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9)
◈ 9화. 좋은 기회다
서북회원들이 저마다 무기를 빼 드는 순간, 용추의 신형이 순식간에 칠도문주 앞으로 이동했다.
“헛!”
헛바람을 집어삼킨 도영강이 급하게 도를 출수했다. 하지만 용추의 손은 그보다 빨랐다.
쩌엉! 하는 소리와 함께 도영강의 도가 벼락같이 튕겨 나갔다.
이어진 용추의 주먹이 도영강의 복부를 강타하자 다른 회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진무립은 철사방주 육무봉에게 전음을 보냈다.
[살고 싶으면 엎드려라.]육무봉은 재빨리 진무립의 발치에 엎드렸다.
[저도 도울까요?] [필요 없다.]잠시 지켜보던 육무봉은 접전이 펼쳐지자 다시 전음을 보냈다.
[석가장주는 살려두고 회유하면 쓸모가 있을 겁니다.] [그럼 누굴 죽일까?]육무봉의 입에선 역시나 예상했던 이름이 튀어나왔다.
밑에 두고 부릴 흑도방파는 하나면 족하다.
고리대금으로 악명을 떨쳐온 추광도를 죽인다면 서북로의 민심을 얻기에도 좋을 것이다.
진무립이 말했다.
“용추야. 영감 말고 제일 못생긴 놈을 죽여라.”
그 순간 용추의 신형이 회전하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떨쳐냈다.
“소공자님 발밑에 있는 그놈 말입니까?”
버럭 소리친 육무봉이 추광도를 가리켰다.
“누가 봐도 저놈이잖소!”
육무봉의 행태에 웃음이 나올 법도 했으나 서북로의 수장들에겐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마도림에 이런 자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괴물이냐?’
그들은 용추의 엄청난 신력과 무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따다당 하는 소리와 함께 세 명의 공격을 쳐낸 용추는 즉시 추광도에게 몸을 날렸다.
“버러지 같은 놈이 감히!”
잔뜩 인상을 쓴 추광도의 도는 자세를 낮춘 용추의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갔다.
“너부터 죽이래.”
활짝 열린 가슴으로 용추의 주먹이 쇄도했다.
경악한 추광도가 눈을 부릅뜰 때.
“아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추광도의 가슴이 끔찍하게 구겨졌다.
“컥!”
단말마의 비명을 토한 추광도가 벽에 틀어박히며 절명했다.
히죽 웃는 용추의 등으로 정욱과 조삼방의 검이 떨어졌다.
“이놈!”
용추의 상체가 돌아가는 사이 좌측에선 석금종의 장력이, 우측에선 도영강의 도까지 짓쳐 들었다.
장내에 소용돌이치는 섬뜩한 기운은 삼 면에서 쏟아지는 매서운 공격에 깃들어 용추의 숨통을 조여왔다.
눈을 빛낸 용추는 물러나는 대신 두 자루 검 사이로 뛰어들었다.
쩌엉!
교차한 두 손이 검면을 강타하자 정욱과 조삼방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크윽!”
“무슨 힘이······.”
손목에서 느껴지는 시큰한 통증과 함께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한 두 사람은 이를 악물고 간격을 벌렸다.
용추는 물러나는 둘을 향해 돌진했다.
석금종의 오싹한 장력과 도영강의 매서운 도풍이 간발의 차이로 등 뒤를 스쳐 지나갔고.
검을 회수할 시간이 없었던 정욱과 조삼방은 쇄도하는 용추에게 발악하듯 권각을 내질렀다.
용추는 피하지 않고 두 손을 내밀었다.
타탁!
정욱의 주먹과 조삼방의 발을 낚아챈 용추는 기합을 내지르며 상체를 돌렸다.
“흐아압!”
엄청난 괴력에 끌려간 둘은 등 뒤를 점했던 석금종과 도영강에게 날아갔다.
“이게 무슨!”
둘은 용추의 말도 안 되는 힘에 경악했으나 날아들던 동료들은 피할 틈도 없이 그들을 덮쳤다.
콰직!
한쪽 벽이 부서지며 네 사람이 형편없이 처박혔다.
용추는 두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지체 없이 몸을 날렸다.
육무봉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말도 안 돼. 저 인간들이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당한단 말이냐?’
접전을 펼칠 때 만해도 곧 진무립이 나서겠지 싶었는데 한순간에 전세가 기울었다.
계단을 살피며 틈틈이 안을 살피던 유대하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산서 출신 낭인이라고?’
그가 알기로 천하의 낭인 중 흑사칠랑(黑死七狼)을 제외하면 저 정도의 신위를 보여줄 무인은 없었다.
‘분명······ 수상한 소공자가 어디선가 데려온 비밀병기가 분명할 것이다.’
유대하는 하나 더 확신했다.
진무립이라면 잃어버린 마도림의 패권을 반드시 되찾아 올 것이다.
가슴의 두근거림이 점점 커지며 파도처럼 일렁일 무렵, 마침내 진무립이 창틀에서 일어났다.
“그만.”
석금종의 머리를 내리치던 용추의 주먹이 우뚝 멈췄다.
“그만합니까?”
바닥에 널브러진 네 사람은 이를 악물고 진무립을 노려봤다.
석금종의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서북회의 뒤에 대검문이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 마도림은 대검문과의 전쟁을 원하는가!”
진무립은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나더러 조부 믿고 까분다며 지랄하더니 궁지에 몰리니까 뒷배를 내세우는 거냐?”
석금종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감히 우리에게 이런 치욕을 안기고도 무사할······.”
진무립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냉정히 몸을 돌렸다.
“더 패.”
“예.”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되자 네 사람은 공평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진무립은 육무봉에게 말했다.
“유대하와 교대해라.”
“알겠습니다.”
육무봉과 교대한 유대하가 문을 넘었다.
“내가 너무하다고 생각하나?”
상대는 저항할 의지를 잃은 상태.
얼마 전이었다면 분명 측은지심이 생겼을 테지만 오늘의 유대하는 고개를 저었다.
“소공자께서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진무립은 모처럼 만족스럽게 웃었다.
“어설픈 자비는 비수로 돌아오지. 일단 시작했다면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밟아야 한다. 저들의 눈에서 독기가 빠져나가는 과정을 잘 지켜봐라.”
잔혹하지만 이것이 무림이다.
유대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무립은 다시 일어나며 말했다.
“그만.”
용추의 발길질이 멈추자 석금종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대, 대체 원하는 게 뭔가?”
대답 대신 그들을 힐끔 쳐다본 진무립은 다시 창틀에 앉았다.
“더 패.”
그로부터 두 차례 멈추고 때리길 반복한 끝에 마침내 지옥 같던 구타가 끝났다.
그것은 이변을 감지한 서북로의 무인들이 기루 앞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진무립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네 사람 앞에 쪼그려 앉았다.
“네놈들의 부하가 왔군.”
힘겹게 고개를 든 수장들은 섬뜩한 진무립의 미소에 몸서리쳤다.
얼마나 지독하게 당했는지 콧대 높던 네 사람의 눈에서 독기는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진무립은 가까운 석금종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크윽.”
악마의 속삭임은 둘의 숨결이 서로의 피부에 와닿을 거리에서 시작됐다.
“좋은 기회다. 날 찢어 죽이고 싶다면 이대로 보내줄 테니 쫄따구들 데리고 다시 와라. 셋 중 한 놈은 마도림의 식충이에 한 놈은 조부 믿고 날뛰는 망나니지. 괴물 같은 낭인 하나만 처리하면 되니 해볼 만한 싸움 아니겠나?”
진무립의 섬뜩한 눈빛에 압도된 수장들은 한마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마치 눈앞에 항거할 수 없는 야수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앞서 이 눈빛을 경험해본 육무봉은 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살면서 저들을 불쌍하게 보는 날이 올 줄이야.’
석금종의 눈빛이 거칠게 흔들리자 진무립은 피식 웃으며 멱살을 풀고 일어났다.
“좋은 기회라니까 그러네. 육무봉.”
“예. 소공자.”
“무화방주는 죽었다. 가서 무화방의 구역을 접수해라. 오늘부터 그건 네 거다.”
육무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고리대금으로 부풀린 재산은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납치해온 여인들은 여비를 줘서 풀어줘라.”
“알겠습니다.”
육무봉이 사라지자 유대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치고 사라졌다.
‘역시 이 사람은.’
행보는 광폭하고 망설임이 없으며 적으로 규정한 자들에겐 일말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
어떨 땐 세상 더 없을 악인처럼 보이지만 진무립에게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었다.
유대하는 진심으로 진무립과 함께하고 싶어졌다.
“소공자. 제가 할 일을 알려주십시오.”
“이젠 니가 좀 패라. 용추가 계속 패다간 누구 하나 죽을 거 같다.”
“또 팹니까?”
“기회를 줘도 못 먹으니 맞아야지.”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계단의 진동이 느껴졌다. 서북로의 무인들이 올라오는 것이다.
“용추. 계단을 막아라. 전부 죽여도 좋다.”
“예.”
용추가 방을 나서자 힘겹게 일어난 석금종이 무릎을 꿇었다.
“소공자. 항복하겠소. 부하들은 살려주시오.”
용추의 엄청난 무위를 봤을 때, 만일 모여든 부하들이 승리를 거둔다 해도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석금종에게 그보다 두려운 것은 주먹 한번 휘두르지 않은 진무립이었다.
잔혹한 그의 일면을 본 석금종은 진무립이 마음만 먹으면 석가장의 역사가 끝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조삼방과 도영강이, 마지막으로 중경무관주 정욱이 석금종을 따라 진무립에게 고개를 숙였다.
“항복하겠습니다.”
창틀에 걸터앉아 그들의 정수리를 내려보던 진무립이 유대하에게 말했다.
“오늘 싸움은 끝났다. 가서 용추 잡아 와라.”
“예.”
서북부관주에 임명된 지 고작 열흘 남짓. 서북로는 기적처럼 짧은 시간에 진무립의 손에 떨어졌다.
***
항복한 수장들은 넝마가 된 몸을 이끌고, 애써 태연한 척 부하들을 돌려보냈다.
깨끗하게 치워진 별실에 진무립과 수장들이 둘러앉았다.
“오늘부로 대검문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끊는다.”
대검문이 두렵지 않을 리 없었지만 이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멀리 있는 범보다 가까운 늑대의 이빨이 더 무서운 법, 게다가 진무립은 평범한 늑대 따위가 아니었다.
수장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대검문에 얼마나 상납하고 있었지?”
석금종이 답했다.
“사업장 수익의 오 할입니다.”
“오 할? 그렇게 바치고 남는 게 있나?”
석금종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적자입니다. 부족한 금액은 상행이나 다른 경로로 채우고 있습니다.”
중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해서라도 대검문이라는 줄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사업장의 적자를 채우고자 다른 곳에서 자금을 끌어 쓴다면 결과적으로 이들은 고수를 양성하거나 세력을 불릴 엄두조차 낼 수 없다.
대검문은 그렇게 힘의 차이를 견고하게 유지하며 중경을 지배한 것이다.
“도둑놈이네.”
진무립의 말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그대들의 사업장을 빼앗을 생각은 없다. 그대로 영업하되 수익의 일 할을 마도림에 바쳐라.”
수장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정말 일 할입니까?”
“이 할로 할까?”
질문했던 소천문주 조삼방은 입을 꾹 다물며 시선을 피했다.
진무립은 웃으며 말했다.
“상납은 일 할로 고정. 대신 마도림의 행사에 적극 협조해라. 만일 대검문이 핍박한다면 내가 막아주겠다.”
마도림의 힘이 대검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돌아서기로 정한 이상 허무맹랑한 것이라도 진무립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대검문은 한 번 돌아선 자에게 관용을 베풀 만큼 너그러운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불안감은 없었다.
진무립의 눈빛과 말에는 비현실적인 것이라도 현실로 만들 것만 같은 묘한 힘이 있었다.
진무립은 수장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말했다.
“대검문의 손을 놓는다면 분명 한 번쯤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위기를 이겨내면 기회가 온다. 평생 수익의 오 할씩 바치며 노예처럼 사는 것보다는 조금씩 집을 넓혀가며 꿈꾸는 삶이 낫지 않은가?”
진무립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낙관하기에 대검문은 너무 강하다.
누구보다 그들의 힘을 잘 아는 석금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그런 기회가 오겠습니까?”
진무립은 확신에 찬 미소로 말했다.
“내 목을 걸고 약속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