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21
제121화
121화
세상은 점차 무너지고 있었다.
재난 영화 속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재난 발생 후 6개월 뒤처럼 전 세계는 이 6개월 동안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물론 6개월이 아닌 몇 년 이상을 버텨내고 있었지만 몇몇 지역과 국가들은 재난 발생 후 그 6개월을 버텨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고, 사라져 가고 있었다.
크어어어어!
뮤턴트가 되어 버린 존재들.
그들은 이내 허기짐을 참지 못하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인간이나 동물을 만나면 잡아먹고 잡아먹지 못하면 굶어 죽거나 자신과 다른 형의 뮤턴트에게 잡아먹혔다.
그렇게 뮤턴트는 마치 전염병처럼 찾아왔다가 더 이상의 숙주를 찾지 못하고서는 사라져 버렸다.
그 과정이 6개월이라면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다.
그렇게 가장 먼저 수많은 섬들에서 6개월 만에 인간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한때는 인간들이 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면 미스터리한 일이라며 조사라도 했겠지만 그 어떤 국가나 집단도 사라져 버린 섬의 주민들에 관심을 보일 여력이 없었다.
그들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뮤턴트들의 먹이가 되었으니 섬에는 동물들도 사라졌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놀랍게도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인지 인간이 사라져 버린 섬에는 섬의 주인 중 하나인 동물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멸종은 인간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처럼 보였다.
인류에게 있어서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이었다.
하지만 이런 재난은 인류 역사에 몇 번이고 기록되거나 전승되어 왔다.
* * *
“미스터리.”
“뭔 소리야?”
“사라져 버린 역사에 대해서 아십니까? 팀장님.”
“사라져 버린 역사?”
“예. 인류 수천 년의 역사에서 아니 수만 년의 역사에서 기록되지 못한 아니 기록이 지워져 버린 역사가 존재합니다.”
“갑자기 변이체 연구 중에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갑자기 문과적인 상상력이 꿈틀거리기라도 했냐?”
전 세계의 생물학 관련 연구시설은 기존의 모든 연구를 중단하고 뮤턴트 연구로 돌려졌다.
생물학뿐만 아니라 전혀 연관이 없는 분야마저도 뮤턴트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을 지경이었으니 뮤턴트 전문 연구시설에서는 전쟁터 같은 상황이었다.
“제가 과거에 대학교 교양 과목으로 인류학에 관해서 공부를 했었는데요.”
팀장인 자신의 한소리에도 연구팀원의 헛소리가 계속되자 팀장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는 계속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있었다.
“그래. 한번 해 봐라. 뭔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뮤턴트 처음 남미에서부터 시작되었지 않습니까?”
“그래. 칠레였나? 그곳에서 시작되었지.”
“예. 뮤턴트를 만들어 낸 엔젤이라는 것도 그곳에서 처음 나타났구요.”
“그런데?”
“어쩌면 엔젤이라는 것이 이미 과거에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외계의 물질이 아니라?”
“예. 처음에는 외계의 물질로 여겨졌지요.”
엔젤의 성분 중에 도저히 확인되지 않는 물질이 하나 있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까지 할 정도로 발전된 생명과학 기술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대부분의 생물유전학자들은 엔젤이 지구가 아닌 우주의 외계에서 온 물질일 것이라 여기기도 했다.
“남미의 고대 문명. 도시는 있지만 그 도시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 어쩌면 그게 엔젤로 인해 있었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니까 게임이나 영화 시나리오처럼 남미의 깊은 어딘가에 엔젤의 성분을 가진 무언가가 있고 그게 남미 마피아들의 손에 넘어가서는 전 세계에 퍼졌다는 거지?”
“예.”
어이는 없었지만 누구나 생각해 볼 법한 음모론이었다.
그리고 꽤나 그럴듯한 음모론이었다.
“그거 조사 안 해 봤겠냐? 바로 위에 붙어있는 미국이라는 양반들이. 그리고 우리나라도 가만히 있었을 것 같냐?”
“예?”
“아마 모르긴 몰라도 칠레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은 아주 샅샅이 뒤지고 다녔을 거다. 아니 지금도 뒤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연구팀장의 말처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엔젤의 주성분이 되는 원료를 찾기 위해 남미 땅을 다 뒤지고 다니고 있었다.
전 세계 강대국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엔젤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가 너무 위험함에 엔젤을 없애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제는 엔젤을 가져야 생존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연구나 계속해.”
“알겠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것은 이미 다른 이들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연구팀장은 자신의 연구팀원들을 갈굴 때는 갈구고 다독일 때는 다독이면서 팀을 끌고 갔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연구소의 휴게소에서 담배와 싸구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그 누구도 다독여 주지 못할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달래야만 했다.
“후우! 이 일이 언제쯤 끝날지. 벌써 집에 못 간 지 일 년도 넘었네.”
가족이 있는 그였지만 워낙에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기에 집은커녕 연구소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한 번씩 가족들과 화상 통화를 할 때도 보안 요원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지금의 잠시간의 휴식도 감시를 받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충분히 이해가 되기는 했지만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헌신을 하는 자신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휴식을 보내고 있을 때 제2 연구팀장이 지친 모습으로 휴게실로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팀장!”
“어? 이 팀장님.”
“담배?”
“하아! 예. 겨우 끊었는데.”
“나도 그래.”
한 가지 좋은 것은 돈이 안 든다는 것이었다.
연구소 밖으로 나갈 수도 없지만 필요로 하는 물품들은 최우선적으로 지급이 되었다.
오죽하면 프로포폴과 같은 수면 마취제도 원한다면 투약을 해 줄 수 있을 정도였다.
“뭐 성과라도 있어?”
“성과는요. 기존의 연구는 전부 중단되었습니다.”
“중단? 왜? 거기 엔젤 연구 중이잖아.”
“예. 엔젤 연구 중단되고 변이유도제에서 엔젤 성분 추출하는 방법 알아내라고 위에서 쪼고 있습니다.”
“변이유도체?”
“예. 북쪽에서 변이유도물질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폐기하지 않고 거기에서 엔젤 성분만 추출하라고 하더라구요.”
“안 위험하겠어?”
“위험하겠죠. 하지만 우리가 엔젤을 직접 생산을 하지 못하니 그렇게라도 엔젤 성분을 확보하려는 듯합니다. 추출한 뒤에 정제 과정까지 해야 한다는데. 이거 완전히 마약 만드는 기분입니다.”
답답하다는 2팀장의 말에 1 연구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예. 뮤턴트 팀 쪽은 어떻게 되고 계십니까? 전에 최 상사라고 했던가요?”
“지금은 아마 원사일 걸세.”
“원사라. 그 친구 나이도 꽤나 어린 것 같던데. 뭐 그 친구 덕분에 샘플은 많이 확보했으니 솔직히 계급이 문제는 아닌 친구니까요.”
“그래. 그 친구가 보내 준 마더 샘플은 우리 쪽만……. 아! 이거 극비니까 잊어버리게나. 아이구! 또 원장님께 혼나겠네.”
1팀장은 힐끔 휴게실의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뭐 혼내 봐야 자르지도 못하는데요.”
“그러긴 해.”
연구 분야가 다르기는 하지만 둘 다 팀장급으로 비밀 취급 인가는 동일하게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들을 대체할 인원도 없었기에 연구소에서 쫓아내지도 못했다.
사실 차라리 쫓겨나고 싶을 지경인 두 사람이었다.
그래도 둘 다 너무 민감한 이야기는 하진 않았다.
그들의 두 어깨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운명이 걸려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식량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내가 식량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거 지금 마더에 대해서 궁금해서 그러는 거지?”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요.”
“뭐 성과는 조금 있어. 단지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지.”
두 팀장이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휴게실 문이 열리며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의 보안 요원이 들어왔다.
“1 팀장님. 원장님께서 부르십니다.”
“아이구! 혼날 시간이구만. 고생해.”
“예. 수고하십시오.”
1팀장이 보안 요원과 함께 휴게실을 나서자 2팀장도 자신이 마시던 커피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다음에는 별다방 커피 좀 넣어달라고 해야겠어.”
2팀장은 다시 자신의 팀원들을 닦달하러 휴게실을 나섰다.
* * *
연구원장실로 호출된 1 연구팀장은 혼낼 테면 혼내 보라는 듯이 자신의 옛 선배를 빤히 바라보았다.
“거 바쁜 사람 왜 오라가라입니까?”
“미친놈. 바쁜 놈이 보안 규정이고 나발이고 다 무시해 버리고 있냐?”
“우리 말고 딴 놈도 없는데 무슨 보안 규정입니까.”
“아무튼! 그래 성과는 있나?”
“안 그래도 보고 드리려고 했습니다. 다른 연구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지만 마더의 체세포는 배양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더의 우유다.”
“예. 그것도 안전한 우유지요.”
“방법은?”
“젖소에 마더의 체세포를 융합시킬 생각입니다.”
“좋아. 자네도 알다시피 식량 문제가 심각해. 지금까지야 미국에서 도와줬지만 더 이상은 힘들 수도 있네.”
“왜 그렇습니까? 미국 상황이 좋지 않습니까?”
미국과는 꽤나 깊은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는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한 곡물과 식량을 보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게.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류형 뮤턴트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있네.”
“어류형이요?”
“그래.”
“후우! 조류형 나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니 이미 예상했던 것이었으니.”
“예상이 아니라 다른 연구소에서 이미 어류형 뮤턴트를 만들어 냈네.”
“아! 2 연구소요?”
“그래. 거기서 이미 어류형 뮤턴트 만들어 냈었어.”
“동일 개체입니까?”
“모르지. 변이물질이 워낙에 다양하니 뮤턴트도 엄청나게 다양해. 1형 뮤턴트만 해도 변종이 나타나고 있어. 나중에는 정말로 좀비처럼 감염을 시킬 수 있는 개체가 나올지도 모르지.”
“결국 변이물질이 문제로군요.”
“그래. 이미 수많은 변이 유발 물질을 생산 중단시켰지만 전부를 다 중단시킬 수는 없으니까. 더욱이 아직 실험을 끝내지 못한 물질들이 너무나도 많기도 하고. 더욱이 어떤 놈들인지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아.”
연구원장의 말에 1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저 조금 전에 음모론에 대해서 듣고 왔습니다.”
“마야 문명 말인가?”
“아시는 것 좀 내놔 보세요. 선배님.”
“나도 감시받는 중이야.”
“어차피 저희처럼 못 쫓겨나시잖아요.”
“원천 물질이 발견된 것 같아.”
“엔젤의 원천 물질입니까?”
“아니. 음모론. 첫 번째 뮤턴트가 발견된 것 같다.”
찬란하게 빛이 나던 고대의 문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원인이 발견된 듯했다.
1팀장은 연구원장의 믿기지 않는 말에 헛웃음만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의 산물이 현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뱀파이어는 너무 하잖아.”
고대 신화나 전설 속에서 등장하는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