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308)
◈ 308화. 천하의 패권이 걸린 전쟁
천마 장천무의 눈에 흥미로운 빛이 번진다.
‘이놈인가.’
위사영과 젊은 고수들에게 시선을 빼앗긴 사이 순식간에 당해버렸다.
굳이 묻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다.
중원 천지에서 저와 같은 연배에 자신의 눈을 속이고 수하들을 도륙할 수 있는 무인은 오로지 광룡 진무립뿐이다.
주변을 둘러본 황천패가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네놈이 광룡이로구나! 으하하하!”
진무립이 이 자리에 나타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천하 무림의 고수들만 모아둔 태종무단을 먼저 유인하고자 일부러 회동까지 앞당겼으니까.
이들이 나타났다는 건 자신과 약환의 계책이 성공했다는 것과도 같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리 없다.
진무립이 마주 웃는다.
“쥐새끼처럼 숨어서 대가리 굴리는 건 재미있었나?”
“하하하! 입담 한번 대단하구나. 그렇지. 그렇게 당당하게 나와줘야 숨어서 대가리 굴린 보람이 있지 않겠나?”
벼락같은 공세에 잠시 긴장했던 약환이 황천패의 광소에 안도한다.
‘휴우. 정말 소문대로 과감하군.’
위사영과 무인들 뒤에 은밀히 숨어 접전이 벌어진 사이 호위들을 도륙한 것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작전이었다.
‘회동을 앞당기길 정말 잘했구나.’
이런 자와 정면 승부를 벌였다면 어떤 곤란한 지경에 처할지 모를 일이다.
두두둑!
“끄윽!”
진무립이 임화교의 목을 꺾어버리기 직전이었다.
천마 장천무의 소매가 흔들린다 싶더니 한 줄기 선풍이 불어와 진무립과 임화교 사이를 갈라놓았다.
파아앙!
‘빠르군.’
바로 죽이지 않고 시간을 끌었던 건 지금의 한 수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함이다.
상대는 적어도 위사영보다 윗줄의 고수다.
‘역시 쉽지 않겠구나.’
뒤로 물러나던 진무립이 휘청이는 임화교를 향해 지풍을 쏘았다.
쌔액- 퍼퍽!
두 줄기 지풍이 임화교의 머리를 그대로 관통하며 시뻘건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네놈.”
두 눈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은 장천무가 몸을 날리는 순간이었다.
‘지금이다!’
위사영과 무림맹 무인들은 자신들이 할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진무립의 신형이 슬며시 흔들리는 순간 그들도 은밀한 움직임을 개시했다.
타탓!
꺼지듯 사라진 진무립과 장천무가 순식간에 근접하더니 서로를 향해 장력과 검초를 퍼붓는다.
콰아아아-!
팔천영신공 극일화(極一化)의 초식이 거센 해일처럼 장천무를 찍어눌렀고.
차갑게 눈을 빛낸 장천무가 보폭을 벌리며 묵빛 검신을 휘저었다.
콰아앙!
강렬한 폭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위사영의 눈빛이 번뜩였다.
‘일단 내가 황천패를 친다!’
벼락같이 몸을 날린 위사영은 가까운 황천패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쐐애액!
오싹한 파공성과 함께 다섯 갈래로 나뉜 검광이 황천패의 사지육신을 매섭게 파고든다.
단소룡이 무림에 등장하기 이전, 흑사칠랑의 전대 흑랑 구중천과 함께 천하이재(天下二材)로 불리었던 그의 재능은 의심할 여지 없는 진짜였다.
서릿발 같은 검초가 눈앞으로 쏟아짐에도 황천패는 되려 코웃음을 쳤다.
“흥!”
황천패의 손목이 가볍게 움직였고.
슈우욱!
마치 공간을 빨아들이듯 반원을 그린 검신이 짓쳐 드는 다섯 줄기 섬광을 튕겨 낸다.
콰콰콰콰쾅!
강렬한 굉음과 함께 위사영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건성으로 대충 휘저은 듯한 방어에 손목이 찢겨 나갈 듯 욱신거린다.
한 수의 충돌에 불과했으나 위사영은 알 수 있었다.
상대는 쾌(快)와 중(重), 정(正)과 변(變)의 묘리를 모두 갖춘 엄청난 검수다.
진무립이 장천무를 막아서고 위사영이 황천패의 시선을 끈 사이.
유대하를 비롯한 네 사람은 약환을 향해 짓쳐 들고 있었다.
‘이런!’
약환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신법만큼은 부족함 없으나 다른 무공은 절정에 달했다고 보기 어려운 약환이었다.
“주군!”
경악한 약환이 절규하듯 외치는 순간이었다.
“번거로운 녀석이로구나!”
위사영의 강맹한 검초가 쏟아지는 가운데, 황천패의 좌장이 약환을 향해 펼쳐진다.
슈우우우!
장심으로 빨려드는 내력과 함께 대기의 강렬한 진동이 위사영의 뇌리에 경종을 울린다.
“위험하다!”
즉시 손목을 비튼 위사영이 좌장을 향해 검초의 방향을 틀었을 때였다.
쐐애애액!
황천패는 놀랍게도 장력을 쏟아냄과 동시에 우수에 쥔 검으로 위사영의 검초에 부딪쳐왔다.
쿠콰콰콰쾅!
쇳소리 뒤섞인 강렬한 폭음과 함께 위사영의 검신이 튕겨 나갔고.
파아아앙!
장심에서 쏟아진 가공할 장력이 유대하와 육군명, 악계화의 등으로 쏟아진다.
위사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도 안 된다!’
당금 무림에서 무위로만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신을 상대하며 한눈을 팔 수 있는 무인이 있으리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던 것이다.
황천패의 입가에 짙은 조소가 번졌다.
“뭘 그리 놀라시나? 고작 무림에 암약하는 쥐새끼를 상대로!”
장력을 쏟아낸 황천패가 득달같이 위사영에게 달려들었다.
카카카카카캉!
둘 사이에 강렬한 불꽃이 연신 피어오르는 사이.
달리다 말고 돌아선 육군명은 해일처럼 밀려드는 가공할 장력을 눈에 담았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상대는 과연 복령천의 수장이라 할 만하다.
‘위대협을 상대하며 장력을 쏟아냈다는 건 언제든지 그분을 뿌리칠 여력이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여기서 약환을 놓칠 순 없다.
“그대로 가라!”
동료들의 등을 지키고 선 육군명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일도를 내리그었을 때였다.
부우웅!
지척까지 짓쳐 들었던 장력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며 도신이 허공을 가른다.
경악한 육군명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무월반장(無越搬掌)이란 말이냐!’
공간을 뛰어넘는 가공할 장력.
그것은 바로 팔천영신공의 무월반장뿐이었다.
“대하!”
고개 돌린 육군명이 다급하게 외칠 때, 등 뒤의 이변은 유대하와 악계화도 알아챈 상태였다.
쿠아아아아!
등판의 서늘함이 식은땀이 되어 맺혔음에도 약환을 목전에 둔 유대하는 돌아보지 않았다.
‘해야 한다!’
진무립이 파악한 천마 장천무의 무위는 분명 위사영보다 우위에 있다.
굉음이 터져 나왔을 테니 협곡 밖에서 대기하는 마인들이 곧 들이닥칠 터.
여기선 한 방 맞더라도 진무립의 계획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약환의 신법이라면 두 번의 기습은 통하지 않을 테니까.
악계화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복령천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청금환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 따위는 얼마든지 내줄 수 있다.
일격을 각오한 두 사람이 배후의 장력을 무시한 채 약환의 일 장 간격까지 접어들었을 때였다.
[돌아서서 막아라!]귓전을 파고드는 강렬한 전음은 어느 순간 사라진 천진서의 목소리.
소완공을 전개해 두 사람의 그림자에 스며들었던 천진서가 벼락같이 뛰쳐나온 것이다.
길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돌아선 두 사람이 황천패의 무월반장을 향해 검과 도를 휘둘렀고.
콰쾅!
두 개의 폭음에 이어 번뜩이는 천진서의 검초가 약환의 옆구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서걱!
“크아아악!”
약환이 비명을 내지르는 순간, 협곡의 입구에서 가공할 마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대기하던 마인들이 솟구치는 천경봉의 굉음을 감지한 것이다.
“서둘러라!”
부교주 천살염마 군도의 명령과 함께 이만이 넘는 마인들이 협곡으로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왔다!’
추영당주 봉추개가 즉시 바위 너머로 깃발을 흔들었다.
그러자 숨죽인 채 대기하던 태종무단원들이 병기에 손을 올린다.
천하의 운명을 결정지을 일전이 마침내 도래했다.
누구의 눈동자에도 두려운 빛은 보이지 않는다.
이날까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룩한 자신의 무공과,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진무립의 머리를 믿는 것이다.
‘그분께선 분명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가 그렇다면 가능하다.
협곡의 태종무단이 마음속 칼날을 날카롭게 가는 사이.
남서쪽의 봉우리 위에 바짝 엎드린 단려화는 움직일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손바닥을 옷에 문지른 그녀는 진무립의 말을 떠올렸다.
‘분명 선두에 가장 강한 자들이 있을 거야.’
진무립은 가장 중요한 결정을 자신의 판단에 맡겼다.
그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고 싶다.
차갑게 가라앉은 그녀의 눈동자가 수십 장 절벽 아래를 응시한다.
‘정말 많긴 많구나!’
마치 개미 떼가 집단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시꺼먼 물결이 빨려들 듯 차례로 협곡에 들어선다.
‘아직 아니야.’
아직 절반도 채 협곡에 들어서지 못했다.
이대로는 선두의 강자들이 모퉁이를 도는 순간 태종무단을 발견할 것이다.
그녀는 즉시 뒤로 손을 내밀었고 그것을 확인한 추영당원이 봉추개에게 전음을 전한다.
[물러나랍니다!]목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봉추개는 깃발을 북쪽으로 휘둘렀다.
‘이동!’
그것을 발견한 탁이신은 즉시 무인들을 이끌고 후방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을 지켜보는 눈은 비단 단려화와 추영당의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여기선 내가 나설 차례로구나.’
천경봉의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엔 커다란 고목 뒤에 숨은 제갈경이 있었다.
분지의 상황을 지켜본 그는 함께 온 무인들을 돌아보며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천마를 죽여라!”
그에 이어 곁을 지키던 고수들이 단전 깊숙한 곳의 내력을 끌어올려 일성을 토해냈다.
“천마를 죽이자!”
“으아아아!”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소수의 외침이었으나 천하 무림의 정예들만 모인 태종무단원들의 외침은 협곡을 진동케 하기 충분했다.
‘함정이란 말이냐!’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천살염마 군도는 신법에 박차를 가했다.
“서둘러라!”
군도를 필두로 천산육마와 교의 정예들이 속도를 올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신법이 빠른 고수들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의 간격이 빠르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단려화는 그들 사이에 벌어진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야!’
벌떡 일어나는 그녀를 따라 추영당원들이 몸을 날려 남쪽의 절벽 끝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그들의 움직임을 확인한 제갈경은 즉시 손을 들었다.
“준비하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무 뒤로 이동한 투백비와 후영이 활시위에 철시를 걸었다.
후영의 팔뚝에 굵은 힘줄이 불거진다.
“언제든지 쏠 수 있습니다.”
그에 이어 싱긋 웃는 투백비의 앞머리가 바람에 찰랑거렸다.
“얼마나 잘 쏘는지 한번 볼까요?”
목표 지점에 도착한 단려화와 추영당이 검과 타구봉을 쥐고 혼신의 힘을 다해 바닥을 내리찍었다.
쾅! 쿠쿠쿠쿠쿵!
웅장한 굉음과 함께 절벽 틈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변을 눈치챈 마인들이 발을 멈추는 순간이었다.
제갈경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지금입니다.”
“예.”
이를 악문 후영의 화살촉이 금이 간 절벽을 향했고 투백비의 입가에는 기대 섞인 미소가 번졌다.
“자아, 쏩니다!”
티팅!
투백비의 명랑한 외침과 함께 쏘아진 두 대의 철시가 맹렬히 회전하며 섬광을 흘린다.
쐐애애액!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아가던 두 대의 철시는 정확히 절벽에 거침없이 틀어박혔다.
콰쾅!
소화산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굉음에 이어 봉우리에서 이탈한 바위가 빠르게 기울어갈 때.
“물러나요!”
단려화의 외침에 따라 추영당원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쿠구구구…….
점점 격렬해지는 대지의 진동과 함께 수십 조각으로 갈라진 바위가 좁은 협곡의 길목을 덮쳐간다.
“아아!”
누군가의 절망 섞인 탄식에 이어 군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피해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절벽에서 완전히 분리된 바위들이 길게 늘어선 마인들의 중앙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천하의 패권이 걸린 전쟁.
무림 역사상 가장 처절한 전투로 기록될 장엄한 전쟁이 이곳 소화산의 협곡에서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