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65
◈ 숨겨진 이야기
팽소흥은 도를 찍어 놓은 채 침묵했다.
눈빛은 용광로처럼 뜨겁고 숨소리는 거칠었다.
속의 열기를 간신히 눌러놓은 모양새였다.
“그만해라, 소흥.”
보다 못한 남궁청운이 말을 걸었다.
터지기 직전의 화약과 같은 팽소흥 때문에 대기실 스텝들이 전부 경직되어 있었다.
“너도 알고 있었냐?”
“뭘 말이냐? 연남서의 행동?”
“그래! 네놈도 연남서가 다른 셈을 가지고 여기까지 온 걸 알고 있었냐고!?”
“그래. 알고 있었다.”
“뭐!?”
때아닌 긍정에 팽소흥이 자리를 박찼다.
서걱, 하고 뽑혀 나오는 도에 주변 스텝들이 일제히 움찔했다.
대기실에서 사고가 나면 책임은 자신들의 것이었다.
“대체 뭘 바란 거냐? 우리 오룡이 전부 너처럼 싸움만을 찾는 투견이라 생각했어?”
“투견!? 지금 날 모욕하는 거냐, 남궁청운!?”
“정신 차리라고 하는 말이다. 우리 오가의 위치는 뜰에 풀어놓은 아이들처럼 자유롭지 않다. 각자의 입장이 있고, 그에 대한 생각이 존재한다.”
“너도 연남서처럼 다른 생각이 있다는 거냐!?”
“알려줄 생각은 없다. 우리가 오룡이라 불리나, 가족인 건 아니지 않나.”
“너……”
팽소흥이 이만 갈고, 도를 내려놓았다.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되레 호흡은 가라앉아 있었다.
“마음대로 해라. 난 그딴 건 모른다. 도를 쥐었으니 강자와 싸우고 싶을 뿐이다. 잘난 권력 싸움 따위. 하고 싶다면 너희나 해.”
“소흥……”
“가라. 경기장 위에서 만난다면 배려는 하지 않겠다.”
남궁청운이 입술을 달싹이다, 물러났다.
팽소흥의 상태라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와 복도를 힘없이 걸었다.
“예상대로의 상태인 거냐?”
“제갈서. 풍천룡.”
복도 한쪽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같은 오룡인 제갈서와 풍천룡이었다.
“애초에 힘뿐인 팽소흥에게 이런 복잡한 상황을 이해시키기는 어렵겠지.”
“너무 낙담하지 마라, 청운.”
“애초에 참가를 말렸어야 했나 싶다.”
“말린다고 들어먹을 놈이 아니다. 팽가에서도 반쯤 포기한 걸 네가 이해시키는 어렵지.”
친우들의 다독임에도 남궁청운은 쉬이 얼굴을 피기 어려웠다.
그래도 죽마고우 아닌가.
말문을 트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 친구로 지내왔다.
상황의 복잡함이 그를 괴롭게 했다.
“그보다, 청운. 우리는 이만 기권을 하고 내려갈까 한다.”
“기권? 이제 와서?”
“대군이 직접 나선 마당에 우리의 역할은 없다. 실력은 실력대로 확인했고, 굳이 나서서 일을 더 벌일 이유는 없겠지.”
“대군이 우리를 도울 거라 본 거냐?”
“연남서에게 확답을 했다더군. 허언할 분이 아니다.”
“그래. 그렇다면 너의 뜻대로 해라. 소흥의 억지에 휘말려 준 것만 해도 미안한데, 더 무리하게끔 할 수는 없지.”
남궁청운이 포권하며 허리를 숙였다.
여기까지 함께 따라와 준 친구에 대한 예의였다.
풍천룡과 제갈서도 웃음을 지우고 정중하게 이를 받았다.
어리지만 가문을 대표하는 자들.
주고받음은 확실했다.
“무운이 있기를.”
헤어짐은 간결했다.
#
어수선한 과정에서도 대회는 진행되었다.
풍천룡과 제갈서가 기권으로 시합수가 줄어 결과를 내는 것은 더 빨랐다.
이지아, 안기남, 윤서나, 팽소흥, 남궁청운, 유인서, 한서휘 등 8강 인원이 정해졌다.
“대진표가 나왔어요.”
추첨도 매우 빠르게 진행했다.
각 선수가 나와서 번호표를 뽑아서 알맞은 상대를 찾아갔다.
남은 건 전부 실력자뿐이라 운도 의미 없었다.
“첫 번째는 지아랑 남궁청운이라는 사람이네요.”
“오룡과의 두 번째 싸움인가. 연남서는 확실히 강했다.”
“기남 오라버니, 자신이나 걱정하세요. 다음 상대가 한 대령님이잖아요.”
“하하. 그건 기쁜 소식 아니냐.”
이지아와 남궁청운, 안기남과 한서휘, 팽소흥과 윤서나, 유인서와 마지막 사람이 짝으로 정해졌다.
“우리끼리 전부 올라가서 결승하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겠죠?”
“오룡의 수준이 비슷하다면 만만치 않을 거다. 연남서 그자와 내 차이는 거의 없었다. 마지막 한 수가 승부를 갈랐을 뿐.”
“제 상대는 팽소흥인데……어떨까요?”
“글쎄. 이전의 너라면 필패라고 말을 하겠지만, 지금은 또 다르지.”
선천공을 깨달으며 한 단계 상승한 윤서나였다.
안기남도 섣불리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지였다.
“그보다, 기남 오라버니. 그때, 그 연남서 말이에요.”
“경기장 위에서 있던 일 말이구나.”
“네. 무슨 말을 했어요?”
“그건……”
“답은 본좌가 해주마.”
그때, 소리 없이 천마가 다가왔다.
안기남이 벌떡 일어나 예를 취했다.
“편히 있거라. 적아 넌 가서 다른 아이들을 불러오고.”
“네? 아, 네!”
윤서나가 황급히 뛰어나갔다.
천마가 이리 나온다는 건 중한 이야기가 있다는 의미였다.
“대군이라는 분과 이야기가 끝난 겁니까?”
“눈치가 빠르구나.”
“은혜를 입었다 하고, 연옥의 사자라 칭하니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중히 여겨라.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그 정도입니까? 대군이라는 사람이?”
“순수하게 겨루자면 막가 놈보다 몇 수는 위다. 기공의 강함을 포함해도 반수는 위지.”
안기남이 적잖이 놀랐다.
막하금의 무지막지함이라면 얼추 알고 있다.
그런 사람보다 몇 수 위라면 얼마나 강한 걸까.
아니, 애초에 천마가 보통이 아니라 칭하는 것조차가 처음이다.
중요인물 리스트에 별표를 다발로 박았다.
“에잉, 혼자만 재미를 다 보고.”
이내, 막하금의 볼멘소리를 시작으로 천마신교의 나머지 사람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듣거라.”
천마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천마가 사라지고 무림이 혼탁해졌다.
그 모습을 두고 볼 수 없던 황궁은 거대한 진법을 사용하여 무림인들을 일소했다.
그 과정에서 독기가 발생하고 괴인이 탄생.
시간이 흘러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만들어졌다.
“중간이 빠져 있었네요.”
진법에 무림인들이 갇힌 이후, 나머지는 어떻게 되었는가.
천마가 전해 들은 이야기는 바로 그 빠진 부분이었다.
“진법은 기운 자체를 빨아들였다. 상승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기운의 정제가 필수적인 요소. 이를 방해하는 진법이 있으니 차츰 고수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무림 전체가 쇠퇴기를 겪었군요.”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진법에 빠진 이들이 아무리 많다 한들, 중원 무림 전체와 비교하자면 일부다.
기인이사는 여전히 세상이 널리 남아 있었다.
“나름의 방식으로 상황을 수습했다. 기운의 방출을 막기 위해 진을 설치해서 터를 잡은 것이지. 그렇게 탄생한 세력의 일부가 중원 오가다.”
“그럼 그 사람들은 오십 년 전 사건 이전부터?”
“스스로 칭하기를 후무림이라 하더구나.”
“후무림. 명맥을 이어오던 사람이 있었군요.”
“많지는 않으나, 분명 존재했다. 허나, 너희가 말하는 50년 전의 사건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다.”
괴이가 등장하고 능력자들이 탄생한 시기.
“산. 선산이군요.”
“맥을 달리하는 이들이 등장한 거다. 이들은 천년을 견디고 온 후무림의 무인들보다 월등하게 강했다. 선자라는 놈들의 말을 믿어주자면 진의 내부에서 괴이를 상대했던 거니까. 실제로 강할 수밖에.”
“기운의 수준이 달랐군요.”
“그것도 그렇지만 무언가가 더 있다.”
“더 있어요?”
“50년 전 그날 이후로 태어난 무인들은 모두 기형적인 형태로 기운을 이어받았다.”
천마의 시선은 안기남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능력자, 라는 말로 묶어서 설명하는 기형적인 힘의 원천이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무공과 그에 맞는 기운을 타고 태어난 거다. 산 밖의 이들은 편린으로, 안의 이들은 온전하게. 아마도 선별하여 내자 외객으로 분류한 거겠지.”
“음. 그런 거면 후무림의 사람들은 달가워하지 않았겠군요.”
“당연하다. 후무림이라는 이름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이들에게 선자는 불청객과 다름없었지.”
“그럼 싸운 건가요?”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허나, 앞뒤를 맞춰보자면 아마 제압당했겠지.”
궁은 산의 아래에 들어가 있다.
오룡은 궁의 대군에게 공경의 모습을 보였다.
순차적으로 살펴보아도 후무림에 속한 오가는 궁보다 입지가 낮았다.
“그럼 연남서가 제게 말 한 적의 적이라는 말은……”
“후무림 역시 선산에 반기를 든다는 거지.”
“그걸 위한 연대. 혹은 우리의 전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참가했던 거로군요.”
“궁은 감시를 위해서 사람을 파견했고. 이제야 앞뒤가 맞아떨어지네요.”
중간에 있었던 잡다한 일을 빼고 보자면 그렇다.
대군의 중재가 없었더라면 오룡은 직접적으로 접촉.
이를 막아서는 궁의 인물과 충돌하여 전쟁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적의 적이라. 그래도 아군이라 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기분은 좋네요.”
“꼭 그렇지는 않아. 연남서의 말로 미루어 볼 때, 오가는 황궁과 불가침 관계야. 서로 터치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는 거지.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는 장담 할 수 없어.”
“흑아가 잘 말했다. 오룡이나 오가. 후무림의 세력은 크지 않다. 그들은 궁. 그 너머 산을 두려워하고 있지. 세력을 셈하고 불리하다 싶으면 돌아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윤서나의 얼굴이 시무룩하게 바뀌었다.
그래도 같은 편 생기나 싶어 좋아했었는데, 아직은 아니었다.
“게다가 선산이라는 곳. 연남서의 말을 따르자면 하나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 이야기도 목군에게서 들었다. 동쪽의 선산, 서쪽의 대산, 북쪽의 설산, 남쪽의 망산. 이렇게 네 곳의 산과 가장 중앙에 이름 없는 산이 하나 더 존재한다고 하더군.”
“하아. 선산 하나로도 벅찬데 그런 게 여럿이라니.”
“적이 많으니 즐겁지 않더냐?”
천마를 따라서 웃기에는 윤서나의 간이 아직은 작았다.
“허면, 문주님. 앞으로 저희는 어찌 대응해야 하는 겁니까?”
“변한 건 없다. 세에 따라 흔들리는 건 약자의 입장. 본좌가 있는 천마신교에 그런 나약함은 허락하지 않는다.”
“오가에서 접촉을 해와도 말입니까?”
“신교의 아래에 들어오고 싶다면 허락해 주마.”
천마가 해도에 몸을 기대며 씩 웃었다.
그 옛날, 중원정벌을 할 때의 기분이 들어서 나온 웃음이었다.
안기남 등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오싹함이 있었다.
“선산이 하나든 둘이든 넷이든 다섯이든 상관없다. 어차피 싸울 놈은 싸우고 말 놈은 만다. 단련하고 단련하여 덤비는 놈들을 모조리 쓰러뜨리다 보면 결국 남는 건 본좌와 신교 뿐이다.”
“마도……라 이거죠?”
“우리에게는 술책도 타협도 없다. 힘으로 누르고 승복을 받아낸다.”
고작 몇 명으로 이루어진 천마신교.
선산이나 궁 등과 비교하면 철저하게 약한 세력이다.
상식대로라면 이런 말을 할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것이 천마라면 다르다.
그는 하나이나 전체였던 남자.
이미 중원을 제패했던 인물이다.
“그 첫째가 이번 대회다. 남은 이들을 모조리 쓰러뜨리고 신교가 제일임을 널리 알리고 오너라.”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문주님의 말씀이라면.”
“최선을 다할게요.”
질 수 없는 이유가 생겼다.
모두의 눈에서 투지가 이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