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389)
389화 마교 잠입 (1)
“동탁, 네가 이곳을 지키고 있어라.”
“알겠어.”
“저놈 잘 묶어 두고, 혹시 깨어날 것 같으면 다시 점혈하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갈동탁은 이강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녹혈마공의 부작용으로 우둔해졌던 것은 점점 나아지는 추세였다.
일행을 기다리고 이곳을 지키는 임무는 갈동탁에게 맡겨졌다.
“우리는 들어가 본다.”
이강은 그리 말하고 시꺼먼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담현과 고요자 역시 그 뒤를 따랐다.
통로는 산 위의 만마전까지 이어졌다.
만마전의 동측에 있는 진마궁(眞魔宮).
오래전 천마가 활동했을 시절부터 있던 역사 깊은 조직이다.
강자존을 숭앙하는 마교였지만, 진마궁주와 그 궁주직은 대대로 요씨 가문에서 맡아 왔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진마궁 계파에서 요씨 가문은 늘 최강이었기 때문이다.
천마가 직접 창시한 대수혈마공은 요씨 가문으로 이어져 왔다.
이번 대 궁주인 요대순은 대수혈마공으로 탈마지경에 오르는 데에 성공했다.
아직 중년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늙은 교주보다 창창하다.
다음 교주 자리를 두고 사천궁주와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었다.
즉, 천마신교에서 한 손 안에 꼽히는 대단한 권력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요대순은 지금 이 순간 겸허하게 무릎 꿇고 있었다.
다만, 그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진마궁 중앙에는 천장이 높은 공간이 있었는데, 종교적인 색채가 무척 짙은 공간이었다.
바깥으로 뚫려 있는 창에는 서역으로부터 구해 온 색유리가 덮여 있었다.
그 색유리창을 통과한 오색의 빛이 요대순과 그 주변을 내리쬐고 있다.
요대순은 한쪽 무릎을 꿇고 제 오른손을 쥐어 이마에 대고 있었다.
그는 기도(祈禱)를 하고 있었다.
기도란 사람보다 더 위대한 것에게 경건하게 마음을 전하는 일.
그리고 진마궁주 요대순이 경외하는 존재는 몇 되지 않았다.
요대순의 앞에는 석상이 있었다.
한 명의 사내가 부정형의 검은 괴물을 밟아선 모습이었다.
‘천마시여.’
요대순이 기도하고 있는 대상은 천마였다.
‘미륵이시여, 당신의 후인이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대순은 늘 이렇게 엄숙하게 기도를 올렸다.
천마신교의 근본인 백련교에서는 창세주를 무생노모(無生老母)라고 모신다.
그 창세주인 무생노모가 이 지상에 미륵을 내려보내 세상을 구원하리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백련교가 천마신교(天魔神敎)가 되면서 미륵은 천마가 되었다.
천마는 언젠가 부활하여 인세를 구원하고 진공가향을 일으킬 것이다.
그것이 신실한 자의 믿음이었으며 요대순은 아주 신실한 사람이었다.
‘제 눈이 멀어 방사들을 잘못 선별하였나이다.’
그는 천마의 부활을 꿈꿨다.
칠대선(七大仙)이라는 방사들을 선별해 황실로 보낸 것도 요대순이었다.
모든 것은 천마의 부활을 위함이었다.
마교 내부에서도 천마의 부활을 진심으로 추구하는 자들과 그러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
의견충돌도 많았지만 요대순은 결국 대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실패의 죄는 죽음으로 씻어야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칠대선은 모두 죽었다.
분명 천마가 일순간 강림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건만, 어째선지 부활은 유지되지 못했다.
교의 성물이나 다름없었던 천마의 혼백 조각은 통째로 사라졌다.
정파 놈들이 그것을 챙겼음이 분명했다.
‘그저 죽어 버리는 것도 책임을 피하는 일이겠지요.’
그 크나큰 실패는 엄청난 폭풍을 일으켰다.
요대순의 교내 발언권은 확 줄었다.
다른 궁주며 심지어 교주마저도 요대순의 실책을 비난했다.
그리고 천마의 혼백 조각 여럿을 잃었다는 사실은 교 내부의 주전론(主戰論)에 힘을 더했다.
‘교 내부에 악신의 무리들과 결탁한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기어코 중원침략을 감행했다.
그 수뇌들과 옛 참사교의 무리들이 교류 중이라는 것은 요대순도 알고 있었다.
다만 어쩔 도리가 없었을 뿐.
그가 가장 의심하는 것은 쌍두마뇌였다.
고령궁의 궁주이자 천마신교의 총군사. 그 음흉한 자라면 여러 계책을 꾸밀 수 있을 터였다.
‘제 신명을 바치겠으니…… 이 세상 어딘가에 계실 줄을 압니다.’
요대순은 그렇게 기도를 마무리 지었다.
천마의 부활은 실패했다고 전달받았다.
사실, 요대순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
그는 이 세상 어딘가에 천마가 존재하고 있다고 느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리 생각했다.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스-
전신의 털이 곤두서면서 예의 그 ‘감각’이 느껴졌다.
간절했던 그의 기도.
마음속에 맺혀 있던 그 뜨거운 감정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다.
탈마지경의 절대고수는 곧 자신의 의념으로 세계의 법칙을 넘을 수 있는 자들이다.
요대순이 전심전력으로 한 기도는 허무하게 흩어지지 않았다.
한 달 전부터였다. 그 의념의 덩어리가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었다.
천마에게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했던 기도가 스스로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요대순은 믿었다.
천마가 어떠한 형태로든 부활하여 요대순의 기도를 받아주는 것이라고.
응답이 돌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 믿음이 요대순을 충만하게 했다.
“반드시…….”
천마를 만날 것이다.
그리 다짐하며 요대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봉천혈랑대의 무사가 요대순의 장포를 입혀 주었다.
“연비 그놈은 아직도 안 들어왔나?”
파천도의 사람들 대부분은 진마궁주가 제 아들을 버린 자식 취급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요연비는 한량이고 불효자식이 맞았지만 그렇다고 요대순이 제 자식을 혐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쌍하게 여길 따름.
그렇기에 도박장을 드나드는 아들을 지금도 신경 쓰고 있는 것 아닌가.
“또 도박장에 있나?”
“늘 가시는 곳에 계신 듯합니다.”
“한심한 놈…….”
“그곳을 운영하는 자들을 벌할까요?”
“놔둬라. 내가 직접 경고했으니 그자들도 신경은 쓰고 있겠지.”
요대순은 장포의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뒤 자리를 나섰다.
교주에게 가 볼 참이었다.
다시 한번 천마의 수색을 허락받을 생각이었다.
하준이 이곳 파천도에 잡혀 온 뒤로도 벌써 몇 주가 지났다.
그가 특급(特級)으로 배정받은 뒤에는 함께 납치되어 온 양민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식과도 만나지 못하고 혼자 독방에 감금되었다.
황량한 지하였다.
듣자 하니 고령궁의 지하뇌옥이라는 듯했다.
간수들은 말을 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귀도 들리지 않는지, 하준이 몇 번 말을 걸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속구가 조금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사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었다.
때문에 하준은 꾸준히 몸을 풀고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단전에 가해진 금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것을 풀어 보려고 했고, 뛰어난 기감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보기도 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으니, 사흘에 한 번씩 금제를 점검하러 오는 이들이 있던 것이다.
하준에게 등급을 매겼던 백의 사내, 고령궁의 호법이라는 자도 종종 나타났다.
‘금제를 건드렸군. 허튼짓하지 마라, 혼자서 풀 수 있는 금제가 아니니.’
호법은 그리 말했다.
하준은 화를 내거나 분해하지 않았고, 그것을 호법은 허세라고 생각했는지 비웃었다.
‘그래, 나는 네가 언제까지 그리 침착한 표정을 유지할지 궁금하더군. 과연 대법을 받게 될 그 순간에도 얼음장 같은 얼굴일까? 너와 함께 왔던 그 개방의 거지는 살려 달라고 질질 짜던데 말이야.’
그래도 하준은 조용했다.
호법은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의 마음도 없군. 정파의 무인들이 그리 정의롭다던데 말이야. 동료가 개죽음당했다는 데도 감흥이 없나?’
‘노식이 그리 빌었다는 것은 거짓말일 테니.’
호법은 빙긋 웃고 말했다.
‘글쎄, 죽었다는 것은 사실일 수도 있지 않나?’
그리고 그는 떠나갔다.
잠시 뒤, 하준은 결국 인상을 찡그렸다.
노식이 어찌 되었을지는 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었다.
하준이 있는 곳은 뇌옥의 가장 안쪽인 듯했다.
때문에 다른 죄수들이 드나드는 것조차 본 일이 없었다.
시간의 흐름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곳에서 하준은 스스로를 관조했다.
포기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탈출해야 하느냐는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하준은 금제에 대해 고민하고 무공을 되찾을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와라.”
간수들이 일단의 무인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좋은 시간은 이제 끝났군.”
누군가가 그리 이죽거렸다.
오랫동안 뇌옥을 지키고 있던 하준에게도 차례가 돌아온 것이다.
하준은 양손에 구속구를 차고, 무인들에게 포위되어 이동했다.
안타깝게도 빠져나갈 틈은 보이지 않았다.
혼자서 살기 위해 몸을 뺄 생각은 물론 없었지만…….
“들어가라.”
하준이 도착한 곳은 밀폐된 공간이었다.
내부에는 이미 열 명 정도 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하준의 눈이 커졌다.
하준을 알아본 상대 역시 벌떡 일어섰다.
“너! 살아 있었구나!”
키는 작지만 누구보다 당찬 목소리.
곤륜에서 함께 싸웠던 팽무아가 그곳에 있었다.
팽무아는 달려와서 하준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 체중이 몹시 가볍다. 하준은 그 순간에도 그 사실에 깜짝 놀랐다.
“죽은 줄 알았어.”
“팽무아…… 너도 이곳에 있었구나.”
반가운 것은 하준도 마찬가지였다.
팽무아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더러운 천옷을 걸치고 있었다.
얼굴도 꼬질꼬질하고 머리가 덕지덕지 엉켜 있었다.
그에 반해 하준의 상태는 훨씬 멀쩡했다.
팽무아는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팔짱을 꼈다.
“몇 놈 두들겨 패줬더니 돼지 우리 같은 곳에 가두더라고. 어쩔 수 없었어.”
“그렇군.”
팽무아다운 모습이었다.
그녀의 곁에는 익숙한 복식의 청년들이 있었다.
하준보다 아직 어려서 소년티를 벗지 못한, 곤륜의 제자들이었다.
그중에선 훌쩍, 훌쩍 울고 있는 이도 있었다.
“흐윽, 우린 다 죽을 거야…….”
“시끄러, 그만 좀 징징대!”
팽무아가 신경질을 냈지만 곤륜의 제자는 징징대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사부님이 분명 구해 주신다고 했는데 …… 흐윽.”
“그래, 네 사부님을 믿고 기다려 보면 될 것 아니야. 아까 그놈 말 못 들었어? 무림맹에서 구조대를 출발시켰다잖아.”
“그래도 여기까지는 못 올 거 아니에요. 흐윽, 흐어어엉……!”
팽무아는 결국 얼굴을 구기곤 곤륜파 제자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결국 하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정신이 번쩍 들어서 외쳤다.
“노식, 혹시 노식을 봤나?”
팽무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었던 것이다. 하준의 안색이 밝아졌다.
다만 이어지는 팽무아의 말은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우리보다 먼저 끌려갔어. 우리 전 차례였던 것 같아.”
그녀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노식은 이 공간 안에 있는 검은 문 너머로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마교 놈들이 뭘 꾸미고 있는지 알아?”
팽무아는 하준보다 많은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사람을 상대로 실험을 하는 것 같아. 이놈들은 ‘대법’이라고 부르는데…….”
중원에서 납치해 온 이들에게 매긴 등급은, 실험체로서의 등급이었다.
그 대법이 무엇인가 하니…….
“천마의 마기를 몸에 주입한다고 해.”
기상천외한 일이었다.
문 건너편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 것은.
“아아악, 아아아악!”
분명 노식의 비명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