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137)
◈ 137화. 경천동지
골짜기 사이로 솟구치는 굉음과 진동하는 대지.
절벽이 밀쳐낸 누런 돌가루가 마치 꽃가루처럼 자욱하게 흩날린다.
우측으로는 십 장 높이의 절벽이, 좌측으로는 나무가 무성하게 숲을 이룬 이곳은 낙성곡(落星谷)이었다.
골짜기의 중앙.
다섯 자 너비의 작은 개울에 붉은 핏방울이 툭 하고 떨어졌다.
오 장의 간격을 두고 마주 선 진무립과 무천극.
왼팔에서 피를 뚝뚝 흘려내는 인물은 바로 진무립이었다.
피 묻은 검극을 겨눈 무천극이 기분 좋게 웃었다.
“큭큭큭. 네놈의 명줄도 여기까지로구나.”
진무립의 무심한 눈동자에 서릿발 같은 기운을 줄기줄기 쏟아내는 무천극이 담긴다.
‘생각보다 빠르군. 역시 이곳으로 데려오길 잘했다.’
무천극은 독왕 당조도, 조부이신 공위맹주 초평천도 정면에선 승산이 없을 만큼의 고수였다.
진무립의 눈동자가 슬며시 우측으로 돌아가는 순간, 지면을 박찬 무천극의 신형이 정면으로 폭사했다.
“지긋지긋한 악연도 오늘부로 끝이다.”
쐐애액!
가공할 기세로 짓쳐 든 무천극의 검이 진무립의 미간으로 날아든다.
팟!
개울을 박찬 진무립은 즉시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정면으로 날아들던 검극이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진무립을 쫓아온다.
상체를 비튼 진무립은 짓쳐 드는 검극에 은광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시뻘건 사기와 얼음장처럼 투명한 기운이 허공에서 뒤엉킨다.
파지지직!
가랑비처럼 스며들던 사기가 한순간 맹렬하게 뻗어 나가더니 진무립의 기운을 그대로 찢어발겼다.
꽝!
사방으로 비산하는 기파와 동시에 진무립의 신형이 화살처럼 튕겨 나간다.
콰직!
굵은 나무에 처박히는 진무립을 시뻘건 혈천장이 덮쳐간다.
콰아아아!
튕기듯 솟구친 진무립이 간발의 차이로 혈천장을 피해낸 순간, 벼락같이 짓쳐 든 무천극의 검극이 송곳처럼 어깨를 파고들었다.
쌔애액!
진무립은 재빨리 은광검을 끌어올렸다.
까앙!
비스듬한 검면을 따라 바깥으로 흘러가는 검극.
끼기기기…….
기괴한 소음에 사로잡힌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한다.
강렬한 눈빛과 표정에서 서로의 생각이 읽힌다.
‘생각보다 형편없구나.’
‘이 정도로 우쭐하기는.’
흘러가던 검극이 완전히 벗어난 순간 지독한 사기를 머금은 무천극의 좌수가 쭉 뻗어 나왔다.
판천라마를 무릎 꿇린 극성의 혈천장이 지근거리에서 쏟아지자 진무립도 그에 맞춰 좌장을 내질렀다.
단전에서 솟구친 내력이 노도와 같이 장심으로 뻗어 나간다.
쏴아아아.
혈천장에 맞서가는 무색의 가공할 장력은 팔천영신공 혼원무극장(混源武克掌)의 초식.
이윽고 벼락같이 쏟아진 두 줄기 장력이 근거리에서 격돌했다.
쿠콰아아아앙!
절대자들의 경천동지할 충돌에 지면이 움푹 꺼지며 산천이 울부짖는다.
화살처럼 튕겨 나가는 무천극의 눈에 수풀 너머로 멀어지는 진무립이 담긴다.
‘이게 대체 무엇이냐?’
두꺼운 손목이 부러질 듯 욱신거린다.
방금의 일장은 지금까지 경험한 진무립의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일격이었다.
무려 십 장 가까이 튕겨 나간 무천극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다.
‘단숨에 끝내야 한다.’
그는 전신 공력을 아낌없이 끌어올렸다.
쿠구구구구!
전신에서 태산 같은 내력이 솟구치며 발끝에 스친 대지가 지진을 만난 듯 몸부림친다.
쾅!
지면을 박찬 무천극의 신형이 길쭉한 잔영을 남기며 전방으로 폭사했다.
수풀 너머에서 진무립의 살기가 여실히 느껴진다.
‘거기냐?’
단전에서 솟구친 농도 짙은 사기가 검극으로 훅 빨려들더니 시뻘건 검광이 피어오르며 벼락같은 기세로 숲을 휩쓸었다.
쿠콰콰쾅!
수풀을 거칠게 찢어발긴 검광에 굵은 나무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터져 나간다.
반경 삼 장이 초토화된 황폐한 숲속.
그러나 분명히 살기를 흘리던 진무립은 그곳에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한텐 미안하지만 역시 은광검은 너무 가벼워.”
우측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무천극의 고개가 휙 돌아갈 때였다.
쌔애액!
한 줄기 백광이 서릿발 같은 기세를 흩뿌리며 맹렬하게 짓쳐 들었다.
“놈!”
곧바로 반응한 무천극은 피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검을 내질렀다.
혈광과 백광이 충돌하기 직전.
‘창이라고?’
무천극의 부릅뜬 눈에 빨려드는 것은 검이 아니라 시꺼먼 창두였다.
쾅!
일격을 부딪친 두 사람 주위로 일진광풍이 휘몰아친다.
지면에 깊은 족적을 새기며 멀어진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돌진한다.
“그런 잡수가 통할 거 같으냐!”
무천극은 손목을 흔들었다.
요동치는 검극에서 시뻘건 검광이 줄기줄기 솟구치더니 진무립의 전신을 덮쳐간다.
슈아아아아!
“통할지 안 통할지는 네 눈으로 확인해라.”
진무립은 창대를 거칠게 흔들었다.
그러자 창두에서 수십 가닥 백광이 치솟더니 무천극의 검광을 거침없이 꿰뚫었다.
혈천마검 백혈광무(百血狂舞)의 초식과 팔천영신공 백사참격(白死慘擊)의 격돌.
콰콰콰콰콰쾅!
멈춰 선 두 사람의 검과 창이 가공할 기세로 서로에게 부딪쳐간다.
무천극의 검은 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신속했고 그에 맞선 진무립의 창대 역시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
일말의 양보도 없는 용호상박의 승부에 무천극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처음부터 창술을 익힌 것인가?’
그런 착각이 들 만큼 진무립의 창술은 완벽 그 자체였다.
순식간에 초식의 마지막 공격이 격돌하며 두 사람이 주르륵 미끄러졌다.
“어디 이것도 받아내 보아라.”
뒤로 뺀 무천극의 발이 지면에 깊숙한 족적을 새긴다.
쾅!
지면을 박찬 무천극의 검에서 지독한 혈광이 아홉 방위로 솟구친다.
혈천마검 구궁타관(九宮打貫)의 초식이 지척까지 날아든 순간.
일직선으로 내지른 진무립의 창두에서 새하얀 백광이 회전하는 솥뚜껑처럼 피어올랐다.
콰콰콰콰콰콰!
무천극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말도 안 된다!’
마치 이무기처럼 아가리를 쩍 벌린 백광은 무천극의 검초를 하나씩 깨부수며 나아가더니 종국엔 그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팔천영신공으로 펼치는 사망벽궤(死網壁櫃)의 초식.
무천극을 집어삼킨 새하얀 빛무리가 격렬하게 꿈틀거리더니 이내 화산처럼 폭발했다.
쿠아아앙!
귓전을 강타하는 폭음과 함께, 비산하는 기파 너머로 피에 젖은 악귀의 섬뜩한 눈빛이 보인다.
“광룡-!”
분노 섞인 외침이 골짜기에 메아리친다.
진무립의 눈에 이채가 번졌다.
‘그걸 뚫고 나와?’
완벽하게 해냈다면 무천극은 죽었어야 정상이다.
놈은 초식이 완성되기 직전에 스스로 그것을 깨부수고 나온 것이다.
상대는 과연 서장의 절대자라 할 만한 고수였다.
진무립을 향한 무천극의 장심에서 태산마저 찍어누를 듯 폭발적인 기세가 쏟아져 나왔다.
콰아아!
순식간에 보폭을 넓힌 진무립은 전신 내력을 담아 전방으로 창대를 내던졌다.
쏴아아아!
빗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팔천영신공 일섬격관(一閃擊貫)의 초식과 무천극의 혈천장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콰앙!
충돌의 여파로 땅거죽이 일 장 가까이 솟구친다.
이를 악문 무천극이 시야 확보를 위해 우측으로 몸을 날릴 때였다.
슈슈슈슈슈슈!
솟구친 흙먼지를 뚫고, 서릿발 같은 기세를 머금은 수십 다발 화살이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이번엔 화살이라고?’
발을 멈춘 무천극의 신형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쏟아지는 화살비를 모조리 후려쳤다.
쾅! 콰콰쾅!
터져 나간 화살 파편이 마치 암기처럼 사방에 틀어박힐 때.
가라앉은 흙먼지 너머에서 가공할 기세로 달려드는 것은 어느새 도를 움켜쥔 진무립이었다.
슈아악!
치솟은 도가 태산마저 무너뜨릴 기세로 뚝 떨어진다.
팔천영신공 압천경세(壓天驚世)의 초식.
몸을 피할 틈도, 생각할 겨를도 없다.
이를 악문 무천극은 떨어지는 도를 향해 전력으로 검을 부딪쳐갔다.
힘과 힘의 정면충돌.
콰앙!
격렬한 폭음과 함께 무천극의 발이 지면을 파고들었고.
힘으로 찍어누르던 시꺼먼 도는 무천극의 검을 두 치가량 베어내며 그의 왼쪽 어깨로 떨어졌다.
서걱!
어깨의 살점이 뭉텅이로 잘려나가며 시뻘건 피가 쏟아진다.
“큭!”
상처도 상처였지만 어깨로 침투하는 무서운 한기는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무천극은 시간을 벌고자 솟구친 검을 사선으로 그으며 훌쩍 물러났다.
그 뒤를 추격하는 진무립의 좌수로, 수풀을 뚫고 나온 시꺼먼 흑봉이 빨려든다.
진무립은 도를 내던지고 흑봉을 쥐었다.
도신으로 닿지 못할 둘 사이의 간격은 봉을 잡는 순간 절묘한 타격 범위가 되었다.
검과 창, 화살과 도에 이어 봉까지.
시시각각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공격은 제아무리 서장의 절대자일지라도 적응할 틈이 없었다.
‘이건 설마!’
무천극은 그제야 진무립의 무공이 무엇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눈으로 본 적은 없어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던 무공.
천하에 대혈겁을 일으켰던 팔황문주 황운천의 무공이다.
‘팔천영신공이란 말이냐!’
진무립의 눈이 시퍼런 살광을 토해내는 순간, 춤을 추듯 흔들리는 흑봉이 무천극의 전신을 난타했다.
쿠콰콰콰콰쾅!
“크아악!”
연이어 터져 나오는 육중한 폭음과 함께 무천극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명이 솟구쳤다.
골짜기에서 울려 퍼지는 폭음과 비명에 산을 오르는 남궁도의 발이 바빠졌다.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남궁도가 신법에 박차를 가하는 순간이었다.
‘혈향!’
미세한 혈향이 그의 후각에 감지됐다.
골짜기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건 근거리에서 풍기는 피 냄새다.
기척을 감추고 사뿐히 나무 위에 착지한 남궁도는 은밀히 혈향을 따라갔다.
그곳에서 십 장 남짓 떨어진 작은 공터.
발을 멈춘 남궁도의 두 눈에 공터 가득한 시신이 들어온다.
‘혈마의 호위들이다.’
무려 백여 구가 넘는 시신 중 공위맹의 무복은 한 구도 보이지 않는다.
그때 머리 위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궁의 무인. 살고 싶다면 돌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
즉시 반응한 남궁도는 검파에 손을 올리며 고개 들었다.
복면 위로 드러난 새까만 눈동자에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귀하는…… 누구십니까?”
서진환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곧이어 사방에서 오싹한 살기가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남궁도의 주변을 에워쌌다.
‘이들은 대체…….’
역부족을 실감한 남궁도는 검파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나무 아래로 뛰어내렸다.
“돌아가겠소.”
“좋은 판단이다.”
돌아서던 남궁도가 멈칫하며 물었다.
“혈마의 부하들을 모두 제거했는데 어찌 혈마를 잡으러 가지 않으시오?”
광룡 진무립이 제아무리 뛰어난 무인이라지만 남궁도의 생각에 그 혼자 무천극을 감당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서진환은 담담히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이었다.
‘광룡을 믿고 맡긴다는 말인가?’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힌 남궁도는 조용히 등을 돌려 사라졌다.
이어서 은수련이 남궁도가 떠난 방향으로 은밀히 움직였다.
숨어있던 백채륜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철저하시군요.”
눈앞의 시신 중 서른 명은 백채륜의 것이었다.
그의 부하들은 골짜기 주변에서 혹시 모를 세작의 침투를 경계하고 있었다.
“맡은 소임을 다할 뿐이오.”
쾅! 쾅! 콰쾅!
골짜기의 진동이 극에 달할 무렵, 산기슭에서 펼쳐지는 전투의 치열함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다.
카카카캉!
“조금만 더 버텨라!”
끊임없이 들려오는 강렬한 쇳소리와 산을 타고 강처럼 흐르는 핏물.
푸르던 수풀과 초원은 마치 때아닌 노을이 내려앉은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광인들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초평천과 광룡대가 후방을 틀어막은 사이 공위맹 무인들은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갖춘 채 버티기에 돌입했다.
아주 조금의 방심도 죽음으로 직결되는 치열한 전투 속.
좌익에서 사투를 벌이던 조영성이 진설란의 배후로 돌아가는 적을 발견했다.
“뒤다!”
번개같이 몸을 날린 조영성의 검이 그녀의 뒤를 지키며 쏘아졌다.
카앙!
선명한 쇳소리와 함께 다급하게 돌아선 그녀가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적의 목이 둥실 떠오르며 솟구친 피가 그녀의 전신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는 고마운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조영성은 즉시 제자리를 찾아가며 말했다.
“여기서 죽으면 당천이 슬퍼할 거야.”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사투를 벌이는 것은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당소소와 당우는 요소마다 암기를 던져 동료들을 보호했고 곽도진과 보인은 선두에서 온 힘을 다해 적을 막아내고 있었다.
진무립에게 당부를 받은 용추는 최전방에서 엄청난 용력을 발휘하며 적의 이목을 끌어당겼고 초평천과 함께하는 광룡대의 싸움은 그보다 더욱 치열했다.
전신을 붉게 물들인 채 유대하의 곁에서 검을 휘두르던 풍연은 연신 부하들을 살폈다.
전날 수라대와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짐작한 유대하가 전방으로 서릿발 같은 검초를 흩뿌리며 말했다.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예.”
과거 마도림의 최연소 대주에 올랐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던 유대하는 누구보다 능숙하게 부대를 통솔하고 있었다.
더 이상 적아를 구분하지 못해 혼란에 빠지는 일도 없다.
시각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법을 체득한 것이다.
광룡대가 성장한 만큼 유대하 역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두 명의 적을 잇달아 베어낸 유대하는 혈교도 너머를 슬쩍 살폈다.
‘조금만 더!’
열세 구에 달하던 혈야광인은 무려 일곱 구나 남은 반면 백여 구에 달하던 무혼광인은 고작 다섯 구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것이 모두 쓰러진다면 혈야광인은 안에서 혈교도를 협공할 아군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혈교 역시 알고 있었다.
당조를 상대로 맹렬히 공격을 퍼붓는 가진천에게 부하의 다급한 전음이 도착했다.
[대주! 곧 무혼광인이 전멸합니다! 이러다간 혈야광인이 아군을 덮칠 것 같습니다!]가진천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하필 이럴 때 주군께서 자릴 비우시다니.’
상대가 혈교의 입장에선 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진무립이니 이해는 된다.
진무립에게 많은 고수가 당했으나 남은 전력은 결코 공위맹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다.
“크흘흘흘!”
흑사칠랑과 강유월의 호천단이 사광원의 노물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었으나 난생처음 보는 지독한 사공에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무공의 문제가 아니라 숨이 끊어지는 순간 동귀어진하듯 육신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사광원이 공위맹의 고수들을 묶은 사이 다른 혈교도들은 포위를 풀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변수를 제거한다.’
가진천은 부대주 금위상을 찾았다.
[위상. 독왕을 잠시 맡아라.] [예!]부대주 금위상이라면 당조를 상대로 적어도 오십 초 이상은 버틸 수 있다.
가진천은 그 틈에 혈야광인을 제거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쿠아앙!
벽산의 좌측에서 쩌렁쩌렁한 굉음이 솟구치더니, 숲 밖으로 화살처럼 튀어나온 혈인이 땅바닥에 사정없이 처박혔다.
콰지지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난 무인들과 멀리 몸을 숨기고 있던 천하의 세작들이 모두 쓰러진 피투성이 사내를 주목했다.
“저건…….”
“설마?”
부릅뜬 그들의 눈에 혈인을 향해 벼락같이 짓쳐 드는 진무립이 들어온다.
“광룡이……. 그렇다면 저 피투성이 사내가 혈마란 말인가!”
시퍼런 정광을 토해내는 진무립의 눈에 히죽 웃는 무천극이 담긴다.
“크크크.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짜 하나 남은 오른손으로 쏟아부었다.
콰아아아!
장심에서 뻗어 나간 태산 같은 기운이 달려드는 진무립을 해일처럼 덮쳐간다.
진무립은 숲에 두고 온 육병흑궤를 대신해 허리춤의 은광검을 뽑아 들었다.
끼이이이이이!
오싹한 소음과 함께 폭사하는 한 줄기 섬광이 시뻘건 장력을 사정없이 찢어발긴다.
붉게 물든 무천극의 눈에 짙은 회한이 번졌다.
“역시 네놈은 그때…….”
숲속에서 죽였어야 했다.
버리지 못한 미련이 쓰리도록 가슴을 파고든다.
천하의 눈과 귀가 집중된 이 자리에서.
콰직!
혈천장을 단숨에 파훼한 은광검이 마침내 무천극의 가슴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