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314
사상 최강의 오빠 317화
그늘(1)
전 황도십이궁의 1인이자, 무간도 가문회 전력의 핵심인 테오가 경직 된 얼굴로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그늘 안개….”
테오가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시 체를 보며 흘린 말을 들은 김세정이 물었다.
“이 시체의 사인에 대해 집히는 구 석이 있으신가요?”
김세정의 물음에 테오가 탄식하며 말했다.
“있다마다… 황도십이궁 출신이라 면 모를 리가 없는 게 그늘 안개인 데.”
테오의 심상찮은 반응에 불길한 느 낌을 받은 김세정이 시체를 다시 한 번 살폈다.
체액이 다 빨려 나가 껍데기만 남 은 것 같은 시체의 모습은, 언뜻 보 면 여타의 미라와 별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즉, 천하의 테오 그레이브스가 이 리 과민 반응할 정도로 심각해 보이 진 않는단 소리였다.
김세정이 테오를 곁눈질하며 조심 스레 물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그늘 안개가 뭔 지 여쭤도 될는지….”
테오가 지끈거리는 미간을 엄지로 꾹꾹 누르며 말했다.
“자세한 건 말해줘 봐야 알아먹지 도 못 할거고, 결과만 말해주마. 너 희… 지금 이 자를 죽인 검은 안개 가 무간도 해변가를 잠식했다고 했 지? 또한, 점차 섬을 침식하고 있다 했고?”
김세정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 다.
“네. 보고받은 대로는 그렇습니다.”
“그럼 이대로 있으면 다 죽는다.”
“네?”
“다 죽는다고. 이 그늘 안개는 평 범한 안개가 아니다. 여기에 닿으면 다 죽어. 챔피언이든 뭐든, 전부 다.” “저 안개가 챔피언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단 말씀이신가요?”
“그래.”
“그런… 용갑을 소유한 챔피언은 만독불침이라 들었는데요.”
테오가 비웃기라도 하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독? 하, 가당찮은 소리는 집어치 워라. 저건 독 따위가 아니다. 쯧… 아무래도 내 말이 그리 심각하게 들 리지 않나 본데… 첨언하지. 저 안 개를 형성되는 데 활용된 ‘원료’에 닿으면 신조차 죽음을 피할 수 없 다.”
김세정은 그 말에 꽤나 큰 충격을 받은 듯,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세계에서 신이 가진 절대적인 위 상을 생각할 때. 그리고 그녀가 신 이라는 단어에 품은 트라우마에 가 까운 경험을 생각할 때 신을 죽이는 물질이 존재한단 소리에 충격을 안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신조차… 죽는다?”
테오가 가볍게 손사래 치며 말했 다.
“걱정 마라 겁을 주자고 한 소리일 뿐, 그늘 안개가 그 정도는 아니니 까. 다만, 저 안개가 불멸조차 지울 만큼 위험한 걸 소재로 만들어진 놈 이니 경각심을 가지란 소리지.”
김세정이 다급한 어조로 테오의 말 을 끊으며 물었다.
“잠깐만요. 하나만, 하나만 물어볼 게요. 그 원료… 어디서 구할 수 있 죠? 저 그늘 안개의 원료 말이에 요.”
김세정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드 러난 탓일까? 테오가 김세정을 한심 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멍청하긴… 너 같은 녀석이 여태 껏 한 둘이었는 줄 아느냐?”
“네? 그게 무슨….”
“뭐긴, 신을 증오하는 건 너뿐만이 아니란 뜻이지. 그리고, 그런 이는 우리 황도십이궁 중에도 몇 명 있었 고. 그런데… 결과가 어땠을까?
응?”
“명심해라. 신조차 소멸시킬 수 있 다는 건, 그들조차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것이라는 걸. 그런데 너 따위가 그게 어딨는지 안다고 뭘 어쩌겠냐? 어떤 존재든 간에 닿는 순간 흔적조차 없이 지워지는 그 재 앙 앞에서?”
거듭된 테오의 말에 그제야 자신이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었다는 걸 깨 달은 김세정이 침울한 낯빛으로 고 개를 숙였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자신 이 지나치게 많은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테오가 급하게 말을 마무리 했다.
“뭐, 어찌 됐든 간에… 지금 중요 한 건 저 그늘 안개가 왜 나타났는 지 알아내서 그 원인을 제거하는 거 다. 그러지 않는다면 모두가 위험해 질 테니까.”
여태 잠잠히 있던 가문회 가주들의 대표. 장시찐이 입을 열었다.
“테오. 그게 그렇게 위험하다면, 반 왕동맹 측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혹 시… 우리에게 협상을 요청할 가능 성도 있지 않을까요?” 반왕동맹에 대한 말이 나오자 테오 가 심기가 불편한지 입맛을 다셨다. 반왕동맹의 간자라 해도 과언이 아 닌 게 자신의 처지인 만큼, 반왕동 맹에 대한 안건이 나올 때마다 움찔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테오가 장시찐의 시선을 슬며시 피 하며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 렸다.
“음, 그럴 수도 있지. 그늘 안개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으니만큼, 적 어도 이 안개를 어찌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동맹을 맺자는 요청을 해올 수도 있….” 그때, 회의실로 누군가 걸어들어오 며 말했다.
“아뇨. 그럴 일은 없습니다.”
회의실로 난입한 이가 누군지 알아 본 장시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며 말했다.
“너…! 너 이 자식. 네가 죽고 싶 어서 환장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감 히 이곳에!”
하품하는 검은 도마뱀을 목도리처 럼 걸친 흑발 소년, 김세훈의 등장 에 장시찐이 거품이라도 물 기세로 삿대질을 했다.
보아하니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한 나머지, 뒷말을 차마 잇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김세훈은 장시찐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테오의 앞에 부복하 며 말했다.
“테오 님. 명하신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습니다.”
별안간 자신을 들먹이는 김세훈의 언사에 테오는 이게 웬 날벼락이냐 는 듯. 혹은 이 자식이 뭘 잘 못 먹 었나 하는 표정으로 당황했다.
“…김세훈… 그… 네가… 음….”
테오는 얼떨떨하다 못해 순간 뇌 정지가 왔다.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이 자식이 왜 여기에?’라는 의문만 메아리쳤고, 이미 가문회 내에 반역 자라는 소문이 파다한 김세훈을 어 찌 대해야 할지 계산이 서지 않았 다.
장시찐이 벌게진 얼굴로 테오에게 꽥, 소리를 질렀다.
“임무라니? 테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죠? 제대로 해명을 해야 할 겁 니다! 모르지 않겠죠? 김세훈이 가 문회의 요격 임무를 완전히 박살 낸 것은 물론! 우리 측 풀문을 3명이나 죽인 배신자라는 걸요!” 소란스럽다 못해 난리가 난 회의실 의 중심. 자신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김세정과 눈이 마주친 김 세훈이 그녀의 눈길을 슬쩍 피하며 말했다.
“테오 님이 명하신 이중첩자의 임 무를 완수, 반왕동맹의 모든 세력도 와 플랜을 파악, 문서화해서 가져왔 으며…”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김세훈의 선언에 회의실은 시간이 멈춘 것처 럼 소음이 뚝 끊겼다. 그리고 테오 에게 화살처럼 꽂히는 시선.
그 시선에 얼굴이 화끈해진 테오가 당장에라도 김세훈의 멱살을 쥐고 흔들 것처럼 벌게진 낯빛으로 김세 훈을 노려봤지만, 김세훈은 혼자 다 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늘 안개가 현 반왕동맹의 수장. 이휘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 급히 귀환했습니다.”
그늘 안개가 반왕동맹의 수장으로 인해 생성됐다는 말이 김세훈의 입 에서 나오자, 삿대질을 하던 장시찐 도 움찔했는지, 아니면 추이를 지켜 봐야 할까 고민이 되는지, 입을 뻐 끔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그러한 반응을 본 걸까?
아니면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김세훈이 속을 알 수 없는 하얀 눈동자로 장시찐을 주시하며 말했 다.
“또한, 본격적인 보고에 앞서 임무 와중에 생긴 오해를 풀어둬야 할 것 같습니다만… 장시찐 님?”
장시찐이 팔짱을 끼더니, 김세훈을 지그시 노려보며 답했다.
“…오해?”
“네. 오해를 풀지 않으면 보고를 다 끝마치기도 전에 장시찐 님한테 치도곤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오해라… 무슨 오해? 네가 그 어 떤 궤변을 늘어놓아도, 네가 우리 측 핵심 인력인 풀문 세 명을 죽인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인데?”
“맞습니다. 제가 그들을 죽인 건 명백한 사실이고, 그로 인해 가문회 측이 상당한 피해를 본 것도 사실이 지요.”
“그래. 네 입으로 인정하네.”
장시찐이 조소와 함께 코웃음을 치 자, 김세훈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진정, 가문회의 전력이었 다면 말이죠.”
“뭐‘?”
“장시찐 님은 아실 겁니다. 반왕동 맹 측에 있는 아주 위험한 존재, 붉
은 눈을.”
“…붉은 눈?” “네. 붉은 눈. 장씨세가를 멸문시킨 장본인이자, 가문회의 챔피언들을 홀린 반왕동맹의 핵심 인사. 나이트 메어.”
“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김세훈이 단언했다.
“그 풀문들은 나이트메어에게 홀린 반왕동맹의 간자였다는 소리입니다.”
장시찐이 붉으락푸르락하는 낯빛으 로 거칠게 발을 굴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회의실 텐트가 격하게 흔들리는 게, 장시찐이 얼마나 분노 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 나를 개돼지로 아는 게냐! 아니면, 병신으로 아는 게냐? 오냐, 그들이 반왕동맹의 간자였다고 치 자! 그러면 넌 그들을 왜 죽였지? 그들을 죽이면 너는 반왕동맹의 의 심을 역으로 받았을 텐데? 그들이 진정 간자였다면… 살려서 돌려보내 는 게 반왕동맹에 유리할 테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죽인 겁 니다.” “뭐?”
“의심받을 각오를 하고 죽인 거란 말입니다. 저는 이중첩자로, 반왕동 맹의 간자가 아닌 가문회의 간자이 기에, 가문회에 암적인 존재인 그들 이 살아 돌아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반대로, 그들이 첩자가 아니었다면 저는 그들을 살려 보냈 을 거고요.”
“하, 그럼 나와 싸운 건? 그때 네 면상은 당장에라도 날 죽일듯한 기 세 아니었나?”
김세훈이 뻔뻔하게 나불거렸다.
“그건 오해입니다. 저는 장시찐 님 을 진정으로 적대하고, 죽일 생각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칠인대 의 일원인 루시올라가 부른 지원군 이 곧 와서 당신을 죽일 마당에 왜 정령 경으로 살려드렸겠습니까?”
말 한마디로 자신이 살기 위해서가 아닌, 당신을 살려드리기 위해 정령 경을 썼다는 것처럼 상황을 바꿔버 린 김세훈의 언사에 기가 막히다 못 해 뒷골이 당긴 장시찐이 소리쳤다.
“뭐? 이 새끼가 진짜 뚫린 입이라 고 막… 아니지.”
꼭지가 돌아서 격분할 뻔했던 장시 찐은 간신히 이성을 달래 냉정을 되 찾았다. 그리고, 김세훈의 허점을 찌 르고 들어왔다.
“네 말이 헛소리일 수밖에 없는 게, 네 말이 사실이라면 너는 여기 있을 수가 없다. 너는 나이트메어에 게 죽거나, 꼭두각시가 되었을 테니 까. 그렇잖느냐? 조직의 간자를 죽 이고, 나를 죽일 기회를 놓치게 한 반역자를 놈이 가만두지 않았을 테 니!”
“지당하신 말씀이시고, 당연한 의 심이군요. 그리고 그 말대로, 저는 나이트메어의 꼭두각시가 되어 도구 로 전락할만한 죄를 지었고, 실제로 일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장시찐이 그것 보라며 헛웃음과 함 께 말했다.
“하, 그것 보라지. 오냐, 더 지껄여 보거라. 그래서 어쩌셨나 그래?
응?”
그녀의 비웃음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김세훈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이곳으로 돌아오기 전, 나이 트메어는 절 흘리려 했습니다. 아니, 흘렸다고 생각하고 방치했죠. 그러 나, 저에게 나이트메어의 술수는 통 하지 않았고, 그가 방심한 틈을 타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흥, 개소리! 지금 챔피언도 견디 지 못한 술수를 네놈이 파훼했다는 게냐?” “네. 다른 이는 몰라도, 저만은 가 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테오 님의 사도이기 때문이죠.”
사도라는 말에 장시찐은 말문이 턱, 하고 막혀버렸다. 그리고, 머릿 속이 맑아지며 모든 퍼즐이 끼워 맞 춰졌다.
테오가 일개 난민에 불과한 김세훈 을 왜 그리 싸고돌았으며, 자신들과 척을 질 각오를 하면서까지 후원을 했는지까지 전부.
“사도! 신의 사도를 말하는 건가… 설마, 테오 당신! 당신이… 사도의 단검을 가지고 있었단 말입니까?”
테오가 활화산이 폭발할 것처럼 타
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김세훈을 노 려봤다. 자신의 명령도 없이 멋대로 행동하고, 비밀을 남발하는 김세훈 의 태도에 격분한 것이다.
하나, 그는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 잡고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래. 김세훈은… 내 사도가 맞 다.”
웅성웅성.
회의실 내 간부들이 한꺼번에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김세정은 혼란 스러운지 연신 김세훈과 테오를 번 갈아 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김세훈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걸로 모든 오해가 풀리진 않았 으나, 제가 배신자라는 오명을 벗기 는 데 있어 소소한 영향은 끼쳤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장시찐은 고작 이 정도만 으로 김세훈에게서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
“아니, 이걸로는 부족….”
장시찐의 말을 경청할 수도 있지 만, 김세훈은 이쯤 해서 주도권을 자신이 가져오기로 결정했다. 어차 피, 자신에게 적대적인 장시찐은 자 신이 무슨 말을 해도 쉽사리 믿지 않을 것이니까.
그러면 어찌할까?
자신을 믿지 않는 소수는 버리고 나머지를 믿게끔 하면 된다.
“물론, 이걸로는 부족하겠지요.”
김세훈이 서서히 자리를 일어나 회 의실 내의 간부들 하나하나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선명하고 뚜렷한 묵 직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여러분. 이 세상에 완벽한 신뢰관계란 없습니다. 하물며, 이중 첩자인 제 입장에서야… 막말로 제 가 제 심장을 꺼내서 보여드리지 않 는 한 제대로 믿음을 드리기 힘들겠 지요.”
김세훈이 발을 한 차례 굴렀다. 그 러자, 장시찐이 발을 구른 것만큼이 나 거센 충격이 텐트를 뒤흔들었다.
그 박력과 막 나가는 김세훈의 행 동에 놀란 좌중이 자신에게 집중하 자, 김세훈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보십시오. 제가 정말 반왕 동맹의 간자라면, 이렇게 의심을 살 상황에 이곳에 돌아왔겠습니까? 그 리고, 테오 님의 종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 풀문 3명이 간자가 아니 었다면, 반왕동맹에 큰 공을 세운 마당에 여기로 돌아왔겠습니까?” 김세훈이 목에 핏대를 세운 채 이 번에는 가문회 간부들에게 시선을 꽂았다. 그 벼락같은 눈길에 놀란 그들이 목을 움츠리자, 김세훈이 호 통을 치듯 말했다.
“내가 가문회의 사람이 아니라면, 그늘 안개를 부를 정도로 막강한 존 재가 수장으로 있으며, 이미 판세가 기울어도 기운 마당에 제가 뭐하러 내 목숨을 걸면서까지 이곳에 왔습 니까? 그것도 이미 공을 세워 전리 품을 나눌 공신의 자격을 갖춘 마당 에?”
김세훈의 말은 구구절절 일리가 있 었다. 사실, 현재의 판도는 가문회에 게 그리 유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챔피언의 숫자를 보나, 이곳이 적 이 마련한 적지라는 환경으로 보나, 무엇보다 나이트메어라는 말도 안 되는 변수가 적의 손에 있다는 것으 로 보나, 유리한 구석을 찾기 힘들 었으니까.
호통으로 자신을 의심하는 이들의 기를 겪은 김세훈이 이번에는 호소 하듯 말했다.
“그럼에도, 저는 당신들을 이해합 니다. 그러니, 믿어달라는 게 아닙니 다. 의심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당신들을 위해 공을 세워, 의심의 때를 벗길 수 있는 기회를.” 김세훈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간부 들의 여론은 서서히 두고 보자는 쪽 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비단 이것 은 김세훈의 호소가 먹혔다기보다, 정황이 그럴듯하기도 했고, 김세훈 의 뒤에 테오 그레이브스가 있기 때 문이라 봐야 했다.
사도인 김세훈을 배신자라 지정하 는 건, 자연스레 테오도 배신자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난잡한 장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판단한 테오가 입을 열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그 리고, 김세훈의 후견인으로서 말하 는데… 앞으로 김세훈을 감시할 인 물들을 상시 옆에 두는 게 좋겠어. 본인이 말했듯, 아직 녀석이 의심스 러운 건 사실이니까.”
김세정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 감시. 제가 하는 게 어떨까 싶 습니다만….”
-김세정?
-음… 규정집행자라면… 감시역으 로 그만이지.
-믿을만 하겠어. 저 여자라면 유사 시에 가차 없을 테니까.
김세정이 솔선수범하며 나서자, 사 람들은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저번 의 일전에서 큰 공을 세움으로써, 가문회 내에서 김세정의 입지가 남 달라졌다는 증거였다.
이쯤 되자, 장시찐도 살짝 반색하 며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으음… 김세정 씨가 감시역을 자 처해 준다면야… 일단은….”
장시찐도 추이를 지켜보기로 결정 한 순간, 김세훈과 김세정의 시선이 실처럼 얽혔다. 하나, 둘은 언제 눈 빛을 마주쳤냐는 듯 서로를 외면했 다.
테오가 김세정이 나서든 말든 관심 없다는 듯, 김세훈에게 눈길을 고정 한 채 말했다.
“좋아. 앞으로 김세훈의 감시는 김 세정이 맡는 것으로 하고… 김세훈. 넌 따라와라. 우리… 할 말이 많잖 나?”
단단히 성이 난 테오의 눈길을 태 연히 받아낸 김세훈이 나지막한 목 소리로 답했다.
“네. 많지요.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