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216
사상 최강의 오빠 218화
2부 프롤로그
푸른 잎사귀가 비비적대고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는 정원의 중앙에 차 려진 티테이블.
그곳에 앉아 커피의 짙은 향을 즐 기고 있던 핑크빛 드레스의 하얀 토 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레스 양 끝을 잡은 채 우아한 인사를 올리며 그녀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상상도 못 할 겁니다. 내 가 당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그 리고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그녀의 시선과 목소리가 향한 곳에 서 한 소년이 걸어왔다. 백옥같은 피부와 대비되는 앙증맞은 붉은 입 술, 붓끝으로 그린 듯한 가늘고 짙 은 눈썹, 실눈 사이로 언뜻언뜻 드 러나는 흑요석 같은 눈동자.
하얀 피부 때문일까?
쪼개지는 햇살을 맞이한 소년에게 서 은은한 후광마저 비쳐 보였다. 하나, 그것이 단순히 어여쁜 소녀 의 그것과 같은 미모 때문이 아니 라, 소년이 품은 신성에서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신위라는 걸 알고 있는 토끼가 우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듯 말했다.
“당신이 이곳에 도착하는 경우의 수는 수천, 수만 개, 하나… 그중 현실성이 있는 것은 단 5가지. 그러 나, 반신이라… 당신께선 그중 제일 어렵고, 비효율적인 길을 택하셨군 요.”
소년, 김세훈이 오밀조밀한 외모와 대비되는 무뚝뚝한 중저음의 목소리 로 물었다.
“나를 아나?”
“알지요.”
“녀는 누구지?”
하얀 토끼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은… 저를 이그드라실이라 칭하더군요.”
이 보잘것없는 하얀 토끼가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본체라는 사실을 알았 음에도, 김세훈은 무미건조한 목소 리로 말을 이을 뿐이었다.
“까마귀의 기억이 말해주던 만나야 할 조력자라는 게 너인가?”
“네, 저입니다.”
“이그드라실이라… 너는 주신에게 종속돼있는 존재 아니던가? 그런데 날 어찌 돕는다는 거지?”
“그 말대로, Y 코드를 가진 자는 저를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지요. 하지만… Y 코드는 하나가 아니랍 니다.”
“4개로 조각나있던 Y 코드는 내가 하나로 만들어 주신에게 바쳤다.”
“그랬지요. 하지만, Y 코드는 4개 가 아니라 5개랍니다. 그것은 하나 였던 Y 코드가 조각나기 전 주신이 완전했을 시기. 주신이 둔 자충수지 요. 그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영웅 왕과 거래를 해야 했으니까요. 그렇 기에, 이 다섯 번째 Y 코드가 간섭 할 수 있는 세계는 오직 하나, 라플 레시아이며… 그곳의 주인은 영웅 왕이랍니다.”
김세훈이 짙은 눈썹은 꿈틀거리며 뇌까렸다.
“영웅 왕….”
하얀 토끼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두 명의 주인. 한 명의 노예. 까마 귀는 이 틈을 이용했고, 저에게 아주 약간의 자유를 부여해주는 데 성공 했지요. 그렇게… 저는 당신께 조력 을 할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고요.” 김세훈을 위해 희생한 신. 혹은, 자기 자신의 미망에 현혹돼 자살한 신. 까마귀를 떠올린 김세훈이 아무 말 없이 침묵하자, 하얀 토끼가 물 었다.
“당신께선 까마귀가 왜 저를 조력 자로 붙였는지 아시나요?”
“몰라. 그의 기억은 안개와 같거든. 핵심적인 몇 개는 내 뇌리에 각인됐 으나, 잔가지들은 수면 아래에 가라 앉은 것처럼 전혀 드러나지 않으니 까.”
“당신이 지금 그대로 라플레시아로 들어가면 바로 죽기 때문입니다.”
“왜지?”
“저의 또 다른 주인, 영웅 왕이 저 에게 일렀기 때문이지요. 라플레시 아에 진입하는 이들 중, 자신을 위 협하거나, 챔피언에 이를 지식과 힘 을 가진 자에 대해 보고하라고.”
그 말이 이르는 바를 짐작한 김세 훈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너… 나에 대해… 밀고할 셈이 군.”
“네. 그게 제 주인, 영웅 왕의 뜻 이니까요.” “너는 내 조력자라 들었는데….” “그전에, 노예이기도 하지요.”
잠깐의 침묵. 그 끝에 김세훈이 입 을 열었다.
“내가 어쩌면 될까?”
빠른 상황판단 뒤, 방도를 묻는 그 의 태도에 하얀 토끼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제 주인. 영웅 왕은 무서운 인물 입니다. 절대 방심하는 법이 없고, 용의주도하지요. 만약, 그가 당신에 대해 알게 되면… 어설프게 부하를 보내는 짓 따위 없이, 자신이 직접 왕림해 당신의 목에 개 줄을 채울 겁니다. 그는, 그런 위인이니까요.”
“내가 벗어날 방법은?”
“없습니다. 라플레시아. 이곳에선 설사 주신일지라도 영웅 왕을 어찌 할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당신은 이제 갓 반신이 된 햇병아리. 당신 이 그의 손에서 벗어날 확률 따위… 끝도 없이 늘어선 소수점의 행렬일 게 분명하겠지요.”
김세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빈정 상 한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이 겁주는 말장난은 집어치 우고, 방도를 읊어. 탐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위인인 만큼… 난 그를 경시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으니.” 그의 말대로, 혹시라도 김세훈이 그를 경시할까 싶어 영웅 왕에 대한 말을 늘어놓던 하얀 토끼가 커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간단합니다. 당신이 가진 힘과 지 식을 포기하면 된답니다. 제 주인은 가치 없는 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거 든요.”
김세훈이 가타부타 물었다.
“어느 선까지?”
“최소한 마법과 무공. 이 두 개에 관련된 지식과 힘은 전부 포기해야 겠지요.” 김세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뇌까렸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걸….” “무리한 요구가 아닙니다. 일례로, 당신께서 가진 탐무의 칠대신공… 그중 하나만 라플레시아에 등장해 도, 저는 제 주인께 보고해야 한답 니다. 왜 아니겠어요? 다름 아닌 베 히모스의 십좌. 그것을 찍어누른 무 공인데… 그리고, 그만한 변수를 과 연 그분께서 용납할까요? 흐음… 만 약, 그리 생각하신다면… 근거 없는 낙관은 접으시고 현실을 보시라 조 언하고 싶군요.”
그 말대로, 탐무의 칠대신공을 자 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지금, 그의 무력은 베히모스의 힘을 잃었음에도 과거 못지않을 정도였다.
일리 있는 그녀의 말에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겨있던 김세 훈이 티테이블을 검지로 두드리더 니,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까마귀가 이르길, 너는 조력자라 했으나… 지금 보니 쓸모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군. 아무 래도, 길을 잘못 들은 것 같아.”
그 말을 끝으로 일어서는 김세훈을 보며 하얀 토끼가 날카로운 목소리 로 쏘아붙였다.
“이대로 떠나면… 당신은 결국 영 웅 왕에게 잡히고 말 겁니다. 그래 도… 괜찮은가요?”
“그럴 수도, 하나… 들을 수 있는 얘기는 다 들은 만큼, 내 알아서 방 도를 찾아볼 셈이다.”
“다 들었다라… 제 정보로 인해 당 신께서 득을 본 건 인정하시는군요. 그럼에도, 이렇게 떠나시렵니까? 아 무런 방비도, 방책도 없이?”
“그래, 내가 바란 건 조언이 아니 라 조력이었거든. 흠… 말 몇 마디 로 생색내는 조력자라… 차라리 없 느니만 못하겠군. 특히, 내 적의 노 예를 자처하는 조언자라면 더더욱.”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뒤돌아 자리 를 떠나는 김세훈을 본 하얀 토끼가 별안간 말괄량이 같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반가움. 그리고 그리움이 짙게 깔 린 그 웃음소리에 김세훈이 저도 모 르게 그녀를 힐끔 돌아봤다.
“당신은… 여전하시군요. 전혀 변 하지 않았어요.”
“아까부터 나를 예전부터 알고 있 던 것처럼 말하는데… 우리 초면 아 니던가?”
“초면이지요. 적어도 당신에게는… 뭐, 됐어요. 지금에 와선 아무런 의 미 없는 투정이니까.” 하얀 토끼가 품에서 눈의 결정체로 만들어진듯한 순백의 진주 두 개를 꺼내 티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예전부터 당신은 그랬지요. 손해 보는 건 질색하고, 휘둘리는 걸 싫 어했어요. 그런 까다로운 당신에게 간섭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 는 건 가족뿐이었으나… 그나마도 당신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았죠.”
하얀 토끼가 진주의 표면을 검지로 문지르며 말했다.
“조언이 아니라 조력을 원한다고 하셨나요? 그럼, 이걸 가져가세요. 이게… 당신께 제가 드릴 수 있는 전부고, 당신이 힘을 포기하는 대신 얻을 수 있는 대가이니.”
하얀 토끼가 내려놓은 진주 두 개 를 바라보는 김세훈의 시선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렸다.
언뜻 봐선 평범하기 그지없는 순백 의 진주. 하지만 그는 그걸 보자마 자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 았다.
마치,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바다에 정신이 빠져버리는 것 같은 기분.
김세훈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 더니,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그건… 뭐지?”
하얀 토끼가 샐쭉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이것은 당신을 완전하게 만들어줄 파편. 그리고, 신보다 오래된 역사 속에 파묻혀있던 과거의 잔재.”
“알아먹지도 못할 뜬구름 잡는 소 리는 집어치우고,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진주에 홀린 탓일까? 잔뜩 날이 서 있는 김세훈의 목소리에 하얀 토 끼가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했 다.
“이것은 G 코드의 파편입니다.”
“G 코드…라면?”
“신이 신으로 있을 수 있는 신성. 그것을 우리는 G 코드라 이릅니다. 그리고, 신들은 이것을 근원이라 부 르지요.”
“근원이라… 그것을 내가 취하면 반신이 아닌 완전한 신이 될 수 있 다는 소리인가?”
하얀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며 의 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이 세상에는 만신이 있습니다. 그 말은… 신이라는 게 생각보다 드문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의미하죠. 그리 고 까마귀는 당신을 그런 흔하디흔 한 신 따위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버린 게 아닙니다.”
하얀 토끼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이것은 평범한 G 코드의 파편이 아닙니다. 바로, 신들의 어버이. 선 조 신의 파편이지요.”
담대한 김세훈도 그 말에는 안 놀 랄 수 없었는지 눈을 치켜뜨며 동공 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그에게 하 얀 토끼가 확언했다.
“그래요. 까마귀는 당신을 선조 신 으로 만들고자 계획을 세웠으며, 저 는 그 계획에 일조하기로 했습니 다.” 하얀 토끼, 이그드라실에게 3일간 계획의 핵심을 들은 김세훈은 그녀 가 권유한 패널티를 모두 감내하기 로 결심했다.
분명 무공과 마법을 포기하는 것은 리스크가 명백한 위태로운 결정이었 으나, 그만큼 얻는 것이 있다 판단 했기 때문이다.
“아직 적응이 안 되는군.” 김세훈이 눈에 티가 들어간 것처럼 연신 눈을 깜빡거렸다. 기이한 것은, 겨울밤호수처럼 짙은 검은색이었던 그의 동공이 지금은 진주가 머금은 순백의 색채를 빨아들인 둣, 하얗게 변해있다는 것이다.
그 순백의 동공이 눈자위의 흰색과 어울리자, 백안(白眼)이라 불리는 게 마땅할 정도였다.
하얀 토끼가 김세훈의 눈 주변을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물수건으로 토닥여주며 말했다.
“괜찮아요. 원래부터 당신 자신의 눈동자였던 것처럼 금방 적응하게 될 테니까.”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음미하 며 고개를 주억거리던 김세훈이 물 었다.
“내가 얻어야 할 G 코드의 파편은 5개. 그중 하나는 너에게 얻었으 니… 이제 얻어야 할 것은 총 4개. 맞나?”
“네. 그리고, 지금 가시는 ‘쓰레기 의 탑’ 그곳의 정상. 3층에 G 코드 의 파편 중 하나가 숨겨져 있습니 다.”
쓰레기의 탑. 김세훈 또한 말로만 듣던, 하늘제를 통과하진 못했으나, 하늘제가 마감되기까지 살아남은 헌 터들이 가게 되는 장소.
하늘제를 통과하지 못한 쓰레기들. 그중에서 재활용 가능한 재능보유자 들을 가려내고, 선별하기 위한 마지 막 필터.
김세훈이 쓰레기의 탑에 대한 정보 를 정리하며 말했다.
“이곳을 통하면, 영웅 왕의 시야에 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확실한 거 겠지?”
“네. 그분은 수많은 새 장난감을 앞에 두고 중고를 찾을 정도로 하릴 없는 분이 아니니까요.”
“음.”
“그보다… 괜찮으신가요? 이제라도 지식을 포기하는 게 어떨는지… 그 런 잡지식 따위를 위해 스텟을 포기 하는 건 너무 리스크가 커요.”
무공과 마법을 잃었음에도, 버텍스 인 김세훈의 그릇은 거대하다 못해 비대했기에, 이그드라실의 커트라인 을 온전히 통과할 수 없었다.
버텍스인 그의 정보를 영웅 왕에겐 은폐하기 위해선, 그가 더 초라해지 고, 나약해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그드라실은 그가 가진 수많은 지식을 포기하길 종용했다. 중간계의 마물, 동식물. 독 제조술, 트랩 설치법, 언어. 잡학이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수많은 지식 등을 내 려놓으라 청한 것이다.
하지만, 김세훈은 지식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스텟을 포기하기로 결 정해 버렸고, 덕분에 A급 헌터의 극치라 할 수 있었던 50에 달했던 그의 올 스텟은 1로 내려앉았다.
한때, 베히모스라 불리며 중간계를 풍미하던 신화적 존재가 지금은 헌 터는커녕 하계의 일반인보다 못한 신체 능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괜찮다. 스텟은 다시 쌓으면 그만 이지만, 지식은 그렇지 않으니까.”
식견은 지식에서 나오는 법. 그렇 기에, 김세훈은 지식을 포기할 수 없었다. 무공과 마법을 잃은 상태에 서 지식마저 버린다면, 자신이 빈 깡통이 돼버릴 것이라 판단했기에.
“…탑을 우습게 보지 마세요. 그곳 은 나약한 이가 살아남을 정도로 녹 록한 곳이 아닙니다. 이건… 너무 도박이에요. 아무리 당신께서 유능 하다 하나….”
하얀 토끼가 김세훈에게 마법과 무 공을 빼앗으면서도 큰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그따위 것들이 없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스텟만 유지한다 면 탑을 손쉽게 통과할 위인이 김세 훈이란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자 그녀는 안절부절못했다.
올 스텟 1. 게다가 마법과 무공도 잃은 김세훈. 이런 그를 탑에 밀어 넣는 것은, 호랑이굴에 갓난아기를 집어 던지는 짓이나 다름없다 여긴 것이다.
김세훈이 실핏줄 하나 보이지 않는 하얀 눈자위를 끔뻑거리며 말했다.
“새삼스럽군.”
“네?”
김세훈이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과거, 나는 각성조차 못 한 채 중 간계에 버려졌다. 그리고 살아남았 지. 그때, 나는 강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가?”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당신은 베히모스였으나, 힘을 잃었으니까요. 처음부터 바닥부터 시작한 이와 정 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의 차이. 이것을 당신께서 모를 리 없잖아 요.”
“재밌군. 내가 언제 정상에 올랐었 지?”
“베히모스였을 때도, 아니었을 때 도, 나는 항상 발버둥 쳐야만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누군가를 살 리기 위해서.”
개미 중 특출난다 하여, 그 개미가 그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은 아니 다. 그래, 만약 신의 존재를 몰랐다 면 하얀 토끼의 말대로 그는 상실 앞에 절망했을지 몰랐다.
많은 것을 가졌다 여긴 이는, 그것 을 잃을수록 절망에 빠지기 마련이 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애초에 자신이 많은 것을 가졌다 여긴 적이 없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신의 손짓 한 번에 사그라져 버릴 신기루와 같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그드라실. 나는 항상 약자였다. 그렇기에, 익숙하고 능숙하다. 약자 로서 살아가고, 살아남는 법에 대 해.”
“…당신은….”
“그리고, 무엇보다 승산 없는 전쟁 에 생각 없이 나설 정도로 난 바보 가 아니다. 그래, 네가 준 G 코드의 파편. 이것을 얻은 순간부터… 자신 이 없어졌거든.”
김세훈이 하얀 눈동자가 자리 잡은 눈가를 매만지며 뇌까렸다.
“죽을 자신이.”
하얀 토끼, 이그드라실을 뒤로 한 채 김세훈은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리고, 쓰레기의 탑으로 이어지는 포 탈을 눈앞에 두고 말했다.
“걱정 마라. 나는 살아남을 테니.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 말을 끝으로, 포탈 속으로 사라 진 김세훈의 뒷모습을 보며 하얀 토 끼가 깊은 한숨을 뱉었다. 그가 사 라진 정원.
한층 쓸쓸해진 그곳의 중심에서 하 얀 토끼는 서글픈 목소리를 흘렸다.
“당신께선… 참으로 한결같군요. 하나, 모르시나 봅니다. 당신께서… 언제나 살아남은 건 아니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