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age member of the mandol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BLACK SEASON In Hong Kong (1)
“전화번호 뒷자리 7248…… 이거 선우 형 아니야?”
“미쳤다! 진짜 당첨됐어요?”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편의점에서 구매했던 뒤지몬 스마트 워치.
응모권이 들어 있길래 별생각 없이 응모했는데, 무려 1등 상에 당첨됐다.
“1등 상이 뭐길래 그리 호들갑이야?”
“호들갑 떨 만하다고요! 홍콩 왕복 항공권이란 말이에요!”
기쁨보다는 얼떨떨함이 앞섰다.
평소에도 경품 운이 좋은 편이지만 설마 1등 상에 당첨될 줄이야.
“동반 1인까지 무료고 나머지는 반값 항공권이네. 잘하면 다 같이 갈 수 있겠는데? 하하.”
“가요! 가요! 당장 가요! 우리끼리 자유 여행 간 적 한 번도 없잖아요! 맨날 일, 일…….”
그러고 보니 뮤직비디오 촬영과 일본 활동을 제외하고는 타국에 나가 보지 못했다.
자유 여행이라……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근데 그 속 좁은 양반이 우리끼리 가는 걸 허락할까?”
“나도 그게 마음에 걸려.”
나는 거실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운 지호와 눈을 맞췄다.
“국내 여행도 아니고 해외여행이라…… 안 된다고 할 게 뻔하잖아.”
“하긴. 해체 소동 이후로 은근히 과보호한단 말이지.”
자고로 보이 그룹은 강하게 커야 한다며 몰아붙일 때는 언제고.
이제 와 물가에 내놓은 아이 취급이었다.
“방법이 있어.”
멤버들의 시선이 병철이에게로 집중됐다.
병철이는 안경을 추켜올리는 시늉을 했다.
“우리한테는 그게 있잖아.”
“남병철 너 설마…….”
방역용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착용한 병철이가 냉동실 안쪽에 봉인해 놓은 ‘그것’을 끄집어냈다.
도겸이 형을 제외한 멤버들은 일제히 호흡 곤란에 시달렸다.
[Lv. 측정 불가 단죄의 늪]효력: 먹는 즉시 반항의 의지를 상실한다.
“미, 미친놈아! 그걸 꺼내면 어떡해!”
“딱 한 모금이야. 일단 먹이기만 하면 한 방에 보낼 수 있어.”
먹으면 죽느니 마느니 토론이 오가던 찰나.
도겸이 형의 삼백안이 섬찟하게 번득였다.
“그건 내가 만든 특제 정어리 그라탕이잖아. 너희가 특별한 날에 먹고 싶다길래 냉동시켜 둔 거고.”
“그러니까 이걸 먹여서 정신이 혼미해진 틈을 타 허락을…….”
나는 다급히 팔을 뻗어 병철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 읍!”
“이건 그거죠! 머시기냐, 훌륭한 요리를 대접해서 감동을 끌어낸 다음에 허락받는 작전이에요!”
3초간의 정적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역시 데뷔 초에나 쓰던 수법은 먹히지 않는 건가.
“그거 괜찮은데?”
“그, 그렇죠?”
멤버들과 나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도겸이 형은 싱글벙글 웃으며 정어리 그라탕(주장 중)을 전자레인지에 집어넣었다.
“음, 냄새 좋다.”
“우욱, 잠깐만요. 이대로 가져다 드리려고요?”
“그럴 예정이었는데. 왜? 뭔가 부족해 보여?”
“아니, 그러니까…… 치즈! 치즈를 얹으면 어때요?”
이 무시무시한 비주얼을 어떻게든 숨겨야만 한다.
모짜렐라 치즈를 솔솔 뿌리자, 밑에 깔린 정어리 그라탕(주장 중)이 가려졌다.
좋았어. 이 정도라면 김 대표를 속여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멤버들과 나는 묵묵히 시선을 교환한 뒤, 사무실로 향했다.
“대표님, 계세요?”
“웬일이냐. 불러도 안 오더니만.”
“곧 점심시간이잖아요. 편의점 도시락만 드시니까 걱정돼서요.”
김 대표의 책상에 정어리 그라탕(주장 중)을 내려놓았다.
도겸이 형은 그라탕을 한 숟가락 듬뿍 떠서 김 대표의 입에 쑤셔 넣었다.
“워억!”
“제가 대표님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거 아시죠?”
“이, 이상해! 혀가 이상해! 내 혀가!”
“이상하다뇨. 따라 하세요. 맛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김 대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남 일 같지 않아서 눈시울이 시큰했다.
그렇지만 블랙시즌의 첫 자유 여행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감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멤버들은 김 대표의 팔다리를 척척 붙들었다.
그 틈에 도겸이 형이 입을 열었다.
“저희끼리 홍콩에 다녀오고 싶은데요. 괜찮을까요?”
“놔 봐! 혀에 머물던 감각이 위를 타고 내려가고 있어!”
“허락해 주시면 놓아드릴게요. 하하.”
“어흑! 알아서 해!”
붙들고 있던 팔다리를 놓아주자, 김 대표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멤버들은 승리의 환성을 내질렀다.
“블랙시즌 첫 자유 여행이다!”
“그것도 무려 홍콩이라고요!”
그때 나는 보았다.
멤버들을 등지고 악랄하게 웃는 도겸이 형의 얼굴을.
‘저 사람…… 고문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해.’
* * *
“허리에 감각이 없어…….”
“네 시간 가까이 다리를 굽히고 있었더니 무릎을 못 피겠어…….”
비행기를 타고 약 3시간 40분. 홍콩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비즈니스석에 한 번 탑승해 봤다고 이코노미석이 불편하게 느껴지다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자, 다들 새끼손가락 내밀어.”
“창피한데 꼭 해야 해요?”
도겸이 형은 단호하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멤버들도 따라서 하나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어디든 꼭 다섯 명이 함께 붙어 다니겠다고 약속.”
“약속.”
미성년자가 두 명 그리고 우동 사리가 두 개.
하지만 도겸이 형이 신신당부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데이터 로밍을 도겸이 형만 했다는 점이다.
“도겸이 형한테서 멀어지면 타국에서 낙오되는 거지?”
“핫스팟 꺼지는 상상 하면 아찔해요.”
우리는 유치원생처럼 손을 맞잡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몽콕 역으로 향하는 A21번 버스에 탑승하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음, 벌써 새벽 두 시네. 숙소 도착하면 바로 짐 풀고 자야겠어.”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면 안 돼요? 기내식도 안 나와서 쫄쫄 굶었는데.”
“그럴까? 대신에 얹히면 안 되니까 간단히 먹자.”
“워호!”
몽콕 역까지는 약 45분.
졸릴 만도 한데, 멤버들은 버스 창밖을 내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업무차 타국을 방문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깜빡이는 간판 하나에도 가슴이 뛰었다.
“여기서 내려야 해. 뒤에 사람 챙기고.”
“네에.”
우리는 A21번 버스에서 줄줄이 하차했다.
지도 앱을 띄워 놓고 걷다 보니, 에어비엔나로 예약한 숙소가 나타났다.
“진짜 여기야?”
“쓰읍…….”
적당한 가격에 다섯 명이 다 함께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촉박한 일정에 급하게 잡은 숙소는 한마디로…….
“귀신 나오는 거 아니야? 하하.”
“국내 최초 귀신 친화 아이돌.”
우리는 필사적으로 시선을 회피하며 숙소 앞 편의점에 들렀다.
“아이스 레몬티다! 너튜브 쇼츠에서 봤어요!”
“즉석식품도 파는데? 슈마이도 있어!”
홍콩 첫 쇼핑에 들뜬 것도 잠깐.
편의점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멤버들의 낯빛이 파리해졌다.
“저 아파트, 다시 봐도 면역이 안 되네. 하하하.”
“또 몰라요. 막상 들어가면 내부는 깔끔할 수도 있잖아요.”
‘쎄벽에 화짱씰 까는데 쬰나 무써워써 지릴 뼌해쎠요’라고 적힌 숙소 후기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우리는 손을 꼭 맞잡고 아파트로 향했다. 호스트가 일러둔 대로 우편함에 열쇠가 들어 있었다.
〈404〉
“불길해! 왜 하필 404호야!”
“얼마 전에 봤던 홍콩 공포 영화 도입부하고 똑같아.”
“남병철 너 인마, 조용히 해!”
“문 연다.”
끼익.
현관문을 열자, 스산한 공기가 머리칼을 훑고 지나갔다.
“뭐지, 방금 누가 나 훑지 않았어?”
“야, 너도?”
솜털이 꼿꼿이 곤두섰다.
그래도 불을 켜면 좀 나을 거라는 예상은 완벽히 빗나갔다.
가구나 벽지는 멀쩡한데, 사람이 살았던 기척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방부터 정할까?”
“…….”
침실 두 개에 거실 하나.
멤버들은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게 분명했다.
그중에서도 하준이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보다 못한 내가 운을 뗐다.
“도겸이 형, 첫날이니까 거실에서 다 같이 모여서 자면 안 돼요?”
“괜찮겠어? 바닥에 난방도 안 들어오는 것 같은데.”
“모여서 자면 따뜻할 거예요. 그렇지?”
멤버들은 “응, 응”하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거실 한편에 배낭 다섯 개를 줄지어 늘어놓았다.
“형.”
“응?”
배낭에서 수건과 잠옷을 꺼내던 참이었다.
병철이가 몸을 달달 떨며 달라붙었다.
“같이 씻자.”
“왜?”
아파트의 외관을 보고도 태연하게 공포 영화 이야기를 꺼내던 병철이였다.
얼굴이 좀 창백해진 것 말고는 멀쩡해 보였는데, 답지 않게 내 팔을 잡고 늘어졌다.
“무서워.”
“욕실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다고 그래?”
귀여운 자식. 나는 병철이의 머리칼을 마구잡이로 헝클며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욕실을 들여다본 지 0.5초 만에 그대로 돌아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다 같이 씻자.”
“그 정도냐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섯 명이 한 번에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명이 씻으러 들어가면 나머지 멤버들이 문 앞에서 망을 봐주기로 했다.
수치심? 개나 줘 버리라지. 밀실에 혼자 갇히는 것보다야 백배 천배 나았다.
“하준아, 밖에 있는 샴푸 좀 건네주라.”
“…….”
“땡큐.”
두피를 마구 문지르는데, 문 앞에 서 있던 하준이가 안을 기웃거렸다.
“밖에 샴푸 없는데요?”
“응? 방금 네가 줬잖아.”
“네? 저 아니에요. 다른 형들도 아니고요.”
“엥?”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액체가 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비명을 삼키며 거품을 씻어 냈다.
‘누, 누가 또 장난쳤겠지.’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맨정신으로 버틸 수 없었다.
샤워를 끝마친 멤버들은 하나같이 생기를 빨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따뜻한 물로 씻었는데, 왜 이렇게 서늘하지.”
“배고파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까 편의점에서 사 온 거 먹어요! 아하하…….”
나는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편의점에서 사 온 음식을 늘어놓았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 먹는 슈마이와 연잎밥의 맛은…….
“맛있잖아?”
“아이스 레몬티도 달고 시원해요! 한국 돌아갈 때 사 가야겠어요!”
신기하군. 이런 상황에서도 음식은 꿀떡꿀떡 잘도 넘어갔다.
내일 계획을 정비하며 음식을 먹다 보니, 겁에 질린 심신도 점차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이제야 좀 여행 온 것 같네. 숙소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데?”
“그쵸? 건장한 남자가 다섯 명이나 있는데 설마 무슨 일이 나겠어요?”
간단히 식사를 끝마친 뒤, 우리는 침실에서 침구를 들고 와 거실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다들 다급히 씻은 탓에 샴푸 냄새가 진동했다.
“아, 딸기 냄새 뭐야. 딸기 왕자 너냐?”
“왜, 뭐! 네 그 아저씨 냄새보다는 낫거든?”
“아저씨 냄새라니. 코튼 향이야. 그리고 너 빼고는 다 그거 쓰거든?”
지호와 다투고 있자니, 이불 속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따라 웃으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다 같이 모여서 자니까 하나도 안 무섭네.”
그때였다.
눈을 감고 누워 있던 병철이가 중얼거렸다.
“근데 왜…… 이불 속에서 어린아이 웃음소리가 들리지?”
“끼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