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이백이십일조 (3)
1차 시험의 목표는 사실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몰려든 인원이 천 명을 훌쩍 넘기니 우선 절반 이상을 걸러내는 것이다.
진짜는 2차 시험이다.
여태까지의 용봉지회, 칠성지회에서는 대부분 비무로 승부를 가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행총의 탐사라는 목표가 있는 상황. 만박자의 개입으로 2차 시험은 기문진 파해로 갈음되었다.
문제는, 기문둔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후기지수들이 드물다는 것이었다.
칠대세가라는 명문 출신의 팽구인도 그랬으니, 다른 군소 문파 후기지수들은 더했다.
“거참…… 그냥 비무로 가리면 좋은 것을.”
“하하, 저도 구 형 말씀에 동의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조명휘는 곤란한 듯 턱을 긁적였다.
“그래도 청림의 문도이신 하남일지가 우리와 함께하시니. 운이 아주 좋은 편이겠죠. 그렇지 않냐, 소운.”
“네, 조 소협 말씀이 맞아요.”
그는 언제부턴가 가장 막내인 소운에게 말을 놓은 듯했다. 이강은 일행으로부터 기대의 눈빛을 받았다.
이강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라고 뭐 그리 잘 아는 건 아니고요.”
「겸손한 척은.」
청안광마의 말은 들리지 않은 척했다.
만박고행진의 입구를 지키는 시험관이 명부에 뭐라고 적었다.
“만박고행진을 주파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반 시진 정도 걸릴 것이오.”
“겨우 저 면적에요? 그냥 뛰면 바로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소운의 그 말에 시험관이 물끄러미 쳐다봤다.
기문진을 모르느냐는 듯한 눈빛에 소운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그 유명한 삼귀청동정을 사용해서 진식을 세웠으니 쉽지는 않을 거요. 만박자의 절진이니.”
“네에.”
“다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소. 살상력을 죽이고 그저 길을 잃도록만 만드셨다고 하니.”
만박자의 삼귀청동정는 강호에서도 유명한 기물(奇物)이다. 청동 솥에서 흘러나오는 운무로 순식간에 기문진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약한 단계로 조정했다고 하니…….”
삼귀청동정이 하나의 눈을 뜨면, 사람을 길 잃게 하고, 두 번째 눈을 뜨면 피를 보게 한다.
세 번째 눈을 뜨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
만박자가 그 기물로 흑도방파 하나를 홀로 멸문시켰다 전해진다.
‘분명 보패겠군.’
「그런 것 같지?」
그런 기이한 물건이 평범할 리 없었다. 이강은 삼귀청동정이 보패라고 짐작했다.
시험관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했다.
“한 시진이 지나서도 나오지 못하면 탈락이요. 좋은 결과를 기대하겠소.”
이강 일행은 시험관이 보는 앞에서 천막을 걷고 들어섰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탄성을 내뱉었다.
“우와, 정말 대단하군요.”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무림맹 외원에 설치된 설치되었기에, 방금까지만 해도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기문진을 가리고 있는 천막 주변으로 기다리는 사람들과 구경꾼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진의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꼭, 안개 낀 숲속 같군요.”
이강의 평가 그대로였다. 일 장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빽빽한 안개가 끼어 있었다.
코에서 느껴지는 것은 분명 축축한 숲 냄새였다.
이곳이 숲속도 아닐진대 신비로운 일이었다.
안갯속을 조심히 걷다 보니, 거대한 고목들이 나타났다.
이미 죽은 나무인지 길게 늘어진 가지들에는 시뻘건 금줄이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다.
“이런 나무들이 원래부터 있었을까요?”
“그럴 리가.”
원래는 평범한 나무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루만져 보니 말라붙은 나무껍질이 파스스 떨어졌다. 아무리 봐도 현실 그 자체였다.
쉬이이이이이-
스산하기 그지없는 바람이 불었다.
바람 소리에 맞춰서 일행도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한 그들은 본능적으로 제 무기에 손을 올렸다.
“잠깐.”
침착한 것은 이강뿐이었다.
일행은 이강의 손짓에 우뚝 멈췄다.
“뭐, 뭐야.”
“갈림길입니다.”
바람이 불면서 가던 길의 안개가 살짝 걷혔다.
그러자 정말 갈림길이 나타났다.
일행은 깜짝 놀랐다. 이강 외에는 누구도 갈림길이 나타난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
“좌측은 가시밭길, 우측은 포장된 길인가.”
왼쪽에는 가시덤불에 뒤덮인 소로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잘 포장된 길이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당연히 포장된 길로 가야 할 듯한데. 그건 조금 또…….”
“그렇게 쉬울 리는 없지 않을까요?”
기문진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이들은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포장된 길을 선택해야겠지만, 만박자의 진법이 그리 단순할까.
“가시밭길로 가는 게 낫지 않겠나.”
“음, 구형의 말이 맞는 것도 같습니다.”
“그치? 바보가 아닌 이상 저런 뻔한 함정으로 가겠나. 하핫!”
세 사람이 그렇게 떠드는 동안, 이강은 조용히 혼자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마치 바람의 방향을 가늠하는 듯했다.
“혹시 백 형은 짐작 가는 게 있습니까?”
조명휘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진법에 들어와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게 어떤 종류의 진인지 알아내는 것이죠.”
그렇게 말한 이강은 큼지막한 돌덩이를 찾아 주웠다. 그리고는 포장된 길로 휘익 던졌다.
그러자 무언가 덜컥, 하는 소리가 났다.
피피핑-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돌덩이가 떨어진 곳에 꽂혔다.
근처에 기관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팽구인이 신나서 가시밭길로 걸어가려는 순간. 이강이 그를 잡았다.
“잠시만요.”
“어……?”
이강은 다시 비슷한 크기의 돌덩이를 주워서 가시밭길로 던졌다.
슈루룩-
그러자, 가시덤불이 살아 있는 것처럼 그 돌덩이를 감싸기 시작했다.
피피피피핑!
조금 전보다 더 많은 양의 화살이 돌덩이를 향해 쏘아졌다.
일행은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켰다.
어느 쪽이든 함정이었던 것이다.
바위를 맞고 튕겨 나온 화살 하나를 팽구인이 잡아챘다.
“맞으면 죽지는 않아도 꽤 아프긴 하겠군.”
다행히 화살촉은 달려 있지 않았다.
“평범한 진식이 아니군요.”
이강은 하늘을 가리켰다.
안개 때문인지, 밝은 태양 빛이 보이지 않았다.
“기문진이라고 해서 전부 이렇게 안개에 뒤덮여 있는 건 아닙니다. 태양 빛까지 막는 것은 더 드물죠. 양진(陽陳)과 음진(陰陳) 중에서는 음진인 것이 확실하고.”
“양…… 음. 음, 그렇군.”
“바람 소리는 들리는데 바람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구궁(九宮)의 원리에 따라 만든 진법은 아닌 듯하고요. 사람의 감각을 속이려고 하는 겁니다.”
팽구인은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소운과 조명휘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그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인 듯했다.
이강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물었다.
“기문진의 일반적인 파훼법들은 아십니까?”
“대충은 알지.”
아무리 그래도 일반적으로 기문진에 빠졌을 때의 대응법은 알고 있었다.
“기의 흐름을 관조해서. 기문진 내축의 취약점을 찾는 것이지.”
확실히 명문의 자제다운 제대로 된 답이었다.
이강은 씩 웃으며 말했다.
“구 소협의 내공이 가장 심후하실 테니. 이곳에 서서 그리 해 보시겠습니까?”
“그야 뭐…… 못 할 것도 없지.”
초절정 이상의 고수라면 강기(罡氣)를 이용해 무식하게 진법을 깨부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무인이라면 무형지기를 이용해 진법의 취약점을 찾아내야 했다.
진기의 소모가 대단하기 때문에 쉽게 할 수는 없는 일.
팽구인은 호기롭게 무형지기를 뿜어냈다.
파르륵-
팽구인의 기세가 주위를 압도했다.
그의 옷깃이 휘날리더니 반경 이 장 이내의 안개들이 저절로 걷혔다.
본래의 황톳빛 흙바닥이 드러나자, 팽구인이 기세를 거두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흙바닥은 다시 검게 물들었다.
“확실히, 저 두 길 모두 요사한 기운이 흐르는군.”
“그것 말고요.”
이강은 눈을 빛냈다.
그는 구인남이라는 인물의 진짜 정체는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평범하지 않은 고수라는 것은 진작 눈치챘다.
그렇다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서 계셨던 곳을 중심으로 기의 응축점이 몇 개나 있었습니까? 유독 진기가 모이던 곳이요.”
“음…… 여섯 개. 확실히 여섯 개였다.”
“……대단하시군요.”
팽구인은 이강에게 칭찬을 듣자.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팽구인 덕택에 이강은 만박고행진의 기제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조명휘 역시 짐작가는 것이 있는 듯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육합진이라는 것 아닙니까!”
그 역시 진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이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확히는, 육효의 원리를 따른 듯합니다.”
“육효는 처음 듣습니다만.”
“자주 쓰이는 것은 아니지요.”
구궁, 팔괘, 육합, 오행, 사상, 삼재, 이극, 일원.
그중 육합(六合)의 원리를 따른 진법은 평범한 축에 드는 것이었다.
다만 육효(六爻)라는 것은 좀처럼 쓰이지 않는 원리였다.
‘……악취미군.’
이강은 진법에서 요사스러운 기운을 느꼈다.
만박자라는 사람이 정과 사에 구애되지 않는다더니, 정말 그런 듯했다.
“육효의 원리에 따라서 만들어진 진이라면, 어떻게 파훼해야 하는 겁니까, 백형.”
“음한한 성질을 띠되 요사하니 육효 중 소음(少陰)에 해당 될 듯한데. 그러면 아마 진의 내축을 구성하는 지점들이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니, 이강은 단순하게 말했다.
“양기를 띠는 물건들. 아마도 횃불을 찾으면 될 겁니다. 그게 부숴야 할 진의 내축입니다.”
이곳 만박고행진에는 진을 유지하기 위해 횃불 여섯 개가 곳곳에 박혀 있을 것이다. 그 횃불들을 따라가면 진의 생문을 찾아 나갈 수 있으리라.
그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빠르지는 못하겠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천천히 찾아보지요.”
“저…… 혹시. 저쪽이 아닐까요?”
갑자기 나선 것은 소운이었다.
그는 소심한 표정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쪽 말입니까?”
“네, 횃불은 저쪽에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심지어 감각이 예민한 이강마저도 횃불의 위치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것은 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진법을 해독하면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팽구인이 껄껄 웃었다.
“꽤 확신하는 눈치구만.”
“사실…….”
소운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제가 냄새를 좀 잘 맡아서요. 저쪽에서 송진이 타는 냄새가 나고 있어요.”
“냄새?”
팽구인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하자 소운은 쭈뼛거렸다.
사람이 개도 아니고, 습한 냄새밖에 안 나는데 송진 타는 냄새를 맡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한번 가 보죠.”
결정을 내린 것은 이강이었다.
횃불의 위치를 모른다고 해도 다른 방위는 좋을 것이 없었다.
이곳을 기준으로 남서쪽이 요사한 기운이 가장 덜하다. 이강은 소운을 앞장세웠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걷지 않아서 횃불이 나타났다.
“대단해!”
“개코나 다름없구만. 하하핫!”
소운이 머리를 긁적이며 기뻐했다.
냄새를 잘 맡는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제가 익힌 무공 덕택이에요.”
“어떤 무공이길래 후각을 그리 예민하게 하나.”
“하하…….”
머쓱해 하면서도 자신이 익힌 무공에 대해서 말하지는 않는다.
밝히지 않는 사문을 묻는 것도 강호에서는 금기이다. 일행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개코가 되는 무공?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청안광마만 이강에게 그리 속삭일 뿐이었다.
그녀는 만박고행진에서 포근함이 느껴진다며 반지에서 나온 상황이었다.
이강은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탐나는 사람이군.’
말 그대로 인간을 초월한 후각이었다.
아무리 이강의 감각이 날카롭다고 해도 안개를 꿰뚫어 볼 수는 없었는데, 유약해 보였던 소운이 해냈다.
아마 이강이 없었다고 해도 혼자서도 만박고행진을 주파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오행총에서도 활약하겠어.’
「그러게 말이야.」
오행총의 내부가 이 만박고행진보다 단순하지는 않으리라.
저 소심해 보이는 청년이 오행총에서는 돋보일지도 몰랐다.
“그러면, 다음 횃불은 어디 있지?”
“자, 잠시만요…….”
소운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강은 팔짱을 끼고 소운이 방향을 짚어내기를 기다렸다.
이변은 청안광마가 가장 먼저 알아챘다.
요괴의 피를 타고났기 때문일까. 요사한 힘에는 이강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어.」
“…….”
이강도 거의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역시 무언가가 변한 것을 느꼈다.
하늘을 가득 채운 안개가 불길하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횃불 냄새가 아니라 이건.”
세 번째는 아마 소운이었을 것이다.
눈을 뜬 그는 불안하게 몸을 떨었다.
“피와…… 비린내가.”
“뭐?”
그때, 사방에서 기관장치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끼이익-
끼리릭거리는 불길한 마찰음.
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 기관장치가 숨어 있는지,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팽구인과 조명휘도 당황했다.
진기의 운용이 불편해졌다. 마치 산공독에 중독된 것처럼.
“모두 코와 입을 막아!”
“산공독 같습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발사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피피피피피핑-
새파랗게 번쩍이는 화살, 철전, 우모침들.
모두 날카롭게 날이 벼려져 있었다.
누가 보아도 살상을 위한 물건들이었다.
“피햇!”
팽구인의 외침과 함께 일행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쳐내고, 피하며, 막는다.
콩알 볶는 소리가 울리며 쇠와 쇠가 부딪치면서 불똥이 튀었다.
하지만, 만박고행진의 진짜 위력은 일행의 생각 이상으로 대단했다.
푸욱-
기어이 피가 튀고.
“아아악!”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