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40
제340화
340화
드문드문 보이는 수인족들과 뮤턴트들을 지나쳐 데런의 고향인 폴란드로 향했다.
그러던 중 겨울이 찾아왔다.
이미 달력의 날짜는 확인을 할 수 없었기에 정확하게 몇 월 며칠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다소 일찍 추워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쉽게 그칠 눈은 아닌 것 같은데.”
빅의 말에 창수도 시커먼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구 온난화로 점점 따뜻해지던 지구는 뮤턴트 사태 이후 인간들의 문명이 멈추자 급격하게 추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인간들은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꺼운 털이 나 있는 동물 가죽을 뒤집어쓰고서는 눈길을 계속 걸었다.
서쪽으로 가면서 점차 도로 상황은 좋아지고 있었지만 하얀 눈이 뒤덮이며 도로와 평지의 경계가 사라졌다.
데런의 고향이 폴란드라지만 동유럽 전체의 지리를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대충 벨라루스일 겁니다.”
“멀리도 돌아가는군.”
“생각보다 그 방사능 괴물의 영역이 넓습니다. 과거에는 그나마 관리를 했었지만 이제는 관리를 하는 이들이 없을 테니 당연한 것 같습니다.”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핵 발전소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핵 발전소가 있는 곳에 방사능 물질을 흡입하는 뮤턴트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그 때문에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멸종을 하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창수는 그렇게 당장 뮤턴트들을 아담으로 바꿔서는 안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라핌은 방사능 괴물로부터 엔젤을 강제 추출하지는 못하겠다고 거부를 했다.
당장 힘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방사능 물질에선 엔젤이 추출이 안 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방사능에 면역인 괴물이 나타났고 어쩌면 이 괴물이 진화의 최종 승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만 년 뒤에 만일 외계인이 존재해서 지구를 방문한다면 방사능을 흡수하는 괴물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군.’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생각이었지만 다행히도 방사능을 흡수하는 괴물들은 오직 방사능 물질에서만 에너지를 얻는지 인간이나 동물 그리고 뮤턴트들을 잡아먹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괴물들의 방사능 물질이 듬뿍 묻어 있는 혓바닥에 닿으면 그 어떤 생명체도 멀쩡할 수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벨라루스를 지날 때 황량한 벌판에서 한 무리의 인간들을 볼 수 있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도시나 마을이 대부분 망가진 상태였지만 눈보라를 피하기 위해선 버려진 집이라도 건물 안이 나을 터였다.
하지만 마치 부랑아 같은 모습으로 천막을 친 채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꽤나 이질적으로 보였다.
“집시군요.”
“집시?”
“예. 국적에 얽매이지 않은 채로 유럽 전역을 떠돌아다니던 이들입니다. 본래는 인도 북부에 거주하던 유랑 민족인데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이들입니다. 뭐, 유럽에서는 꽤나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으로 여겨졌지만. 후우!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별 상관은 없겠네요.”
국가와 민족 그리고 경계가 사라진 세상이었다.
“꽤나 위험할 텐데.”
언제 뮤턴트들이 습격을 해 올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뮤턴트 사태가 벌어진 지도 꽤나 되었으니 지금까지 별문제가 없었다면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무엇보다 걱정을 한다고 해서 도와줄 방법도 없었고 도울 이유도 별로 없었다.
“옛날에는 집시들을 마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악마와 계약을 맺어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해를 끼친다고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었겠군.”
명백히 외지인이었으니 배척을 받았을 터였다.
실제로 그들이 마녀와 같은 능력을 사용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집시들을 발견했지만 괜히 갈등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기에 집시들과 꽤나 거리를 둔 채로 계속 서쪽으로 향했다.
눈보라가 더욱더 거칠게 몰아치자 버려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인간도 뮤턴트도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자연의 힘은 강력했다.
그렇게 3일을 건물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1미터는 족히 넘을 만큼 눈이 내렸다.
“이거 도무지 눈을 뚫고 지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일단 한번 주변을 둘러보자고.”
창수의 일행이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나타샤와 세라핌이 창수나 빅과는 달리 추위를 탔지만, 빅이 커다란 늑대로 변하면 그 품 안에 안겨 추위를 버텼다.
오히려 그냥 튼튼한 데런이 더 힘들었지만, 동상이 걸려도 나타샤가 치료를 해 줬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위해 사냥감을 찾기도 해야 했기에 창수와 데런은 건물 밖을 수색해 보기로 했다.
물론 데런은 창수와 달리 1미터가 넘는 눈더미 속에서 쉽사리 움직이지는 못했다.
“힘들면 들어가 있어.”
“하아! 하아! 아닙니다! 하아! 하아!”
숨이 턱 끝에 걸쳐 있었지만 창수를 따라 다니는 데런이었다.
그렇게 얼마쯤 이동을 했을지 모를 때 호수가 하나 보였다.
“호수네요.”
“그래. 완전히 얼어 버린 모양인데.”
연속으로 3일 동안 계속 눈이 내렸으니 호수의 물이 얼지 않았을 리 없었다.
눈 덮인 대지 위에는 야생 동물의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눈구름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추위는 그대로지만 말입니다.”
구름 사이에서 태양은 비추고 있었지만 그렇게 따뜻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당장은 어떻게 이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식량으로 쓸 사냥감이나 한번 찾아보자고.”
“예. 어? 최 원사님! 저기!”
데런이 호수의 한쪽을 가리키자 창수도 데런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웬 동물 하나가 얼음과 눈에 파묻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덩치로는 말이었다.
말의 덩치가 워낙에 컸기에 적당히 고기나 잘라 가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창수와 데런은 얼음에 반쯤 파묻혀 있는 말이 있는 곳으로 갔고 이내 당황을 해야 했다.
“이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뮤턴트인가.”
말의 모습이었다.
다만 말의 이마에 날카로운 뿔이 달려 있다는 것이 말과는 달랐다.
“뿔 달린 말이면 그 유니콘이로군요.”
“그래. 유니콘 같은 생물이 본래부터 없었다는 것이 더 신기하긴 하지.”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오늘 유니콘 고기를 먹게 생겼습니다.”
“살아 있군.”
“예?”
“아직 살아 있다고.”
창수는 아직 유니콘이 살아 있음을 알아보았다.
분명 몸은 완전히 얼어 있었지만 아직 희미하게 숨이 붙어 있었다.
물론 이대로 그냥 놔둔다면 뮤턴트일지라도 얼어 죽게 될 것이었다.
“어…… 어떻게 하죠?”
“유니콘 고기 먹으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아직 살아 있으면…….”
“다른 사냥감도 살아 있을 때 잡아먹지 않나.”
“…….”
창수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유니콘을 잡아 죽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우물쭈물해하는 데런의 모습에 창수는 피식 웃었다.
데런이 무슨 마음인지 안 것이다.
“인간은 참 재미있는 동물이야.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 감정을 이입하지.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데려가 보자고.”
창수는 아룬의 검으로 얼음을 잘라 내었다.
유니콘의 무게가 엄청났지만 창수에게는 그리 무리가 될 무게는 아니었다.
그렇게 얼어 버린 유니콘을 건물로 끌고 왔다.
“응? 그렇게 통째로 끌고 올 필요는 없잖아. 주인!”
빅은 얼어 있는 걸 통째로 끌고 온 창수에 투덜거렸다.
적당히 다리 한 짝 정도만 잘라 가지고 온 뒤에 불에 구워 먹으면 되는 것이다.
“아직 살아 있어.”
“산 채로 먹자고?”
“아니. 나타샤.”
“어머! 뿔이 있는 말이네요. 음! 유니콘?”
“진짜 유니콘은 아니겠고. 변이된 동물 같아. 살릴 수 있겠어?”
“아직 죽진 않았네요. 죽지만 않으면 상관없어요.”
안 그래도 기운이 차오르고 있었기에 나타샤는 자신의 기운을 소모시키기 위해서라도 유니콘을 살리기로 했다.
얼음을 대충 때어 내고서는 나타샤의 기운을 밀어 넣자, 잠시 후에 유니콘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얼음 속에 갇혀 기진맥진해져 있던 유니콘이었다.
창수에게 조금만 늦게 발견이 되었다면 생명력이 강인한 뮤턴트라고 할지라도 별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유니콘의 몸 안의 심장이 맹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차갑게 식어 가던 피가 커다랗고 강력한 심장에 의해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식었던 피는 점차 따뜻해지다가 뜨거워졌고 온몸의 온도도 올라갔다.
그렇게 유니콘은 광기에 찬 눈동자로 눈앞에 보이는 것을 보았다.
창수가 말한 대로 유니콘은 뮤턴트였다.
꽤나 난폭하고 사나워서 통제가 되기 어려운 괴물이었다.
이마의 뿔도 강력한 무기였지만 진짜 무기는 육중한 무게에 강력한 가슴의 근육이었다.
빠른 속도로 달려들면 웬만한 뮤턴트도 나가떨어졌고, 강력한 다리로 짓이겨 버리면 끝이었다.
물론 일반 야생마보다 훨씬 힘도 세고 몸도 튼튼했으며 사나웠다.
그렇게 자신의 몸이 회복되어 가면서 사납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창수나 빅과 눈이 마주치자 유니콘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은 한없이 약한 피식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괜찮아. 안심해.”
나타샤는 겁에 질린 유니콘의 몸을 쓰다듬었다.
유니콘은 나타샤가 자신을 치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타샤에게 잘 보여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인간의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생각보다 지능이 높은 유니콘이었다.
할짝!
“까악!”
유니콘은 자신은 정말 무해한 생물이라는 듯이 나타샤의 뺨을 자신의 혓바닥으로 핥았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거대한 늑대와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인간이 없었다면, 나타샤같이 연약해 보이는 인간 여자 따위는 커다란 입으로 물어뜯어 버렸을 터였다.
하지만 창수와 빅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그런 짓을 해서 자신의 생명을 단축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거기에 더해 웬 작은 여자아이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것도 보았다.
그 작은 여자아이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보다 더한 광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 광기의 정체는 오래지 않아 뮤턴트를 원숭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에서 자신이 한없이 조심해야 할 대상이 둘만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가장 덩치가 큰 인간 남자가 제일 만만한 상대라는 것은 유니콘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난 유니콘은 창수의 일행의 좋은 탈것이 되었다.
“유니콘은 처녀만 자신의 등에 태운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봅니다.”
눈이 조금 녹고 나타샤와 세라핌을 태운 유니콘을 바라보는 데런이었다.
물론 빅도 커다란 늑대에서 다시 귀여운 강아지로 돌아와 유니콘의 등 뒤에 올라타 있었다.
어차피 탈 자리도 없었지만 데런을 가장 낮은 서열로 여긴 유니콘은 데런을 자신의 등에 태울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유니콘의 등에 타려고 시도를 했다가 죽을 뻔한 데런은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물론 창수 앞에서는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창수는 딱히 체력 약한 나타샤와 세라핌에게서 자리를 빼앗을 생각이 없었다.
“유니콘 두어 마리 더 없으려나?”
창수는 혹시라도 몇 마리 더 찾아보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아서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탈것도 하나 마련해서는 데런의 고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폴란드의 영역이었던 곳 근처에서 뮤턴트들과 인간들의 대규모 전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윙드 후사르?”
데런은 대규모 기병대가 뮤턴트들을 공격하고 있는 모습에 당황을 했다.
하지만 이내 대규모 기병대가 뭔가 이상하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