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59
◈ 신경전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저택 앞 공터가 꽉 찰 정도였다.
“이렇게 모이면 공간이 부족하겠는데요?”
“어떻게, 자리를 마련할 방법이 없을까?”
“저택 앞은 대회장으로 삼고, 다른 곳에 임시 숙소를 마련해야 할 거 같아요.”
“끄응. 손이 엄청 가는군.”
무술대회의 세부사항은 안기남 등의 몫이었다.
부지를 선정하고 행상 진행을 위한 부대 시설도 준비했다.
신청받은 출연자의 숫자는 천을 훌쩍 넘었다.
그 숫자를 수용하고 무리 없이 행사를 진행하려면 보통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청월루는 모든 일을 접고 총동원 됐다.
“하하하. 이거 손이 많이 바쁜가 보군.”
“응? 아, 박사장님.”
그때, 찾아온 것이 박만식이었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허덕일 것 같아서 사람 좀 불러왔다. 이쪽 방면으로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니까 도움을 받으라고.”
“와. 고양이 손이라도 필요하던 참이었어요. 근데, 한 대령님 쪽은 어찌하고?”
“그 친구는 알아서 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허투루 하면 나중에 태상문주님께 혼나요.”
“어련히 알아서 할까.”
가볍게 웃는 모습에 뭘까 싶었지만 물어볼 틈은 없었다.
또다시 참가자들이 몰려들었던 터다.
분명 시간 공지는 추후에 한다고 했을 텐데, 미리 찾아와 들썩이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쯧쯧. 뭐라도 있을까 하고 와서 서성거리긴. 이런 놈들은 나한테 맡겨라. 넌 준비나 철저하게 해.”
“오. 박사장님만 믿을게요.”
“흐흐. 이런 일은 내 전문이지.”
박만식이 소매를 걷고 나섰다.
허풍이 아니라, 이런 부분에서는 전문가였다.
회유하고 협박하고 윽박지르고.
자신만의 수단으로 사람들을 통제했다.
저택 주변의 소란이 한결 가라앉았다.
“어때? 쓸만하지?”
“그러게요.”
씩 웃는 모습이 전보다는 덜 얄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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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대회 준비에는 돈이 많이 들어갔다.
프로그램 기획을 맡아준 Onn에서 일부를 부담하기는 했으나 대부분은 천마신교에서 충당했다.
부지는 물론이거니와 부대 시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와,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
“일단 사람들을 초대하는 형태가 된 이상 마냥 허투루 할 수는 없죠. 음식도 제공해야 하고, 편의시설도 구비 해야 해요. 없으면 욕먹는 건 저희예요.”
“끄응.”
그냥 대회만 열고 ‘알아서 해라.’라고 싶지만, 그리하면 주최 측이 욕을 먹는다.
즉, 신교의 주인인 천마가 욕을 먹는 꼴이다.
다른 건 참아도 그건 참을 수 없었다.
“역시 어려움이 있나 보군요.”
“어. 차 부사장님.”
찾아온 손님이 또 있었다.
차성학 부사장이었다.
“그룹 내 일로 바쁜 것 아니었어요?”
“아직 정비할 일이 산더미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죠. 신세 진 것도 있고……”
“몸은 괜찮아요?”
“천마 님의 도움으로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극통갑이 괴롭긴 하지만 효과는 있더군요.”
“으으. 듣기만 해도 아파 보여요.”
차성학의 얼굴은 꽤 밝았다.
뭔가를 많이 털어낸 표정이었다.
적어도 승계 싸움에서 호락호락 무너질 기세는 아니었다.
“여기, 오성 건설 부사장님을 모셔왔습니다. 현장 경험도 많고, 이런 행사도 많이 거쳐보셨죠.”
“오, 오성 건설 부사장님이요?”
“행사 전반적인 건설 및 구조를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해도 될까요?”
“그래 주면 저희야 좋죠. 근데, 혹시 부담은 아닐는지.”
“하하. 이정도 규모 행사는 큰 부담이 아닙니다. 게다가 받은 은혜가 있는데, 무리면 또 어떻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거절은 안 할게요.”
“감사합니다.”
“감사야 저희가 해야죠.”
짧은 문답 끝에 차성학이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품 안에서 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사람을 부르는 건가 싶어 이지아는 멀뚱히 바라봤다.
하지만 부르는 건 사람이 아니었다.
투투투투투투투.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터 저편으로 이동하는 헬기들.
그 숫자가 무려 여섯 대였다.
군용으로 사용하는 수송헬기였다.
엄청난 짐들이 순식간에 쌓여갔다.
“잠시, 사람들 소개를 시켜도 될까요?”
“뭐, 뭐가 더 들어와요?”
“네. 천마 님이 천하제일을 가리신다는데, 어설프게 할 수는 없죠. 임시지만 경기장도 지을까 합니다.”
부르릉, 하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차량 들이 쉼 없이 쏟아졌다.
싣고 있는 짐이 한가득이었다.
“아, 전광판은 어느 방향으로 세울까요?”
“……”
과연 오성 그룹.
이지아는 처음으로 돈의 차이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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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지나지 않아 임시 숙소가 완성됐다.
미리 와서 대기 중이던 이들도 한곳에 때려 박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모인 이들 중에 얽히고설킨 원한이 있다는 점이었다.
“잘 만났다, 이 새끼!”
“하. 누가 할 소리를! 저번 사냥에서 네놈이 뒤통수 친 걸 아직 똑똑히 기억한다!”
“누가 뒤통수를 쳤다는 거야!? 네놈 새끼가 먼저 물건을 빼돌렸잖아!”
“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여!?”
비슷한 등급의 괴이 사냥꾼들이었다.
말다툼이 순식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서로 간의 무기를 뽑아 들고 흉흉하게 맞섰다.
검과 도가 요란하게 부딪쳤다.
“오. 오. 싸움이다, 싸움!”
“하하. 난 파란 옷에 돈을 걸지.”
“난 녹색 옷이다.”
주변에 딱히 말리는 이도 없었다.
어차피 싸움판에 참여하려고 온 사람들.
이정도 난장판은 여흥으로 삼을 뿐이었다.
저들끼리 박수치며 돈내기까지 했다.
“어, 어엇!?”
그러다 한순간.
뒤엉켜 싸우던 두 사람이 다른 숙소를 침범했다.
간이식으로 설치된 테이블이 뒤집히고 그 위에 놓여 있던 음식이 쏟아졌다.
“하하하. 한국. 사람. 시비다.”
이에 거한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등 뒤에는 사람 몸만 한 대도를 차고 어설픈 한국말을 하고 있었다.
바로, 중국에서 넘어온 팽소흥이었다.
남궁청운의 만류에도 냉큼 뛰어나갔다.
애초에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건수가 있을까 싶어서 근질근질하던 몸.
한국의 무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요량이었다.
“내 도. 강하다.”
팽소흥은 순식간에 도를 뽑아서 휘둘렀다.
바람이 맹렬하게 휘몰아쳤다.
일격이 마치 벼락과 같았다.
한국 무인 둘은 감히 대적하지 못했다.
펄쩍 뛰어 거리를 벌리기 급급했다.
“하하. 겁쟁이.”
“뭐야!?”
얕은 도발에 한 명이 주춤하자 그사이를 파고들었다.
손잡이로 복부를 치고 도면으로 얼굴을 밀었다.
와장창, 소리를 내며 구석에 처박혔다.
‘감히!’ 다투던 무인이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쾌속한 검격이었다.
“약해.”
하지만 팽소흥은 웃으며 검격을 걷어냈다.
그의 도는 거대한 크기와는 다르게 쾌속했다.
바람처럼 검격의 흐름을 끊고 면으로 무인의 옆구리를 쳤다.
무인은 견디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하하. 약하다, 약해. 한국 무인. 약하다.”
도를 꼽고 웃는 팽소흥.
그 모습에 주변 무인들이 일제히 발끈하여 일어났다.
타국 무인에게 얕보인 채 웃고 있을 사람은 없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흉흉해졌다.
‘멍청이.’ 나직한 남궁 청운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지나갔다.
“감히 누가 문주님의 안방에서 소란이냐!?”
순간, 숙소 외벽을 넘어서 누군가 난입했다.
섬전같이 창을 날려서 바닥에 박은 뒤 그 위에 내려섰다.
얼굴은 추상같고 눈빛은 불같았다.
안기남이었다.
“하하. 강자.”
“소흥. 그 정도로 해 둬라. 저 사람이 신창 안기남이다.”
“신창. 재미!”
남궁청운의 말은 귓등으로 흘리며 팽소흥이 움직였다.
안기남의 발 쪽이었다.
벌떼 우는 소리와 함께 강격이 그 위를 쓸어갔다.
‘무뢰한 같으니!’ 안기남이 일갈하며 몸을 거꾸로 뒤집었다.
도격은 머리 아래로 흘리고 역으로 창을 뽑았다.
와작.
돌아서는 힘 그대로 내려찍는 창격.
팽소흥의 도신과 그대로 충돌했다.
양쪽 모두 득을 얻지 못하고 물러났다.
“네놈, 보통이 아니구나. 누구냐?”
“하하. 이몸. 팽소흥. 하북팽가의 호랑이.”
“……하북 팽가? 중국에서 넘어온 거냐?”
“한국말. 어렵다. 덤벼라.”
대화는 짧았다.
팽소흥은 말에 관심이 없었다.
더 부딪치고 싸우고 싶을 뿐이었다.
도신에 내기를 집중하며 본격적으로 팽가의 도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도에서 퍼져나오는 막대한 경력에 건물이 삐걱거렸다.
“이……! 숙소를 부술 셈이냐!?”
“하하!”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달려들었다.
안기남이 입술을 잘근 씹으며 십팔로표변창으로 맞섰다.
가볍게 제압할 상대가 아니었다.
일격일격이 바위 같고 속도는 바람과 같았다.
창극에 도신이 닿을 때마다 벼락과 같은 굉음이 사위를 집어삼켰다.
“막무가내로군!”
이대로 가다가는 주변이 남아날 것 같지 않다.
안기남이 크게 힘을 써 제압할 요량으로 창을 한 점으로 모았다.
일각의 힘이면 충분히 누를 수 있을 터.
쏟아지는 도격을 횡보로 피한 뒤 점으로 뭉친 힘을 풀어냈다.
섬광과 같은 일격이 팽소흥의 가슴팍을 노렸다.
카라라랑.
하지만 창격은 팽소흥에게 닿기 전에 막혔다.
관망하고 있던 남궁청운이었다.
어느샌가 뽑아 든 청검으로 창격의 흐름을 베어낸 것이다.
일각이 막히는 건 드문 일이었다.
안기남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무뢰한이 둘이나 되는군.”
“진정하시죠. 전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음? 그쪽은 한국말이 능숙하군.”
“여기 바보와는 다르게 일찍이 익혀 두었습니다.”
조금은 말이 통하는 상대.
안기남이 창을 거두고 물러났다.
[뭐 하는 거야!? 아직 싸움 중이라고!]팽소흥은 그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다.
이제 달아오르기 시작했는데, 방해받는 기분이었다.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었다.
[진정해, 멍청아. 여기서 전력을 뽑아낼 셈이냐?] [하하. 저자의 창은 제법이나 내 상대는 아니야. 네가 중간에 끊지 않았어도 막을 수 있었다] [그럼 저기 저 사람은?]남궁청운이 답 대신 고갯짓을 했다.
숙소 간이 벽 위.
언제 와 있었는지, 초로의 늙은이가 구부정하게 앉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허. 보통 고수가 아니다] [실력을 숨겨라. 우리는 천마라는 자를 확인하기 위해서 온 거야] [흐흐흐. 벌써 부터 이런 고수라니. 역시 오기를 잘했다] [하.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 처먹어라]남궁청운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력에는 자신이 있지만, 마냥 날뛸 만큼 주변이 만만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실제로 팽소흥은 여유롭다고 말 한 안기남의 창격.
그렇게 얕잡아 볼 위력이 아니었다.
아직도 창격을 걷어낸 오른팔이 떨리고 있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흠. 말이 통하니 다행입니다. 아직 행사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 험한 일로 힘 빼지 맙시다. 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면 그때는 힘으로 쫓아낼 겁니다.”
“명심하죠. 물러나겠습니다.”
여전히 흥분해서 콧김을 내뿜는 팽소흥을 끌고 숙소로 돌아갔다.
한국이라는 땅.
그리고 천마신교라는 장소는 만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