌 된 영문인지 문지호는 나보다 더 놀란 눈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지호가 보인 표정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너, 나한테 뭘 먹인 거야?”
* * *
대전광역시 유성구 팬 M의 거처.
이불 안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팬 M은 이불을 뒤집어쓰고서 블랙시즌의 돌라이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모습이려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메테오로 가득했다.
데뷔 서바이벌 때부터 쭉 지켜봐 왔다. 메테오를 만나겠다는 집념 하나만으로 새벽 기차에 몸을 싣는 일도 잦았다.
연이은 논란에도 애써 흐린 눈을 하며 견뎌왔건만. 리더인 잭슨의 부친이 구설에 오르게 됐을 때. 팬 M은 지뢰밭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팬 M은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대체품을 찾아 헤맸다. 눈길이 간 그룹은 YMJ 유스 1기 출신 문지호가 속한 블랙시즌이었다.
익숙한 얼굴이 있어서 그런지 금세 정을 붙일 수 있었다.
‘시작한다.’
팬 M은 휴대 전화 화면을 들여다봤고, 마침내 블랙시즌이 등장했다.
‘어?’
그녀는 눈꺼풀을 비비적거렸다.
화면 속 선우는 다른 멤버들과 한참 동떨어진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그것도 혼자 다른 의상을 입고서.
– 둘, 셋. I’ll be your seasons! 안녕하세요. 블랙시즌입니다.
인사를 할 때도 선우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채팅창에는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얘들아 싸웠니? 선우만 왜 따로 앉아 있어ㅜㅜㅜ)
(소속사에서 선우만 스타일리스트 따로 붙여줬나?)
(아…… 벌써 선우 솔로 데뷔 각 잡나 보네)
(딸한테.부탁해서.겨우.들어왔고만.이게.먼상황)
블랙시즌 멤버들은 긴장감 가득한 얼굴로 대화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도겸이었다.
– 돌라이브 첫 방송을 기념으로 스튜디오를 빌렸는데요. 어떤가요?
채팅창 반응을 살피던 하준이 이야기했다.
– 저희도 사실 돌라이브라고 하면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상상했거든요. 근데…….
말을 잇다가 말고, 하준은 웃음기를 싹 거두었다.
– 대표님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래서야 돌라이브가 아니라 기자회견 같지 않은가.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서 테오가 말했다.
– 지금부터 저희가 두 곡을 약 30초씩 들려드릴 텐데요. 블랙시즌과 어울리는 곡을 골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블랙시즌 멤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크가 끝날 때까지 지호와 선우는 말이 없었다.
카메라가 흔들리고, 화면에 다시 얼굴을 비친 멤버는 선우를 제외한 네 명뿐이었다.
‘선우는 어디에 있지?’
채팅으로 반문할 틈도 주지 않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웅장한 도입부, 뱀파이어 관에 갇힌 듯 양팔을 교차하고 있던 멤버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 콱 물어, 한 마리 금수처럼
숭고한 만찬
Oh 아무리 마셔도 질리지 않아
멤버들은 까랑까랑한 일렉기타 소리에 맞춰 검붉은 망토를 펄럭였다.
– 뜨거움을 내게로
Give it to me
Hot Blood
하준과 테오는 이를 세워 허공을 물어뜯었고, 도겸과 지호는 스튜디오 바닥에 맥없이 널브러졌다.
그렇게 30초가 끝났다. 채팅창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
(뭐야 갑자기 왜 죽어요)
(뱀파이어라면서 왜 너희끼리 물어뜯어……?)
(DOKYEOM OPPA, WAYD?)
(지호야ㅜㅜ 누나 위로해 주려고 큰 웃음 주는 거야?)
(wwwww 개그 아니면 프로듀서의 센스가 최저。)
팬 M의 동공이 흔들린다.
두 눈으로 보고도 방금 뭘 본 건지 알 수 없었다.
넋을 놓고 있자니, 다시금 카메라가 이동했다.
매끄럽고 윤이 나는 검은 재킷을 입은 선우가 새하얀 배경을 등지고 있었다.
별 미동이 없는 것이 마치 마네킹 같았다.
채팅창에선 간간이 무섭다는 말도 올라오고 있었다.
‘평소하곤 영 딴판이네.’
비주얼 멤버에게 그다지 끌리지 않는 팬 M이었지만, 선우에겐 종종 시선을 사로잡히곤 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아서 전전긍긍하며 지켜보게 되는 멤버였다.
그러나 오늘의 선우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 Open your eyes
똑바로 봐 진짜 나를
둥, 둥, 둥.
묵직한 베이스 소리에 맞춰 격렬한 안무가 이어졌다.
카메라를 직시하는 눈동자에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다.
흡 잡을 데 없이 완벽했으나 어쩐지 오싹하게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 Filp over!
선우가 카메라를 향해 크게 발을 휘두르며 곡의 분위기가 전환됐다.
일순간 선우의 눈동자에 무수한 별이 쏟아졌다.
굳었던 눈매가 부드럽게 누그러지고, 선우는 화려한 신스 사운드에 몸을 맡겼다.
– 정의 못 할 형태로
뻗어가 깨어나 진짜 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