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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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들키기 전까지 멀리 도망가야 했다.
다행히 아른트는 내가 혼자서는 멀리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루셀이 동행하게 했다.
루셀은 레안드로스만큼은 말을 잘 다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나았다.
수도를 벗어나, 단숨에 수도 외곽까지 주파한 후 루셀이 물었다.
“공작님, 이 말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서부까지 단번에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슬레이는 동의하는 것처럼 높게 울었다.
나는 무심코 호각을 찾으려 손을 들었다가 허전한 목에 주먹을 꽉 쥐었다.
“할 수 없어. 유릭이 호각을 가져갔어. 그게 없으면 그렇게 멀리 가지도 못할 것 같아.”
“왕세자 전하가, 말씀이십니까?”
“공작부인의 물건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내게 남은 물건이었는데.”
그걸 빼앗겼으니 이제 어떡하면 좋지.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루셀은 입을 다물었다.
대신 그는 말고삐를 꽉 잡고 말했다.
“여기서부터 길이 거칠어집니다. 실수로라도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이랴!
루셀이 외치는 소리와 함께 슬레이가 한층 더 빠르게 달려 나갔다.
밤바람 사이로 말발굽 소리만 크게 울렸다.
우리는 거의 쉬지도 못하고 내내 이동했다.
우리가 탄 말이 평범한 말이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슬레이는 잠도 자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줬다.
마을에도 들르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멈춰야할 때는 숲속에서 몸을 숨겼다.
유릭을 피해 달아나던 지난 삶과 비슷해도 너무 비슷했다.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원래 쫓기는 건 주인공의 몫이 아닌가.
하긴, 쫓기다가 벼랑 끝까지 밀리더라도 거기서 멋지게 회생할 수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지.
나 따위가 무슨 주인공이냐.
유릭이 슬쩍 장난을 치기만 해도 목숨이 간당간당한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조연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스포트라이트도, 어떤 주목도 필요하지 않고 그저 평온하게 살고 싶어 했으니까.
그게 한국에서 유예성으로서, 그리고 여기서 아렌하이트로서 이루고 싶어 했던 가장 큰 소원이었으니까.
“공작님.”
“……어, 어?”
“조금만 더 가면 서부의 관문입니다만, 제가 먼저 다녀올까 하는데요.”
칠주야를 넘게 달린 우리는 어느 낮은 언덕 위에 멈춰있었다.
언덕 아래, 저편을 내다보니 루셀의 말처럼 서부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이 흐릿하게 보였다.
나는 잠시 관문 주변에서 움직이는 작은 점들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관문을 지키는 병사의 수가 많진 않은데. 유릭이 수배를 내걸진 않은 모양이지.”
“그렇다면 저희로서는 다행이 아닐까요? 당당하게 지나갈 수는 없어도, 추적당할 위험은 없을 테니까요.”
“맞는 말이야. 지금 상황에서 가장 곤란한 게 추적이 따라붙는 거니까. 그렇게 된다면 아멜리아와 아른트도 못 만나게 될 테고.”
“그럼 관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우회하겠습니다.”
“숨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렇게 하자.”
루셀의 말이 맞는데.
아무도 우리를 쫓아오지 않았고, 또 아무도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내가 느낀 감정은 다행스러움이나 안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럼 가겠습니다. 몸은 괜찮으세요?”
“내가 이런 상황에서 기절할 정도로 약한 사람은 아냐.”
“아, 혹시나 싶어서요. 이런 상황은 긴장되지 않습니까. 초조하기도 하고,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루셀은 길을 둘러보다가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공작님. 이것 역시 시련. 신께서는 모든 이들에게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내리시는 법입니다.”
“그래? 내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네.”
“공작님께서는 타고나신 마음가짐부터 선한 분이시니, 이제 역경을 대비해 강철과도 같이 제련되라는 신의 뜻이겠지요.”
하하. 건조한 웃음소리가 나왔다.
루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네가 말하는 신은 사실 사특한 외계의 존재라고.
우리는 그 외계에서 날아온 신의 흐르는 살덩어리에서 태어났다고.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앞으로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대로 빙 돌아서 서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 번 방문했던 마을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루셀, 잠시만.”
“네?”
“여기 잠시 멈춰봐.”
루셀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슬레이를 멈춰 세웠다.
나는 끙끙거리며 안장 위에서 내려왔다.
영문도 모른 채 함께 따라 내리려는 루셀을 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부에 들어섰을 때부터 추적이 붙은 것 같아.”
‘추적’이라는 단어에 루셀은 바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연둣빛으로 한창 자라나고 있는 작물 밭, 멀리 보이는 작은 숲, 너른 평지, 그리고 우리가 달리던 길.
평화로운 광경 말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루셀이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습니다. 말발굽 소리라도 나야 하는데.”
“관문에 수배지를 붙이지 않았잖아? 유릭은 이 일을 은밀하게 처리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근처에 누군가가 있다는 게 분명히 느껴져.”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공작님. 추적자의 수가 적다면 저 혼자서도…….”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진지하게 말하자 루셀의 눈가가 약간 찌푸려졌다.
“어째서입니까?”
“유릭 왕세자는 집요하니, 추적자가 돌아오지 않으면 더 많은 추적자를 보낼 거야. 그렇게 되면 아멜리아와 아른트를 만나기도 전에 유릭의 근위 기사단과 결투를 해야 할지도 몰라.”
“그런 정도라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내 의견이야.”
“그럼 이대로 추적을 내버려 두나요?”
“아니.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나는 길게 쭉 뻗은 길을 가리켰다.
“너는 가던 길을 계속 가. 중간에 추적자를 가능한 따돌리고 다시 돌아와 줘. 나는 안전을 위해서 이 근처에 숨어있을게.”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 이 작전은 나보다 네가 더 위험한 작전이거든. 신께 맹세하건대 나보다 네가 다칠 확률이 더 높을 거다.”
신의 이름이 나오자 루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응, 다치지 말고. 다녀와.”
“조금 있다 뵐게요.”
루셀은 위장을 위해 나와 망토를 바꿔서 걸친 후 말머리를 돌렸다.
그의 뒷모습이 길을 따라 점점 멀어졌다.
내 망토를 펄럭이며 달리다가 끝끝내 점이 되어 사라진 모습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잘 속네.”
루셀은 미치광이든 미치광이가 아니든 잘 속아 넘어가는구나.
다음 회차에서 꼭 참고해야겠다.
나는 천천히 발길을 옮겨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풍경을 향해 걸어갔다.
영지와 영지 사이에 있는 마을.
하지만 자작령의 비호를 받고있는 평화롭고 조그마한 주거지역.
매일 밤마다 도박장이 열리는 폐쇄된 기도원.
마을 입구를 통과하고, 거리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내내 아무도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낯선 여행자를 구경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만 가끔 날아올 뿐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아주 잠시일 뿐.
나는 누구의 주목도 사지 않고 폐쇄된 낡은 기도원에 도착했다.
이번 삶이 막 시작했을 때.
레안드로스가 여기서 도박판을 뒤집어놓았을 때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닫힌 문에 채워진 녹슨 자물쇠를 보아하니, 그 이후로 기도원은 내내 닫혀 있던 모양이었다.
설마 리히트 자작이 도박장을 관두기로 했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도박장을 옮기기로 했다던가.
뭐, 지금 나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나는 기도원 담장을 따라 뒤로 돌아갔다.
기도원의 뒤에는 작은 후문이 있었는데, 그 문 역시 잠겨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후문 쪽의 담장은 살짝 무너져 있었다.
레안드로스 없이 나 혼자서도 충분히 넘을 수 있는 높이였다.
이번 삶에서 레안드로스가 도박판을 평정하는 동안, 밖에 나가서 둘러보다가 발견한 출입구였다.
“읏차.”
튀어나온 돌을 밟고 간신히 안쪽으로 들어오는 데에 성공했다.
다행히 대문만 잠겨있었고, 안쪽 건물은 제대로 닫아 놓지도 않은 상태였다.
익숙한 길을 따라 너른 강당으로 들어섰다.
한때 사람이 그토록 북적였는데.
지금은 버려진 천이니 카드니 주사위 같은 것들만 남아 사람들의 빈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
고요한 기도원.
도박용 물품 위로 쏟아지는 흐린 햇빛.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먼지가 반짝거리며 희미하게 빛났다.
내가 강당 한가운데서 먼지들이 춤추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무런 징조도 없이 목소리가 들렸다.
“공작이 이런 곳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군. 원한다면 감옥이 아니라 수도원에 가둬줄 걸 그랬네.”
“모처럼 호각을 되찾으니까 신이 나서 여기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나 보지.”
“당연한 게 아닌가? 그간 발이 묶인 기분이었어. 지독하게 번거로웠다고.”
뒤를 돌아보니 그 자리에는 유릭과 아름다운 흑마가 한 필 서 있었다.
그 말은 내가 아끼는 말과 비슷했지만, 내 말은 아니었다.
저것은 유릭에게 철저히 길들여진 짐승이었다.
유릭은 자신의 수하를 애정 어린 손길로 쓰다듬으며 물었다.
“탈출을 하리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 하지만 여기에 공작 하나만 남은 이유는 뭔지 궁금하군.”
“네가 우리 집 식구들 다 죽일 것 같아서, 걔네 손끝도 못 보게 하려고 여기 남았다. 왜?”
“눈물겨운 사랑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내가 공작의 사람들을 안 죽일 거라는 이야기는 아냐.”
“레안드로스까지 포함해서?”
“레안드로스가 여기서 왜 나오지? 그 기사는 이제 됐어. 공작이 내 최대 관심사니까.”
유릭이 비열하게 히죽거렸다.
“혹시 공작저의 식솔들을 죽이지 말아달라 애원할 거라면 지금 하는 게 좋을 듯하네. 내가 기분이 유난히 좋거든.”
“아니, 그 반대지.”
“뭐가?”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를 하나 할 건데. 다 듣고 나면 네가 나에게 애원하게 될 예정이거든. 너야말로 할 거면 지금 하는 게 좋을걸.”
그의 잘난 이목구비가 한순간 멍하게 변했다.
잠시 후, 유릭은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사람마냥 키득거리다가 혼자서 팔짱을 꼈다.
“해봐.”
“네가 그 잘난 파더콤 때문에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건 잘 알겠는데, 동서남북 땅을 파헤쳐놓고 신화 속 옛것을 깨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서.”
“……뭐라고?”
“동부에는 별걸음쟁이, 남쪽에는 이상한 문어 대가리였지?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어인족한테 인신공양 시키는 꼬라지 하고는. 그러니까 안 깨어나지.”
의문과 당혹스러움이 뒤섞인 눈길이 이쪽을 향했다.
“그걸 어떻게?”
“어떻게라니, 내가 직접 겪어 본 일이다. 불만 있어? 있냐고. 너는 지금까지 날 두 번쯤 죽였어. 간접적으로 죽인 건 그보다 더 많겠지만.”
“죽었다고?”
“그래, 지난 삶에서도 죽었고, 지지난 삶에서도 죽었고. 바보같이 대처한 내 탓도 있긴 하지만 넌 원래 성질머리가 더러워. 네 성질보다 길가 시궁창이 더 깨끗할 듯싶다.”
“너는…… 아렌하이트 공작이 아니군. 누구지? 아렌하이트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 네 정체가 뭐지?”
이제야 유릭이 물었다.
나는 유릭이 말해준 그대로 되돌려줬다.
“너는 나를 낯선 별에서 온 이방인이라고 불렀지. 그리고 사실 그게 맞아.”
유릭의 눈이 커졌다.
나는 말을 이었다.
“너는 지금 외계인을 네 아치에너미로 삼겠다고 한 거야. 그리고 그 외계인은 말이다, 시간을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나만이 알고 있는 설정.
나만이 앓고 있는 저주와도 같은 회귀.
유릭은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가만히 서 있었다.
한참 후, 유릭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여기에 있는 너는 나에게 최소한 두 번은 죽어서 돌아왔다는 소리군. 나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나를 위해서?”
“비슷하지.”
“왜?”
“그야 물론.”
공작부인의 책.
거기서 이방인이 아렌하이트의 몸을 차지한 이유에 대해서 나와 있었다.
“네가 망가뜨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서 인간은 존재하는 의미가 없었다.
우연히 태어났으니 그저 살아갈 뿐.
오래된 존재의 흘러내리는 살덩이에서 삶을 얻었으니,
강대한 적에게 물어뜯기고 지혜로운 적에게는 착취당할 운명.
언제든 짓밟힐 수 있는 작은 개미 같은 존재,
그게 바로 이 세계관의 인간.
하지만 공작부인은 미래를 예지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찾으려고 했다.
그 결과가 바로 나.
어쩌다가 동생이 쓴 소설 속으로 끌려 들어온 평범한 인간.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조차 아직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 동생이 쓰다 만 소설의 엔딩을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야 했다.
공작부인이 말했던 구원을 위해서라도.
내 말을 들은 유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시하거나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화내거나 경멸하는 것도 아니었다.
유릭은 내 대답을 확실히 납득하고 있었다.
“그렇군.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 흥미를 가지게 되었군.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겠지.”
“헛소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 그럴 리가. 그대가 한 말이 헛소리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도 마찬가지야. 오히려 그대가 그렇게 말해줬기 때문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릭은 물었다.
“그럼 그대가 이제부터 나의 숙적이 되겠군. 나는 이 별을 멸망시키려 하고, 그대는 사람들을 구원하고.”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겠지. 레안드로스가 원래의 역할에서 이탈했거든. 하지만, 그거 아나?”
“뭐가?”
“내가 세상을 구원하긴 할 건데, 네 숙적이 되지는 않을 예정이거든.”
너 같은 미친 새끼랑 엮이느니 차라리 북부에서 맨발로 캉캉을 추고 말지.
할 수 있다면 가래침도 뱉어주고 싶네.
유릭이 오기 전, 먼지 너머로 보이던 아기 천사 조각상.
실내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서 뽀얗게 먼지가 쌓이던 조각상은 여기저기 바스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위태로웠다.
나는 조각상 앞으로 가며 말했다.
“유릭, 그거 알고 있나? 아까 내가 두 번 죽고 돌아왔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상하지. 내가 한 번 죽고 돌아오면 다른 사람들은 이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 하거든.”
“잠깐.”
“신의 아들이라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더라고. 뭐, 어쩌겠어. 그게 싫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정말 다행이더라고.”
아기 천사가 바로 저 위에서 나를 인자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릭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뭘 하려고…….”
“내가 처음으로 되돌리면 너도 이 사실을 까맣게 잊을 거라는 게. 이야, 다행이다. 너 같은 새끼의 숙적으로 등장하느니 그냥 아무도 모르는 조연으로 살고 말지.”
“무슨 소리야.”
“이거 네가 나 죽이는 거다.”
왕세자에게 따라잡혀 희망이 없어진 조연, 그대로 목숨을 끊다.
이 정도면 층분한 퇴거 사유다.
발로 툭 걷어차는 것만으로도 조각상은 힘없이 기울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유릭이 경악에 차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안 돼!”
“다음엔 네가 죽을 때 보-”
-자.
와그작, 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까맣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