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257)
◈ 257화. 복마전
신룡 단소룡이 화령도를 떠났다는 소문은 그가 무창의 강변에 나타날 무렵부터 스멀스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복령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천하가 하나의 연맹을 창설한다.
삽시간에 번지는 소문은 달리는 말보다도 빠르게 천하를 강타했다.
남궁세가와 칠맥의 수뇌가 중원을 향한 여정에 올랐고 산동 무림도 최정예를 선별해 중원으로 파견했다.
천하 각지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사천 무림 역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봄날의 푸르름으로 가득한 죽림.
돋아나는 새싹과 만발한 꽃들이 초무강의 짙은 눈동자에 떠오른다.
‘무립아.’
죽은 누이의 하나뿐인 아들이 장성해 돌아온 것으로도 모자라 천하의 절대자로 우뚝 섰다.
마도림의 오랜 숙원을 이뤄준 그 아이는 다음 목표를 위해 또다시 위험한 전장으로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사색에 잠긴 초무강의 뒤로 비선당주 문강유가 다가왔다.
“림주님.”
정신을 차린 초무강이 몸을 돌렸다.
“광룡대는 출발했는가?”
“예. 새벽녘에 출발했습니다.”
자신들의 새 인생을 찾아준 진무립을 돕기 위해 그들은 전장에 뛰어들길 마다하지 않았다.
쉼 없이 수련에 매진했던 그들이라면 분명 진무립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흑사칠랑은?”
얼마 전, 상천의 의뢰를 받고 이곳을 지키겠다며 찾아온 흑사칠랑은 진무립이 머물던 처소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간 광룡장을 드나들며 광룡대를 상대로 수련하더니 오늘은 잠잠합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듯합니다.”
초무강이 광룡대를 믿고 보낸 것도 바로 흑사칠랑과의 실전 같은 비무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고개를 끄덕인 초무강이 말했다.
“광룡대를 보낸 이상 현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볼 수 있겠군.”
문강유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조금 더 전력을 빼서 소공자를 지원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진무립은 천하에 보기 드문 인재다.
비록 그가 상천의 천주라곤 하나 초무강이 마음에 둔 마도림의 후계자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더 진무립을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것이다.
초무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필요하다면 그 아이가 직접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녀석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뿐이야.”
“이곳을 지키는 것 말이로군요.”
“그렇지.”
만일 마도림이 적에게 유린당하거나 인질로 잡히게 된다면 진무립에게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상천의 총사 수문화가 흑사칠랑을 이곳에 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경부관과 인근 모든 방파에 일러 당분간 중경의 감시를 철저히 하도록 일러주게. 전서망을 재차 점검하고 수상한 자가 나타나면 곧장 움직일 수 있어야 할 것이네.”
“알겠습니다.”
마도림을 지키고자 찾아온 흑사칠랑은 진무립이 사용하던 와룡소(臥龍所)에 머물고 있었다.
높게 솟구친 태양이 따사로운 볕을 내리쬐는 가운데 문이 벌컥 열리며 흑랑 장우기가 튀어나왔다.
“뭐야? 벌써 해가 중천에 떴잖아?”
부스스한 몰골로 하늘을 쳐다본 장우기가 잔뜩 찌푸리며 각 방의 문을 걷어찼다.
“일어나! 수련해야지!”
방에서 나온 도랑 도운수가 버럭 소리쳤다.
“잠 좀 자자!”
장우기가 지지 않고 대들었다.
“그놈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잠이 와? 강한 놈들이라며! 나 먼저 광룡장으로 간다!”
지랑 현진학이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걸어 나왔다.
“거긴 아무도 없다.”
“그게 무슨 소리야?”
“새벽에 중원으로 떠난다더군. 지금쯤 오십 리는 갔을 거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장우기가 고개를 모로 비틀었다.
“……왜 그걸 이제?”
은랑 장청이 한숨을 내쉬며 나타났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장청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장우기가 슬쩍 고개 돌리며 혼잣말을 했다.
“시부럴. 내가 늦게 들어왔다고 자기들끼리만 정보 공유하는 거 봐. 텃세야?”
도운수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저께 너도 같이 들었잖아!”
그때 끝 방에서 나온 검랑 서천휘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웃지 마! 뭐가 웃겨!”
버럭 화를 낸 장우기가 씩씩거리며 연무장으로 달려갔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현진학이 마당의 평상에 앉았다.
전신을 시꺼먼 천으로 두른 독랑 막월이 그의 뒤에 앉으며 물었다.
“그놈들. 괜찮겠나?”
그놈들은 물론 광룡대를 말함이다.
서천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팔사령 구소군과의 전투가 끝나자마자 곧장 이곳에 온 흑사칠랑이다.
광룡대는 그런 자신들을 찾아와 실전을 대비한 수련을 부탁했고 수십 일에 걸쳐 매일같이 치열한 전투를 벌여왔다.
광룡대의 처절한 싸움을 몸소 경험한 도운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명 상대는 강해. 하지만 그놈들이라면 적어도 적의 팔다리 하나쯤은 가져갈 수 있을 거다.”
개개인의 무공도 상당한 수준이었으나 가장 무서운 것은 정교하게 짜여진 전술이다.
진무립을 닮은 것인지 그들은 철저하게 약속된 움직임에 따라 치고 빠지길 반복하며 이쪽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려왔다.
누굴 만나든 결코 쉽게 무너질 자들은 아니었다.
“만약에 말이야.”
처마 밑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흑사칠랑의 홍일점, 비랑 비사령의 것이었다.
“만일, 그날 우리가 그 녀석들과 끝까지 싸웠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모두의 시선이 지랑 현진학에게 닿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평상에 드러누운 현진학이 작게 입을 열었다.
“잡을 수 있었겠지.”
“그래?”
“하지만 이쪽은 흑랑과 검랑을 빼곤 살아남기 어려웠을 거다.”
직접 손속을 겨룬 현진학의 입장에서 구소군은 정말 꺼림칙한 상대였다.
무거운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검랑 서천휘가 말했다.
“너무 비관적인 말이로군요. 내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만.”
고개 돌린 현진학이 서천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흑사칠랑의 수장은 분명 흑랑 장우기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은 검랑 서천휘였다.
서천휘가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기한은 일 년. 의뢰는 마도림을 그 어떤 위협에서도 사수하는 것. 그때까지 임무에 충실합시다.”
* * *
중경을 떠난 광룡대는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었다.
우거진 숲속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광룡대는 모두가 알던 과거의 그들이 아니었다.
대열을 유지하다가도 장애물이 나타나면 일사불란 흩어졌다가 일시에 모습이 장관이다.
그들의 진군은 어느 방파의 정예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후미를 따르던 후영이 선두로 달려왔다.
“조금 더 빨리 갈 순 없냐?”
대주 풍연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하루 달리고 마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렇지만…….”
“걱정 마라. 우리는 열흘 뒤 반드시 개봉에 있을 테니까.”
사천에서 개봉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족히 달포는 걸리는 거리.
그런 거리를 열흘 안에 주파하려면 지금부터 진군과 휴식을 적절하게 배분해야 했다.
민머리를 슥 만진 전유가 점잖은 어조로 말했다.
“조급한 마음은 이해하나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닐세.”
한경이 히죽 웃었다.
“그렇게 소공자가 보고 싶은 거야?”
후영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
“소공자에게 달라진 우리를 보여주고 싶은 거지.”
대검문의 몰락 후, 진무립은 포로가 된 자신들을 알아 봐주고 거둬주었다.
그런데 그 은혜를 갚기도 전에 진무립은 중원으로 떠나버렸다.
그가 떠난 다음 날부터 전원이 폐관수련에 돌입했다.
가시밭길을 걷는 그의 곁에서 함께 싸울 자격을 증명하고자 혹독하게 자신들을 몰아붙였다.
흑사칠랑을 상대로 한 수련에서 자신감과 확신을 얻었다.
하루라도 빨리 그를 만나 달라진 자신들을 보여주고 싶다.
풍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조급해할 것 없다. 시간은 충분해.”
언제나 말이 없던 주초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다.
“우리가…… 함께…….”
한경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린 강해졌다. 충분히 소공자를 도울 수 있을 거야.”
주초가 흡족한 듯 씩 웃었다.
풍연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수련을 겸하며 달릴 것이다! 대열에서 이탈하지 마라!”
자신들은 광룡대.
광룡의 이름을 걸고 있는 이상 절대 느슨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결연하게 눈을 빛낸 광룡대원들이 일제히 목청을 키웠다.
“예!”
* * *
초록이 우거진 심산유곡.
이곳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초옥을 나선 운화결은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작은 분지를 눈에 담았다.
“이곳은 어디지?”
그간 운화결을 지켜보던 장경이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음.”
고개 돌린 운화결의 동공에 어둠이 스치듯 사라졌다.
‘날 믿지 못하는군.’
운화결의 두 눈이 수십 채의 가옥을 차례로 훑는다.
‘최소한 수십 명은 거주하는 게 분명하다. 놈들이 이곳을 급습한다면 전력의 반 이상은 소탕할 수…….’
생각하던 운화결은 어이가 없었는지 실소를 흘렸다.
불가능하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기운은 설지량의 보고대로 전원 대표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진무립과 상천, 중원의 모든 방파가 전력을 총동원한다면 해볼 만하겠지만 그만한 숫자가 움직이는데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소수정예인 만큼 세간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극강의 고수들이 아니라면 접근조차 어렵다.
‘그래서 날 살려둔 거겠지.’
이들의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할 수만 있다면, 분명 진무립이 방도를 찾아낼 것이다.
장경이 물었다.
“몸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완벽하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
진무립에게 당한 상처는 최소한 반년 이상 정양해야 수습될 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고작 두어 달 만에 최상의 몸 상태로 돌아왔다.
“주군께 아뢰겠습니다.”
장경이 꺼지듯 사라지자 운화결은 하늘을 쳐다봤다.
늘 보던 해의 위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강남은 아니로군.’
운화결은 대강 위치를 추측하며 천천히 언덕을 내려갔다.
둥근 마당을 중심으로 담장처럼 가옥이 밀집한 지역에 접근하자 형형색색의 무복을 입은 무인들이 보인다.
물통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는 무인, 처마 밑에 앉아 검을 닦는 무인.
모두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으나 이 자리에 적이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반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운화결은 이들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백화무단(百華武團).’
총원 일백으로 구성된 복령천 최정예 타격대.
분명 운화결을 인식했음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공터를 가로지른 운화결이 건너편에 도착할 무렵, 우측 초옥의 문이 바람에 떠밀리듯 열렸다.
“이봐.”
고개 돌린 운화결의 눈에 이채가 스쳐 갔다.
특별히 은잠술을 펼친 것 같지도 않은데 집 안에 있는 사람을 알아채지 못한 까닭이다.
마치 시골 촌부처럼 낡은 마의에 술병을 손에 여유로운 인상의 사내.
자신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상대는 복령천에 들어와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사내의 얼굴에 시원한 미소가 떠올랐다.
“자네가 운화결인가?”
“넌 누구냐.”
“나?”
술병을 툭 내려둔 사내가 공터 인근의 무인들에게 물었다.
“어이. 와서 내가 누군지 설명 좀 해줘라.”
가장 가까운 사내가 날 듯 달려와 예를 갖췄다.
“백화무단(百華武團)주 양무화 대공이십니다.”
문틀에 기댄 양무화가 운화결을 쳐다보며 웃었다.
“설명이 되었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침묵하던 무인들의 도전적인 눈빛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운화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곳은 복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