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93
제293화
293화
미노가 자기 멋대로 뮤턴트들을 아지트로 끌고 오는 동안 창수는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산 아래로 내려왔다.
우선 자신들이 탈출을 한 부대 주둔지로 향했다.
자신들이 탈출을 한 지 거의 한 달 정도가 지난 뒤였다.
좀 더 빨리 접촉을 하려고 시도를 했지만 경계심이 수그러들지 않아 오해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짙어질 것 같아 시간을 둔 것이다.
물론 터널을 찾고 겨울 월동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도 있었다.
그렇게 부대 주둔지까지 걸어서 도착을 한 창수는 엉망으로 버려진 주둔지를 볼 수 있었다.
거미 뮤턴트들의 사체도 제대로 치워지지 않았다.
주둔지도 거미 뮤턴트들이 날뛰면서 박살이 나 버려서 복구를 하려고 할 바에는 그냥 다른 곳에 만드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과거에는 땅값 걱정을 했었지만 이제는 남는 것이 땅일 정도로 땅값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 세상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주둔지를 뒤지며 쓸 만한 무언가가 있나 찾아보았다.
의외로 특수부대 주둔지였기에 쓸 만한 것들이 있었다.
“찾았다. 강화 물약하고 변이 억제제.”
엔젤은 보이지 않았지만 부대 내에서 보관을 하고 있던 강화제와 변이 억제제였다.
뮤턴트에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강화제였지만 변이 억제제는 어느 정도 쓸모가 있었다.
빅의 생체 조직이 몸 안에 흡수된 뒤로 창수에게 강화제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사실상 인간이 아닌 뮤턴트가 되어 있는 창수였다.
그렇게 강화제와 변이 억제제를 찾은 창수는 무기고로 향했다.
하지만 무기고는 이미 전부 털어가 버린 것인지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다른 국가들에 비해 무기나 탄환의 수량이 월등하게 많은 대한민국이었다.
반세기 가까이 전쟁을 준비했던 국가이기에 대한민국 국토 이곳저곳에 엄청난 양의 무기와 물자를 보관하고 있었다.
전북 임실의 제6 탄약창만 해도 부대 주둔지 내를 한 바퀴 도는 데 40킬로 행군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6 탄약창의 지하에 엄청난 양의 탄약과 포탄들만 해도 한반도를 다 뒤덮을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이라고 한다.
그런 탄약창들이 규모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반도 곳곳에 있었다.
물론 이 막대한 물자들은 뮤턴트 사태가 터지고 엄청나게 소모가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뮤턴트 부대의 주둔지에는 전투 물자들이 꽤나 넉넉하게 들어왔었으니 전부 빼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별다른 소득 없이 창수는 주둔지를 나와서 근처의 마을로 향했다.
부대원들이 뮤턴트들이었기에 인가 근처에 둘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처까지 가려면 꽤나 가야만 했다.
제대로 보수 공사를 하지 않아 이리저리 파인 도로를 따라 걷고 있자니 마치 멸망을 한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학생 때 생각나네. 국토 종주랍시고 걸었던 기억이 나네.”
과거의 대한민국에서는 한 시간 동안, 아니 삼십 분 동안 걸으면서도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나 도로를 따라 걷는다면 반드시 차가 지나갔다.
그렇게 삼십 분을 걸으면서도 차 한 대 볼 수 없었다.
중간중간 버려진 마을들만 발견할 수 있었다.
고라니와 멧돼지가 보였다.
그리고 낯선 동물들도 보였다.
“저게 하마인지 코뿔소인지.”
하마와 코뿔소를 반쯤 섞어 놓은 듯한 동물이었다.
크기도 제법 커서 뮤턴트라고 해도 쉽게 어찌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본래 있었던 동물로 동물원에서 탈출을 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노출된 엔젤과 변이 물질에 의해 새로운 생명체로 변이가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다지 공격적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풀을 뜯어먹는 모습으로 육식이 아닌 초식 동물인 것 같아 보였다.
물론 초식 동물이라고 해서 전부 온순하다고 보기에는 무리였다.
“저런 놈들이 겨울을 보낼 수 있을까?”
한반도의 겨울은 꽤나 혹독했다.
남해안 쪽이라면 그나마 조금 나을 터였지만 전라북도나 경상북도 위로만 올라가도 한반도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 뮤턴트라고 할지라도 살아남기 힘들었다.
변이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부터는 진화였다.
환경에 적응을 하며 진화하지 못한다면 변이 뮤턴트라고 해도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직은 먹이가 풍부한 가을이었기에 여유로워 보이는 괴생명체를 지나치며 창수는 계속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이내 상당히 큰 도시가 보였다.
멀리서 보면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수많은 건물들이 보이면서 버려졌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도시였지만 점차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처참했다.
건물 벽의 페인트는 다 벗겨지고 물때와 먼지들로 검게 변해 있었다.
간혹 철근이 드러나서는 붉은 물이 밖으로 흘러나와 있었다.
이론적으로 콘크리트 건물은 백 년 이상을 간다고 한다.
하지만 뮤턴트 사태가 일어난 지 백 년도 되지 않았고 콘크리트 건물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만큼 노후화되어 있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한때 식량 부족으로 개와 고양이를 전부 잡았지만 아직 살아 있던 개와 고양이가 있는 것인지 드문드문 보이고는 했다.
인간들의 옆에서 꼬리를 흔들어 대던 개도 경계심을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도시 전체를 다 뒤질 수는 없었지만 예민해진 감각으로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 창수의 감각에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자 창수는 도시를 지나쳐 계속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갔다.
걷고 있다고 해서 일반인의 걸음과 같은 속도인 것은 아니었다.
자동차의 속도보다는 느렸지만 과거 시내의 도로 주행 속도만큼의 속도로 걷고 있었다.
사실상 일반인이 전력으로 뛰는 정도의 속도였으니 제법 규모가 큰 도시를 관통하는 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한적한 풍경이 드러나고 국도 주변의 작은 마을과 건물들이 나타났다.
그러다가 창수는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비명 소리는 꽤나 거리가 있어서 일반인이었다면 듣지 못했을 것이었다.
먼 거리였기에 제때에 도착을 할 수 없을 터였지만 창수는 있는 힘껏 달렸다.
마치 바람 같이 날아가는 창수의 몸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웬 남자아이를 향해 달려들고 있는 기형 멧돼지를 발견했다.
변이된 것이 분명했다.
멧돼지의 형태였지만 몸 밖으로 뼈로 보이는 뿔들이 고슴도치처럼 수십 개가 솟구쳐 있었다.
더욱이 매우 공격적인 듯이 연신 도망을 가고 있는 남자아이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열심히 도망을 치고 있었지만 창수가 조금만 늦었다면 기형 멧돼지에게 죽임을 당했을 터였다.
창수는 자신의 대검으로 기형 멧돼지의 몸 위로 솟아나 있는 뿔들을 베어냈다.
카캉!
마치 금속과 맞닿는 듯한 소음이 들렸다.
소구경의 총탄도 막아 낼 수 있을 만한 강도였다.
하지만 창수의 힘과 아룬의 신체로 이루어진 대검의 강도는 기형 멧돼지의 뿔의 강도를 넘었다.
그렇게 뿔이 베이고 부러지자 기형 멧돼지는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쿠에에에에엑!
이내 자신을 공격한 창수의 존재를 알아본 기형 멧돼지였지만 뿔이 사라진 맨 피부 안으로 뚫고 들어오는 창수의 검은 기형 멧돼지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들었다.
“꽤나 귀찮은 놈이네.”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빠르게 피부가 재생을 할 뿐만 아니라 잘리고 부러진 뿔들도 다시 피부 밖으로 뚫고 나왔다.
몸을 버둥거리며 도망을 치는 듯하던 기형 멧돼지가 몸을 돌려서는 창수를 노려보았다.
그러고서는 곧장 창수를 향해 돌진을 하는 것이다.
몸 밖으로 나와 있는 단단한 뿔은 닿는 것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 같았다.
실제로 뿔은 자신의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할 때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돌진을 해 오는 기형 멧돼지의 모습에 창수는 몸을 옆으로 피하며 정확하게 기형 멧돼지의 배를 후려쳤다.
퍼억!
쿠에에엑!
비명 소리와 함께 기형 멧돼지의 몸이 뒤집혔다.
문제는 날카로운 뿔들이 길게 나 있었기에 땅바닥에 뿔들이 꽂힌 채로 부드러워 보이는 뱃살을 내밀게 된 것이다.
창수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기형 멧돼지의 뱃살을 갈라 버렸다.
재생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기에 배를 갈라도 신체가 회복되려고 할 것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곧장 배 안을 드러낸 기형 멧돼지의 심장에 검날을 박아 넣었다.
두뇌와 함께 심장 또한 뮤턴트의 약점이었다.
물론 뮤턴트가 아니라고 해도 뇌와 심장은 모든 생명체의 약점이기는 했다.
결국 심장에 구멍이 나자 기형 멧돼지도 별수 없었다.
몸이 축 늘어져 버리자 창수는 자신과 기형 멧돼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남자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영식아!”
잠시 후 남자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어디서 구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오래된 칼빈 소총을 들고서는 달려왔다.
창수를 보고서는 칼빈 소총의 총구를 겨냥했다.
총알이나 있을까 싶었지만 설령 총알이 있다고 한들 창수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영식아! 괜찮냐?”
“아버지! 괜찮아요! 저 군인분이 저를 구해 줬어요!”
총을 든 남자도 창수의 옆에 배를 까뒤집고 있는 기형 멧돼지는 볼 수 있었다.
더욱이 창수의 옷이 군복이었기에 군인 출신임도 알아보았다.
“구…… 군인이시오?”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땅에 군인 출신이 아닌 남자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었지만 현직 군인이냐는 의미였기에 창수는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이…… 입 안을 보여 주시겠소?”
인충의 존재에 대해서 아는 듯했다.
창수는 순순히 남자의 요구대로 입을 벌려서는 안을 보여 주었다.
입 안쪽에 구멍은 보이지 않았기에 남자는 안도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서는 자신도 입 안을 보여 주었다.
마치 그것이 인사법이 된 듯했다.
외형으로 인충과 인간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오직 입 안의 구멍으로 구분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인충이 아님을 확인하자 그제야 남자는 안도를 했다.
“후우! 아들을 구해 줘서 고맙소.”
“근처에 생존자 마을이 있는 겁니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생존자들을 보지 못한 창수였다.
인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천만 명 이상은 있어야 할 인구였다.
아무리 수도권에 많이 몰려 있다고 해도 산간 지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야 했다.
그렇게 생존자들이 남아 있는 마을이 있냐는 창수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근처에 생존자 마을은 없소. 사람들을 찾으려면 서울 쪽이나 전주 그리고 광주 쪽으로 가야 할 거요. 경상도 쪽은 나도 모르오. 아니, 군인인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통제 구역 안에서 특수 작전 임무 중이었습니다. 통제 구역 밖의 본대와의 연락이 끊겨서 나왔더니 부대가 사라져 있더군요.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본 도시에도 분명 사람들이 있어야 했는데 없더군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통제 구역 안이라면?”
창수는 손을 들어 산맥 방향을 가리켰다.
“특……수부대원 출신이시군요.”
남자는 산맥 쪽에서 임무 수행 중이었다던 창수의 말에 창수가 일반 군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잘은 모르오. 그냥 군인들이 사람들을 데리고 갔소. 안전한 곳으로 데려간다고. 그런데 나는 그놈들이 인충이라고 생각해서 아들 놈하고 도망쳤소.”
“도시의 사람들 전부가 군인들과 함께 사라졌다구요? 한두 명이 아니라 수천수만 명이 넘을 텐데요.”
“후우! 그게…… 하아! 따라오시오.”
남자는 한숨을 내쉬고서는 창수를 데리고 다시 창수가 지나왔던 도시로 갔다.
늦은 시간이어서 어느덧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해가 지면 위험해집니다.”
“알고 있소. 하지만 괜찮을 거요. 그리고 놀라지 마시오.”
놀라지 말라는 남자의 말에 의아해하던 창수는 도시에 가까이 접근을 하자 도시 안에서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완전히 어둠이 내린 도시에는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를 반딧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저것들이 언젠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소. 그리고 사람들이 사라졌지.”
창수는 손바닥 정도 크기의 요정들처럼 보이는 것들이 도시를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