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397)
397화 대탈출 (3)
수리방은 고령궁 산하의 하부조직이다.
엄연히 본단 소속이기에 평범한 낭인들 앞에서는 군림할 수 있는 신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정말 마교의 정예들인가 하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수리방은 진마궁의 봉천혈랑대같이 모두 절정고수 이상으로 이루어진 정예들에 비해서는 한참 떨어진다.
그렇기에 평소에는 신마교의 통행이나 관리를 하고 상납이나 받는 것이다.
돈이나 밝히는 불량배인 그들이지만, 지금은 달랐다.
고령궁이 불길에 휩싸였다.
자연적인 화재가 아니란다.
가장 빠른 수단을 통해 명령이 전달되었다.
신마교를 봉쇄하고 수상한 자들을 수색하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고령궁주 마뇌로부터 직접 내려온 명령.
전쟁을 피해 파천도에 머물고 있던 수리방주는 깜짝 놀랐다.
큼지막한 기루에서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있던 그는, 곧장 옷을 걸쳐 입고 이곳 신마교로 내달렸다.
그런 와중에도 내심 생각했다.
‘어떤 미친놈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으로 오지는 않겠지.’
고령궁에 불을 지른 놈이 누군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사리 분별을 한다면 봉쇄되었을 것이 뻔한 신마교에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찾아왔다 해도, 수리방 무인들이 빽빽이 막고 있는 것을 보고 돌아갔을 것이다.
때문에, 마차 하나가 슬금슬금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만 해도 설마 별일일까 싶었다.
“뭐야 저건, 막어.”
짜증을 내며 수하에게 그리 명했다.
수하는 재깍 칼을 뽑고 마차를 위협했다.
하지만 마차는 멈추지 않았다.
마부석에 오른 미친놈이 말 궁둥이를 쳐서 마차를 폭주시켰다.
앞으로 나섰던 부하는 꼴사납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몸을 던져서 마차를 피했다.
수리방주도 상황을 깨달았다.
왔다, 그 미친놈들이.
고령궁에 불을 지르고 교의 성물을 탈취한 미친놈들이.
기어코 신마교를 정면 돌파하러 왔다.
수리방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이강의 가장 큰 목적이 동생과 후기지수들을 중원으로 돌려보내려는 것임을 몰랐다.
“쏴!”
화살을 쏘았지만.
티티티팅!
또 다른 웬 미친놈이 칼로 그것들을 튕겨 냈다.
그 움직임이 범상치 않아서 수리방주도 가슴이 서늘해졌다.
“뭐 해! 막아!”
아직 마차가 제대로 가속하기 전이다.
무인의 뜀박질이라면 마차를 가로막을 수 있다.
그때, 검을 뽑아 들고 있는 젊은 놈이 외쳤으니.
“비켜라!”
그 사자후에 담겨 있는 진기의 웅혼함이란.
마차를 가로막으려던 수리방도들은 흠칫 놀랐다.
그들 사이로 검을 뽑아 든 이강이 맹수처럼 날뛰었다.
수리방주는 위험을 깨달았다.
그가 눈짓하자, 심복 한 명이 품속에서 폭죽을 꺼내 하늘로 쏘았다.
삐이이익- 퍼엉!
교 내에서 사용하는 폭죽이다.
붉은색과 황색이 어우러진 저것은 ‘지원 요청’의 신호.
방주는 날뛰는 이강이 최소한 초절정고수 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들을 놓치면, 이곳의 책임자인 그는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수리방주가 직접 나섰다.
“목숨을 바쳐서 신마교를 사수해라-!”
표홀하게 몸을 솟구친 수리방주.
조장급의 절정고수들이 뒤따랐다.
“네놈들은 저 마차를 밀고 있는 덩치를 죽여라!”
수리방주의 명을 들은 조장 둘이 마차를 미는 갈동탁을 향해 달려갔다.
방주는 수하들이 갈동탁을 순식간에 참살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마차를 밀던 갈동탁은 마차 안에서 도끼 한 자루를 꺼내더니 강맹하게 휘둘렀다.
그것이 순식간에 한 놈의 목을 날리고 또 한 놈의 가슴팍을 부숴 놓았다.
“우어어어!”
그러고는 포효하며 더욱 강하게 마차를 미는 것이다.
마차의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수리방주는 이를 악물고 마차의 앞, 이강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무기는 칼날이 톱날 같은 거치도였다.
그것으로 마차의 길을 트고 있는 이강에게 휘둘렀다.
도강이 찬란하게 번쩍였다.
카가각!
그러나 창졸간에도 이강은 유성아를 세워 수리방주의 도강을 막아 냈다.
그 방어에는 조급함도 없었고 버거움도 없었다.
일수(一手)의 교환만으로도 방주는 상대가 자신보다 고수임을 직감했다.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서겅-
조금 전에 그의 뒤통수가 있던 곳에 흰 검날이 스쳐 지나갔다.
뒤통수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면서 두피가 시원하게 드러났다.
수리방주가 거치도를 강맹하게 휘둘렀다.
돌개바람이 일어날 정도로 매서운 강격이어서, 이강은 맞상대하는 대신 뒤로 살짝 물러났다.
찰나의 실수가 목숨을 가르는 싸움에서, 그렇게 화려한 초식은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평소의 이강이라면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수리방주의 가슴을 꿰뚫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수리방주는 혼자가 아니었다.
차르르륵!
그의 부하들이 쇠사슬을 던져서 마차의 진격을 막았다.
말의 다리가 걸려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마차는 끝이다.
그걸 알고 있는 이강은 그냥 넘기지 못했다.
검을 휘둘러 사슬들을 모두 끊어 냈다.
그 덕에 수리방주는 시간을 벌었다.
“위험한 놈들이다! 진로를 방해해라! 도망치지 못하게 해! 원군이 오고 있다!”
평소에는 포악하기 그지없던 수리방주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그게 위협이 되었다.
「적장을 먼저 꺾어서 혼란을 일으켜야겠소!」
장삼봉이 그리 조언했다.
안 그래도 이강도 그럴 생각이었다.
그는 한 발자국 물러나서 기회를 보고 있던 수리방주에게 짓쳐 들었다.
쐐애액!
경신의 묘리를 활용한 이강의 신법은 이곳 파천도에서도 경이적이었다.
묵직한 거치도를 무기로 쓰는 수리방주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쾌속함이었다.
이강은 수리방주의 허점을 찌르는 데 성공했다.
유성아가 그 이빨을 수리방주의 허벅지에 박아 넣은 것이다.
“쿠억!”
수리방주는 몸을 팽그르르 회전하며 물러났다.
이대로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기회를 잡은 지금 끝내 버려야 한다.
이강이 수리방주의 목을 치려던 순간이었다.
“방주님을 구해라!”
그의 부하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방에서 굵직한 쇠사슬이, 이번에는 이강을 향해 날아왔다.
이강은 찔러 가던 검을 회수해 흡자 결을 펼쳤다.
날아오던 쇠사슬이 검에 얽혀 요란한 소리를 냈다.
무려 세 사람이 던진 사슬 추가 이강의 검에 묶였다.
삼 대 일의 힘겨루기가 벌어진 상황.
본래라면 이강이 끌려가야겠지만.
“흐읍!”
신력의 묘리를 쓴 이강의 힘은 능히 삼 대 일의 힘겨루기에서도 압도할 수 있었다.
미처 사슬을 손에서 놓지 못한 이들은 그대로 튕겨 올랐다.
운 좋은 자는 다리 위를 굴렀을 뿐이지만 나머지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강에 빠졌다.
수리방주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를 노려본 이강은, 주인을 잃은 사슬 하나를 잡아 들었다.
그리고 그를 지나쳐 달리고 있는 마차를 향해 던졌다.
쇠사슬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곧게 날아갔다.
그리고 마차 위에 서서 기어 올라오는 마교도를 막고 있던 팽무아.
그녀가 사슬을 잡아챘다.
팽무아는 도를 마차 지붕에 박아 넣은 뒤 몸을 고정했다.
이강은, 팽무아를 믿고 사슬을 당기며 몸을 날렸다.
이강이 날아올랐다.
그가 수 장은 되는 거리를 도약하는 동안, 마교도들은 비상하는 이강을 가만두지 않았다.
수십 대의 화살이 이강 하나를 향했다.
허나, 백아가 살아 있는 듯 이강의 주변을 회전하며 화살을 쳐냈다.
화살과 함께 찔러오는 창은 피하고, 검 끝으로 창대를 자르고.
누군가 뾰족한 협봉도를 찔러 오는 것에는 발을 툭 디뎠다.
협봉도의 칼끝은 이강의 밑창을 꿰뚫지 못하고 오히려 부러져 나갔다.
이강은 마차 위로 올라타는 데에 성공했다.
마차에 가속도가 붙었다.
아직 신마교는 완전히 봉쇄되지 않은 상태였다.
수리방과 마교도들은 파천도 쪽의 입구에 진을 치고 막아 두었을 뿐, 강 너머까지 이어지는 신마교는 오히려 텅텅 비어 있었다.
이강은 마차에서 뛰어내려 함께 달렸다.
이강, 고요자, 갈동탁.
하준, 팽무아, 노식, 곤륜 제자 셋.
총 아홉 명의 인원이다.
마차에 탄 이들은 다친 노식을 포함한 곤륜 제자 넷, 마부 역할은 담현.
갈동탁은 여전히 괴력으로 마차를 밀며 말의 부담을 나누고 있었고.
나머지 인원은 마차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경공을 발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가능할지도…….’
정면으로 파천도를 빠져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교에서도 분명 추적대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교의 상황도 그닥 여유롭지 않다.
일단 나가서 말을 타고 대막까지만 빠져나간다면…… 대막을 누비던 광풍대가 정리된 지금은 탈출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다.
팽무아와 곤륜 제자들이 최근 잡혀 온 무림맹 소속의 누군가에게 정보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강으로부터의 서신을 받은 정사연합에서 마교로 구출대를 보냈다는 이야기다.
설마하니 파천도까지 들어오진 못하겠지만, 만약 그들과 합류할 수 있다면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터.
이강은 머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빠르게 사고했다.
옆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그의 동생이 달리고 있었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원래라면 마차 안에 쓰러져 있어야 할 놈이 저리 달리고 있다.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다.
멀쩡한 척하는 게 이강의 눈에는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달리면서 이강은, 문득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마교도들에게 쫓겨 도망치는 지금 상황이 현실 같지 않았다.
「도장은 참으로 대단한 이요. 기어코 마교로 침투하여 동생과 청년들을 구출했구만.」
「주둥아리만 산 놈은 아니군.」
장삼봉과 천마가 그리 말했다.
사실, 보통 일은 아니었다.
「도장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하외다.」
「제게 무엇이 중한지를 알지 못하는 자는 소인배일 뿐이다. 사내라면, 아니 응당 인간이라면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어째선지 오늘의 장삼봉과 천마는 묘하게 죽이 맞았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것이다. 너는 살아 있나?」
천마가 그리 물었다.
당연한 소리를…….
쿰쿰한 지하의 공간에서 불사신검을 만난 이래.
이강의 목적은 늘 생존이었다.
「새 몸을 얻은 지금. 시한부의 천형을 벗어난 지금. 도장은 무엇을 바라고 있소이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달마에 의해 환골탈태한 이후, 이강은 더 이상 시한부가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던 날은 끝났다.
목적을 잃었으니 그 원동력도 잃을 법했다.
하지만 이강의 심장은 지금 더욱 거세게 뛰고 있었다.
자식을, 제자를 잃은 강력한 중원의 무인들도 포기한 일을 이강이 하고 있었다.
마교로 침투해 동생을 구한, 팽무아를, 노식을, 곤륜 제자를 구한 이강.
그는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저는…….’
이들을 꼭 살려 보낼 것이다.
마교와 참사교의 침공을 막아 낼 것이다.
악신을 부활시키려는 참사교의 음모를 저지할 것이다.
소화의 복수를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 그가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불사신검이 이강과 손녀딸을 아꼈던 것처럼.
달뢰라마와 라마승들이 목숨을 바쳐 서장을 지키려고 했던 것처럼.
이강도 아끼는 이들을 지킬 것이다.
「그것을 위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답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비로소 이강은 깨달았다.
소중히 여기던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겼다는 것을.
「비로소 하늘 아래 설 수 있게 되었구려.」
장삼봉이 그리 말하고.
천마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네 말을 증명해야 할 때가 왔다.」
이강은 뒤에서 날아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이강을 노리고 날아온 것이 아니었으니.
그것은 거대한 비석이었다.
신마교 앞에 서 있던 신마교의 이름을 새겨 둔 비석이 하늘을 날아왔다.
매서운 기세로, 정확히 마차의 말을 노리고.
말 한 마리의 머리가 으깨져 즉사했다.
나머지 말들도 뒤엉켜 넘어지며 다리나 목이 부러졌다.
달리던 기세를 이기지 못한 마차가 전복되어 바닥을 굴렀다.
무인이 아니라 양민들이 타고 있었더라면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 만한 상황이다.
더 이상 달릴 수 없다.
이강은 신마교의 건너편을 보았다.
저쪽에서도 마교도로 보이는 이들이 달려오고 있다.
이강은 비석이 날아온 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솟구친 거구의 사내.
진마궁주 요대순이 서 있었다.
이강과 눈을 마주친 그자가 거세게 포효했다.
“성물을 내놓아라-!”
이강에 뒤지지 않는 웅혼한 외침이다.
그가 달려오고, 진마궁의 봉천혈랑대가 뒤따랐다.
천마의 말이 맞았다.
지금, 도저히 살아서 빠져나갈 수 없을 위기가 닥쳤다.