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125)
◈ 125화. 숲속의 전투
퍼퍼퍼퍼퍽!
날아든 철시는 정확하게 두 구의 무혼광인과 세 명의 겁화천살대원을 꿰뚫었다.
“크으윽!”
화살에 맞은 자리가 마치 포탄에 스친 것처럼 뜯겨 나간다.
후영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미친 거 아냐?”
죽을 고비를 넘기며 조금은 다가갔나 싶었는데 이건 자신이 흉내 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단려화를 추격하던 염화교는 즉시 화살이 날아드는 방향을 막아섰다.
“웬 놈이냐!”
“네놈들이 기다린 그 인간.”
서늘한 내력이 실린,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또렷한 목소리에 모두의 등골이 서늘해진다.
현유립의 두 눈이 차갑게 빛났다.
“진무립.”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다.
실패를 모르던 자신에게 난생처음 패배를 맛보게 해준 사내.
희열에 찬 이곽의 두 눈도 옅은 떨림을 동반한다.
“하, 하하하. 왔구나!”
두려움과 반가움이 미묘하게 교차하며 창대를 움켜쥔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치열하게 버티고 버티던 광룡대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소공자!”
진땀을 닦아낸 한경이 씩 웃었다.
“니들 이제 다 죽었다.”
그때 수풀 너머에서 네 대의 화살이 벼락같이 날아든다.
쌔애애액!
가슴이 서늘해지는 파공성, 흐느끼는 빗줄기마저 튕겨낼 만큼 강렬한 철시가 정확히 무혼광인의 배후를 파고들었다.
염화교의 도가 철시를 향해 뚝 떨어졌다.
“막아!”
돌아서는 겁화천살대원의 앞으로 혈위사신이 바람같이 나타났다.
“물러나라.”
쾅! 콰콰쾅!
고요한 숲속에 울려 퍼지는 화려한 폭음.
화살은 쉬지 않고 그들을 집요하게 노려갔다.
고수들의 시야가 일제히 진무립의 화살에 쏟아지자 유대하는 풍연에게 전음을 보냈다.
[내 자릴 채워!]원진에서 벗어난 유대하는 목이 반쯤 갈라진 혈야광인에게 달려들었다.
목을 매만지던 혈야광인이 유대하를 감지하고 주먹을 내지른다.
유대하는 즉시 우측으로 몸을 비틀며 검면에 손을 붙였다.
치잉!
비스듬히 기울인 검면에 광인의 주먹이 스친다.
작은 충돌이었으나 유대하의 신형이 우측으로 길쭉하게 미끄러진다.
혈야광인이 유대하를 추격하기 직전.
[소저!]놈의 등 뒤에서 단려화가 나타나며 베다 만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쉬익!
혈야광인의 힘과 예리한 감각은 무서울 정도였다.
유대하를 쫓으려 하던 혈야광인은 즉시 돌아서며 그녀에게 팔을 휘둘렀다.
콰앙!
검과 부딪친 팔에서 작은 폭음이 터지며 단려화의 신형이 팽이처럼 회전한다.
그 와중에 그녀의 눈은 혈야광인의 목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회전력을 이용한 그녀의 검이 혈야광인의 너덜거리는 목으로 날아들 때였다.
“두고 볼 것 같으냐!”
후방에서 대기하던 겁화천살대원이 그녀의 배후를 노리고 맹렬하게 쏘아졌다.
하지만 그녀의 검은 멈추지 않고 혈야광인의 목을 베어갔다.
“후영!”
그녀의 위기를 감지한 풍연이 뒤를 돌아보며 외칠 때 이미 한 대의 화살이 공간을 가르며 전방으로 치닫고 있었다.
“시끄러워. 늙은이.”
후영의 화살이 단려화를 찔러가던 자의 어깨에 틀어박힌다.
“컥!”
돌진하던 힘에 못 이긴 사내가 허공에 붕 떠오르며 추락할 때, 단려화의 벼락같은 일검은 혈야광인의 목을 깊게 파고들었다.
콰지지직!
그녀의 고운 아미에 옅은 주름이 패이고.
“하압!”
이어서 기합을 토해내는 순간이었다.
쏴아아!
검신에 깃든 기운이 점차 강렬한 빛을 토해내더니 단숨에 혈야광인의 목을 갈라 버렸다.
서걱!
시꺼먼 머리가 허공에 둥실 떠오르며 검붉은 피가 역류하는 폭포수처럼 솟구친다.
겁화천살대의 눈빛이 거칠게 흔들린다.
“혀, 혈야광인이…….”
혈야광인의 무시무시한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기에 당혹스러운 것이다.
단려화와 유대하의 신형이 주초를 몰아치는 혈야광인에게 쏘아진다.
‘감히!’
염화교는 속에서 열불이 치밀었다.
진무립의 철시에 발이 묶인 동안 후방의 전세가 역전될 기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판세를 뒤집는 단 한 명의 고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진무립이었다.
염화교는 단전 깊숙한 곳에 내재된 내력을 아낌없이 끌어올렸다.
콰아아아아!
농도 깊은 사기와 함께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오며 소매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광룡은 내가 맡을 테니 후방을 부탁하오!”
뭔가 말을 하려던 현유립은 그의 결연한 눈빛에 그대로 돌아섰다.
‘지금은 아군끼리 논쟁할 때가 아니다.’
광룡대를 공격하고자 몸을 날리던 그들 앞에 시꺼먼 인영이 허깨비처럼 나타났다.
“그대들은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예리한 눈으로 상대를 관찰한 현유립이 검파를 움켜쥐었다.
“방심하지 마라. 만만한 자가 아니다.”
일 장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으나 상대가 발산하는 강렬한 기세가 피부에 와닿는다.
고개를 끄덕인 이곽이 전방으로 치달으며 창대를 내질렀다.
쐐애액-!
창두에 맺힌 섬뜩한 사기가 공간을 찢어내며 서진환을 위협한다.
파직!
빙글 회전한 서진환의 옷깃이 창두에 갈려 바스러졌다.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는 순간 창대가 회초리처럼 휘어지며 서진환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쉬익!
허리를 비튼 서진환은 가볍게 공중제비를 돌아 창대를 피해냈다.
이곽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쉽지 않겠구나.’
단 두 번의 공격을 쏟아냈을 뿐이지만 상대는 지금까지 만난 적과는 격이 다른 수준이었다.
진무립이라는 괴물을 제외하면.
이곽의 일격을 시작으로 셋의 합공이 펼쳐지자 혈야광인을 상대하던 유대하가 풍연을 찾았다.
[여길 부탁한다.]다른 이는 몰라도 적사곡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이곽만큼은 직접 상대하고 싶었다.
[맡겨두시오!]유대하와 자리를 교체한 풍연이 날카로운 검초를 흩뿌리며 혈야광인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자신의 역할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마무리는 단려화가 지을 테니까.
밀고 밀리는 치열한 공방 속에 은밀히 돌아간 은무대가 적의 후방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예상치 못한 기습에 무혼광인을 보조하던 겁화천살대가 일순 혼란에 빠졌다.
상천의 천주를 호위하는 은무대의 힘은 감히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피와 살점이 튀며 끔찍한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온다.
‘대체 어디서 저런 자들이 나타났단 말이냐!’
이를 악다문 염화교는 보법을 극성으로 전개해 연달아 쏘아지는 철시를 받아쳤다.
쾅! 쾅! 쾅!
온 힘을 다해 수비하는 염화교의 귀로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틀어박혔다.
[빗소리와 네 부하들의 악에 받친 비명이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부러질 정도로 이를 간 염화교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광룡! 당장 이리 나와라!”
“그러지.”
바로 옆에서 대답이 들려오더니 강맹한 기운이 옆구리로 날아든다.
“큭!”
염화교는 몸을 비틀며 도면을 몸에 바짝 붙였다.
꽈앙!
고원에서 상대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손목이 부러질 듯한 충격과 함께 염화교의 신형이 화살처럼 튕겨 나간다.
팟!
지면을 박찬 진무립의 앞머리가 뽑혀 나갈 듯 휘날렸다.
순식간에 공간을 압축한 진무립의 동공에 염화교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담긴다.
활시위처럼 크게 당겨진 진무립의 주먹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무시무시한 기운이 운집했다.
‘주먹? 검수가 아니란 말이냐?’
두 발이 허공에 뜬 이상 피할 수도 없다.
염화교는 이를 악물고 전신 내력을 도파에 불어 넣었다.
“큭큭큭.”
나직한 조소와 함께 당겨진 주먹이 빗살처럼 쏘아졌다.
쐐애액- 쾅!
마치 도끼로 장작을 쪼개듯 엄청난 일격에 도면이 흉물스럽게 우그러진다.
동시에 불같은 기운이 도파를 타고 혈맥으로 밀려들었다.
“쿨럭!”
검붉은 피를 토해내며 튕겨 나간 염화교가 육중한 거목에 사정없이 처박혔다.
콰직!
부러진 나무가 몸을 덮쳐오자 염화교는 끔찍한 고통을 참으며 몸을 굴렸다.
하지만 어느새 이동한 진무립의 신형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광룡!”
악에 받친 절규와 함께 우그러진 도신이 진무립을 향해 솟구쳤다.
상체를 비스듬히 기울인 진무립은 눈앞을 스치는 도면을 향해 일장을 내질렀다.
쾅!
부러진 도신이 화살처럼 튕겨 나갔고, 피에 젖은 염화교의 턱으로 진무립의 발이 날아들었다.
쩌억!
일격에 턱이 으깨지며 염화교의 몸이 지면에서 한 자 남짓 떠오른다.
앞뒤로 보폭을 넓히고 주먹을 말아쥔 진무립의 눈에 오싹한 살기가 떠올랐다.
슈욱!
이어서 번개같이 쏘아진 우권이 염화교의 가슴을 강타했다.
콰직!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지독한 한기가 가슴을 타고 밀려든다.
“큭!”
신음하는 염화교의 입에서 새하얀 입김이 새어 나올 때.
화산 같은 열기를 머금은 진무립의 좌권이 부릅뜬 염화교의 두 눈에 빨려들 듯 확장됐다.
‘이렇게…….’
끝을 예감한 그의 눈에 지나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콰앙!
거친 폭음과 함께 시뻘건 피가 하늘로 솟구쳤다.
단숨에 염화교를 처리한 진무립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돌아섰다.
현유립과 조위성을 상대하는 서진환은 점차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고.
이곽과 맞붙은 유대하는 전보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우위를 점하며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풍연과 단려화에게 발이 묶인 혈야광인은 금방이라도 목이 떨어질 듯 위태로웠고, 두 구의 무혼광인을 처리한 광룡대도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황을 파악한 진무립은 머리 위의 거목으로 뛰어올랐다.
탓!
재차 높은 나뭇가지를 밟고 도약한 진무립의 신형이 지면에서 삼 장 가까이 솟구쳤다.
울창한 숲의 탁 트인 전경은 진무립의 시선을 빼앗지 못했다.
발밑으로 피에 젖은 전장을 눈에 담은 그는 어깨에 멘 철궁을 손에 쥐었다.
‘우선 무혼광인부터.’
끼이익…….
신음을 흘리며 잔뜩 휘어진 철궁, 화살촉에 운집한 서릿발 같은 기운.
가늘어진 눈동자에 목표가 들어오는 순간.
팽!
시원한 소리와 함께 시위를 떠난 철시가 바람을 가르며 맹렬하게 쇄도한다.
쐐애액!
날카로운 파공성을 흘리며 날아간 철시가 무혼광인의 등판으로 떨어질 때, 진무립은 이미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걸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귓전을 강타하는 거친 폭음과 함께 무혼광인의 등판이 갈기갈기 찢겨 나간다.
팔천영신공 오참연폭(五慘聯爆)의 초식.
겁화천살대 부대주 역홍의 눈이 튀어나올 듯 부릅떠졌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목표를 꿰뚫기도 전에 폭발하는 화살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저놈이 궁황(弓皇) 투월초라도 된다는 말이냐!’
고개 돌린 역홍의 눈에 혜성처럼 떨어지는 다섯 줄기 섬광이 들어온다.
“광룡!”
역홍의 전신에서 활화산 같은 기운이 솟구친다.
지면을 박찬 그의 도신이 다섯 가닥으로 갈라지더니 짓쳐 드는 철시를 거칠게 후려쳤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비산하는 기파가 젖은 땅에 틀어박힌다.
“쿨럭!”
피를 토하며 휘청거리는 역홍의 미간을 벼락같은 섬광이 관통했다.
퍽!
검은 동공이 빠르게 빛을 잃어가며 그의 신형이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겁화천살대는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대주와 부대주의 죽음.
이어서 두 번째 혈야광인까지 단려화의 검에 목이 떨어진다.
진무립의 가세로 무혼광인이 속수무책 무너지는 가운데 광룡대가 드디어 원진을 풀고 반격에 나섰다.
“크아악!”
“과, 광룡부터 막아야 한다!”
답은 알고 있었으나 누구도 진무립을 막을 순 없었다.
서걱!
솟구치고 떨어지는 검초마다 적의 피와 살점이 튀어 오른다.
“광룡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혈교도의 얼굴에 점점 절망의 그늘이 드리운다.
주의할 대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건 상상을 초월한다.
전장의 한쪽에서 이곽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크윽!”
그의 가슴을 꿰뚫은 유대하의 검신이 붉은 피를 뚝뚝 흘려냈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유대하의 얼굴로 이곽의 피가 왈칵 쏟아진다.
“쿨럭!”
지친 유대하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대로 갚아줬다.”
“큭큭…….”
쓴웃음을 짓던 이곽의 두 눈이 생기를 잃어갔다.
적사곡에서 당한 패배를 완벽하게 갚아준 유대하였다.
사방에서 솟구치는 비명이 서진환과 싸우는 현유립의 귓가에 묵직한 비수처럼 틀어박힌다.
‘틀렸는가.’
적사곡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절초까지 퍼부었음에도 상대는 흔들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자와 함께 나타난 흑의인들의 무공은 자신조차 경시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나타났단 말인가?’
승패는 이미 결정되었다.
함께 싸우던 조위성은 이곽에 앞서 주검이 되어 쓰러졌고 진무립의 경천동지할 신위에 압도된 혈교도는 변변한 저항조차 못 하고 쓰러져갔다.
팔방에서 쏟아지는 서진환의 날카로운 공격이 현유립의 전신을 압박해왔다.
뒤로 물러나며 지사환무의 초식을 전개한 현유립의 검이 갈지자로 흔들렸다.
카카카캉!
오싹한 쇳소리와 함께 피어난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일곱 개의 검광을 막아낸 그의 검신이 마지막 공격을 튕겨 낼 때였다.
쉬익!
순식간에 궤적을 바꾼 마지막 일격은 현유립의 방어를 피해 벼락같이 가슴을 꿰뚫었다.
“큭!”
흔들리는 시야 속, 복면 위로 드러난 서진환의 날카로운 눈빛이 보인다.
“수고했다.”
현유립은 자신의 존중을 받을 만한 강자다.
나직한 음성과 함께 뽑혀 나온 검신을 따라 핏방울이 흩뿌려진다.
기울어가는 현유립의 세상이 까맣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