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불사
대별산에서 담현이 쏘아 올린 신호탄은 분명 하남성주 조규서가 이강에게 준 것이었다.
순도 좋은 화약으로 밝은 빛을 뿜는 게, 누가 봐도 군용 폭죽처럼 보였다. 먼 개봉성에서도 충분히 보일 만큼 선명했으니.
다만 남궁유백의 추측대로, 이강은 허풍을 친 것이 맞았다.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일은 없었다. 달려온 사람은 고작 근처 포도아문의 포쾌들이었을 뿐이다.
성주라고 해도 한낱 양민에게 군대를 움직일 신호탄을 주지는 않았으리라.
조규서는 이강을 아주 기특하게 보았기에 포도아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준 것이었다.
위기에 처할 경우 포쾌들을 불러 도움을 받으라는, 정말 무림인이 아닌 고관대작이기에 할 법한 생각이었다.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잘 써먹게 되었다.
포쾌들은 대별산에 잔뜩 몰려 있는 무인들을 보고 잔뜩 겁을 먹었다.
“잘 처리되었으니 돌아가십시오.”
정중히도 말한 것은 그 이름도 드높은 백씨세가의 가주였다.
포쾌들은 쩔쩔매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수십 구의 시체들은 애써 모른 척하며.
백류산을 필두로 한 무림맹 무인들은 남궁유백의 심복들을 일망타진했다.
무림맹의 부맹주가 악심을 품다가 처단된 초유의 사태.
맹을 구성하는 문파들의 책임자들이 한데 모여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 * *
“남궁을 멸문시키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합니다.”
청성파 장문인이 한 말이었다.
청성파는 직접 장문인이 장로들을 끌고 찾아왔다. 오행총에서 죽은 신풍검 옥자청은 차기 장문인을 노려봄 직한 제자였다.
개인적으로도 정이 깊었는지 장문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무림맹 군사 천기서생이 창백한 얼굴로 답했다.
“그 이야기는 이미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까, 다시 논의해 보자는 겁니다.”
그는 남궁유백의 속내를 알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은퇴를 결심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상황은 마무리 지어야 했다.
“남궁세가를 통째로 지워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안휘의 통제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황산 주위의 지방을 전부 흑도에게 넘길 겁니까?”
“무림맹이 직접 질서를 잡아야지요.”
“무림맹이 공식적으로 나서면 사도련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남궁과 연결된 관부는요. 북경에서는 여전히 남궁이 천하제일가입니다.”
“그놈의 천하제일가는 무슨!”
탁상을 쾅 하고 내리치며 분노한 자는 팽가의 가주였다.
팽가주는 거대한 도를 지닌 근육질의 사내였다. 덥수룩한 수염이 분노로 파들파들 떨렸다.
딸이 남궁유백의 음모에 의해 죽을 뻔했다. 그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곳까지 달려왔었다.
“칼을 쓰기가 두렵다면 내가 직접 나서겠소. 가서 그놈들의 목을 전부 베도록 하지!”
씨근덕대는 팽가주.
그가 증오 섞인 말을 더 토해내려는 순간, 누군가의 노성이 울려 퍼졌다.
“그만!”
“…….”
씩씩거리던 팽가주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다름 아닌 무림맹주 신승의 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명대사의 오른손에는 붕대가 둘려 있었다.
무림맹이 텅텅 비었던 와중에 감히 자객들이 그를 습격했다고 한다. 천하십대고수의 손에 상처를 낼 정도였으니, 평범한 자들이 아님은 분명했다.
신승은 팽가주에게 무어라 더 말하는 대신, 자신의 가사를 벗어 떨고 있는 누군가에게 걸쳐 주었다.
“그만 떨거라.”
“……감사하옵니다.”
떨고 있는 것은 남궁여상이었다.
그녀는 공포와 참담함에 젖어 있었다.
감히 이곳에 함께 자리할 만한 배분도 입장도 아니었지만 참석한 이유가 있었다.
“네 덕에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남궁여상은 몇 시진 전에 창백한 얼굴로 신승을 찾았다.
부맹주의 음모를 알아냈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후기지수들이 파묻히고 난 뒤였지만, 그녀는 자신이 알아낸 모든 것들을 불었다.
그래서 남궁유백을 따르던 자들을 일망타진했고 남궁세가에도 무인들을 보낼 수 있었다.
“이미 백씨세가의 적룡단, 모용세가의 북두검대, 백팔나한을 보냈네. 남궁세가를 징죄하기 위함이야.”
남궁여상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남궁유백을 따르던 세가의 급진파에게, 아니 대부분의 혈족에게 그녀는 배신자일 것이다.
“남궁세가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무림맹주인 내 명령으로 피로 갚을 것이며…….”
신승은 훨씬 더 늙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승으로서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소림의 뜻도, 구파일방의 뜻도 아니야. 무림맹의 뜻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업보를 짊어질 계획이었다.
“죄가 중한 자들을 참살하고, 그보다 경한 자들은 무공을 끊는다. 이것은 내 권위 아래에 이루어질 것이다.”
남궁세가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남궁은 향후 10년간 봉문해야 할 것이며, 무림맹의 감찰관들이 상주하여 그들의 악행을 감시하리라.”
그 정도면 멸문이나 다름없다.
명목상이나마 멸문이 아니라 봉문인 이유는 하나였다.
지쳐 보이는 신승 대신 천기서생이 입을 열었다.
“전 부맹주 남궁유백의 죄는 마땅히 세상에 알려야 하지만. 전 무림의 안녕을 위해 그것은 당분간 불문에 부칠 것입니다. 기밀 엄수의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남궁유백이 후기지수들을 죽이고 오행신공을 독차지하려 했다는 사실은 극비로 지켜질 것이다.
정파무림맹이 해체되는 것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았으니 필요한 일이었다.
남궁세가쯤 되는 거대세력을 대놓고 멸문시키려면 명분을 알려야 했다.
화산의 장로 적향자(赤香子)가 중얼거렸다.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기어코 말라죽는군.”
남궁세가를 빗댄 말이었다.
천기서생이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이 일에 불만족스러우신 분들이 많겠지만. 당장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이번에 분명 외부 세력이 개입된 것은 확실하고요.”
대별산을 폭파시킨 화약은 실재했다. 신승에게 덤벼든 자객들도 있었다.
그것은 남궁유백이나 그의 수하들이 저지른 일은 아니었다.
그들의 정체를 남궁유백은 알고 있었을 텐데,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남궁유백의 심복들을 심문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팽가주가 불퉁하게 말했다.
“당연히 사도련 놈들이겠지. 그놈들 아니면 누가 그런 짓을 저지르겠소.”
“글쎄요. 우리 애들 말로는 그놈들이 움직이지는 않은 것 같다던데.”
누더기 같은 옷에 여섯 개의 매듭을 묶은 육결개(六結丐). 개방 장로 취문개였다.
“거 그러면 누구란 말이오. 설마 마교라도 나왔을까 봐?”
“크흠, 뭐 우리라고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 참사교 그놈들인가? 북해빙궁이나 포달랍궁일 수도 있고. 아니면 멸문한 뇌가진천문일지도. 그놈들이 화약 하나는 기가 막히게 다뤘으니까.”
“비웃지 맙시다, 우리 사이에.”
“우, 우리 사이?”
‘이 거지새끼가!’라고 호통치지 않은 것도 인내심의 발호였다.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 두고 있습니다. 대별산 쪽에 서천성의 구창왕까지 찾아왔으니까요. 그들 역시 흉수를 찾고 있는 듯합니다.”
“그놈들은 겁도 없이…….”
“사도련에서도 사절을 보냈다고 하지요.”
대별산 참사는 전 무림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사도련이며 서천성, 나중에는 새외무림에서도 위로의 한마디라며 사절을 보낼지도 모른다.
“일단 안 좋은 이야기 말고. 좋은 이야기도 해 봅시다.”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고진이 제안했다.
“좋은 이야기 말입니까?”
“예, 기쁜 일은 나누어야 좋은 것 아닙니까. 신진 고수들이 탄생했으니 말이지요.”
“아아……!”
대문파 존장들의 표정이 여러 유형으로 나뉘었다.
몇몇은 순수하게 기뻐했고, 몇몇은 떨떠름했으며, 누군가는 질투하기까지 했다.
그중 모용세가의 가주는 한없이 기뻐하는 쪽이었다.
“으하하!”
죽었다고 생각했던 모용진이 살아 돌아왔다. 그것만으로도 기뻤는데, 돌아온 이후엔 검기도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아들 모용탁에 이어서 절정고수가 또 하나 나온 것이었다. 절정에 이른 시점은 모용탁보다 더 빠르기까지 했다.
“본디 위기 상황에서 무공이 급진전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요.”
“마교에서도 그런 식으로 수련하지 않소? 일부러 사지에 던져 놓고.”
“어허! 어디 그런 것과 비교하시오!”
팽가주의 반응에 모용진천이 정색했다. 그런 반응에도, 팽가주 역시 웃고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그의 딸인 팽무아 역시 절정에 들었기 때문이다.
오행총 탈출 과정에서 바위들을 베는 동안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제갈세가의 가주가 핀잔을 주었다.
“뭐 그리들 좋아하시오. 백류산 가주께서는 조용히 있으신데.”
그 말에 모용진천과 팽가주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법도 했다. 누구보다 대단한 성과를 낸 것은 다름 아닌 백씨세가였으니.
백류산은 여전히 침착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에 제갈고진은 감탄한 듯 호들갑을 떨었다.
“부럽습니다. 철혈기재가 절정에 들었다는 것부터. 그 젊은 나이에 놀라운 성과가 아닙니까.”
“허허, 아직 부족한 아이요.”
겸양을 떨었지만 제갈고진은 아부를 멈추지 않았다.
“저도 자식이 있지만 영 미욱한 녀석들밖에 없어서. 자식 교육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군요. 어떻게 하나도 아니고, 두 영식들을 그리 훌륭한 준걸로 기르셨습니까?”
그가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제갈선이 이강에게 솥으로 두들겨 맞아서 망신을 당하지 않았는가.
백씨 형제를 최대한 띄워 줘야 제갈가의 망신도 잊힐 수 있었다.
백류산은 고개를 저었다.
“일찍 어미를 여의고도 잘 자라 준 것은 그 애들의 공이지요. 아비로서 해 준 것들이 없습니다.”
“허어…….”
그 겸손한 말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식 때문에 속을 썩이던 몇몇은 부러운 눈으로 백류산을 바라봤다.
“그것보다 이강 그 아이는 더 대단하지요. 절맥증의 천형을 타고나고도, 초절정고수인 남궁유백을 상대했으니…….”
“허허…….”
“천영검식이 제왕검형을 무너뜨렸습니다. 당장 이 이야기를 세간에 알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몹시 아쉽군요.”
극독을 쓰고 셋이 합공을 했다.
하지만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이강이 남궁유백을 쓰러뜨린 것은 사실이었다.
아마 바깥에 알린다고 해도 믿을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검을 제대로 든 지 10년도 안 되었다면서요!”
“그만하시지요. 누가 들을까 무섭습니다.”
“허허, 역시 대협이십니다.”
계속 별다른 반응을 안 하는 통에, 제갈고진도 슬슬 아부를 멈추었다.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넘어가려는 중.
갑자기 백류산이 입을 열었다.
“그, 10년이 아니라 6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예?”
“검을 잡은 지 말입니다.”
“아아…… 하하하! 더욱 대단합니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기재군요.”
“말씀이 과하십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예에.”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
설마하니 철혈무정이라는 자가 아들 자랑에 목마를 것 같지는 않았으니, 제갈고진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거기서 백류산이 또 한마디 얹을 줄은 몰랐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신기한 일 말씀입니까.”
“하다못해 소나무를 키우는 데도 물을 주고 가지를 쳐 줘야 하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종종 저 혼자서 쑥 자라곤 합니다.”
“그렇지요.”
존장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하지만 백류산은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듯, 허공을 지그시 응시했다.
“저희 가문의 가전무공이 불사신공이라 불리는 건 다들 아시는지요.”
“알지요. 알다마다요.”
눈치가 빠른 자들은 백류산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깨달았다.
“예. 전설적인 대종사, 불사신검께서 직접 창안하신 신공이지요. 백씨들은 모두 그 신공을 익힙니다. 오행신공도 부럽지 않습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불사신검 이후로는 별호에 ‘불사’가 붙은 무인이 없습니다. 아마 천하제일인의 후광이 너무 짙기 때문이겠지요.”
입가가 꿈틀거린다. 웃음을 참는 게 분명하다.
“설마, 이강이가 그런 별호를 얻게 될 줄이야. 허허허!”
이 대화가 모두 제 자식 자랑을 위한 기나긴 준비 과정이었다.
장문인들이 표정을 구기건 말건 백류산은 기뻐 보였다.
* * *
몸을 회복 중인 이강 역시 자신의 별호를 전해 들었다.
과연 청안광마의 빙의는 어마어마한 후유증을 남겼다. 손발에 번개 모양의 흉터가 생길 정도였다.
게다가, 무려 칠주야를 끙끙 앓았다가 일어났다.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게 기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마음은 회복되지 않았다.
이강은 독채의 침상에서 나오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방문하는 것도 받지 않았다.
‘남궁유백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혹시 참사교의 입김이 있었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문제 또한 있었다.
죽음, 그리고 희생. 단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죽으려고 결심했던 남궁신의 모습도. 종래에는 살려 달라고 하던 모습도.
제 눈알을 뽑아서 남궁신에게 청안석을 넘긴 남궁유백의 모습도. 왠지 이강의 속을 안 좋게 했다.
옆에서 담현이 계속 주절대면서 이강의 사념을 방해했다.
“내가 분명 목소리가 들렸어. 들렸다니까? 아니었으면 네가 말한 물건을 가지고 왔겠냐.”
청안광마가 여우의 모습으로 자신을 찾아온 이야기,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그는 몇 번이나 반복 중이었다.
이강은 그게 담현의 착각이라고 말해 주었다.
“착각이 아니라고! 분명 들었다고.”
“그래서 다시 대화해 봤잖아요. 그때는 하나도 못 알아듣더구만. 그냥 사형이 내가 뭘 원할지 때려 맞춘 거겠죠.”
“그건…… 위, 위기상황에서 발휘되는…….”
지금 이 자리에 청안광마가 있었다면 담현은 또다시 그녀를 귀찮게 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청안광마는 남궁신의 옆에 붙어 있었다. 남궁신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강은 턱을 괴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궁유백과 겨룬 이후, 무공의 경지가 분명 진일보했다.
하지만 몸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수명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하루빨리 곤륜산으로 떠나야 할 것이다.
그런 이강의 표정이 갑자기 구겨졌다.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이강아!”
곧, 장지문이 벌컥 열렸다.
“병문안은 사절입니다.”
“우리 사이에 섭섭하게 그럴 수 있냐!”
들어온 것은 팽구인이었다.
그는 대별산에서 실려 나온 이강을 보곤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여전히 땀내 나는 인간이었다.
이강이 병문안을 사절하자 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결국 벌컥 찾아왔다.
“그리고, 이유가 있어서 온 거다.”
“이유요?”
“소운이 있지. 걔 아버지가 맹에 찾아오셨다.”
“……그런데요.”
“그런데, 상상 이상의 양반이더라고.”
“상상 이상?”
소운의 신분이 범상치 않음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팽가의 후기지수가 저리 말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인물인 것 같았다.
“그래! 너를 꼭 보고 싶으시단다.”
“누구시길래, 그보다 저는 왜요?”
“아들을 구해 준 사람 보고 싶으시다는데. 널 확실히 지명하셨어. 그 이름도 유명한…….”
이강은 팽구인의 입술에서 무슨 단어가 나올지 알아챘다.
자신의 새 별호, 무심코 귀를 막고 싶어지는 기분.
“불사신룡을!”
“…….”
불사신룡(不死神龍). 옆에서 담현이 킥, 하고 웃었다.
이강은 담담하게 입을 다물었다.
“불사신룡을 찾으신다니 나가 봐야죠.”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이강. 게다가 불사신공을 익힌 백씨세가의 자제이니 불사(不死)가 붙을 만도 했다.
“그래! 가자, 불사신룡! 으하하.”
하지만, 어쩐지 거북스러운 신룡이란 별호.
이강은 자포자기한 듯 일어섰다.
“예, 신룡 나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