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
제2화
2화
며칠 동안 의식을 잃었는지 알 수 없었다.
“창수야! 창수야!”
몇 번 고시원방문을 두드리는 고시원 총무 형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창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전화를 걸어도 전화를 받지 않는 창수였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해 봐도 남자는 실종 신고를 받아주지도 않았다.
며칠 바람 쐬다가 돌아올 것이니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핀잔만 들을 뿐이다.
그렇게 창수는 죽음의 문턱을 지나야만 했다.
온몸의 근육과 뼈, 신경이 알 수 없는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나 수많은 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는 뇌는 감당하기 힘든 반응을 일으켰다.
본래라면 뇌가 익어버려서는 죽었을 터였다.
창수의 체온은 이미 40도를 넘어 며칠째 떨어지지 않았다.
살아난다고 해도 정상이 아닌 상태가 될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열이 낮아졌다.
그리고 창수는 눈을 떴다.
“…….”
창수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눈앞에 익숙한 모습이 보이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밝았던 해가 다시 어둑어둑해질 무렵에야 창수의 입이 열렸다.
“살았나?”
살기는 한 모양이었다.
바짝 마른 입술이 움직이는 것에 창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목이 바짝 말랐지만 온몸이 땀으로 냄새가 나는 것에 창수는 자신의 고시원 방의 좁디좁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생동설 시험으로 돈을 벌면서 화장실 딸린 고시원으로 옮긴 창수였다.
원룸으로라도 가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돈이 부족했기에 창수는 자신의 방 안에 화장실이라도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좁은 화장실과 함께 샤워기가 달려 있었다.
물론 어떻게 샤워를 해야 하나 싶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쏴아아아아아!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을 창수는 입을 벌려 마셨다.
“목말라. 죽을 것 같이 목이 말라.”
땀을 어찌나 흘렸는지 끝없는 갈증이 났다.
그렇게 배가 뿔룩하도록 샤워기 물을 마신 다음에야 창수는 자신이 옷을 입고 샤워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후우! 나도 참 지지리 궁상이다. 궁상이야.”
창수는 욕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 한숨을 내쉬며 젖은 옷을 벗으려고 했다.
쭈우욱!
“…….”
옷이 낡았는지 그대로 찢겼다.
돈도 아낀다고 몇 벌 없는 옷이 그대로 찢겨버리자 창수는 울컥 화가 나서는 주먹으로 화장실의 타일을 쳤다.
콰직!
“아! 망했다.”
꽤나 단단해서 타일이 아닌 자신의 손이 박살이 나야 하는데 타일이 부서졌다.
창수는 고시원 총무 형이 짜증을 낼 것 같다는 생각에 울상을 지었다.
수리비를 물어줘야 할 것 같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화장실에서 나온 창수는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다.
쭈우욱!
“아! 진짜!”
웃옷을 입으며 조금 잡아당기자 그대로 찢어져 버리는 것이다.
창수는 옷값이 또 들겠다며 한숨을 내쉬고서는 또다시 벽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다가 멈추었다.
“아우! 돈이 원수다! 돈이 원수야!”
오래된 옷만큼이나 아니 옷들보다 더 오래된 고시원이었다.
창수는 정말이지 조심조심하며 옷을 갈아입고서는 고시원 밖으로 나갔다.
“윽! 총무 형이다. 오늘은 보기 그러니까 몰래 나가자.”
고시원을 나가는 길에 총무 형을 발견한 창수는 화장실 벽 타일이 부서진 것이 떠올라서는 몰래 고시원을 빠져나왔다.
왠지 모르게 몸이 가벼웠지만 총무 형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몸의 변화를 알지 못했다.
“후우! 시원하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황사도 없고 구름도 없어서 밤하늘의 별빛도 선명하게 보였다.
지상의 불빛만 아니라면 은하수도 보일 것 같았다.
물론 일반인들의 눈에는 서울 시내 위의 별빛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죽다 살아났네. 역시 사람들이 하지 말라는 건 하면 안 되는 거구나.”
창수는 동네 어린이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서는 자신이 죽다 살아난 것이 생동성 시험 때문이라 생각했다.
잘못했으면 정말 죽을 뻔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도 어느 정도 돈을 모으긴 했으니까. 그래도 역시나 휴학하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겠지.”
아픈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생동성 시험으로 번 돈을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창수였다.
다른 대학생들처럼 모은 돈을 종잣돈 삼아 코인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창수는 자신에게 그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괜히 목숨 걸고 번 돈이 허공에 사라져 버릴 수 있었다.
끼익! 끼익!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며 그네를 타고 있을 때였다.
“까아악! 이러지 마세요. 뭐 하시는 거예요!”
놀이터를 지나가는 골목길 쪽에서 여자의 비명과 남자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도와주지는 못해도 경찰에 신고라도 해 주자는 생각을 했다.
창수도 모르는 여자를 도와주다가 오히려 골치 아파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삭막한 세상이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정의가 살아 있었다.
“아! 미치겠네. 핸드폰 놔두고 왔네.”
호주머니를 뒤졌지만 자신의 스마트폰이 없었다.
옷을 찢어먹고 갈아입다가 좁은 고시원 방에 놓고 온 모양이었다.
짜악!
“까아악!”
남자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폭력까지 사용한 것이 분명하자 창수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들린 곳으로 달려갔다.
“뭐 하는 겁니까!”
“뭐야? 이 생퀴는! 안 꺼져!”
“야! 네 일 아니니까 꺼져라!”
“흐으으응! 살려 주세요.”
여자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고 험악해 보이는 남자 셋이 창수에게 꺼지라고 외치고 있었다.
창수는 고민했다.
꽤나 건장한 몸이었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배운 것도 아니었고 설령 배웠다고 해도 상대는 세 명이었다.
더욱이 술도 취해 보이는 것이 잘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가기에는 아직 어린 창수의 정의감이 작지 않았다.
“경찰 신고했습니다! 그 여성분 놔두세요!”
“뭐? 이 생퀴가! 미쳤나!”
창수가 경찰에 이미 신고를 했다는 말에 남자 하나가 창수에게로 달려들어서는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남자의 주먹은 창수의 얼굴을 그대로 후려쳤다.
충격과 함께 창수의 몸이 휘청였다.
“죽을라고! 이 새퀴가!”
“지가 정의의 사자야? 요즘 어린놈들이 겁대가리가 없어서!”
남자들은 창수에게로 몰려와서는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찼다.
창수는 온몸을 웅크리고서는 남자들의 폭력을 그냥 그대로 받아냈다.
남자들의 폭력으로 창수는 죽을 것 같아 보였다.
놀이터 골목길의 빌라 창문들이 열리고서는 이 광경들을 찍어대고 있었다.
“예! 예! 지금 폭력배들이 사람을 두들겨 패고 있어요. 빨리 와 주세요! 빨리!”
빌라 안의 한 남자가 경찰에 신고를 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달려왔고 창수를 폭행하던 남자들은 술에 취해서인지 제대로 도망도 가지 못한 채로 붙잡혔다.
“이봐요! 괜찮아요? 괜찮냐구요?”
“아! 예! 예! 저기 괜찮지는 않겠죠.”
창수는 정신없이 맞는 중에 자신에게 괜찮냐고 묻는 경찰에 자신이 괜찮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아우! 괜히 이런 일에 끼어들어서. 아우! 아프다. 아니. 그렇게 아프지는 않은데?’
아픈 듯하면서도 아프지 않은 것에 창수는 이상하기도 했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경찰서에 와 있었다.
“아니이! 저 새끼가 먼저 우릴 때렸다니까아!”
“야! 네가 먼저 쳤잖아! 그치! 네가 쳤지?”
“이거 쌍방이야! 쌍방!”
술 취한 남자 셋은 창수가 먼저 자신들을 때리고 시비를 걸었다고 고함을 질렀다.
“이 사람들이! 조용히 안 해요!”
형사들은 술 취한 남자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고함을 지르고서는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는 창수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괜찮아? 병원 안 가도 되겠어?”
“예? 어! 예!”
창수는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보이고서는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는 대답을 했다.
하지만 옷과 피부가 온통 더럽혀져 있는 창수가 걱정되는 형사들이었다.
“아! 저기 여자분은요? 저 사람들이 여자분을 때렸는데…….”
“아! 여자분 있었어? 여자친구?”
“아니요. 그냥 모르는 여자였는데. 제가 도와주려다가.”
창수의 말에 형사들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알 수 있었다.
정의감 넘치는 청년이 괜한 짓을 해서는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우리가 무슨 여자를 건드려어!”
“이보세요! 당신들 행동들 CCTV에 다 찍혔고 다른 제보자분들 영상도 확보했습니다! 여자분 곧 찾을 거고. 저 청년 그냥 처음부터 두들겨 맞기만 하던데. 제대로 조사받으시죠.”
“…….”
CCTV와 주변 빌라촌의 사람들의 동영상이 확보되었다는 말에 술 취한 세 남자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서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객기에 자신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사고를 친 것이다.
“저기 형사님. 그게 그러니까.”
잘못하면 빨간 줄 그어지고 회사에 알려지면 잘릴 수도 있었다.
아니 확실하게 잘릴 것이 분명했다.
대충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야간에 여성을 폭행하고 다수가 폭력을 행사했으니 특수폭행으로 교도소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저기 실수였습니다.”
“아니. 실수요? 저기 저 청년 안 보이세요? 지금 당신들 살인미수야. 살인미수. 조금만 늦었으면 저 친구 죽었어요. 무슨 말인지 몰라?”
“죄송합니다. 저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사과는 저한테 하지 마시고. 저 친구한테 먼저 하세요. 아시겠어요?”
“예! 죄송합니다.”
술이 완전히 깬 남자 셋은 여전히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는 창수에게 다가갔다.
“저기…….”
“예?”
“합의 좀…….”
“예?”
창수는 갑자기 합의 좀 해 달라는 남자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한 창수에게 이런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성인들도 실제로 이런 일을 경험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건 당연했다.
그렇게 합의를 부탁하는 남자들에 형사 하나가 창수를 따로 불러서는 합의 방법에 대해서 살며시 알려주었다.
“다행히 저놈들이 술이 많이 취해서 자네를 때린 것이 영 시원찮았던 거 같은데. 그래도 받을 건 받아야지. 살인미수까지는 힘들 것 같지만 야간 특수폭행이니까 합의해도 검찰로 넘어가게 될 거야. 더욱이 여성분도 찾으면 저 치들 그냥은 못 넘어갈 거고. 아마도 교도소는 들어가게 될 것 같으니까. 자네만 괜찮다면 합의해서 돈이나 받아.”
“그…… 그래도 돼요?”
“안 될 건 뭐야? 오히려 당연히 받아야지. 그리고 다음부터는 이런 일 있으면 경찰에 먼저 신고하고 굳이 나서지 마. 내가 동생 같아서 그런 거야.”
“아! 예.”
“수고했다. 수고했어.”
형사는 여전히 얼이 빠져 있는 창수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창수 덕분에 위험할 뻔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창수는 일 인당 천만 원씩 합의금을 받게 되었다.
단순 폭행이었다면 창수가 다친 것만큼 받게 될 터였지만 살인미수에 준하는 특수폭행으로 인해 겁을 집어먹은 남자들이 천만 원씩에 합의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창수는 경찰서에서 자신의 통장으로 합의금이 들어온 것을 보고서는 경찰서를 나설 수 있었다.
“아! 해 떴다.”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해까지 떠서는 창수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금융 치료 받았네.”
창수는 자신이 금융 치료를 받았다는 것에 왠지 모르게 입술이 실룩였다.
몸이 아파도 두둑해진 통장 잔고에 창수는 누가 자신을 안 때려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괜히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싸아! 국밥 먹어야지! 국밥이다!”
창수는 경찰서 앞에 연 돼지 국밥집으로 흥겨운 걸음으로 걸어 들어갔다.
야무지게 국밥까지 먹고 나자 아픈 몸은 완전히 나아 버렸다.
아니 처음부터 아프지 않았던 창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