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89
제89화
89화
고스트에 비해 듀라한은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물론 어떤 숙주이냐에 따라 다른 것이었지만 일단 일반 여성을 숙수로 삼았다면 듀라한의 능력은 일반 여성에 불과했다.
창수는 기척을 숨긴 채로 듀라한으로 추정되는 여인에게로 천천히 움직였다.
듀라한 상태에서 고스트로 바뀌어 버리면 생포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기척을 숨기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창수를 여인은 알 수 없었다.
“뮤턴트.”
처음 봤다.
TV에서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확실히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지금의 자신의 연약한 몸 정도는 단번에 부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발 살려 주세요.”
“저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저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에요!”
넬시아는 겁에 질린 남자를 설득하며 진정을 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창수가 왜 나타나 자신을 돕지 않는지 의아스러웠지만 같은 뮤턴트인 자신이 설득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적은 사람들이 아닌 우리를 이렇게 만든 헤인트에요. 그러니 저희와 함께해요.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녀의 목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그리고 그런 넬시아의 목소리는 멀찍이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고스트 우희에게도 들렸다.
“도움? 함께?”
우희는 강렬하게 넬시아의 몸이 끌렸다.
신체를 잃은 뮤턴트여서인지 강인한 신체에 끌리는 우희였다.
마치 언데드처럼 산 자에 대한 증오와 욕망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을 점점 이기기 어려웠다.
마치 영혼이 타락하고 사악한 괴물이 되어 가는 듯했다.
스스스스!
우희는 지금 자신이 차지하고 있던 몸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다 파먹어서 어차피 버려야 할 몸이었다.
인간의 몸이 아닌 가죽이 땅바닥에 툭 하고는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인간의 신체에서 빠져나가 버린 우희에 창수는 늦었다며 이를 악물었다.
‘제길!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몸을 완전히 감싸야 했기에 가까이 접근을 한 것뿐만 아니라 밀폐를 시킬 비닐을 펼쳐야 했다.
비닐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소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절호의 기회를 놓쳐 버린 창수는 안타깝게 혀를 찼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는 듯했다.
고스트가 된 우희는 넬시아를 노리는 것인지 넬시아에게로 향했다.
-넬시아.-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
넬시아는 자신의 귀에 달려 있는 통신기를 통해 창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창수를 찾았다.
그러지 말라고 몇 번이고 가르쳤지만 어쩔 수 없는 실수였다.
-계속 남자를 붙잡고 있어요. 고스트가 당신한테 접근 중입니다. 그 남자는 고스트가 아니라 일반인입니다. 고스트가 도망가지 않도록 모른 척하세요.-
넬시아는 창수의 말에 자신이 착각했음을 알게 되었다.
겁에 질려 있는 인간 남자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겁에 질려 있는 것이다.
넬시아는 고스트가 자신에게 접근 중이라는 말에 계속 설득했다.
“우리 함께 해요. 우리를 이렇게 만든 헤인트를 상대로 싸워요. 우리는 할 수 있어요!”
넬시아의 외침에 겁에 질린 남자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서는 멍하니 넬시아를 바라보았다.
인간에게 무조건적인 공격만을 한다고 알려져 있던 뮤턴트였다.
인간과 대화도 안 된다고 했는데 인간의 말로 계속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시설에서 갇혀 있는 동안 연구원들에게서 한국어를 배운 그녀였다.
목소리는 다소 이상했지만 의미가 통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겁에 질려 있던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남자는 왠지 모를 오싹한 시선을 느끼고서는 시선이 느껴진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유…… 유령.”
뮤턴트만 해도 신경이 감당을 못할 지경인데 검은 연기 같은 유령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너무나도 큰 충격을 남자는 감당할 수 없었다.
그게 남자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아득해지는 정신 속으로 정신을 잃은 남자에 넬시아는 우희를 바라보았다.
“당신이군요.”
“나를 알고 있나요?”
“예. 고스트시죠.”
“당신 괴물 아니었나요?”
“맞아요. 하지만 인간의 이성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에요. 당신처럼.”
“나처럼?”
우희는 자신과 같은 괴물이라고 말을 하는 넬시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간의 신체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강렬한 중독성은 아직 괜찮았다.
“우리 같은 존재들이 더 있어요.”
“우리 같은 존재들?”
“예. 사람들은 우리 같은 존재들을 불완전 변이체라고 불러요.”
“불완전 변이체가 뭐죠?”
“인간의 이성이 남아 있는 괴물을 말해요. 엔젤을 먹고 괴물이 된 것을 뮤턴트라고 하는데 뮤턴트는 우리와 달리 인간의 이성이 없어요. 우리처럼 대화를 나눌 수가 없어요.”
우희는 넬시아의 말에 꽤나 충격을 받았다.
“나 그럼 완전한 괴물이 아니라는 거예요?”
“맞아요.”
“그…… 그럼 본래의 몸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건가요?”
“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되돌리기 위해 연구하고 있어요.”
“당신을 연구?”
“저 부탁 받았어요. 당신이 나와 같은 불완전 변이체라면 설득해 달라고. 당신이 깊은 산 속으로 숨은 이유가 어쩌면 사람을 공격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면서. 당신은 괴물이 아닌 인간일지도 모른다고요.”
완전히 괴물로 변해 버린 몸이었다.
넬시아의 말처럼 사람들을 공격하기 싫어서…….
아니 정확하게는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죽게 되는 것이 두려워 산속으로 숨었다.
그렇게 자신이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과 같은 괴물에게 듣게 된 것이다.
“하…… 하지만 나…… 나는 너…… 너무 많은 사람들을…….”
참고 또 참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습격하고 먹어치웠다.
그 죄가 사라질 수는 없었다.
“괜찮아요. 당신이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그건 헤인트라는 사악한 악마들이 만든 엔젤이라는 약 때문이에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하…… 하지만 나…… 이제 참을 수가 없어.”
“예? 뭘 참을 수 없다는?”
“나…… 나 죽여 줄 수 있어요?”
“죽여 달라니요? 무슨 말이에요? 당신을 왜?”
“나! 너를 먹고 싶어!”
악령.
검은 연기였지만 인간이었을 때의 자태를 가지고 있던 우희는 점점 강한 신체를 먹어치우고 싶다는 욕망에 지배되고 있었다.
탐스럽고 강한 육체였다.
약해 빠진 육체는 오래 버티지도 못했다.
우희도 산 아래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사로잡으러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고 있었지만 막상 죽음은 두려운 그녀였다.
그렇게 넬시아를 향해 달려드는 우희였다.
넬시아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 달려든 우희에 넬시아는 팔을 허우적거리며 외쳤다.
“그만 하세요! 이러는 것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요! 우리가 함께하면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어요!”
“몸 내놔! 육체가 필요해! 나에게는 육체가 필요하다고!”
아무리 힘이 강한 넬시아였지만 기체를 손으로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희는 넬시아의 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넬시아의 코와 입 그리고 귀들의 구멍을 찾았다.
하지만 이미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혀 있었다.
-넬시아! 작동시켜!-
창수의 목소리가 넬시아의 귀에 파고들어 왔다.
넬시아는 그렇게 우희가 사로잡히게 되면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다시 한 번 안타까움에 우희에게 외쳤다.
“제발! 우리하고 함께 해요! 우리가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당신도 우리를 도와줘요! 제발!”
넬시아의 간절한 마음은 안타깝게도 우희에게 닿지 않았다.
“구멍 막았다고 네 몸 안으로 못 들어갈 줄 알아? 시간문제일 뿐이야!”
피부에 난 수많은 미세한 구멍 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넬시아의 단단한 근육 갑옷을 뚫고 몸 안으로 파고들어 가려는 우희였다.
그런 우희에 넬시아는 절망스럽게 울부짖었지만 악령으로 변한 듯한 우희에게는 소용없는 외침이었다.
결국 넬시아는 연구원이 주었던 장치를 작동시켰다.
푸욱!
어떻게 만든 것인지 어떤 원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치 비누 거품처럼 몸 주변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내 비누 거품 같은 것은 마치 비눗방울처럼 차폐막을 만들었다.
“넬시아! 빠져나와!”
기체만 붙잡아 두는 것인지 고체인 넬시아는 커다란 거품 방울 속에서 빠져나왔지만 우희는 거품 방울 속에서 갇혀버렸다.
물론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없는 임시적인 가둠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창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커다란 비닐을 펼쳐 거품 방울 전체를 덮어버렸다.
“넬시아! 괜찮아?”
아직 터지지 않은 거품 방울이 온몸에 붙어 있는 넬시아였다.
그 거품 사이로 우희의 검은 연기가 일부 붙어 있었다.
컹!
검은 연기는 빅이 달려들어서는 이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저번처럼 검은 연기를 먹어치우고서도 아무런 영향도 없는 듯했다.
거품 방울은 오래지 않아 전부 터져 버렸다.
커다란 비닐 속에 갇혀서는 멍하니 넬시아와 창수를 바라보는 우희는 딱히 빠져나갈 생각은 없다는 듯이 얌전히 갇혀 있었다.
“이름이 뭐예요?”
“넬시아에요.”
“이름 생긴 것과는 달리 예쁘네요. 저는 우희에요. 이우희.”
“당신도 이름이 예뻐요.”
“고마워요. 저 부탁이 하나 있어요.”
우희는 넬시아를 집어삼키려던 때와는 달리 평온한 모습으로 부탁을 해 왔다.
“뭐죠? 부탁이라는 것이?”
“저를 죽여주세요. 가둬 주지 마시고 죽여 줘요. 부탁이에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우희 그녀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희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것인지는 넬시아나 창수 모두 알 수가 없었다.
“우리 같이…….”
“안 돼요. 저 제 몸 안의 욕망을 이길 수 없어요. 도와드리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어요.”
불완전 변이체로 헤인트나 뮤턴트와는 싸울 수 없다는 우희의 말에 넬시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고스트. 포획 완료.”
창수는 군용 무선기로 덕유산의 고스트를 포획했음을 알렸다.
잠시 후 상공 위로 헬기가 나타났고 헬기는 공터를 향해 맹렬하게 사격을 가했다.
타타타타타탕! 타아탕!
사격이 가해진 곳의 나무들과 바위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넬시아.”
“예.”
잠시 후 나타난 군인들에 의해 넬시아는 파괴된 공터에 쓰러진 채로 사진이 찍히고 영상으로 남겨졌다.
가짜 피로 온몸이 뒤덮인 넬시아는 이내 두꺼운 천에 가려졌다.
“2형 뮤턴트 사살 완료. 시신을 확인했다. 임무 완료! 임무 완료! 2형 뮤턴트 사살! 사살!”
고스트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몇 겹으로 둘러싸인 채로 수송 헬기에 실려서는 은밀하게 사라졌다.
창수와 온몸을 가린 넬시아도 수송 헬기에 타서는 덕유산에서 사라졌다.
* * *
“커…… 커다란 괴물이 사람의 말을 했다니까요! 그리고 유…… 유령이 나타났어요! 유령이!”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뮤턴트가 사람 말을 하다니요!”
“아니! 이 사람들이! 진짜라니까!”
정신을 차린 중년 남자는 험악한 얼굴을 한 조사관에 조사를 받으며 자신이 보았던 일에 대해서 진술했다.
하지만 마치 미치광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에 미치고 팔짝 뛸 듯했다.
“그나저나. 통제 구역인 거 모르셨습니까?”
“아…… 아니 그게…… 모…… 몰랐어요.”
“모르긴 뭘 몰라요! 뮤턴트가 나온다고 전국에 다 알리고 통제를 했는데 대체 어떻게 들어간 겁니까! 당신 때문에 뮤턴트 놓쳤으면 책임지려고 하시는 겁니까? 다행히 사살했기에 망정이지!”
“그…… 괴물 잡았나요?”
“군에서 사살했습니다. 아니 정말 그곳에 왜 있었던 겁니까!”
“죄…… 죄송합니다. 저는 아무 일 없을 거로 알아서.”
“이거 처벌이 아주 심할 수 있습니다. 특별법까지 되어 있어서 말입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하아! 그러시면…….”
비밀 유지를 위해 몇 가지 작업이 추가되었지만, 고스트는 무사히 생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