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0
◈ 싸움의 종극
쓰러진 유인서를 안아 들었다.
활화산처럼 날뛰는 내기는 조용히 다독이며.
경맥이 조금 다쳤으나 천도를 먹고 좀 쉬면 나아질 상처였다.
“아이가 어미를 위해 목숨을 거는데, 가문의 어른이란 것들은 그저 욕심 뿐이구나.”
혀끝이 쓰고 불쾌감이 짙었다.
해동맥이 먼 옛날에 끊어진 핏줄이라 하나, 그래도 어머니의 혈통이다.
하는 짓이 어떤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무엇이란 말인가.
가주라는 자는 딸뻘인 계집을 도구로 쓰고,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서 학살을 구상했다.
고작 무기에 끄적여둔 무공 때문에.
한심하기 짝이 없다.
“누, 누구냐!?”
“여기가 어디라고 다가오는 것이냐!?”
시끄럽다.
방 안에 남아 대기하던 놈들을 바닥에 처박았다.
핏물과 함께 침묵이 내렸다.
저벅저벅, 발소리만 방안을 울렸다.
“이게 이 아이의 어미인가.”
커다란 쇠사슬로 이형(異形)의 생명체가 묶여 있었다.
머리는 늑대와 닮았고 손과 발은 소의 그것이다.
허리 아래로는 감각류의 그것일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인간의 흔적은 없었다.
“억지로 섞었구나. 서로의 독기가 뒤엉켜서 이질적인 독기를 만들어 냈어. 하지만 되레 그 덕에 독이 독을 중화하여 목숨을 연명했구나. 천운이라 해야 하는가.”
조잡한 연구가 생명을 살렸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강자와 약자가 나뉘고, 승자가 패자를 멸시하는 세상이라 해도.
누구도 존엄을 헤쳐서는 안 된다.
마도천하의 깃발을 걸고 중원을 침범하는 그 순간에도 혈교나 사일교 따위와 손을 잡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이 땅에도 마도가 필요할지 모르겠구나.”
쇠사슬을 끊고 독기를 천마진기로 중화시켰다.
서로 엉켜있다 적을 만난 독기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하늘 아래 날 바람일 뿐이다.
이내 힘 앞에 고개를 조아렸다.
“노복아.”
풀썩 쓰러지는 계집을 보며 이름을 불렀다.
구석에 숨어서 기웃거리던 늙은이가 달려왔다.
천마진기로 광기를 제압한 이후, 주인이라며 졸랑졸랑 따라다니고 있다.
충격으로 백치에 가깝게 변했지만, 그럭저럭 쓸 만은 했다.
“두 아이를 보호하며 따라와라.”
“으. 으……!”
노복이라면 괜찮다.
말도 잃고 이지도 흐릿하지만 적어도 이 장원 내에서 그보다 강한 사람은 없으니까.
“이 촌극의 마무리를 보러 가자꾸나.”
“으. 으으!”
백치라 한들, 생사경의 고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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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백하는 이를 갈았다.
계획과 어그러져 완성되지 않은 포위망으로 공격을 시도한 것이 마뜩잖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까지는 괜찮다.
장내의 이들을 모두 정리하고 무기만 회수하면 되니까.
“네놈들은 대체 뭐란 말이냐!?”
이건 상정해 두지 않은 일이다.
창을 휘두르며 백승용을 단번에 제압하는 창수.
막강한 초능력으로 가문의 정예들을 압도하는 에스퍼 둘.
그리고 날뛰는 큰 개와 조그마한 아이.
나열하고 봐도 믿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대체 어디에서 이런 자들이 나타났단 말인가.
“천마신교, 임시대표 안기남이다.”
“천마신교 예하 청월루의 루주인 이지아예요.”
“아니, 다들 그렇게 소개하는 겁니까? 그러니까 전 천마신교 소속 윤서나라고 해요.”
“크르릉!”
“누아!”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이 아수라장 속에서 저런 여유라니.
이가 부득부득 갈리고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공들여서 준비한 계획인데.
고작 저따위 놈들에게 방해를 받는단 말인가.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음각대(陰角隊)는 나와라.”
유백하는 숨겨두었던 칼을 꺼내 들었다.
타인에게는 보일 수 없으니 마지막까지 숨겨두고자 했던 무기다.
얼굴을 붕대로 칭칭 동여맨 괴인들이 난입했다.
투기가 흉흉하고 눈동자가 붉었다.
“숨겨둔 전력인가?”
“기남 오라버니 조심하세요. 이번 놈들은 심상치 않아요.”
“크르르르……!”
“해도!?”
막 이지아가 주의를 시키려는 찰나.
뒤에 있던 해도가 갑자기 튀어나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거친 반응이었다.
“크아아아!!”
“캬아아!”
그러자, 음각대의 괴인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괴성을 토하며 해도를 향해서 마주 달려들었다.
다리 근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양손은 짐승의 그것처럼 부풀었다.
이건 단순한 투기 반응이 아니었다.
“괴이!?”
“설마 인간과 괴이의 혼종을 연구하고 있던 거야!?”
“누아아아!”
“누아야!”
이번에는 누아마저 튀어나갔다.
양손에서 누에실이 쏟아져 나와 사방을 뒤덮었다.
달리는 차마저 세울 만큼의 강도와 연성이었다.
유가의 다른 검수들은 이내 발이 묶여서 제지당했다.
“크르르……!”
하지만 음각문의 괴인들은 아니었다.
힘으로 누에실을 끊고 거리를 좁혔다.
해도와 누아 쪽으로 순식간에 뒤엉켰다.
이빨이 목덜미에 박히고 누아의 천잠사가 몸통을 꿰뚫어도 이놈들은 멈추지 않았다.
손으로 해도를 긁고 누아의 몸을 찍어 눌렀다.
“이 누이, 윤 누이. 해도와 누아를 돕는다.”
“네, 오라버니!”
“오, 오라버니!?”
명칭이 어찌 되었든 합류는 기정사실.
선두에서 안기남이 달려가 창을 휘두르고 그 뒤를 윤서나와 이지아가 쫓았다.
순식간에 난전이 펼쳐졌다.
“흐흐. 소용없다. 음각대는 우리 해동 유가의 비밀 병기다. 제어가 어렵지만, 위력만큼은 발군이지. 하나하나가 1급 괴이에 맞먹는 위력을 지녔다.”
“이, 이보시오 유 가주. 이건 우리 계획에 없던 일 아니오?”
“닥쳐. 쓸모없는 인간들 같으니.”
“뭐……크아악!”
유백하는 외부에서 끌어들인 세력마저 공격했다.
아니, 애초에 음각대의 괴인들은 제어가 불가능했다.
실제로 유가 무인들은 음각대가 등장하자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남아 있던 외부 세력들만 휩쓸려서 같이 죽어갔을 뿐이다.
“전부 이곳에서 죽어라. 해동 유가의 미래를 위해서 초석이 되는 거다.”
음각대의 단점이라면 일회용이라는 것.
한 번 동원하면 힘을 모두 소진하고 죽는다.
하지만 어차피 무기를 챙기면 염원하던 무공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떤 희생이든 상관없다.
더 이상 해동유가가 변방 세력으로 멸시받는 일 따위는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게 당신이 바라는 일입니까, 큰아버지?”
“……뭐!?”
들려와서는 안 되는 목소리.
유백하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가문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대체 어디까지 타락하는 겁니까? 이게 정말로 해동맥을 위한 일입니까?”
“너, 너. 네가 왜 이곳에 있는 거냐?”
“밖에서 영동 오가 사람들을 학살이라도 하고 있을 것 같았나요? 절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보셨네요.”
“네년 어미가 어찌 될지 두렵지도 않은 거냐!?”
“……참 시정잡배 같은 말이군요.”
유인서는 답 대신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잠들어 있는 모친이 있었다.
괴이의 흔적은 눈 씻고 봐도 없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괴이의 몸에서 돌아온 거냐!? 무슨 방법을 쓴 거지? 인서야, 말해봐라. 그 비결만 알면 우리 음각대를 더 강하게 할 수 있을 거야.”
“그만 하세요, 큰아버지.”
“뭘 그만하라는 거냐!? 넌 가문을 강하게 하는 일에 관심이 없는 거냐!?”
“이건 가문을 강하게 하는 일이 아닙니다. 보세요, 대체 뭐가 남는다는 겁니까? 사람은 죽고 의기는 꺾였어요. 자랑스러운 해동맥은 이제 피로 점철된 악귀일 따름입니다.”
유인서가 피바다가 된 장원을 가리켰다.
죽은 이들이 수십을 넘었다.
영광의 빛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무지한 년. 힘이 없다면 언제까지나 변방의 가문으로 남을 뿐이다. 넌 어려서 이러한 이치를 모르는 것뿐이야.”
“힘을 쓰려거든 책임을 지세요. 책임은 나 몰라라 하고 힘만을 쫓는다면 그건 그저 악귀나찰에 불과할 뿐입니다, 큰아버지. 당신에게는 해동맥을 이끌 자격이 없습니다.”
“감히 네년이 내게 충고하는 것이냐!?”
“해동 유가 적자, 유인서. 가주 직위를 놓고 유백하에게 도전합니다.”
더 이상 물러날 필요가 없다.
유인서가 두 주먹을 움켜쥔 채 유백하를 향해서 선포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가문을 구하기 위해서.
아니, 그보다는 조금 더 단순하게.
어머니를 괴롭힌 저 빌어먹을 인간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당신을 이 자리에서 처단하겠습니다.”
유인서가 불같이 뜨거운 숨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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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단의 수장은 언제나 선택을 강요받는다.
시대의 흐름이든, 권력의 변화든 언제나 그에 따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신교를 세우고 중원을 정벌하기까지나 일관됐으나, 그 이후 창궐하는 군상에 선택을 내렸다.
고인 건 썩고, 멈춘 건 녹스는 법.
선택은 필수이고 필연이다.
“허나, 선택을 책임지는 것도 수장의 역할이지.”
책임지지 않는 선택은 폭력이고 압제일 뿐이다.
온갖 명분을 가져다가 붙인다 한들 그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
마도를 막겠다며 온갖 패륜에 악도를 일삼은 정파의 잡배들이 딱 그러하다.
자신의 사상에 갇혀 과정을 무시하는 자들.
천년이 지나 어머니의 혈통 속에서도 그것을 본다.
“태상문주님!”
“문주님!”
“으아, 드디어 오셨군요!”
반갑다고 외치는 아이들 곁으로 섰다.
흑아와 누아가 날뛰고 있는 터라 나머지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
“저 불길한 것들은 무엇이냐?”
“음각대라고 합니다. 인간에 괴이를 섞어서 만든 혼종 같습니다.”
“쯧쯧. 무지한 것들은 자신이 무엇에 손을 대고 있는지를 모르지.”
짧게 발을 굴러서 진기를 밀어냈다.
정신 잃고 날뛰던 해도와 누아가 그제야 뒤를 돌아봤다.
괴이 특유의 독기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영향이 남아 있는 것이다.
손짓으로 부르니 졸랑졸랑 뛰어왔다.
“크릉!”
“누아, 저거 싫어!”
“그래. 본좌도 그러하다.”
아이들의 말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강함은 언제나 신성해야 한다.
스스로 극복하고 절망과 고통을 딛고 일어나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쑤셔 넣는다고 끝이 아니다.
“꿇어라.”
진기를 담아 천마군림을 사용했다.
사방 수십 장의 공간이 발아래에 들어왔다.
먼지구름, 핏물, 심지어 소리까지.
모든 것이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이를 드러내며 날뛰던 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바닥에 찌그러진 채 바동거렸다.
“문주님, 구할 수 있습니까?”
청아가 냉큼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본질을 꿰뚫는 눈만큼은 아이들 중 제일이었다.
“무리다. 이미 독기가 골수에 뻗쳤다. 본좌가 개입하지 않는다 해도 길어야 두 시진. 애초에 버리는 패였다.”
“쓰레기 같은 놈들……”
“무력함은 여러 가지 반응을 낳지. 해동맥의 선택은 이리도 어리석었구나.”
뒷짐을 진 채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해동유가의 가주와 어린 계집이 거칠게 싸우고 있었다.
둘 다 비슷한 경지, 비슷한 내공이었다.
“문주님, 지켜만 보실 겁니까?”
“흑아야. 네가 보기에 저 아이가 질 것 같으냐?”
“경지는 비슷하나 유인서 씨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제법 보는 눈이 있구나. 제 어미를 구하기 위해서 무리를 했다. 경맥이 상하여 힘의 오할을 내기가 어렵지.”
“그럼 더 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고작 오할로 어찌 저 남자를 상대합니까?”
흑아만이 아니라 청아와 적아도 같은 눈을 했다.
부족한 상태로는 같은 경지를 넘을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경지라는 건 의외로 별거 아니다.
“무릇, 깊이 바라는 자는 원하는 것 이상을 취하기 마련이다. 허나, 스스로를 속이는 자는 언제나 뒷걸음을 치게 돼 있지.”
“……유가주의 선택이 스스로를 속이는 행위라 이건가요?”
“맞서지 못하니 궁여지책을 낸다. 말은 그렇듯 하나, 결국 눈을 돌려 도망치고자 할 뿐이다. 잔인함은 두려움의 거울. 결국 저 둘의 차이는 맞섬과 도망침의 간극이다.”
아이들은 쉬이 이해하지 못했다.
하긴, 쉬울 리가 없다.
한평생을 살아도 이해 못 하는 것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평생을 궁리하여야 그나마 가까워질 따름이다.
“인서 씨가 반격에 들어갔어!”
싸움은 종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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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서가 가쁨 숨을 토하며 입가를 닦았다.
묻어나오는 피가 결코 적지 않았다.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왔다.
“죽을 자리를 파는구나.”
“오늘 죽는 건 제가 아닙니다, 큰아버지.”
“건방진 것. 언제나 네 눈빛이 마음에 들었어. 아니, 너만이 아니라 네 어미도 마찬가지였다. 주제도 모르고 잘난 줄 아는 것들.”
유백하가 묵혀 둔 독설을 쏟아냈다.
더이상 체면치레할 것도 없었다.
“그거 아십니까? 저도 큰아버지의 그 빌어먹을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걸림돌 보듯 바라보는 눈빛. 한 번도 같은 핏줄이라 따듯함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유인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마당에 이유를 덕지덕지 붙여서 뭐하겠는가.
그냥 눈앞의 있는 사람이 싫은 거면 족했다.
입안 가득 차 있는 피를 뱉어내고 초능력을 끌어올렸다.
“건방진 계집. 네 힘으로 날 상대할 수 있을 같냐?”
“할 수 없어도 할 겁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끝장내지 못하면 우리 해동맥이 끝장날 거 같아서.”
“뭐?”
“답은 묘비에 적어 드리죠!”
유인서가 점과 점을 이어서 공간을 넘어섰다.
순간적으로 그녀가 둘이 되고 손바닥만 한 날붙이들이 여덟 방향으로 나뉘어 쏟아졌다.
“어림없는 소리!”
유백하는 이에 맞서 주먹을 휘둘렀다.
권이 닿는 공간마다 일그러짐이 발생하며 날붙이를 빨아들였다.
유인서와는 다르나 결은 비슷한 공간 능력이었다.
“네가 날뛰어 봤자다!”
기세를 몰아 유백하가 사면을 후려쳤다.
댕, 하고 종 치는 소리가 들리며 공간이 물결무늬로 일그러졌다.
점을 이어서 공간을 넘던 유인서가 튕겨 나왔다.
“쿨럭! 쿨럭!!”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연신 피를 토해냈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네년을 죽이고 상황을 수습할 것이다. 무기에서 찾아낸 무공만 완전히 익히면 가문을 최고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야.”
“쿨럭……!”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항상 승자의 위치에 있을 거다. 너, 네 모친. 그리고 죽은 아우놈까지. 저승에서 지켜봐라.”
남은 건 마무리.
유백하가 모든 투기를 모아서 유인서를 향해서 내질렀다.
공간이동으로 피할 수 없도록, 사방을 잠식하는 공격이었다.
파도에 쓸리는 모래알처럼 유인서가 그렇게 지워졌다.
“하. 하하! 내가 이겼……”
아니,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손을 올리며 기뻐하던 유백하의 바로 뒤에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길지 않은 날붙이 하나를 든 채.
“커. 커억……”
모든 힘을 쏟아부은 유백하의 가슴을 꿰뚫기에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가슴을 뚫고 나온 날붙이를 보며 유백하가 무너졌다.
이윽고 공간이 허물어지며 유인서가 나타났다.
안색은 창백했지만 두 다리로 서 있었다.
“네, 네년이 어떻게?”
“점과 점 사이에서 머물러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사라질듯한 아득한 공간이었지만……당신을 죽일 수 있다면 버틸 만하더군요.”
“말도 안 돼. 고작 네년 따위가……”
“이젠 해동맥의 주인입니다.”
유인서가 날붙이를 뽑았다.
유백하는 상처를 손으로 막으며 바동거려봤지만, 그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은 끝난 후였다.
“빌어먹을……”
유언치고는 초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